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토니피터] New York SKYLINE 001
+) NOTICE
인피니티 워 이후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온 둘에 관한 이야기
일부 인피니티워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과보호하는 토니와 히어로 1인분 하고싶은 피터가 나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오늘 날씨는 꽤 괜찮았다.
물론 일어나자마자 옅은 안개가 껴있긴 했다. 계절에 맞지 않게 조금 추웠고, 햇빛이 안개를 뚫지 못하고 푸스스 부서졌다. 한마디로 지각하기 딱 좋은 아침이었다. 침대 위. 이불에 푹 쌓인 덩어리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다시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
유난히 잠이 많은 시기가 있다. 피터는 늘 자신이 자랄 만큼 자랐다고 말하지만, 어른 눈으로 보면 영 어린 모양이었다. 피터가 꾸벅꾸벅 졸 때마다 아이가 부쩍 자라려고 그런다며 농담을 하곤 했다. 물론 듣는 아이는 하나고 그런 말을 하는 어른은 너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볼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그런 것조차 어른들에겐 마냥 귀여워서 아직 덜 자랐다며 한마디를 더 듣곤 했다.
‘저도 좀 있으면 어른이거든요! 다 컸어요!’
약간 높은 목소리엔 억울함이 약간 배어 나온다. 하긴 이렇게 말을 해도 될 상황은 아니었다. 어린 거미 주위에 어른이 너무 많았다. 친구 몇 명을 제외하면 까마득한 어른이었다. 숙모도. 샌드위치 가게 아저씨도. 그리고 토니 스타크도. 어벤져스도. 피터가 보기엔 따라잡을 수 없는 어른이 잔뜩 있었다. 그래서 늘 막내 취급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발을 쿵쿵 구르다가도 머쓱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
그러니까 지금도 그랬다. 아이는 잠을 많이 자야 자란다고 누가 그랬던가. 피터는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점점 더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오늘따라 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알람도 조용하고, 창문 밖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툭 떨어질 것 같은 햇살이 방안에 고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온도가 올라간다.
“으…….”
절로 끙끙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차라리 추운 쪽이 나았을지도 몰랐다. 따뜻한 방 안 공기가 스멀스멀 기어오르자 더는 이불 속에 숨는 것도 힘이 들었다. 그렇다고 조금 이불을 걷으면 햇살이 눈을 괴롭힌다.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이렇게 계속 귀찮게 하겠다는 이름 모를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한참 일어나기를 거부하던 몸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째깍. 째깍. 째깍.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만 들린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조용함은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품은 채 천천히 고여 있었다.
그 순간. 이불에 푹 파묻혀 있던 인영이 벌떡 일어난다. 그러더니 주위를 둘러보면서 눈을 깜박거린다. 그러다 손끝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았다. 어디에다 뒀더라. 늘 베개 옆에 두고 잤던 것 같은데 오늘따라 손에 걸리지 않는다. 몇 번이나 더듬다 겨우 침대 사이에 껴있는 것을 손끝으로 끌고 나왔다. 화면을 켜면 바로 시계가 보인다. 피터의 눈엔 여전히 잠이 붙어있었다. 아침잠은 늘 끈적거리면서 떨어지지 않았다.
“으아악!”
짧은 외마디 비명이 방 안에 울려 퍼진다. 펄쩍 뛰어서 천장에 닿을 것 같이 놀란 목소리가 아직도 통통 튀었다. 히익. 절로 숨이 넘어간다. 선명하게 찍힌 시간을 보니 늦잠을 자도 너무 자버렸다. 원래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서 최소 두 번은 앞자리가 바뀐 상황에 피터는 무슨 일부터 해야 하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진 않았다.
“…….”
당장 벌떡 일어나서 학교로 뛰어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일에 힘을 쓰면 혼나지 않을까. 온갖 생각이 들었다. 반쯤 침대 기둥을 붙잡은 채 몸을 쭉 빼던 피터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어. 잠시만. 이제야 머리가 식자 조금씩 생각이 돌기 시작한다. 한쪽 팔을 뻗어서 핸드폰을 다시 잡았다. 아슬아슬한 자세로 침대에 매달린 채 피터는 다시 화면을 켰다.
