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6
+) NOTICE
메이즈 인더 트랩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엠프렉과 2세 언급이 있으니 해당 설정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피주세요!
둘이 멀쩡하게 연애하는게 보고싶어서 시작한 평범한 세계 AU 입니다.
전 작에서는 대학생 이었지만 지금은 뉴트는 모델, 토마스는 연구원으로 나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전작에서 이어지는 같은 커플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느정도까지 연재 후 뒷부분을 추가해 회지로 만들 예정입니다.
책이 나와도 연재한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뉴트의 다리가 거의 다 나았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토마스가 연구소에서 뛰어왔다. 얼마나 트리사한테 들들 볶였는지, 눈 밑이 퀭했다. 하긴 이 정도만 한 게 어디냐. 뉴트는 당장 죽어 넘어갈 것 같은 얼굴을 보면서 웃었다. 물론 그런 뉴트를 보며 퉁퉁 불어버린 녀석은 내내 툴툴거렸다.
토마스가 연구실에 잡혀있는 동안, 뉴트는 트리사와 연락을 텄다. 물론 반쯤 강제로 토마스에게 강요한 것이긴 했다. 도대체 연락이 안 되니 친구 번호라도 내놓으라는 말에 답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뉴트한테 졌다.
반쯤 울면서 트리사의 번호를 바친 토마스는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 감시하려는 거 아니지? 겨우 물어본다는 소리가 저런 거였다. 뉴트는 의미를 알 수 없게 웃고 있었다. 토마스가 끌려간 이후 트리사와 한 번 두 번 연락하던 뉴트는 어느새 둘이 꽤 친해졌다. 알고 보니 트리사도 토마스와 꽤 오래 지낸 사이였다. 그리고 뉴트도 알고 있었다.
‘저번 눈 올 때 맞지.’
‘…응?’
‘그 우산 들고…….’
트리사가 이 말을 하자마자 뉴트는 놀라서 소파에서 굴러떨어질 뻔 했다. 천천히 말을 주고받다 보니 제법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대부분은 토마스에 관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트리사가 너 잠도 안 자고 연구만 한다고 걱정하던데?”
“…그런 거 아니야.”
“정말?”
“가끔? 매일 그러진 않았어.”
“나중에 한 번 같이 놀러 오라고 해. 응?”
“내가 왜.”
토마스는 입이 이만큼 나왔다. 하긴 토마스를 진정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총장님은 오냐오냐하면서 예뻐하는 축이었고, 잰슨은 얼굴이 보이기만 해도 토마스는 백 미터 밖으로 도망가기 바빴다. 트리사는 토마스가 혼자 연구소에서 자랄 때 뒤늦게 들어온 친구라 했다. 또래 친구가 생긴 것만으로도 좋아서 이리저리 장난을 치다 한번 대차게 머리를 잡힌 후 꼼짝도 못 하게 됐다고 트리사가 말해줬다.
“트리사 무섭단 말이야.”
“…네가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어?”
“그럴 수도 있지.”
이미 트리사보다 키는 훌쩍 크면서 내내 힘을 쓰지 못한다. 어렸을 때,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컸던 여자아이를 영 잊지 못하는 것 같았다. 뉴트는 토마스의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마냥 재밌어했다. 어릴 때 TV에서 잠깐 인터뷰를 본 것과 대학에서 있었던 모습. 뉴트가 아는 건 그뿐이었기 때문에 좀 더 깊이 알고 싶었다.
뉴트가 아는 녀석은 항상 뭔가에 몰두하면 다른 걸 다 내팽개치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트리사가 가끔 등을 두르려 주면서 주위 환기를 시켜주곤 했다. 뉴트라고 연락 하나 없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트리사랑 이것저것 연락을 하고, 토마스가 뭘 하고 있는지 희미하게나마 알게 되자 조금 더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트리사 무섭단 말이야.”
“내가 이야기 좀 해보니까, 전혀 아니던데?”
“…….”
“안 그래?”
“안 그래.”
진심인가 보다. 뉴트는 속으로 웃었다. 다행히 잘 낫지 않는다고 걱정하던 다리는 시간이 좀 지나자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부목을 떼고 압박붕대로만 단단히 묶은 채 살살 걷는 연습을 하던 뉴트는 이제야 좀 몸이 풀리는지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했다. 여전히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던 토마스는 또 쪼르르 달려와 옆에 서 있었다.
“이제 괜찮대.”
“트리사한테 들었어.”
“…근데 표정이 왜 그래?”
