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100분/손책조조] 비행기,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
+) NOTICE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 2차 연성입니다.
책으로 나온 손책조조 분량과 연관이 있을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 하시는 대로 편하게 읽어주세요!
50화 이후에 다시 만난 둘에 대한 망상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소량의 왕윤 못잃는 조조 포함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돌아간다고?”
“그래.”
“갑자기 왜?”
“그럴 일이 좀 있었어.”
“그땐 그렇게 고민을 하더니. 드디어 결심이 선거야. 아니면 누가 협박이라도 한 건가.”
“왜 그렇게 이야기가 튀지?”
“넌 누가 시킨다고 할 녀석이 아니니까.”
“…….”
“억지로 일을 시키려면 그에 따르는 무슨 일이 있겠거니 했을 뿐이다.”
“…….”
“정말 괜찮은 거냐?”
“글쎄. 모르겠는걸.”
“이런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을 보내도 되나 싶다.”
“무술 바보보단 나을 텐데?”
“뭐?”
손책은 잘나가다 저 무술 바보 소리만 들으면 화르르 불이 붙는다. 왜 이렇게 유난일까. 짐작으론 동생들이 저렇게 부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조조는 물론 그런 걸 알면서도 괜히 한 번씩 긁어보곤 한다. 꼭 아이가 장난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장난을 하는 쪽이 바늘도 안 들어갈 것 같은 표정을 한 조조여서 문제였지만. 뭐 어떤가. 저 녀석이 저렇게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조금 안심이 된다.
“너…….”
“왜?”
“많이 나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
“갑자기…무슨 말을.”
“…….”
“그렇게…….”
조조는 아직도 손책의 말투를 감당하지 못한다. 곧고 묵직하게 들어오는 한마디 한마디에 휘둘리는 것을 멈추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늘 손책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모른 척을 한다고 해도 피해지는 일이 아니었다.
“예전엔 금방이라도 쓰러져 죽을 것 같았는데.”
“꼭 네가 키우기라도 한 것처럼 군다?”
“그럴 수도 있지.”
“사양하겠어.”
“그래서 언제 가는데.”
“확실히 정해지진 않았고…….”
조조는 말을 아낀다. 뭐 비단 이번 일에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늘 모든 말을 정리해서 확실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진중한 말투가 입에 붙었고, 농담을 꺼리게 되었다. 성격도 그리 외향적이지 않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어느 정도 색안경을 끼고 보곤 했다. 그런 이미지가 오히려 삶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인지 굳이 해명하려 들지 않은 것도 조조다웠다.
“멀리 가겠네?”
“그것도 모르겠는데.”
“정말? 이렇게 그냥 연락을 끊긴 않겠지?”
“…….”
“그 눈은 또 뭐야. 강동의 호랑이는 생각보다 집요하니까 연락 끊으려면 끊어봐.”
“어휴.”
“농담이 아니고 진심이다.”
“…….”
“널 지탱해줄 사람은 하나 정도 남아있어야지.”
“도대체…….”
“또 뭐.”
“…….”
“난 진심이야.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갈 텐데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건 슬픈 거 아닐까?”
“…….”
“내가 네 녀석의 그늘이 되어주마.”
“별로 안 어울리는 비유야.”
“그래도 너보단 내가 튼튼하다니까.”
“…….”
조조는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손책을 크게 웃으면서 조조의 허리를 덥석 껴안더니 그대로 침대로 끌어당긴다. 조조는 모른 척 그 힘에 몸을 맡겼다. 손책은 조조의 집이 더 편하다면서 꼬박꼬박 놀러 오곤 했다. 손님은 이미 침대를 차지하고 주인 행세를 한다. 조조는 한 번 정도 타박할 수도 있을 텐데, 이젠 귀찮은 건지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집에 있는 건가?”
“그런 셈이지. 집도 정리해야 하고, 가지고 갈 것도 봐야 하고.”
“아쉽네.”
“또 뭐가.”
“이 집도 그럼 안녕이란 소리 아닌가.”
“언제는…휑해서 싫다고 하더니.”
손책 품에 안기면 왜 이렇게 잠이 오는지 알 수 없었다. 따끈따끈한 팔이 허리를 꾹 감으면 그 체온이 그대로 살에 닿는다. 조조는 덥다고 빌어내면서도 곧 흐늘흐늘 녹아내린다. 찬바람이 부는 날 만들어진 것 같은 몸은 따뜻함을 이기지 못하고 굴복한다.