“…….”
깜빡. 깜빡.
부산하게 움직이는 눈이 화면에 올라앉은 숫자를 읽는다. 다시 천장을 바라본다. 다시 화면을 본다. 이 단순한 행동을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이미 시간은 일어나야 할 때를 한참 지나갔다. 당장 뛰어나가도 모자랄 판에 마음은 편하기만 했다. 한창 엇나간 아이면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다시 드러누웠을 텐데. 이 녀석은 착해빠져서 그러지도 못했다. 전전긍긍하는 그 순간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더는 멍청한 표정으로 침대 기둥에 매달려 있을 수 없었다.
“…아.”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바짝 솟았던 머리카락이 스르르 흘러내리는 기분이 든다. 이제야 날짜가 선명하게 맺혔다. 아. 이렇게 정신이 없을 수가 있을까. 정말 하늘이 노래진다는 소리가 괜한 말이 아니었다. 휴일인 줄도 모르고 이렇게 허둥댄 것이 민망하기도 했다. 룸메이트나 숙모가 봤으면 적어도 두 달 정도는 놀림을 당할 만한 일이었다. 누가 보지 않았겠지. 어차피 혼자 쓰는 방이면서 별걱정을 다한다.
이제야 안심한다. 그러자 온몸에 힘이 빠져서 손끝도 움직일 수 없었다. 갑자기 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기도 하고, 급하게 일어나서 그런지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도 들었다.
피터는 끙끙 앓으면서 다시 누워버린다. 푹신한 베개를 품에 안은 채 한참 천장을 바라보았다. 꿀 같은 휴일에 늦잠을 자진 못할 망정 놀라서 퍼덕거리는 꼴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었다. 가끔 이런 일도 있는 법이라면 오늘은 놀라도 너무 놀랐다.
“…….”
그 민망함의 끝은 다시 침대였고, 핸드폰이었다. 괜히 저 멀리 던져둔 핸드폼은 손끝으로 집어온다. 그러다 몇 번 자판을 두드리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다시 화면을 꺼버린다. 그런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 결국 한숨을 쉬며 이불을 끌어당긴다. 물론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던 말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연락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어느 순간 뚝 끊긴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물론 자꾸 어린애 취급을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던 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계속 하나하나 이야기를 하기엔 민망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었다. 갑자기 자각한 듯 내외를 하기 시작하니 그 부끄러움이 더 커진다. 예전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하고 싶은 말도 그리 담아두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런 건지 몰라도 자꾸 한걸음 떨어져서 생각하게 된다. 피터는 솔직한 아이라 이런 상황이 더 어색하기만 했다.
“역시 바쁘려나.”
물론 이런 말을 하기 민망할 정도로 바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계속 끊임없이. 이런 생각을 곱씹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어린애의 첫사랑이란 다 그랬다. 처음엔 저돌적으로 들이밀다가 어느 순간 한걸음 발을 뺀다. 그리고 점차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하려 하고, 그쪽에서 서서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깊어질 때쯤. 첫사랑은 몽글몽글하게 뭉쳐진 채 단단히 굳어간다. 피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스파이더맨을 불러들인 것은 토니 스타크다. 그러니 이 녀석의 인생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비단 토니의 입에서만 나온 말도 아니었다. 주변 어른들이 모두 자신을 걱정할 때 의연하게 대처하고 싶었지만, 토니를 보면 자꾸 그런 마음이 흔들렸다.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만, 그렇다고 그럴 수도 없으니. 피터의 속은 온갖 생각이 단단하게 뭉쳐진 채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톡. 톡. 톡.
핸드폰 화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바짝 자른 손톱이 화면에 닿을 때마다 창문에 작은 새 부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점차 불규칙적으로 변한다. 몇 번이나 쓰고 지웠을까. 결국 보내지 못했다. 괜히 아침부터 연락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애써 연락을 하지 않을 구실을 찾고 나서야 다시 침대에 늘어진다.
잠이 많아진 걸까. 아니면 그저 누워있어서 다시 졸음이 밀려오는 걸까. 확실히 알지 못한 채 눈에 잠을 가득 매단 아이가 침대 위에서 천천히 움직인다. 애초에 놀라서 일어났을 때 침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렇게 누워있으면 자연스럽게 잠을 잘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푹신함을 밀쳐내기 어려웠다.
