[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5
+) NOTICE
메이즈 인더 트랩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엠프렉과 2세 언급이 있으니 해당 설정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피주세요!
둘이 멀쩡하게 연애하는게 보고싶어서 시작한 평범한 세계 AU 입니다.
전 작에서는 대학생 이었지만 지금은 뉴트는 모델, 토마스는 연구원으로 나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전작에서 이어지는 같은 커플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느정도까지 연재 후 뒷부분을 추가해 회지로 만들 예정입니다.
책이 나와도 연재한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이러나저러나 토마스는 내내 뉴트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당장 조수석에 태워 떠나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다리가 빨리 아물지 않았다. 의사가 말했던 것처럼 차라리 깨끗하게 부러진 편이 나을 지도 몰랐다. 그러면 뼈만 붙으면 천천히 걸을 수 있을 텐데, 애매하게 다친 것이 문제였다.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더 크게 부러질 수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인지 토마스는 하루 종일 뾰족하게 뿔이 난 예민한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뉴트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려면 토마스가 냅다 달려오는 것은 물론이고, 발걸음이라도 떼려 하면 죽을 것 같이 굴었다. 뉴트는 자기가 다친 곳이니 잘 안다고 말했지만 저 고집쟁이한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반쯤 포기한 뉴트는 얌전히 침대에 누워서 턱 끝으로 토마스를 부려먹었다. 물론 처음엔 조금 미안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는데 어쩌겠는가. 미안한 마음도 오래가지 않았다.
물론 뉴트가 이렇게 사람 부리는 것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절대 아니라고 대답할 사람이 줄을 섰다. 먼저 나서서 하면 했지. 누구를 턱 끝으로 부려먹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둘이 사는 집 안에선 다른 사람이 보면 매일 놀랄만한 일이 생기고 있었다. 침대에 앉아서 아침 먹는 거 이상한데. 뉴트의 한마디는 그저 흘러가는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정말 이상하다니까.”
“뭐가?”
“이런 거 익숙하지 않으니까 더 불편한 것 같아. 내가 걸어가서 식탁에 앉을 수 있어. 토마스.”
“…그러다 더 다치면?”
“아니 목발도 짚을 거고, 이쪽 다친 다리로 걸을 것도 아닌데 왜 다친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
“혹시 모르잖아. 조금만 더 움직이지 마.”
“그 소리가 벌써 이주일도 넘은 거 알고 있어.”
“…그랬나?”
부엌에서 뭔가 분주하게 준비하는 토마스의 대답 끝에 웃음이 섞였다. 혼자 살면 자기 밥도 안 챙겨먹을 녀석이 뭐가 좋다고 저렇게 바쁘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저 녀석한테 요리 같은 것을 바라진 않았다. 대단한 음식을 할 놈도 아니었거니와 끼니마다 사먹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칭찬을 해줘야 하는 녀석이었다. 둘 다 요리엔 영 소질이 없었으니, 어찌 보면 정말 잘 맞는 사이긴 했다.
다행히 매일매일 먹을 것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메뉴를 물어봐도 늘 비슷한 대답만 들으니, 언젠가 부턴 알아서 냉장고를 채워뒀다. 과일부터 야채. 그리고 주 메뉴까지. 간단하게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것이 있으니 그나마 토마스도 뉴트 병간호를 하겠다고 나설 수 있었다. 물론 뉴트는 병간호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지만, 저기 부엌에서 시끄럽게 소음을 만드는 사람은 꼭 그런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모른 척. 못 들은 척. 티가 너무 났다.
조금씩 운동을 하는 편이 더 빨리 나을 거라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뉴트는 다음 진료 예약을 잡아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의사한테 부탁을 해서라도 좀 움직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 할 작정이었다. 이라고 살다간 정말 살이 문드러질 거 같아. 크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녀석은 침대에 올라앉은 채 내내 한숨만 쉬었다.
“그래서 정말 궁금한 건데 말이야. 언제까지 날 이렇게 침대에 가둬둘 생각이신가요? 토마스씨?”
