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3
+) NOTICE
메이즈 인더 트랩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엠프렉과 2세 언급이 있으니 해당 설정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피주세요!
둘이 멀쩡하게 연애하는게 보고싶어서 시작한 평범한 세계 AU 입니다.
전 작에서는 대학생 이었지만 지금은 뉴트는 모델, 토마스는 연구원으로 나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전작에서 이어지는 같은 커플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느정도까지 연재 후 뒷부분을 추가해 회지로 만들 예정입니다.
책이 나와도 연재한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물론 이 걱정은 또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토마스 때문에 이상하리만큼 간단히 해결되었다. 아니 해결되었다기 보다는 불시에 터졌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몰랐다.
뉴트는 항상 인생을 살면서 원하는 대로 굴러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하곤 했다. 아무리 시간 단위로 빡빡하게 계획을 세운다 해도 어느 한 곳에선 분명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터질 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 점에서 토마스와 다르긴 했다. 토마스는 연구과 실험을 하는 것처럼 인생도 착실하게 준비하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뉴트는 제대로 듣지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뉴트는 나중에 꼭 생각하지 못한 일을 겪으면 내 생각을 하라며 웃곤 했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처럼.
“…응?”
뉴트는 잠깐 가물거리던 의식을 잡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한 방에 앉아있으니 절로 잠이 밀려오고 있었다. 샌드위치를 사러간 것인지, 아니면 빵부터 만들러 가버린 건지. 매니저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뉴트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잘못 들었나.”
아무래도 혼자 시름시름 졸고 있자니, 꿈이라도 꾼 것 같았다. 반쯤 흘러내린 담요를 끌어올리던 뉴트의 눈엔 잠이 잔뜩 매달려 있었다. 금방이라도 다시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멀리서 들리는 소음에 자꾸 잠이 달아났다. 으으. 결국,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
초인종 소리가 맞았다. 누군가 끊임없이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이제야 귓가에 시끄럽게 울리는 벨 소리가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뉴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당장 내려와서 걸어갈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소리를 지른다 해도 문밖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들릴 리도 없었다.
“…누구지.”
토마스라면 분명 알아서 카드를 찍고 들어올 것이고, 매니저였다면 뉴트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저렇게 시끄럽게 할 리도 없었다. 이쯤 되니 기삿거리 하나 쓰려고 달려온 기자가 아닐까 했다. 꽤 신빙성 있는 생각에 뉴트의 눈썹이 절로 치켜 올라갔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인기척을 내는 것은 좋지 않았다.
“저러다 지치면 가겠지.”
뉴트는 혀를 쯧쯧 차며 귀를 막았다. 저렇게 시끄럽게 굴 정도면 누군가 와서 막을 법도 한데 참 이상했다. 매니저라도 돌아오면 쫓아내라고 할 텐데, 이 사람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참 오늘 하루는 뭔가 단단히 꼬여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날이 분명했다. 몸은 아프고 잠은 오는데, 바깥은 시끄럽기만 했다.
“형은 도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
쿠션으로 귀를 막고 끙끙거리던 뉴트는 조금이라도 시끄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돌아누웠다. 매니저가 돌아오면 수습해 주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언젠간 그만두겠지. 그런 생각만 했다.
“…….”
몇 번이나 속으로 시끄럽다는 소리를 삼켰는지 알 수 없었다. 소리를 쳐도 들릴 리 없고, 막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점점 멀어지는 의식 너머로 여전히 초인종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분명 주먹으로 문을 쿵쿵치는 것 같은데. 그 이후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뉴트…뉴트!”
“…….”
“일어나봐.”
“응? 누구…….”
잠이 잔뜩 들어붙어서 늘어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하고 이불을 당겨 덮은 뉴트는 대충 응응 대답만 하면서 다시 돌아 누우려했다. 그 순간 뉴트의 몸이 홱 돌아갔다.
“일어나 뉴트!”
“…….”
“일어나!”
“알았어, 토마스. 오 분만 더,”
“…….”
“…어?”
“뉴트.”
“토마스??”
눈이 번쩍 뜨였다. 그와 동시에 누워있던 뉴트가 펄쩍 뛰었다. 잠이 떨어지지 않아 마냥 흐린 눈에 어른어른 익숙한 모습이 들어오자마자 말문이 턱 막혔다.
“…언제 온 거야?”
“방금.”
“일 많다며?”
