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리토마스/갤톰] The day when we first met 004
+) NOTICE
플레어가 나타나지 않은 현대 aU입니다
갤리는 인테리어 가게 사장 , 토마스는 위키드 연구소 직원입니다
실제 영화와 본 회지상의 나이 설정이 다릅니다
첫 만남 당시 나이차 갤리 >>> 토마스 >>>>>>>>>> 민호 뉴트
토마스가 어린 민호와 뉴트를 키우는 싱글 파파로 나옵니다.
셋은 혈연 관계가 아닙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책은 금수본이 될 예정입니다만, 샘플은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The day when we first met 003
그런 갤리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마스는 무사히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다 들고 오지도 못할 만큼의 물품이 따로 도착할 예정이었다. 한참 끌려다니기 시작하고 한 시간이 지나자마자 이미 모든 정신이 휘발된 녀석은 내내 정신이 없었다. 사실 제대로 된 지식이 없으니 다 좋아 보이고, 괜찮아 보일 뿐이었다. 물론 그런 토마스와 달리 여성 연구원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치 자기 아이 용품을 고르는 것처럼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고 놔주지 않았다. 결국, 강제로 주입된 각종 정보를 복습하고 나서야 간신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내내 방글거리며 웃는 민호는 한결 편안하게 안겨서 잠이 들어 깨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민호가 깰까 싶어 빨리 걸을 수 없었다. 발끝으로 살금살금 걷던 토마스가 품 안에 아이를 보고 다시 한 번 웃었다.
“뭔가 굉장히 바빴는데.”
“…….”
“많이 힘들었나.”
몇 번 민호 등을 토닥거리던 토마스가 소파에 앉았다. 아. 절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젠 시끄러운 인파 속에 있지 않았지만, 아직도 귓가엔 그때 들리던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것 같았다.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고 시끄러운지. 토마스는 온종일 다녀도 도통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젠 그만 집에 가고 싶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그렇게 끝날 것 같지도 않았다. 푹신한 소파에 온몸을 묻고 있으니 저절로 눈이 감겼다.
“같이 잘 살아야 할 텐데.”
물론 모든 사람이 걱정하는 말이었지만, 토마스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모든 것이 평탄할 거라곤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 책임지기로 한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주리라 마음먹었다. 가족이란 단어가 아직은 조금 어색했다.
아직 말도 트이지 않은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던 토마스는 아이를 안고 일어섰다. 아기 침대가 빨리 와야 할 텐데. 일단 아쉬운 대로 침대 위에 눕혀 놨다. 추울까 싶어 이불까지 덮어준 토마스는 할 일을 하려 했지만 계속 걱정이 되어서 도저히 침대 곁을 떠날 수 없었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책상에 앉았다. 십 초. 삼십 초. 일 분. 오 분도 채 넘기지 못하고 온갖 나쁜 상상이 머리를 잡아먹을 것 같았다. 애써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슬슬 한계인지, 토마스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 다리를 덜덜 떨면서 끙끙거리던 녀석은 결국 참지 못하고, 패드를 들었다. 그리고 침대 방으로 넘어왔다.
“안 되겠어.”
아무 일 없이 눕혀둔 그대로 잠을 자는 민호를 보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아이는 눈을 떼면 안 되는 거야. 무슨 일이 날지 모르거든. 그 말이 왜 그렇게 기억에 남았는지 알 수 없었다. 옆에서 맞장구를 치며 웃던 사람 때문일까. 조금이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다칠 것 같은 불안함에 토마스는 침대를 떠날 수 없었다.
“여기서 해야겠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자세로 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영 자세가 못마땅한지 이리저리 뒤척거리던 토마스는 결국 베개는 등 뒤에 끼워 넣고 나서야 좀 편해진 눈치였다. 아이고. 짧게 한숨을 쉬고 패드를 켠 채 한참 동안 뭔가를 뒤적거렸다.
“…….”
하지만 정신은 온통 시계에 가 있었다. 분명 배달이 올 시간이 된 거 같은데, 아닌가. 맞나. 눈만 패드에 가 있을 뿐 계속 바깥에서 나는 소리에 신경을 쓰던 토마스는 밖에 초인종이 울림과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무릎에 얹혀있던 패드가 침대 위에 퍽 엎어졌다.
“흐앙.”
“아…미안.”
