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리츠마오] STARDUST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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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버스 설정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피주세요!
캐해석 노력중인 알못 주의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이 글은 김메이의 부탁 겸 선물로 작성중입니다
혹시나 책이 나와도 올린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며칠 동안 끙끙 앓던 녀석은 그나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멀쩡해진 얼굴을 보니 조금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인지, 마오는 약간 수상한 눈빛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정말 괜찮은 것 맞아?”
“지금 당장은?”
“아침에 이 정도로 멀쩡한 걸 보니까, 영 낯설어서.”
“…….”
“사실이잖아.”
리츠가 대답하지 않으니 혹시나 싶어서 괜히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따라 몸 상태가 좋아 보이는 녀석은 몸을 반쯤 일으킨 채 조용히 웃고 있었다. 며칠 전 가지만 해도 제발 좀 움직여보라며 사정을 했었는데, 막상 저러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뭐랄까.’
꼭 순식간에 사라질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자신의 기분조차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는 마오는 괜히 머리만 쓸어 넘겼다. 그런 마오의 복잡한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츠는 내내 가늘게 웃고 있었다.
“학교 안 가?”
“응?”
“학교 데리고 가려고 온 거 아니었어?”
“…그야. 그렇긴 하지만…….”
“하지만?”
“오늘은 좀 이상한데?”
“뭐가?”
“아침에 이렇게나 길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
“…….”
정곡을 찔린 모양인지 리츠가 눈을 조용히 감았다. 그리고 다시 반짝 뜬 눈은 너무 붉어서 오래 쳐다볼 수 없었다. 하긴 이렇게 말씨름할 시간도 부족했다. 오늘은 리츠가 먼저 일어나 있었을 뿐이지, 일찍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시간은 절대 둘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훌쩍 지나간 시계를 바라보던 마오가 기함을 하며 벌떡 일어섰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오늘은 안 업어 줄 거야?”
“…뭐?”
“매일 마-군이 업어서 옮겨 주는 거 참 좋아하는데.”
“…….”
“그러면 조금 더 체력이 남으니까 학교에서 버틸 수 있다고.”
“…….”
“안 그래?”
“말을 말자.”
마오가 잠자코 리츠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모른 척 훌쩍 끌어당기면 아무 저항 없는 몸이 품안 가득 안겨왔다. 이렇게 나오면 뭐라고 한마디 할 수도 없었다.
‘…뭐 어때.’
별 상관없겠지. 마오는 더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다고 친구가 없어진 것도 아닐 테니까.
“학교나 갑시다. 네?”
“아. 마-군. 제발.”
“학교는 가야지.”
괜히 이렇게 말하면서 일어섰다. 며칠 지나면 불안감도 사라지고 괜찮겠지.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리츠가 사라졌다.
마치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여기 살지 않았다는 듯 시침을 뚝 뗀 방은 너무 차갑게 가라앉아있었다. 그 모습을 눈에 처음 봤을 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꿈인가. 마오는 방문을 연 채 눈만 깜박였다. 꿈이 아닐 거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
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문을 닫았다 다시 열었다. 어쩐지 이렇게 하면 리츠가 늘 그랬던 것처럼 침대에 누운 채 이불 속으로 파고들 것 같았다. 하나. 둘. 셋. 천천히 심호흡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갑자기 사람이 사라졌다니. 설마. 마오의 머릿속엔 자꾸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디에 숨어있지 않을까 했다. 그래서 몇 번이나 방을 뒤졌다. 열 수 있는 보든 문을 열어보았다. 설마 싶어 침대 밑까지 들여다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어딜 간 거지.”
이 시간에 제 발로 어디를 갔을 리도 없었다. 아침엔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런 친구는 방에 없었다. 여행을 떠났다 해도 이상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 채 이렇게 휙 사라질 수 있을까.
“흡혈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리츠가 그렇게 말하던 흡혈귀에 대한 생각이 들자마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말을 들어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믿을 순 없었다. 그러면 도대체 어딜 간 걸까. 마오는 정말 할 수 없었다.
‘흡혈귀는 아침 햇살에 닿으면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고.’
왜 이럴 때 이런 말이 생각나는 건지. 그땐 가볍게 흘려버렸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일이 생기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너무하네. 절로 원망이 흘러나왔다. 리츠가 밉다거나 보기 싫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다만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한탄에 가까웠다.
하루가 지나면 돌아오겠지. 이틀이면 충분할까. 그렇게 애써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기다려다. 하지만 벌써 일주일도 넘게 리츠가 나타나지 않았다. 마오의 한숨이 점점 깊어져다.
걱정은 켜켜이 쌓이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만다. 그 단단한 덩어리를 털어낼 수도 없는 녀석은 매일 아침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리츠의 방을 찾아갔다. 항상 문을 열기 전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곤 했다. 한 번. 두 번. 차분하게 기분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꼭 이러면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그리고 문을 열면, 여전히 텅 빈 방이 보였다.
“…오늘도 돌아오지 않았나 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리츠가 왜 사라졌는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형님조차 입을 다물고 있는 걸 보니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녀석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
“…….”
리츠는 사실 그 날 대뜸 손에 쥐어진 해결방법을 보는 순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직도 눈앞에선 두 가지 계절이 섞인 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미친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필요했다.
“…바꿀 수 있을까?”
“그야 네가 하기에 달렸겠지.”
“…….”
“다시 한 번 말해두는 거지만, 해결 방법을 제시해주는 건 아니야. 그저 좀 더 편하게 처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지.”
“…….”
하지만 그 말이 왜 그렇게 달콤하게 들렸는지 알 수 없었다. 허무맹랑한 말이라면 애초에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분명 사고회로 어딘가가 망가져 있던 것이 분명했다. 내민 손을 딱히 거절할만한 명분도 없었다. 이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선택은 언제나 당사자의 것이고.”
“…….”
“난 그 결정을 도와주기만 할 뿐이야.”
“…….”
아. 순간 누군가 생각났다. 나기만 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제 앞가림을 하는 것만으로 정신이 없었다. 당장 내밀어 진 손을 잡지 않으면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잠시 망설이던 아이가 일어섰다. 푸스스 흩어지는 푸른 달빛이 창가에 와르르 쏟아졌다. 창가를 누르고 있던 손바닥에 잔뜩 묻은 달을 털어냈다.
“…….”
이 순간에도 세상을 쉼 없이 바뀌고 있었다. 하얀 달빛이 순간 아찔할 정도로 붉게 변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 어지러운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선택은?”
“…….”
사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따라가던지. 아니면 그대로 있던지. 창가에 발을 딛는 그 순간 인영이 훌쩍 사라졌다. 인기척조차 사라진 방엔 쌓여 있다가 바람에 날린 달의 파편이 툭툭 떨어져 내렸다. 늘 있던 사람이 사라진 공간은 놀랍도록 조용했다. 예전부터 없던 사람인 양, 처음부터 비어 있던 방처럼. 그렇게 조용히 식어갔다.
너무 힘들어서 손을 덥석 잡아버렸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니 머리가 천천히 식어갔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열이 오르면 올랐지 이렇게 차분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왜 그러지. 잠깐 의문이 떠올랐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만해지는 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물어볼 수도 없었다. 아침에 잠이 많아지고, 밤이 되면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건가 싶었다.
“…….”
그런 의문이 얼굴에 배어났는지,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뭐가 이상한가?”
“아니. 그게.”
“…별거 아니야. 이쪽에선 평범한 일이지.”
“…….”
“일단 목적지에 가서 설명해 줄 테니, 피곤하면 잠시 눈을 붙여도 좋아.”
“…….”
그 이후론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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