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뉴트/톰늍] 전력60분 : 십년후
+) NOTICE
킬존 테스트 전 위키드 소속인 둘 사이 망상입니다.
토마스는 연구원 , 뉴트는 실험체 소속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처음부터 동등한 관계는 아니었다. 작은 몸집을 가진 토마스가 무장한 어른들 품에 안겨서 위키드로 들어온 날, 커다란 버그에 잔뜩 몰아넣은 또래 아이들도 같이 그곳에 도착했다. 아무도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높고 단단한 하얀 벽으로 둘러쌓은 곳은 다 부서져 가는 지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소인 것 같았다.
버그에서 일사불란하게 끌어내려 진 아이들은 꼬깃꼬깃하고 더러운 옷은 입은 채 서로 등을 마주 대고 마냥 주위 어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마치 천적들에게 대항하는 작은 새끼 펭귄 무리를 보는 것 같은 귀여움도 잠시 총과 무전기를 든 남자들이 아이들의 등을 밀기 시작했다.
“어서 움직이거라.”
“…….”
“어서. 어서!”
“……”
“안쪽으로 들어가서 검사를 받으면 너희도 위키드의 일원이 되는 거란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아이들은 어른들을 믿지 않았다. 이미 눈앞에서 그런 소리를 쫓다가 죽어 나자빠지는 녀석들을 차고 넘치고 본 터였다. 입에 발린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저기 하얗게 서 있는 곳이 지옥인지 천국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플레어가 휩쓸고 지나간 다른 지역보다는 나을 것이 분명했다.
“…아파.”
“피곤해.”
“힘들어.”
아이들은 저마다 불만을 내뱉으며 툴툴거렸다. 아무리 목숨을 구해준 집단이라 하더라도 어린아이들은 그렇게 인내심이 길지 않았다. 과하게 많은 아이를 집어넣은 탓에 좁아진 공간은 오는 내내 답답하기만 했다. 안 그래도 피곤함에 지친 몸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실려 왔던 터라 온몸이 아프고 뻐근했다.
문 앞에 서 있는 중년 남자가 한 무리 어린애들을 맞이했다. 그리곤 눈썹을 찡그리며 눈 앞에 펼쳐진 지옥도를 바라보았다. 퀴퀴한 냄새부터 걸레만도 못한 천 조각을 걸치고 있는 녀석들을 바라보던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대체 이 골로 애들을 끌고 온 이유가 뭐야.”
“워낙 바쁜 수송 작전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여튼 다른 것 생각 안 하고 자료 모으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지.”
쯧쯧 혀를 차던 남자는 도저히 저 더러운 꼴을 봐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깐깐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문을 열었다. 그리곤 또다시 애들을 재촉했다.
“어서 들어가라.”
“…….”
“문을 통과하면 바로 돌아들어 가서 씻은 후 준비된 옷으로 갈아입으면 된다.”
“…….”
“그리고 간단한 검사를 하게 될 거야.”
“…….”
“뭐해. 어서 들어가.”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뒤통수에 와서 쿡 박혔다. 뭐 애들에게 거부권이란 없었다. 하나둘 줄 서서 안쪽으로 들어가는 무리를 바라보던 잰슨은 귀찮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 이 녀석도 왔구먼.”
“…….”
“이번에 들어온 애들은 하나같이 입이 붙은 모양이구나. 그래. 뭐 좋아.”
“…….”
“잘됐다. 한 번에 끝내도록 하지. 이 녀석도 데리고 가서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도록 해. 그리고 최대한 다른 무리와 접촉하지 않게 주의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
“토마스 이리 오렴,”
흙먼지를 뒤집어쓴 남자는 아이를 한 번에 덜렁 들어서 곁에 있는 여자 연구원에게 넘겨주었다. 여전히 불안한 눈동자를 한 녀석은 그 와중에도 옷깃을 꽉 잡으며 답싹 안겨들었다.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옮겨지는 아이는 곧 따로 마련된 샤워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
사실 아이들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첫날 씻고 그나마 깨끗한 옷을 주워 입는 것을 시작으로, 먹고, 검사하고, 채혈하고, 자고. 이런 생활이 계속 반복되었다. 처음엔 커다란 방에 한 번에 밀어 넣었다가 며칠 지나니 검사결과표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여섯 명씩. 혹은 여덟 명씩. 각각 나뉜 녀석들은 또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좀 더 작은 방으로 옮겨갔다.
“뉴트.”
“…….”
“뉴트.”
“…아. 네.”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던 녀석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바짝 마른 팔에 주삿바늘을 갖다 대던 남자는 약간 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딴짓을 하다 잘못 힘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곧장 커다랗게 멍이 들 수 있었다. 힘주지 말고. 뉴트. 네. 별생각 하지 않으려 했는데 자꾸 몸속으로 들어가는 약물도 수상했고, 피를 뽑는 것도 이상했다. 하지만 거부할 권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토마스.”
“…….”
“토마스. 집중해야지.”
“아…네.”
예정보다 더 많은 피를 뽑아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조그만 아이가 팔을 솜으로 문지르며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의무실을 나가려던 녀석은 뒷덜미를 잡혀서 다시 끌려들어 갔다. 그리곤 손에 한 움큼 약을 받았다. 아픈 것도 아니고, 몸이 이상한 것도 아닌데 어른들은 자꾸 토마스의 몸을 걱정했다. 먹기 싫다고 칭얼거려도 별수 없었다. 서로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일을 겪고 있던 둘은 똑같이 하품하고 눈을 깜박거렸다.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는 까닭에 서로 일면식도 없는 둘은 조금 닮아있었다.