귀신같이 알아챈 뉴트가 되물었다. 이럴 땐 아니라고 도리질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토마스는 순순히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트리사한테 들어서.”
“그거야 네가 연락을 안 받았잖아.”
“…….”
“맞지? 내가 전화도 하고 메시지도 보냈어.”
“그렇긴 하지만…….”
“정말 연구원 하기엔 딱 맞는 성격인데, 연애까지 하려니 힘드시나 봅니다. 우리 좀 떨어져 있을까요?”
“응?”
“그쪽이 나으려나.”
“아니라니까.”
그 한마디에 뉴트는 춤을 추는 것처럼 휙 돌았다. 자연스럽게 뉴트의 손을 받아든 토마스는 몇 번 스텝을 맞춰주더니, 슬슬 소파 쪽으로 끌고 왔다. 또 이런다. 속으론 다른 생각을 하지만 얌전히 따라왔다. 뉴트를 소파에 앉히고 나서야 안심이 되는지 그 옆에 냉큼 올라앉았다.
“이제 놀러 갈까?”
“응?”
“연구 거의 다 끝났다며. 놀러 가자.”
“뉴트 일은?”
“나도 휴가라는 게 있거든. 갈 거지? 간다며.”
“응. 갈 거야.”
둘은 이마를 맞댄 채 킬킬거리며 웃었다. 또 한 번 화려한 탈주를 기약하던 둘은 옷과 짐을 정리한다며 한동안 부산스러웠다. 물론 가져갈 것은 많지 않았다. 언제 갈 거냐고 묻는 뉴트의 말에 빙글빙글 돌려 대답하던 토마스는 애써 표정을 감추고 있었다. 누가 봐도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아닌 척하는 것도 좀 귀여웠다. 뉴트는 그런 토마스를 품 안 가득 안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다.
“언제 갈 건지 정말 말 안 해 줄 거야?”
“응.”
“미리 말해줘야 내가 연락을 하지.”
“내가 알아서 할게.”
“알아서 하긴.”
괜한 타박이 오고 갔다. 그래도 좋았다. 마냥 좋았다.
***
“…응?”
“깼어?”
“…….”
“여기 어디야?”
“차 안?”
“…뭐?”
“차 안이라니까. 다 와 가.”
“…….”
뉴트는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연신 눈을 깜박였다.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자꾸 눈을 짓누르는 잠을 이길 수 없었다. 비몽사몽 저 멀리서 들리는 토마스의 말을 듣고 있자니 슬슬 현실과 꿈을 구별할 수 없었다. 토마스가 좀 더 자라고 말한 그 순간 의식이 아득히 멀어졌다. 마치 최면에 걸린 것 같았다. 그 말 한마디가 뭐라고. 보통 때면 무슨 일을 꾸미는지 어서 말하라고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었을 것이 뻔한데, 오늘따라 고분고분 조용했다.
“…….”
“뉴트. 자?”
“…….”
“뉴트?”
“…….”
“다행이다.”
토마스는 곁눈질로 뉴트를 바라보며 소리죽여 웃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는 건지. 정작 이번 이벤트의 주인공인 뉴트는 그 이후로 한 번도 깨지 않은 채 얌전히 차에 실려 갔다. 토마스는 뉴트가 수면제라도 먹은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흔들어 깨우긴 싫었다.
‘어차피 도착하면 일어날 테니까 상관없겠지?’
다소 맹랑한 생각과 함께, 쉴 새 없이 달리는 차는 자꾸 집에서 먼 곳으로 가고 있었다. 분명 토마스가 계획한 일이라면 주변 사람들이 알 리 없었다. 워낙 성격이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었다.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해야 했다. 물론 그런 집중력은 타고나야 하지만, 그 능력을 얌전히 연구에 쓰지 않고 자꾸 다른 곳에 사용하려 하니 주변 어른들은 매일매일 한숨만 늘어갔다.
잠깐 차를 세우고 불편하게 꺾인 뉴트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편하게 눕혔다. 그 와중에도 눈썹만 약간 꿈틀거릴 뿐 일어나지 않는 사람을 보며 토마스는 약간 신기했다. 집에선 그렇게 예민하고 잠귀가 밝았는데, 밖에 나오니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은 자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지금 반쯤 업고 도망가고 있지만 말이다. 약간 추운 것 같아 뒷좌석에 팽개쳐둔 담요를 끙끙거리며 손끝으로 집었다. 집으려 했다. 닿을 듯 말 듯 모호한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간신히 담요 끝을 낚아챈 토마스는 허리를 통통 두드리면서 쭉 끌어당겼다.