작은 반동에 반쯤 잠이 깬 민호가 칭얼거렸다. 토마스가 잔뜩 눈썹을 늘어뜨리며 민호의 등을 토닥였다. 간신히 울음이 잦아드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급하게 거실을 가로질렀다. 다시 한 번 초인종이 울리자 저 소리에 민호가 깰까 싶어 반쯤 나는 것처럼 달려가 문을 열었다.
“아, 들어오세요.”
커다란 상자가 문 앞에 가득 쌓여있었다. 꽤 무거운 소리가 집 안에 쿵쿵 울렸다. 엄청난 물건과 상자를 가지런히 쌓아준 직원은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토마스는 잠깐 고민하며 상자 더미를 바라보았다. 아, 이걸 다 어떻게 하지. 혼자 끙끙 앓으며 고민을 해봤지만, 아무리 봐도 오늘 민호가 잘 침대 하나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쩌지.”
머리를 긁으며 고민하던 토마스는 결국 다시 한 번 프라이네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쭈뼛거리며 말을 더듬거리는 토마스를 보던 프라이는 사람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부탁이 익숙하지 않은 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갈라지는 입술 끝으로 도움을 청했다. 물론 바쁘다고 할 수 있지만, 품 안에 안고 있는 아기한테 자꾸 눈이 갔다. 안 그래도 추운데 왜 자꾸 저렇게 데리고 다니는지. 프라이는 괜히 걱정을 사서 하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혼자 사는 거 같더라. 아이가 어리더라. 온갖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 차기 시작하자 프라이는 급히 입을 열었다.
“조립? 그러지 뭐.”
“아, 감사합니다.”
“이웃 좋다는 게 이럴 때 하는 말이지. 잠시만.”
토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프라이는 바삐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약간 남은 샌드위치를 꺼내왔다. 그걸 토마스 품에 안겨준 다음 빨리빨리 재촉하며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프라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양의 박스에 약간 질린 표정이었다. 가장 커다란 상자는 분명 아기용 침대일 것이 분명하고, 그 옆에 쌓인 것들은 지금부터 내내 쓸 생필품이었다. 한발 늦게 문을 닫고 들어온 토마스는 괜히 민망한 표정으로 헛기침했다.
“빨리빨리 해야 오늘 잘 수 있지 않을까?”
“네? 네.”
토마스가 그 한마디에 퍼뜩 정신이 든 것처럼 민호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분명 무거울 테니 침대 방으로 상자를 끌고 와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칭얼거리며 안아달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네. 프라이의 말에 잠깐 웃던 토마스는 조립할 물건을 열심히 꺼냈다.
혼자서는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둘이 손을 대기 시작하니 그래도 진전이 있었다. 프라이도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지 알 수 없었다. 침대 프레임을 조립해서 세우고 위에 푹신한 매트리스를 얹었다. 손으로 꾹꾹 눌러보던 프라이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허리를 폈다. 뒤따라 침대를 쓰다듬는 토마스의 얼굴에도 한껏 만족스러움이 묻어났다.
“이 정도면 될 거 같은데.”
“감사합니다.”
“오늘 이거 조립 못 했으면 어쩌려고 했는지, 원.”
“침대에서 같이 잤겠…죠?”
“오늘 완성해서 다행이네.”
“…….”
프라이는 뻐근한 어깨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제법 힘이 들어가는 조립이었는지 온몸 근육이 고통을 호소했다. 토마스는 완성된 아기 침대를 질질 끌어 자기 침대 옆에 붙여놓았다. 그러더니 뿌듯한 표정으로 매트리스를 몇 번 눌렀다. 그리고 한쪽에 쌓아둔 작은 아이용 이불과 베개를 조심스럽게 침대 안으로 옮겼다.
“…….”
“아, 혹시 먹을 건 좀 있어?”
“네?”
어느새 말이 편해진 프라이가 친근하게 물었다. 토마스는 놀란 눈을 깜박거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럼 뭐라도 좀 만들어 두고 갈까? 아이…아니지 민호는 초기 이유식해야 하는 정도인 것 같은데.”
“아마…맞을 것 같아요. 이것저것 사러 가면서 들었으니까.”
“그럼 됐네. 아이 침대에 눕혀보고 맘에 드는지 좀 살펴보고 있어. 난 잠시 부엌 실례 좀 해도 될까.”
“네…물론이죠.”
프라이는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거한 요리를 만들어놓고 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하루 정도는 먹을 만한 음식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냉장고는 여전히 음식재료만 가득했다. 그나마 재료라도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것저것 재료를 꺼내보던 프라이는 잔뜩 피어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저번보다 꽤 많네.”