“응?”
“내가 라푼젤이야? 여기가 출구조차 없는 높은 탑이냐고. 나도 머리 길러서 너 붙잡고 올라오게 할까?”
“그게 아니잖아.”
“뭐가 아니냐. 누가 보면 분명 이상하다고 할 거야. 내가 밖을 돌아다닌다는 것도 아니고. 화장실 가는 거 외엔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잖아.”
“그거야.”
“어이고.”
뉴트가 또 토마스의 코를 딱 소리가 날정도로 손가락으로 때렸다. 아야야. 잔뜩 놀란 목소리라 들렸지만 모르는 척 했다. 저 고집을 누가 말릴까. 뉴트가 꺾지 못하면, 다른 사람은 보나마나였다. 그나마 같이 연구소에서 자란 트리사 말을 온 듣는다고 하지만, 만날 길이 없었다.
“내일부터 다시 연구실 가봐야 한다면서. 그럼 나 혼자 여기 앉아있어?”
“…그거야. 형 와서 도와줄 거잖아.”
“그러니까. 어차피 일도 없는데 부르기 미안하지 않아?”
“…….”
“친구 불러도 돼?”
“…응?”
“어차피 부려먹을 거면 친구들이나 부르지 뭐.”
“민호?”
“걔가 내가 부려먹을 수 있을 놈이냐? 하긴 이제 대회 끝나고 또 여기 찾아오긴 할 것 같다.”
뉴트가 입술에 묻은 소스를 닦으면서 다른 손으로 하나둘 날짜를 셌다. 민호 그 녀석은 멀쩡히 자기 집을 얻어놓고도 꼭 대회가 끝나면 이 쪽을 드나들었다. 물론 둘이 지은 죄가 있으니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 때. 그렇게 눈이 오는 날 동네 사람들한테 소문이라도 내려는 것처럼 요란하게 싸운 이후로 둘은 민호만 보면 설설 피해 다녔다. 후회를 해고 이미 늦은 일이었다. 이후 몇 년 동안 민호는 둘이 약간 사이가 틀어질 기미만 보이면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둘을 쳐다보았다.
서로 억울하다며 항변을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잘못한 건 맞으니까. 그렇다고 민호가 놀러오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좋았다. 워낙 대회 일정이 빠듯하다보니 일 년 대부분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바쁘게 사는 녀석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다.
‘아.’
뉴트는 문득 토마스가 왜 저렇게 불안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왜 이제서야 알았던 걸까. 민호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야 기억이 난 것은 참 의외였다. 몇 년 동안 잊고 있던 사실이 기억났을 때, 지금까지 답답하게 생각하던 모든 것이 이해되는 것 같았다. 먹던 음식을 내려놓고 가만히 토마스의 눈을 바라보자, 샴페인 색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뉴트의 시선을 따라갔다. 왜 그래? 늘 같은 목소리였다. 뉴트가 눈을 가늘게 뜨면 제풀에 찔린 것이 있는지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손바닥을 비비는가 싶더니 눈을 깜박이면서 좀처럼 가만있지 못했다.
“…왜 그래?”
“…….”
그리고 채 오 분도 지나기 전에 먼저 되물어보았다. 토마스는 이런 식의 침묵을 좋아하지 않았다. 차라리 화를 내던가 말을 하는 편이 좋았다. 이렇게 조용해지면 가장 나쁜 생각이 살아올라왔다. 좀 더 당겨 앉은 채 뉴트의 입을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말을 할 것 같은데, 좀처럼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뉴트. 왜 그러는 거야?”
“토마스.”
“응?”
“너 혹시 내가 이번에도 다쳐서 방에 틀어박힐까봐 이러는 거야?”
“…응?”
토마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혹시 옛날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을까봐?”
“…아냐. 그런 건 아니고.”
“맞지?”
“…….”