“뉴트 보고 싶어서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밤낮없이 달렸거든. 내가 좀 머리가 좋잖아.”
“…….”
“왜 그래?”
“…….”
뉴트는 말이 없었다. 토마스는 초조한지 눈썹을 축 늘어뜨리면서 끙끙거렸다. 왜 저러지. 뉴트의 까만 시선이 저 멀리 다른 곳을 본 순간 토마스는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들었다.
“내가 일찍 온 게 싫어?”
“아니…그럴 리가. 나도 보고 싶었어.”
참 기계처럼 말한다. 아무리 토마스가 기분 변화를 잘 읽어내지 못한다 해도 이 정도도 모를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계속 말을 시키고 시킬수록 뉴트의 목소리가 점점 딱딱해졌다.
“정말 보고 싶었어?”
“그럼.”
“근데 왜 눈을 똑바로 안 봐?”
“내가…언제 그랬어.”
“바로 지금.”
이럴 땐 참 눈치가 빨랐다. 뉴트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빤히 바라보던 토마스가 슬슬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지 눈을 깜박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뉴트가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순간은 너무 빨리 찾아왔다.
***
“왜 나한테 말을 안 했어.”
“…….”
“뉴트. 빨리 내 눈 보고 말해봐. 왜 연락을 안 했냐고 묻고 있잖아.”
“…그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
이럴 줄 알았다. 분명 왜 따돌리냐고 금방이라도 왁왁 소리를 지를 것이 분명한데, 뭘 그렇게 고민했을까. 뉴트는 며칠간 고민하던 날을 그대로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변이 조용했다. 매니저는 일찌감치 토마스를 피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곤 괜히 컵을 꺼내 설거지를 하다가 이젠 쓸데없이 이불을 갠다며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 부산스러운 상황에도 토마스는 한마디 말을 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물고 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잔뜩 부어오른 볼을 보고 있으니, 화난 것은 확실한데. 잘못한 사람이 자신이니 뭐라고 한마디 할 수조차 없었다. 뉴트는 내내 한숨만 쉬었다.
“솔직히 너무 하다고 생각해.”
“…….”
“이런 건 빨리빨리 이야기해주면 내가 시간을 잘 조정해서 금방 돌아오잖아. 그런데 왜 숨기고 말을 안 하는 거야?”
“그거야…….”
“봐봐. 항상 그러잖아. 이젠 날 어린애 취급하는 건 그만하면 좋겠어.”
“…응?”
뉴트는 뜬구름 잡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어디로 대화의 주제가 튄걸까. 잠깐 미안함을 꾹꾹 누르는 사이 이 대화의 물꼬를 영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녀석은 내내 진지했다. 이렇게 된 김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보라는 표정을 짓던 뉴트는 자세를 조금 고쳐앉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뉴트는 항상 날 어린애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을 안 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자꾸 숨기려고 하잖아. 내 일정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말이야.”
“…….”
그거야 네가 정말 연구소를 뛰쳐나오기 때문이잖아. 뉴트는 저런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장단을 맞춰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토마스는 이제 뉴트가 다친 것보다 예전부터 쌓인 일을 풀려고 하는 것인지 말이 점점 길어졌다.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아니라면 자꾸 이렇게 숨기고 나중에 슬그머니 알려줄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이번만 해도 그래. 다쳤으면 다쳤다. 그렇게 한마디라도 해줄 수 있는 거잖아.”
“토마스.”
“…응?”
“그래. 토미.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숨기고 싶어서 숨겼겠어? 나도 며칠 동안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했단 말이야.”
“…도대체 그 고민을 왜 하는지 난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거 있지.”
“그래서 말해주려는 거잖아. 넌 내가 숨겼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때 상황이 어쩔 수가 없었어. 넌 바빠서 연구소에서 나올 수 없는 상태라고 했잖아. 그런데 내가 이런 일로 연락을 하면 제대로 일이 될 것 같아?”
“그거야…….”
자신감에 차있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아무리 아니라도 하지만, 자신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법이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대학 때도 똑같았다. 토마스는 변하지 않았고, 항상 비슷한 녀석이었다. 아마 이 일을 알았다면 그 순간 연구소를 빠져나오고 싶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분명 내가 이 일을 알려준 이후로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전전긍긍했을 거야. 안 그래?”
“…그렇긴…하네.”