“…가져오기 잘했어.”
돌돌 말린 담요를 주섬주섬 편 다음 뉴트의 몸을 푹 감쌌다. 이불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두툼한 담요는 충분히 따뜻해 보였다. 뉴트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지나 담요 안으로 얼굴이 반쯤 사라졌다. 새근새근 숨을 내쉴 때마다 담요 안에서 규칙적인 소리가 들렸다.
토마스는 운전하는 내내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지간하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바깥으로 말하지 않고서 배기지 못하는데, 이번엔 꽤 많이 참았다. 정말 많이 참았다. 물론 뉴트가 알면 안 되는 일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기자들에게 먹잇감을 주기 싫었다. 이런저런 정보가 한번 두번 새어나가기 시간 하면 걷잡을 수 없다. 누구의 입에서 시작됐는지 알 수도 없는데, 가는 길목마다 파파라치들이 와글와글 모여있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좀처럼 말을 할 수 없었다. 몇 번이나 계획은 짜고, 루트를 점검하고 나서야 연구소에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잰슨한테 조금 미안한 것 같기도 하고.”
“…….”
“뉴트한테도 비밀로 하느라, 연구소랑 다른 곳에도 아슬아슬하게 휴가를 낼 수밖에 없었어.”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자꾸 혼잣말한다. 뉴트는 계속 응응 대답만 하다 이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토마스는 그 이후로도 계속 조잘조잘 떠들었다.
물론 휴가 계획서를 받아든 잰슨은 펄쩍 뛰었다. 옆에 있는 트리사는 토마스가 내민 휴가계를 보고 이마를 짚으며 끙끙 앓았다. 어쩐지 열심히 하더라. 트리사는 그렇게 말하고 잰슨의 손에 들려있는 종이를 잽싸게 낚아채 갔다. 어쩐지 십 년은 더 늙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잔뜩 인상을 쓴 채 토마스를 노려보았다.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일단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으니, 답은 두 가지뿐이었다. 허락하거나 아니면 허락을 받지 않고 탈주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이미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토마스 이게 뭐지?’
‘휴가 계획서인데요.’
‘뭐?’
‘이번 일 끝나면 좀 길게 쓸 거라고 미리 말했잖아요. 일도 끝난 김에 미리미리 말하려고 가져왔죠.’
‘…….’
‘결제 안 해준다고 내가 휴가를 안 갈 생각은 아니니까 잰슨이 알아서 해주리라 생각해요.’
남자는 끙끙 앓았다. 이 비글 같은 놈은 잘 키워놨더니 자꾸 뒤통수를 치곤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 녀석이 한 번 마음 먹은 이상 토마스를 이 연구소 내에서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트리사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가늘게 웃으면서 은근히 토마스 편을 들었다.
그랬었다.
“생각보다 조용히 끝나서 다행이야.”
“…….”
“뉴트가 좋아하면 좋겠어.”
“…으응.”
“대답한 거야?”
“응? 으응.”
잠결에 넙죽넙죽 대답하는 뉴트는 담요 속으로 꾸물꾸물 파고들었다. 생각해보면 모델 활동을 하던 때보다 훨씬 편하게 쉬던 상태였는데, 왜 이렇게 피곤해 하는지. 토마스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차라리 뉴트가 잠에서 깼을 때 계획했던 모든 것을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 몇 번이나 혼잣말을 내뱉던 녀석은 운전대를 고쳐 잡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한데, 뉴트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
뉴트가 눈을 떴을 땐,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다. 여기가 어디지. 아직 잠이 채 가시지 않은 눈을 깜박이며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전혀 모르는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때라면 빠르게 생각을 했을 녀석인데, 잠이 깊이들긴 한 모양인지 여전히 약간 멍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뭐야. 토마스 얜 또 어디 갔어.”
당연히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으니, 토마스가 했겠지. 하지만 운전석은 텅 비어 있었다. 낯선 곳에 서 있는 차 안에서 혼자 잠이 깬 뉴트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골 이렇게 세상모르고 잠을 잤는지. 하지만 낯선 곳에서 맘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콩콩.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그러더니 운전석 쪽문을 벌컥 열어 몸을 들이밀었다.
“깼어?”
“토마스?”
“아직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서 혼자 다녀왔어.”
“…뭐? 어딜?”
“우리가 이제부터 눌러앉을 곳?”