늘 그렇지만, 토마스는 참 거짓말을 못한다. 빈말이라도 아니라고 하면 될 텐데, 꼭 당황하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곤 했다. 뉴트는 그런 녀석을 보며 넌 평생 나쁜 일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농담을하곤 했다. 그리고 지금도 꼭 그랬다. 입으론 아니라고 하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그때가 언젠데, 아직도 내가 그럴 거라고 생각해.”
“…다친 게 다리잖아.”
“뭐?”
“다른데도 아니고 다리잖아. 다친 곳 다시 다친 거고, 잘못하면 더 크게 다칠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
“그러면 차라리 움직이지 말고, 다른 생각 안하는 편이 나아.”
“내 생각엔 날 침대에 묶어두면 잡생각이 더 생길 것 같은데. 혼자 있으면 심심하단 말이야.”
“…….”
“게다가 이젠 별로 그런 생각 안 해. 물론 완전 벗어났다곤 말하지 않을게. 하지만 이번에 이렇게 다쳤다고 해서, 모든 연락을 끊고 사라질 생각은 전혀 안한단 말이야.”
“…….”
“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잘 알아. 하지만 그런 일 없을 거야.”
“…….”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알았어?”
“…….”
“알았지?”
“…응.”
겨우 고개를 끄덕인다. 설마해서 떠본 것인데 정말일 줄이야. 뉴트는 참 저렇게 주변 영향을 잘 받는 녀석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다. 물론 걱정도 된다. 자기 일도 힘든데, 머리는 좋아서 다른 사람들 고민까지 죄다 끌어안고 끙끙거린다. 토마스는 항상 그랬다. 물론 대학에서 처음 만나고 그 일 때문에 여러 번 싸우고 다툰 것은 맞다. 하지만 이렇게 심각하게 마음속에 박혀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난 괜찮아.”
“…….”
“정말 괜찮다니까.”
몇 번이나 이렇게 말해줘도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한다. 늘 그랬다. 항상 불안해하고, 세상의 모든 고민을 자신이 짊어진 것처럼 굴었다. 왜 그런진 뉴트가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늘 그렇게 살아서 그런 것인가. 그 정도로 짐작할 뿐이었다.
“다리가 좀 나으면 저 멀리 휴가라도 가버리자.”
“…….”
“이젠 정말 아무렇게 않아.”
하긴 예전이었으면, 그 일에 대해 말도 못하게 굴 것이 뻔했다. 그래도 나이를 좀 먹었다고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트라우마도 극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겠지. 대학생 뉴트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뉴트는 결국 토마스를 와락 끌어안고 웃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런 식으로 걱정한 거 아니야.”
잔뜩 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른 척 뉴트의 허리를 끌어안으면서도 끝까지 아니라고 도리질 한다. 아직 어리다. 어려. 절로 그런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녀석이었다. 물론 그런 면에서 뉴트도 아직 어렸다. 상처를 딛고 일어섰을 뿐이지 완벽하게 치료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이정도만 해도 엄청난 발전이었다.
그래도. 갈 길은 아직 멀었다. 서로 상처를 보듬는 일이 얼마나 깊을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되겠지.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조금은 대책 없는 생각이었지만, 둘 사이엔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
민호는 뉴트와 토마스의 연락을 받자마자 냉큼 집으로 놀러왔다. 물론 중간에 비행기가 연착이 됐다. 짐을 찾는데 오래 걸린다. 온갖 연락이 바쁘게 오고갔다. 민호가 둘이 사는 집 앞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어두운 밤이 우르르 몰려왔다. 기다리다 지친 토마스가 꾸벅꾸벅 졸다 벌떡 일어났다. 허겁지겁 달려가 문을 열면 늘 반가운 얼굴이 보이곤 했다.
“민호!”
“다들 잘 있었냐?”
“…어서 들어와. 뭐 이렇게 오래 걸렸어.”
“오늘따라 날씨도 항공사도 난리도 아니더라고. 좀 더 일찍 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 보이네.”
정말 어디 들리지도 않고 바로 왔는지, 양 어깨엔 짐이 한가득 매달려 있었다. 얼마나 햇빛에서 뛰어다녔는지 또 새까맣게 탄 얼굴로 웃던 녀석이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왔어?”