그리고 토마스의 고집이 폭발한 것은 며칠 지나지 않은 저녁 시간이었다. 잰슨은 여전히 아이 보는 것을 귀찮아하며 이리저리 피해 다닐 때였다. 꼭꼭 숨겨놓고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 실험체를 찾아낸 녀석은 그때부터 계속 고집을 꺾지 않았다. 얼마나 쇠심줄 같은지 어지간한 사람이 들러붙어도 당하지 못했다.
“안 된다니까. 토마스.”
“여긴 혼자 있으면 심심하단 말이에요.”
“하지만 멋대로 그 곳에 들어가면 총장님이 화를 내실 거야.”
“여긴 친구도 없고, 나랑 이야기해줄 애들도 없고.”
“…….”
“그냥 얼굴만 보고 인사만 하고 올래요. 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만나면 안 되는 애들이에요?”
“…….”
이럴 때만 영악했다. 순진한 표정으로 따박따박 칭얼거리던 녀석은 결국 제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그날 밤에 끙끙 앓았다. 이렇게 고집이 센 녀석인 줄 몰랐다며, 해열제를 놓던 사람도 혀를 내둘렀다. 결국, 삼일도 넘게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녀석은 겨우겨우 허락을 얻어낼 수 있었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까끌까끌한 입안으로 밥을 넘기는 어린애를 보는 어른들의 표정은 미묘하기만 했다.
**
“안녕?”
“…….”
“안녕?”
“…….”
뉴트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은 괴롭히거나 피를 뽑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은 어린애가 한 명 와서 귀찮게 하고 있었다. 까맣게 마른 녀석은 커다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저 멀리서 뉴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이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차림을 보니 분명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았다. 애써 모른 척하던 녀석은 결국 짜증 섞인 표정으로 휙 돌아보았다.
“…뭐야.”
“우리…친구 안 할래?”
“뭐?”
“우리 친구 하자. 난 토마스라고 해.”
“…….”
묻지도 않았는데 넙죽넙죽 자신의 이름까지 밝힌 녀석은 쪼르르 달려와 뉴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뉴트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이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한참 말없이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던 녀석들은 좀처럼 긴장을 풀지 않았다.
‘새로운 실험인가.’
뉴트는 이곳에 들어온 날부터 모든 것을 믿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갑자기 친한 척하며 치대는 이 녀석도 실험에 동원된 아이쯤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매일 뉴트를 찾아오던 토마스는 항상 적당한 거리 이상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무엇인가 허락을 구하는 표정으로 내내 뉴트를 바라볼 뿐이었다.
“…뭐야?”
“…….”
“지금 날 기다리는 거야?”
녀석은 유난히 숫기가 없었다. 뉴트는 주삿바늘 자국이 난 팔을 뒤로 감추고 가만히 토마스를 바라보았다. 동글동글한 머리가, 맑은 눈동자가 까만 시선에 콕콕 박히곤 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뭔지 말해봐.”
“그건…….”
“원하는 것이 있으니까 자꾸 날 찾아오는 거잖아.”
“…….”
“어서 말해봐.”
“…….”
“혹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 안 그래?”
뉴트가 살짝 웃었다. 곱게 내려오는 속눈썹에 까만 시선이 가득 걸렸다. 토마스는 여전히 발끝만 보며 말이 없었다.
**
“우리가 어른이 되면 여기서 나가기로 하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뭘 듣고 왔어.”
“응?”
“도대체 뭘 보고 와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그거야…….”
작은 손으로 패드를 만지작거리던 녀석은 뉴트의 한마디를 듣고 나서야 웃었다.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녀석들은 서로 등을 맞댄 채 소리 없는 웃음을 지었다. 토마스가 이곳에 오는 날은 연구원들이 들어오지 않았고, 귀찮게 실험을 하지도 않았다.
“어른이 되면, 치료제를 찾고, 네 손을 잡고 같이 나갈 거야.”
“나가면? 나가서 뭐해?”
“작은 집을 짓고, 잔디가 가득한 정원을 만들고, 옆에 밭을 만드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라니. 거기서 둘이 사는 거지.”
“되게 쓸데없는 생각이다.”
“그런가.”
냉랭하게 말하는 뉴트와 달리 여전히 생글거리며 웃던 토마스는 잠시 패드를 내려놓은 채 눈을 감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뉴트는 길고 짙은 속눈썹을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십 년쯤 지나면 우리는 어른이 되어있을 거야.”
“아닐 거 같은데.”
“아냐. 십 년이면 충분해.”
“이상한 녀석이야.”
“그리고 강아지도 키우고, 길고 끝없는 정원을 걷기도 하고. 그냥 그러면서 사는 거야 어때?”
“토마스…넌 말이야.”
“응?”
뉴트는 잠시 할 말을 고르고 있었다. 이곳 밖으로 나가면 무슨 상태인지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다 보고 온 것일까.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각자 사연을 가지고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항상 맑은 곳에서 비가 오면 잠시 처마 밑에 서 있다가, 다시 날이 개면 숲 속으로 걸어가기도 하고…그냥 그렇게 둘이 살고 싶어.”
“…….”
“어른이 되면 말이지.”
“어른…이라.”
“내가 꼭 데리러 갈 거니까. 그때 까지 기다려 줘야 해?”
“…어디 가?”
그게. 토마스는 금방 시무룩해졌다.
“치료제를 찾으러 가.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래. 그리고 이걸 찾아야 우리가 모두 살 수 있다고 했어.”
“…….”
“그러니까. 뉴트 꼭 나를 잊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알아볼 거니까.”
“그래.”
“응. 고마워.”
십 년 후 어른이 되어서 만나자는 약속을 몇 번이나 강조하던 작은 녀석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자주 못 올 수도 있어. 잔뜩 시무룩한 얼굴을 보던 뉴트는 괜히 볼을 쓸어주고 눈을 마주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몇 명의 아이들이 연구소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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