“그렇게 된다면 분명 그 바쁘다는 일은 쭉 밀리게 되겠지? 일이 밀린다는 소리는 예상한 날짜를 맞추지 못한다는 거고. 결국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는 소리잖아. 난 그런 거 싫어해. 그래서 좀 천천히 말하려 했어.”
“…하지만.”
어지간히 억울한 모양인지 볼이 또 부루퉁하게 부어올랐다. 이번에도 어쩐지 어린애 취급을 당한 것 같은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괜히 옷을 쥐었다 놨다 구깃구깃 주름만 잔뜩 만들었다. 그런 토마스를 보던 뉴트는 잔뜩 날 서게 올라가 있던 눈썹을 늘어뜨리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지금 알았으면 되는 거잖아.”
“많이 다친 거야?”
“…좀? 한참 집에 있어야 한다던데.”
“집에?”
“발을 디디지도 못하고, 편하게 걸을 수도 없으니까. 이런 다리로는 화보 촬영도 무리고.”
“그렇구나.”
“뭐야.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아무것도 아니야.”
“수상한데.”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정말이야.”
물론 뉴트는 그런 말을 하나도 믿지 않았다. 왜냐면 그 말을 듣는 순간 토마스의 눈이 살짝 빛난 것을 똑똑히 봤기 때문이었다. 뉴트는 애써 잘못 본 것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왜냐면 이제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나 잘 알았으니까.
뭐 일이 어떻게 흘러갔던 토마스는 오래간만에 본 뉴트가 마냥 좋은지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겨우 이주도 안되는 시간 동안 떨어져 있었는데, 꼭 십 년은 못 만난 사람처럼 굴었다. 어이고. 뉴트의 입에선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얼굴을 잊어버린 것처럼 내내 눈을 맞추던 녀석은 어느새 잔뜩 웃고 있었다.
“그렇게 좋아?”
“뉴트는 안 좋아?”
“…아니.”
“뉴트가 좋아하는 만큼 나도 좋아해.”
“이러고 싶어서 연구소에 어떻게 박혀있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매일매일 이렇게 집에 오고 싶지.”
“그게 신기하단 거야.”
이런 농담을 주고받는 동안에도 토마스는 뉴트의 손을 덥석 잡고 조물조물 문질렀다. 매끈한 피부 아래로 도드라진 뼈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손바닥을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 뉴트는 눈을 찌푸렸다. 토마스의 손에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한다. 맘대로 해라. 그러다 결국 지는 쪽은 뉴트였다. 양껏 만지작거리면 그만두겠지. 그런 기분이었다.
“왜 또 그렇게 보는 거야?”
“응?”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던가. 그렇게 잔뜩 뭔가 품은 눈으로 바라보면 부담스러워.”
“…….”
“내가 맞지?”
“…응.”
“하여튼 너도 참 안 변한다.”
“뉴트는 변했어?”
“글쎄다.”
뉴트는 끙끙 소리를 내며 다리를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은지 결국 되는대로 소파에 몸을 맡겼다. 그 뒤쪽 공간에 냉큼 올라앉은 녀석은 뉴트를 와락 껴안았다. 음. 좋다. 조심스럽게 배 위에 깍지를 꼈다. 바짝 마른 근육이 그대로 느껴지는 어깨부터 따끈따끈한 배까지. 싫은 부분 하나 없었다. 쿵쿵 뛰는 반쪽의 심장 소리가 토마스한테 들렸다. 그나마 예전처럼 치대지 못하는 것은 뉴트의 다리 때문이 분명했다. 배 위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이 간지러운지 뉴트는 몇 번 찰싹찰싹 토마스의 손을 때렸다. 그러더니 그대로 두 손을 붙잡고 킬킬 웃었다. 토마스의 품에 완전히 늘어진 뉴트는 고개를 들었다.
“…음.”
“왜?”
“새삼스럽게 얼굴을 보니까 좀 괜찮은 거 같아서.”
“뭐?”
“아니야.”
뉴트의 눈이 휘어졌다. 푸르르 볏짚마냥 마른 머리 사이로 높게 솟은 코가 보였다. 그리고 긴 속눈썹도. 입술도. 하나하나 뜯어보던 뉴트는 한숨을 쉬며 손을 뻗었다. 손끝에 토마스의 볼이 닿았다. 두 손으로 한가득 볼을 잡으면 파르르 속눈썹이 떨렸다. 으이그. 자꾸 혀만 차는 뉴트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토마스는 손바닥에 코를 묻었다.
“왜 그래?”
“새삼스럽게 잘생겨서 그런다.”