뉴트가 소파너머로 손만 살랑살랑 흔들었다. 물론 뉴트가 다쳤다는 소리는 굳이 안하긴 했다. 괜히 그랬다 안 그래도 서두르는 녀석이 더 난리칠까봐. 그런 뉴트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민호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뒤따라 들어온 토마스는 또 안절부절못하며 눈치를 본다. 말할걸 그랬나. 이제와 후회해봤자 전혀 쓸모가 없었다.
“난 이런 소리 못 들었는데?”
“…이제 봤잖아?”
“뉴트.”
“내가 잘못한 거야. 사다리 탄 채로 화보 찍다가 떨어졌거든. 예쁘게 발목이 나갔지 뭐야.”
“그래서?”
“그래서는 뭐. 그냥 이렇게 모든 스케줄을 취소한 채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답니다.”
“…괜찮은 거야?”
“뭐가?”
“…….”
뉴트가 민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 이 녀석도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여튼 이 놈들은 친구끼리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그런 얼굴을 보며 생글생글 웃던 뉴트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당연히 괜찮지.”
“…….”
“안 괜찮은 건 토마스가 너무 귀찮게 군다는 사실 뿐이야.”
“나 안 그랬어!”
“봐봐.”
괜히 농담을 건네던 뉴트는 이제 표정 풀라는 듯 자기 미간을 꾹꾹 눌렀다. 민호는 한숨을 푹 쉬면서 짐을 내려놓았다. 아직도 다리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흠칫하면서 애써 농담으로 포장을 하곤 했다. 민호가 소파에 앉자 토마스도 주춤주춤 따라왔다.
“…그래서 이런 꼴 보여주려고 오라고 했어?”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슬슬 대회 끝난 거 같아서 오래간만에 얼굴 좀 보자고 부른 거지.”
“…흠.”
“정말이야. 나 멀쩡하다니까. 민호. 네가 자꾸 그러면 토마스도 또 불안해한다고.”
“둘이 또 한바탕 했나보네.”
“그런 것도 아니…라곤 말 못하지만.”
“그래 뭐 괜찮으면 된 거지.”
“같이 밥이라도 먹고, 토마스는 연구실 들어가 봐야 한대.”
“…벌써?”
“너 오기 며칠 전부터 집에 눌러 붙어있었거든. 어제 트리사한테 연락이 왔어. 제발 좀 그 녀석 묶어서 연구실로 보내달라고 말이야.”
“잘한다.”
“…아니 난!”
토마스가 뭐라 항변하려 했지만, 둘을 이길 수 없었다. 비 맞은 강아지처럼 끙끙거리며 옆에 앉아있는 녀석은 이 자리가 마치 면접이라도 보러 온 것처럼 불편해 했다. 혼내는 거 아니야. 누가 보면 동생인줄 알겠어. 뉴트는 그런 토마스를 보면서 웃었다. 민호는 그런 둘을 보면서 혀를 차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럼 토마스 저녁은 먹고 가는 거야?”
“…일단은? 오늘 내로만 들어가면 괜찮지 않을까?”
“너희 팀도 참 힘들 거 같아. 이런 비글 같은 놈들 데리고 연구를 해야 한다니 말이야.”
“…….”
“…안 그래?”
“안 그래!”
“트리사한테 매일매일 알림장을 써달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지.”
“어린애 아니라니까!”
이러면 금세 발끈하면서, 어린애가 아니라고 우긴다. 쓸데없는 농담 따먹기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편이 나았다. 물론 결정권은 민호에게 넘겨졌다. 이미 집에 있는 모든 음식에 질릴 대로 질린 둘은 무슨 음식이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갑자기 저녁 메뉴를 선택해야 하는 민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멀리 가는 건 뉴트 때문에 안되고, 시간도 늦은 것 같으니 집에 있는 걸 대충 꺼내 먹자고 하기엔 둘의 표정이 너무 간절했다.
“피자나 시켜먹을까?”