“그게 무슨 소리.”
뉴트의 말끝이 흐려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게 무슨 소린지. 당장 알아야겠단 눈빛이 형형했지만, 토마스는 빙긋빙긋 웃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쩐지 소름이 오스스 돋았다. 저 녀석이 저런 식으로 웃을 땐 항상 이유가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별장.”
“별…장?”
“저번에 내가 말하지 않았어? 우리 같이 놀러 가기로 했잖아.”
“…….”
“그게 오늘인 거야.”
“뭐?”
“왜 그렇게 놀라?”
“당연히 놀라지!”
뉴트가 소리를 빽 질렀다. 어쩐지 한동안 조용하다고 했다. 정말 얌전하고, 말도 잘 듣고. 할 일도 알아서 한 것이 이런 일을 꾸미기 위한 초석이었던 걸까. 뉴트의 당황스러움과는 정반대로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는 녀석은 잘못을 아는지 모르는지 넉살 좋게 손을 내밀었다.
“일단 들어가자.”
“너 정말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훌쩍 떠나려고 뉴트 모르게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뭐?”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뉴트 다리가 어느 정도 지나야 나을지. 그리고 뉴트 소속사한테는 뭐라고 해야 할지. 하나하나 준비했다고.”
“내가…정말 미친다.”
뉴트는 토마스의 코를 콱 잡아당겼다. 아야야. 죽는소리를 하면서 끌려갔다. 차 안으로 반쯤 끌려들어 간 녀석은 허리가 굽어질 대로 굽어져서 펴질 못했다. 뉴트는 코를 놔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눈물이 핑 돌았다.
“…아야. 아파. 뉴트. 아파!”
“너 정말. 내가 이러라고 했어. 안 했어?”
“했어! 무례하게 말한 것도 아니고 몰래 하고 싶으니 조용하게 처리해달라고 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그게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난 지금 연애하려고 모든 일을 놔두고 도망친 사람이 된 거라고.”
“…허락받았다니까…아아아. 잘못했어. 안 그럴게!”
“이미 다 저질러 놓고 뭘 안 한다는 거야.”
“아아아. 아파. 뉴트!!”
얼마나 난리를 치는지 차가 다 들썩거렸다. 한참 푸닥거리를 하고 나서야 토마스는 간신히 잔뜩 굽은 허리를 펼 수 있었다. 피가 몰려서 빨갛게 변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꾹꾹 문질렀다. 잔뜩 골이 난 표정을 애써 감추면서 뉴트한테 주춤주춤 다가섰다.
“…자.”
“뭐가?”
“잡고 일어서라고.”
“…….”
뉴트는 가늘게 눈을 떴다. 그리고 토마스의 손바닥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어휴. 뭐라고 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여기서 더 타박할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뉴트는 분명 토마스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모른 척 손을 잡으니 토마스가 쭉 끌어당겼다. 다치지 않은 다리로 땅을 디디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응?”
“잠깐 실례해도 될까?”
“…갑자기 왜 답지 않은 말을 하고 그래?”
토마스의 말투가 영 어색한지 뉴트가 고개를 삐뚜름하게 기울였다. 그 순간 토마스가 뉴트를 와락 안아 올렸다. 으악.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뒤로 훌떡 넘어갈 뻔한 뉴트는 목을 잡고 매달렸다. 긴 다리가 공중에서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별장까지 내가 옮겨줘도 될까?”
“이미 안고 있으면서 부끄러운 소리 하지 마.”
“매너 있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그러더라고.”
“예의가 있으려면 애초에 이렇게 몰래 데리고 오지도 않았겠지?”
“맞아.”
토마스가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뉴트는 여전히 목을 감싸 안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크게 움직였다가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 뉴트를 한참 바라보던 토마스는 몇 번이나 코에 입술 맞추고 나서 걸음을 옮겼다. 한걸음. 다시 한 걸음. 날이 그렇게 저문 것도 아닌데 유난히 긴 그림자가 늘어졌다.
“바람이 부네.”
“조금 늦게 온 것 같긴 하지만,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야.”
“…그런가.”
“물론이지. 뉴트랑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최대한 기간을 늘려서 말하긴 했는데.”
“…석 달?”
“아니 그렇겐 못하고.”
“농담이야.”
뉴트의 한 마디에 킬킬 웃던 토마스는 좀 더 편하게 고쳐 안았다.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내내 생각했지만, 도저히 정리되지 않았다. 일단 뉴트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이것부터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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