“그래도 네가 살던 공간이 아닌가.”
“내건 하나도 없어.”
“…….”
“어차피 원해서 들어온 것도 아니었고, 그저 여기서 알아서 먹고살라는 말이 있어서 그랬던 거지.”
“…….”
“그렇게…시간이 지나고.”
“넌 참.”
“…….”
“걱정이 많아서 탈이야.”
“너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
조조는 눈을 느리게 깜박인다. 오늘따라 잠이 쏟아진다. 자고 싶지 않은데, 꼭 누가 억지고 눈꺼풀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경찰서엔 이미 집안 어른끼리 이야기가 끝난 것 같았다. 손책은 모르는 일이었다. 조조가 경찰서로 출근하던 날. 그 날이 마지막이 될 거라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물론 돌아가겠다고 정한 쪽은 조조였다. 아무리 집안 명령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중요한 일을 하기 싫다는 놈에게 덥썩 맞길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하지만 이렇게 빨리 일이 진행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나가 살면서 집안에 대한 기억이 조금 흐려진 탓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조금 더 빨리 예정날짜를 받았다.
그날이었다. 이젠 없는 사람처럼 당연하게 취급될 신참을 기억해 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왕윤은 아직도 이 경찰서에 정신적인 지주로 살아있는데, 조조만 홀연히 사라진다. 오히려 매일매일 타박하던 선배 둘이 와서 어깨를 툭툭 쳐준다. 그런 미묘한 기분으로 짐을 챙겨서 돌아왔더니 저 녀석이 있었다. 알고 온 건지. 아닌지. 조조는 이럴 때마다 호랑이의 본능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되겠어.”
“……”
“벌써 자?”
“…….”
“오늘따라 잠이 많은 것 같네.”
“…….”
“그래. 뭐 이제 사자 굴에 들어가는 사림이 편하게 잠이라도 자야지.”
따지자면 손책보다 조조가 나이가 많았다. 하지만 손책은 늘 조조를 보면서 안절부절 한다. 꼭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은 기분이 들면 조조는 대뜸 화를 낸다. 몇 번이나 나이를 알려줘도 못 들은 척하는 것을 보니 다분히 고의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손책은 나름대로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 차라리 모르는 채로 지내야 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늘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 분기점을 넘게 만들었는지 조조는 모른다. 그런 녀석이 어느 순간 눈에 박혀서 지워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었고, 한번 두 번 말을 섞다 보니 자신과 비슷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을 인연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그저 우연이었을까. 손책은 품 안에 안긴 조조를 마저 끌어안으며 짧은 생각을 하곤 했다.
“으응”
“우연이 인연이 되는 거고. 그렇게 사는 거겠지.”
“…….”
“내가 지금껏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자 우연일 테고.”
“…….”
“모르겠다. 이런 거 계속 생각해봤자 남는 것도 없으니.”
손책은 그냥 조조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말았다. 이렇게 한숨 자고 일어나면 또 늘 그랬던 것처럼 비슷한 하루가 다시 흐를 것이다. 그럼 그냥 그 시간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
“와, 진짜 낯설군.”
“원래는 이러고 지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조조는 형사였던 것 같은데…….”
“이젠 못 하지.”
“그렇게 멀리 가면 이제 언제 또 얼굴을 보려나.”
손책은 정말 쓸쓸한 표정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미 정을 줄대로 준 사람이었다.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던 녀석은 그때 정말 금방이라도 죽어 넘어질 것처럼 굴었다. 그런 녀석을 지나치지 못한 손책은 과하게 많은 정을 주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보내야 하는데 보낼 수가 없었다.
“첫날부터 출장이라며.”
“그래.”
“잘 먹고 잘 쉬고.”
“내가…어린앤가?”
“하지만 옆에서 누가 잔소리를 안 하면 끼니도 챙기지 않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사람인 건 내가 잘 알고 있거든.”
“…….”
“잠 안 오면 전화하고.”
“아주 비행기도 무사히 타라고 하지그래.”
“그럼 그것도 포함. 조심히 다녀와.”
“…….”
“나도 뭐…이렇게 보내긴 싫은데. 그렇다고 널 계속 옆에 둘 순 없잖아.”