“…응?”
“시간 오래 걸리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렇지? 민호 먹어도 괜찮아?”
“먹고 운동하지 뭐.”
프로 선수가 저렇게 말해도 되는 건지. 둘은 미심쩍은 눈으로 민호를 바라보았지만, 대놓고 반대를 하진 않았다. 토마스가 냉큼 전화번호를 찾아왔고, 민호는 핸드폰을 들었다. 음식이 올 동안 셋은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쏟아냈다. 물론 대다수는 민호의 대회 성적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머진 뉴트 부상에 대한 것. 그리고 마지막은 토마스의 연구실 이야기였다. 그다지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한번 말문이 트이니 계속 궁금한 것이 생겼다. 저녁 시간이 지나서 인지 배달은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이러니까 꼭 대학 다닐 때 같네.”
“…그런가.”
“정확히는 학생회실?”
“그랬던가. 난 왜 기억이 없지?”
“날마다 와서 잠이나 잤으니 오죽할까.”
“뭐?”
“아니야. 먹자!”
뉴트가 도끼눈을 뜨자 둘은 다른 쪽을 바라보며 음식을 펼쳤다. 항상 이러면서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만으론 좀 모자랐던 활기가 셋이 되니 집안 가득했다. 물론 토마스는 피자 한 조각을 입에 겨우 넣고 연구실로 끌려가긴 했다. 뉴트는 그때 트리사의 얼굴을 처음 봤다.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뒷목을 잡힌 채 끌려가는 토마스를 바라보던 둘은 문이 닫히자마자 집이 떠나갈듯 웃었다.
남의 말 안 듣기로 소문난 녀석이 저렇게 고분고분한 것도 오랜만 이었다. 이제 한동안 코끝도 보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 조금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안보낼 수도 없었다. 가장 시끄럽던 녀석이 사라진 집 안은 그새 조용해졌다. 민호는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며 이리저리 정리를 해주고 하룻밤을 더 자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괜찮겠어?”
“…뭐가?”
“아냐. 알아서 하겠지. 그래도 너무 갑자기 움직이진 말고.”
“너도 토마스한테 잔소리가 옮은 거야? 안 그래 .더 다치고 싶지도 않고, 이 이상 일을 쉬고 싶지 않으니까.”
“난 항상 네 녀석이 걱정이다.”
“어째서?”
“다른 녀석들한테 물어봐라. 다들 나랑 같은 말을 할 테니까.”
사실 알고 있어도 모르는 척 할 때가 많았다. 민호는 물론이고, 알비나 다른 녀석들도 뉴트를 내내 걱정했다. 민호는 매니저가 올 때 까지 기다리다 집을 나섰다. 시간이 있으면 좀 더 있고 싶은 눈치였지만, 지금은 민호가 더 바빴다.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난 뉴트도 꽤 섭섭한 표정이었다.
“이번에 훈련 가면 또 한동안 못 보겠네.”
“다음번 대회엔 둘이 보러와.”
“…생각해보고.”
“언제쯤 내가 딴 메달을 현장에서 받아줄래?”
“글쎄. 나도 모르지.”
“고집은.”
“내가 한 고집하잖아.”
“그래 자랑이다. 아주.”
“이 정도 고집이면 자랑거리지. 안 그래?”
하여튼 한마디도 안 진다니까. 민호는 혀를 차면서 가방을 주섬주섬 어깨에 짊어졌다. 다음에 만날 땐 다리 멀쩡히 나아있으라는 잔소리를 마지막으로 문밖을 나섰다. 그런 민호를 보낸 뉴트는 소파에 풀썩 누워버렸다. 다리는 착실히 낫고 있었지만, 아직 오래 걷긴 힘들었다. 토마스가 집에 돌아오면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메이즈 러너 > └ 톰늍'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7 (0) | 2016.03.13 |
---|---|
[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6 (0) | 2016.03.13 |
[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4 (0) | 2016.03.04 |
[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3 (0) | 2016.02.28 |
[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2 (0) | 2016.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