일단 아이용으로 만들 이유식 재료를 꺼냈다. 라이스 시리얼 종류가 있으면 편할 텐데, 보이지 않았다. 일단 아쉬운 대로 감자와 당근을 꺼냈다. 이쪽은 푹 삶아서 곱게 으깨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그리 어려울 것이 없었다. 냄비에 물을 담아 불에 올려놓은 프라이는 물이 끓기를 기다리면서 토마스가 먹을 만한 음식을 고민했다.
“흠. 뭐가 좋으려나.”
가볍게 파스타나 샌드위치 종류를 만들까 싶었다. 냄비 안에 담긴 물이 조금씩 부글부글 거품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다 침대 방을 향해 조용히 토마스를 불렀다.
“토마스!”
“네?”
“파스타가 좋아, 아니면 샌드위치가 좋아?”
“어, 전 샌드위치요!”
“알았어.”
딱히 고민하지 않고 메뉴를 선택하자 프라이는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프라이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를 한 귀로 듣던 토마스는 다행히 아직 깨지 않은 민호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마음에 들까.”
침대에 눕히고 아기용 이불을 덮어주자 몇 번 뒤척거리던 아이는 순하게 잠이 들었다. 다행이다. 그래도 민호가 잘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안도감에 절로 다리가 풀렸다. 침대에 그대로 주저앉은 토마스는 멍한 표정으로 내내 아이를 바라보았다.
“다했어?”
“…네.”
“잘됐네. 다했어. 밥 먹고 또 하지?”
“…….”
어느새 친근하게 말을 거는 프라이가 침실을 들여다보았다. 새근새근 아기 숨소리가 들리는 방은 나름 평화로웠다. 물론 바닥에 잔뜩 널브러져 있는 박스와 스티로폼의 흔적을 제외하면 말이다.
“일단 먹고 천천히 치우도록 해. 오늘 저거 다 치우려면 밤에 잠도 못 잘 것 같으니까.”
“…….”
“이리와. 뭐해?”
프라이가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토마스는 생각보다 얌전히 프라이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식탁에 대충 걸터 앉아있다가 뭔가 생각난 듯 냉장고로 걸어갔다. 몇 번 뒤적거리더니 뚜껑을 따지 않은 주스를 두 병 들고 왔다. 어색하게 프라이에게 주스를 건넨 토마스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식탁에 놓여있는 접시를 바라보았다.
“뭐해. 먹어.”
“…….”
“아이가 잘 때 먹어야지. 일어나면 또 바빠진다니까.”
“그렇구나.”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던 토마스는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주 잠깐 흐르던 평화의 기운도 잠시 침실에서 들리는 울음소리에 벌떡 일어난 토마스는 쌩하고 달려갔다. 좀처럼 잠이 들지 않는지, 결국 칭얼거리는 아이를 품에 안고 나타난 토마스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손 타기 시작하면 힘들 텐데. 토마스는 민호를 어르며 급하게 밥을 씹어 넘겼다. 예상보다 늦게 집으로 돌아간 프라이는 몇 번이나 아쉬운 듯 토마스의 집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
***
“…뭐?”
“뭐긴 뭐야. 어제 그 집에 갔었다니까?”
“그냥 호구를 잡혔네.”
“갤리.”
“호구 맞다니까. 정신 차려. 언제까지 그렇게 인심 좋게 퍼주고만 살래. 내 친구지만…참.”
“…….”
안 그래도 궁금해하는 눈치라 한마디 건네 본 것인데 확실히 괜한 말을 했나 싶었다. 하여튼 좋은 소리를 못하게 하네. 프라이는 얌전히 밥이나 먹으라며 종이 박스를 갤리 코앞에 들이밀었다. 종이 박스 안에 들어있는 파스타를 포크로 쿡쿡 찍던 갤리는 그런 프라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완전히 쓰레기는 아닌가 보네.”
“…응? 무슨 소리야?”
“애 엄마가 없는 걸 보니 분명 사고를 친 거잖아. 그래도 자기 새끼라고 거두고 있는 걸 보면 나쁜 놈은 아닌 거 같네.”
“…….”
“물론 육아 상식이 전혀 없는 거 같긴 하지만.”
“남의 일에 신경 쓰는 건 오히려 네가 더 심하다.”
“내가 뭘.”
툴툴거리며 파스타를 퍼먹기 시작하는 갤리를 바라보던 프라이는 괜히 입맛을 다셨다. 안 그래도 둘이 잘살고 있을지 궁금해지던 참이었는데, 저런 소리를 듣고 나니 좀 더 마음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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