“…….”
조조는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손책의 말에서 무슨 뜻을 발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손책은 늘 치고 빠져야 할 곳을 잘 알았다. 비단 무술을 해서는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이런 것을 잘 짚어내곤 했다. 그래서 조조의 속마음을 좀 더 잘 알아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용케 이 집은 내버려 뒀고?”
“이것까지 처분하면 안 할 거라고 했지.”
“처음으로 반항한 거 아냐?”
“두 번째야.”
“…….”
“처음엔 경찰 하겠다고 뛰쳐나왔으니까.”
“아…….”
“선배는 나한테 계속 경찰이 되지 말라고 했었는데…….”
“이렇게 고집만 부리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군.”
“원래 자리라니.”
“응?”
“그렇게 말하는 것은 조조답지 않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해.”
“…….”
“내심 그 일을 해보고 싶었을지도 모르니까.”
정말 손책은 이길 수 없었다. 조조의 속마음 깊은 곳에 잇는 후회를 짚을 줄 알았고, 공감한다. 자신도 기억 못 하는 무엇인가 있다면서 깊게 물어보지도 않는다. 조조는 손책을 바라보면서 쌓여있던 감정을 조금씩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나중에…이 회사를 내가 운영할 수 있다면.”
“…….”
“널 내 가드로 고용하지.”
“회사에서까지 내 얼굴을 보고 싶은 건 아니고?”
“노 코멘트.”
조조의 묘한 표정을 보니 손책은 그 말이 진심인 걸 알았다. 하긴 이 녀석은 하고 싶은 것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지 해내는 놈이었다. 그럴 능력이 있었으니 그저 필요한 것은 시간과 재력이었다. 지금은 셋 다 가지고 있으니 그저 훨훨 날아가도록 조금만 밀어주면 될 일이었다.
“오래 걸릴 거다.”
“아무리 오래 걸린다고 해도, 네가 죽기 전엔 들어올 것 아닌가. 그래야 회사에도 써먹을 테고.”
“바빠서 연락을 못 할 수도 있어.”
“멋지게 차려입고 그런 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
매일 가죽점퍼나 입고 다니던 조조는 몸에 딱 맞춘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늘 휴대하던 총과 수갑은 간 곳이 없었다. 매끈한 광택을 내는 신발. 손목에 딱 맞게 접힌 셔츠. 슬쩍 보이는 시계와 넥타이핀. 어디 하나 뺄 곳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그냥…그런 생각이 든다.”
“또 뭐가.”
“이제 또 혼자가 될 것 같다. 이런 생각.”
“같이 비행기라도 타줄까?”
“그건 사양하겠어.”
방금까지 말랑한 분위기는 간 곳이 없고 금방 정색하는 표정이 볼만했다. 조조는 여러모로 자신이 보살핌당하는 느낌이 낯선 모양이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손책은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말이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녀석을 품에 안고 등을 두드려 준다. 혹시 옷이 구겨질까 봐 힘있게 안지도 못한다.
“…….”
“잘 다녀와.”
“…그래.”
“외로우면 전화하고.”
“네 녀석이나 무술 수련하러 간다고 훌쩍 떠나서 연락 못 받지나 말아라.”
“그럴 리가.”
“무술에 관한 건 안 믿는다.”
“…….”
“안 믿어.”
“그래. 믿지 말아라.”
“…….”
자분자분 내려앉는 목소리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겨울나무처럼 바짝 말라 있던 남자가 조금 살아 날 만하니 집안은 뿌리째 화분 갈이를 시도한다. 다들 이러면 버티지 못하고 뿌리부터 썩어간다고 말했지만, 집안 어른들은 강경하기만 했다. 그렇게 죽으면 이미 이 집안을 이어 받을만한 그릇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조조는 지금껏 맘대로 살아왔으니 이제는 시키는 대로 집안을 위해 일하라는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다만 예전 같으면 무작정 싫다고 했을 일을 받아들인 것은 약간의 심정 변화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 변화의 주축은 과연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을까. 조조는 자신이 조금 더 감정을 쉬이 표현하는 쪽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잘 다녀와.”
“…….”
“돌아오는 날엔 마중 나갈게.”
“못 만날걸.”
“그건 두고 봐야 아는 일이지.”
“…….”
“응?”
“다녀올게.”
한마디를 끝으로 입이 턱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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