“…….”
고른 숨소리가 들린다. 어차피 휴일이니까. 이정도 게으름은 괜찮았다. 이미 한참 전에 일어나 있을 것이 분명한 메이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잘 만큼 자면 일어나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아니면 이미 집을 비웠을 수도 있다. 그런 조용함을 자장가 삼아 다시 잠이 들었다. 한참 자고 일어나면 해가 저 위에 떠 있겠지. 이런 생각이나 했다. 꿈이라도 꾸면 좋을 텐데.
천천히 흘러가던 생각이 어느새 뚝 끊긴다.
*
“…….”
“왜 그러시죠. 보스.”
“…아니야. 오늘 일정 말해줘.”
“알겠습니다.”
“…….”
토니는 프라이데이가 인간적인 감정이 없다는 사실에 약간 안심했다. 기계가 아무리 정교하다고 해도, 인간의 마음을 완벽하게 인지할 수는 없었다. 물론 자비스나 프라이데이라면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토니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오늘 일정을 확인한다. 늘 바쁜 사람이었다. 아이언맨으로서도, 토니 스타크로서도. 단 한 번도 시간을 멋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토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런 일상에 익숙해지다 못해 당연할 정도로 인식을 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일생에 무엇인가 툭 끼어들었다.
“거참.”
토니는 이 감정을 무엇이라 딱 들어맞게 정의할 수 없었다. 토니는 무엇이든 확실한 것을 좋아했다. 확실하게 결론이 나는 쪽을 선호했고, 모든 일의 원인과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감정이 자꾸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그러다 어느새 심장을 쥐고 흔들려 했다.
이성이 그런 감정을 꾹 누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심장 안쪽으로 숨어 들어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천천히 스며 나오곤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심장이 고장 났다고 말하는 쪽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심장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도 자꾸 신경이 쓰이고 다른 고세 정신이 팔리는 이유가 뭘까. 토니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더 전전긍긍한다. 불안정과 불확실성은 토니에게 독이었다.
“오늘은 그것만 하면 되는 건가?”
“…그렇다고 말하기엔 좀 일이 많습니다. 보스.”
“머리가 어지러울 땐 바쁜 편이 낫지.”
“…알겠습니다.”
“저녁은 집에서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확인해볼까요?”
“아니. 됐어. 괜한 생각은 안 하는 게 낫지.”
“네, 보스.”
프라이데이는 토니 스타크의 변덕을 잘 안다. 물론 기계가 훨씬 복잡한 사람의 감정을 따라갈 순 없다고 하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중요한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 토니 스타크의 스케줄은 늘 꽉꽉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토니가 말이 없어지자 프라이데이도 조용히 사라졌다.
“…….”
사실 토니가 신경 쓰는 것은 뻔했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낼 만한 용기가 없었다. 토니 스타크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조차 믿지 않을 사람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토니도 굳이 말을 하지 않은 채 속으로 끙끙 앓았다. 언젠가는 사라질만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풀지 못한 수학 문제보다 더 골머리를 썩이게 하는 감정의 문제였다. 그렇다고 이런 것은 누구에게 상담하겠는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남자는 스스로 웃기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랬다. 갑자기 찾아온 감정은 너무 생소해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영향을 준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대로 되진 않았다. 토니는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차 뒤에 기댄 채 작게 한숨을 쉰다. 여러 가지 정보가 들어오는 통로를 차단하면 이 복잡한 마음이 조금 정리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
하지만 큰 소용은 없었다. 눈앞이 캄캄해지자 머릿속 고민이 더 살아 올라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고민이 점점 무르익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그 순간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토니는 가만히 눈을 뜨고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어지간하면 무음으로 해놓는데 오늘따라 진동이 울린다. 언제 그렇게 바꿔 놨는지 토니도 모른다.
“음?”
익숙한 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어린애. 수많은 명칭이 머릿속에 흘러들어온다. 물론 그 명칭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이미 손은 화면을 누르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란 이런 것이었다. 아무리 이성적이라 해도 어느새 몸이 먼저 움직인다.