“…….”
“내가 못할 말이라도 했어?”
“아냐. 그러니까.”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을 숨길 줄도 모르면서 토마스는 아니라고만 한다. 어이고. 두 번째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둘이 깨가 쏟아지는 동안 집안을 정리하던 매니저는 뉴트 품 안에 샌드위치를 휙 던져줬다. 뉴트는 이제야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너희 둘은 평생 같이 살아야겠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렇게 둘이 죽고 못 사는데, 너희한테 그렇게 맞춰줄 사람이 세상에 둘 일 거 같진 않아서 하는 말이야.”
“…….”
“평생 둘이 행복하게 사세요. 다른 사람들 귀찮게 하지 말고. 예를 들어 나라던가.”
“…아, 형!!”
“그럼 난 간다? 자잘한 건 토마스보고 좀 도와달라고 해.”
매니저는 한마디 듣기 전에 날쌔기 겉옷을 낚아챘다. 뉴트가 토마스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움직이는 사이 벌써 문을 열고 있었다. 나중에 보자. 연락할게! 그 한마디를 끝으로 문이 쾅 닫혔다. 갑자기 둘만 남은 집안에 바깥 공기가 냅다 밀려들어 왔다. 순간 말이 없어진 둘은 굳어버린 것 같았다. 뉴트의 품에 간신히 걸려있던 샌드위치 봉투가 와작와작 소리가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아.”
“샌드위치 다 뭉개졌겠다.”
“대충 먹지 뭐.”
“뉴트는 나랑 헤어질 거야?”
“또 무슨 소리야. 너 방금 삼천포로 빠졌지?”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매니저 형이 이런 사람 둘일 리 없다잖아.”
“그건 맞는 말이야.”
“…….”
“…나같은 성격도 세상에 한 명 더 있으면 귀찮겠지.”
알 듯 말 듯한 소리였다. 하지만 토마스는 더는 캐묻지 않았다. 손끝으로 간신히 샌드위치 봉투를 들어 올렸다. 오늘이야 대충 이렇게 먹고 자면 될 것 같은데 내일은 어쩌지. 뉴트는 또 걱정이 늘어졌다. 그런 뉴트의 입에 샌드위치를 물려준 토마스는 눈으로 웃으면서 손으론 부지런히 봉투를 뒤졌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지 뭐.”
“어 정알. 자우 이러어야?”
“먹으면서 말하지 마. 뉴트.”
뉴트의 눈이 날카롭게 길어졌다. 하지만 맞는 말이었는지 열심히 샌드위치를 씹었다. 토마스가 분명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좀처럼 그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불안하다. 불안해. 뉴트의 머릿속엔 본능이 소리치는 목소리가 가득 쌓였다. 정말 불안했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십분? 아니면 이 십분. 금방이라도 폭탄이 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토마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 불안하다.’
뉴트는 정말 불안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저 녀석은 한다고 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마는 성격이었다. 그것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만 골라서 말이다. 어차피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이 분명하니 긴말 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굉장히.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너 또 이상한 계획 꾸미고 있지?”
“내가? 왜?”
“날 보고 웃잖아. 그런 표정 짓고 나면 분명 큰일이 터지더라.”
“으음. 아닌데. 그런 거 아니야.”
“…….”
“정말이라니까. 몸만 간신히 도망친 불쌍한 연구원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토마스는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때마다 뉴트는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서 코를 때렸다. 아야. 토마스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뉴트는 한 번 더 손가락을 튕겼다.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아파!”
“아프라고 했어.”
킬킬 웃는 녀석을 다시 소중하게 보듬어 안은 토마스가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다리는 잘못 움직이면 큰일 난다고 몇 번이나 말했더니, 금방 깨질 것 같은 유리처럼 대했다. 뉴트는 그런 모습이 못마땅했지만, 지은 죄가 있으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긴장이 풀리니 잠이 쏟아졌다. 꾸벅꾸벅 조는 뉴트를 깨워서 씻으라고 화장실로 끌고 갔다. 어떻게 씻고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것 같았다.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몸을 부축해 침실로 갔다.
“나…졸려.”
“나도. 잘자. 뉴트.”
“응. 토마스. 너도,”
점점 늘어지는 목소리가 어느 순간 전원이 꺼진 것처럼 툭 끊겼다. 달라진 것은 거의 없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고른 숨소리가 서로 겹쳐 흐르다 조용히 이불 위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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