「스타크씨. 오늘은 어떤가요? 괜찮나요? 제가 할 일은요?」
수많은 물음표가 스타크씨를 반긴다. 얼마나 꾹꾹 참았다가 보낸 것인지 몰라도 단어 하나하나에 미련이 뚝뚝 떨어진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온다. 토니는 아차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며 표정 관리를 한다. 어차피 차에 같이 탄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부끄러울 일인가 싶었다. 촉촉한 감정이 드는 것도 잠시 뒤 이어 도착한 문자가 까마득할 정도로 토니 스타크의 화면에 가득 차기 시작한다.
「굳이 일부러 보낸 것은 아니구요.」
「그러니까. 음. 정말 궁금해서 그런 거니까 정말 정말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거기 날씨는 어떤가요. 여긴 맑은데.」
「혹시 바쁘신가요?」
「아니다. 안 바쁠 리 없구나. 죄송해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
“…….”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연락하는데, 퍽 신경을 안 쓰게 생긴 일이었다. 토니는 한숨을 쉬면서 메시지를 위로 쭉 올려본다. 얼마나 말이 많은지 스크롤이 끝나지도 않는다. 픽 웃다가 또 입매를 가다듬는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대하는 녀석은 처음이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 것인지. 지치지도 않는다.
보통 피터가 문자를 보내고, 토니가 전화를 건다. 아이는 늘 궁금해한다. 그런데 스타크 씨는 왜 늘 전화를 하세요? 이런 물음에 시원한 대답을 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조그만 거미는 그냥 그렇게 이해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문자가 조금 더 많아졌다.
「저번에 말씀하신 훈련은 언제쯤인가요?」
「저 준비할 건 없어요? 슈트 닦아놓을까요?」
「거기」
「음. 아니다 이건 말 안 할래요」
「그래서 스타크씨 전화는 편할 때 주세요」
「저 정말 기다리는 거 아니고 이제부터 할 일이 있거든요.」
여기까지가 끊임없이 다닥다닥 붙은 채 한 번에 전송되었다. 토니는 하나하나 읽어본다.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조그만 거미가 주변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마법을 걸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진짜 할 일 있어요. 정말이에요!」
이건 한 3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분명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마지막에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피터 파커는 제법 똑똑한 아이였지만, 토니 스타크는 채 어른도 안 된 아이 머리 위에서 놀 수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피터가 하지 못 하는 일을 많이 할 줄 알았다. 이 녀석이 굳이 저렇게 한마디 덧붙이는 이유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전화를 할 순 없었다. 피터가 말했듯 토니는 꽤 바쁜 사람이었다.
물론 저 작은 거미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줄 수 있었다. 그래도. 절대 빠지면 안 되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었다. 패널을 톡톡 치면서 시간을 가늠한다. 휴일이긴 하지만, 이 녀석이 학교에서 끝날 때쯤이면 모든 일이 끝나리라 생각했다. 어차피 한 번 해야 하는 일이었으면 전화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자신에게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허허.”
픽 웃던 스타크는 전화기를 뒤집어 놓은 채 눈을 다시 감았다. 서로에게 묘한 감정이 생긴다. 누가 먼저 다가갈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충분히 뭔가 바뀌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아. 그렇지.”
피터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은 무음으로 바꿔놓아야 할 시간이었다. 아니. 아마 회의를 들어갈 땐 무음이 아니라 아예 전화기를 꺼두어야 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아이는 무슨 일이 있다고 해서 재깍 전화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문자로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전화는 민망하다나 뭐라나. 처음 피터가 왜 스타크씨는 전화를 좋아하냐며 넌지시 물어봤을 때 똑같이 되물었던 적이 있었다. 하여튼 피터는 아직 토니 스타크의 발끝도 쫓아갈 수 없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어리숙하던 모습이 퍽 귀여워서 한 번 더 물어봤던 것 같다. 아이는 덜 자란 만큼 아직 감정 조절이 미숙했다. 하긴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찼다. 미숙한 아이가 주변에 없어서 더 그랬을지도 몰랐다. 그때 대답을 듣진 못했다. 하지만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하나하나 쌓이는 문자 양만 봐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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