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크레덴스] Home Schooling 013
+) NOTICE
그레뉴트 기반으로 크레덴스 줍는 이야기
그레이브스 한참 안나옴 주의.
둘이 일면식도 없어보이지만 영화 이후 이야기로 천천히 진행합니다.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뉴트가 크레덴스를 많이 아껴줍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뉴트는 아침 해가 뜨자마자 마쿠자로 끌려갔다. 물론 잘못한 일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얌전했다. 다행히 가방을 수색당하진 않았다. 티나는 옆에 서서 티나게 눈을 굴리고 있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포트키?”
“네…네.”
“그런 걸 네가 어떻게 가지고 있지?”
“그건…저…국장님께 여쭤보는 쪽이…….”
“…….”
“진짠데.”
티나한테 그렇게 열심히 설명하던 모습은 간 곳 없었다. 낯선 오러 앞에서 잔뜩 주눅 든 남자의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결국, 오러가 먼저 손을 들었다. 이 지지부진한 대화를 내내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뉴트는 그레이브스 씨한테 물어보라는 말만 하면서 조개처럼 입을 꾹 닫아버렸다.
“어쩔 수 없지.”
“…….”
“나중에 모든 일이 해결되면 국장님과 함께 일을 설명해야 할 거야.”
“…….”
“뉴트.”
“…아. 네. 네.”
“정말 미덥지 않군.”
“…….”
“뉴욕을 구해준 마법사라고 하기엔 말이야.”
“…….”
여기서 더 정신을 놓고 있으면 될 일도 안 될 것 같았다. 그나마 조금 제정신이었던 티나가 옆구리를 쿡쿡 지르고 나서야 뉴트는 정신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러는 영 미덥지 않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마담 프레지던트가 직접 모셔온 손님이기도 했다. 그리고 뉴욕을 구한 사람이라는 사실도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이 영국인 마법사가 마쿠자에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좋아. 모든 일은 나중에 듣지.”
“…….”
“국장님 일이 먼저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골드스틴이 잘 안내해 줄 테니, 부디 부탁합니다.”
“…….”
아까까지만 해도 사납게 몰아 부치던 사람은 어디 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금방 친절한 얼굴로 돌아온 오러는 깍듯하게 인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티나는 한걸음 물러섰고, 뉴트는 주춤주춤 따라나섰다. 먼저 문을 열고 나선 남자가 뉴트와 티나를 배웅한다. 어색한 표정으로 취조실을 나섰다.
“이렇게 나오니 이상하네요.”
“네?”
“예전엔…이렇게 끌려갔잖아요.”
“그 이야기는 그만 해요. 뉴트.”
“…미안해요.”
“어서 가죠. 국장님이 당신을 기다리고 계실 테니까요.”
“네. 그래요.”
또 한동안 말이 없었다. 둘은 마쿠자를 빠져나가는 데 집중했다. 당장 그레이브스를 찾아갈 것 같던 뉴트는 뜻밖에 건물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티나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시선을 마주 보던 뉴트는 어색하게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었다.
“주소를…….”
“아.”
“좀 웃기죠?”
“나중에 이것도 다 해명해 줄 수 있는 상황이라 믿어요.”
“네. 아마도.”
“가요. 일단 뭐라도 하나씩 해결해야 끝이 날 거 같아.”
“그래요. 부탁할게요.”
꼭 뉴욕에 처음 왔을 때 같았다. 티나는 자연스럽게 뉴트의 팔을 잡았다. 눈만 감았다가 뜨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땐 마쿠자로 끌려갔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일단 오늘 해야 할 일을 잘 수습하고 나면 숨을 돌릴 수 있으려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뉴트?”
“…….”
“안 들어가고 뭐 해요?”
“아…그러니까.”
그레이브스 국장님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하던 남자는 막장 대문 앞에 서서 좀처럼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몇 번 들어가려다가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다. 티나는 자꾸 낯선 행동을 하는 뉴트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들어가지 않을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니지만…….”
“뉴트. 정말 이상한 거 알고 있죠?”
“네.”
“나도 궁금한 게 많지만 일단 중요한 일부터 시작해요. 어서요.”
“앗…잠깐 티나.”
“…….”
“마음 정리할 시간을 좀.”
“…….”
티나가 뉴트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긴 다리가 맥없이 푹 꺾이면서 비틀거린다. 티나가 이끄는 대로 끌려들어 간 곳은 낯설지만 그렇다고 익숙하지도 않은 곳이었다. 틈 하나 내주지 않는 집 안은 언제 봐도 먼지 하나 내려앉을 공간이 없었다.
“국장님은 이 층에 계세요.”
“…….”
“아직 움직이는 건 좀 힘들다는 처방이 있어서요.”
“네…….”
“일단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 뉴트도 알죠? 나 작성해야 할 보고서 많은 거.”
“…알죠. 나 때문에라도.”
“그러니까 혼자서 잘하리라 믿어요.”
“아…네.”
“그럼.”
“네?”
이 사람 또 딴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익숙하게 받아친다. 뉴트가 아직 정신없을 때 방 안으로 밀어 넣고 후다닥 집을 나섰다. 바쁜 것도 맞았지만, 어색한 분위기에 끼는 건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티나가 사라지고 나서도 뉴트는 바닥에 못 박힌 것처럼 서 있었다.
“그러니까…….”
할 일을 알고 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집요정도 그런 뉴트의 눈치를 보며 좀처럼 다가오지 못했다. 뉴트는 가방 손잡이만 만지작거리며 계속 같은 자리를 빙빙 돌다 겨우 이 층으로 올라갈 결심을 했다. 자기도 필요해서 그레이브스한테 도움을 청했는데, 지금 와서 얼굴도 못 보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꾸 한숨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어떡하지.’
뉴트의 고민이 깊어졌다.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점점 커지는 고민 덩어리가 툭툭 떨어졌다. 그레이브스의 집이 아무리 크고 높다고 해도 언젠간 계단이 끝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기 전 잠시 머뭇거리던 몸이 훌쩍 복도로 들어섰다. 숨죽이며 복도를 걸었다. 집요정 조차 특별한 명령이 없으면 올라오지 않는 이 층은 조용하기만 했다.
“…….”
뉴트는 귀를 쫑긋 세운 채 주변을 살폈다. 그레이브스가 머무는 방 앞에서 작게 기침을 하며 넥타이를 매만졌다. 그리고 약간 떨리는 손으로 문을 두들겼다.
똑똑.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뉴트는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망설였다. 그레이브스는 예의를 중시하는 남자였다. 들어오라는 말도 없는데 방문을 마구 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뉴트는 한 번 더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묵직한 방문을 타고 흐르는 노크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누구지?”
“…….”
“뉴트?”
“…….”
“스캐맨더?”
“…….”
“왜 대답이 없지.”
“아…저기.”
“들어오게.”
낮고 단단한 허락이 떨어졌다. 뉴트는 부드럽게 방문을 열었다. 관리가 잘 된 문은 소리 없이 움직였고, 곧 방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기억과 그리 달라지지 않은 곳을 바라보던 뉴트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알 수 없었다.
“퍼시.”
“…….”
“그…러니까. 그게.”
“가까이 오는 게 어떤가. 손님을 방문 앞에 세워두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
“…….”
“스캐맨더?”
그레이브스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참을 수 없었다. 뉴트는 꼭 특정 단어에 반응하는 강아지처럼 움직였다. 그레이브스는 침대에 앉은 채 손엔 책을 들고 있었다. 주춤주춤 걸어 들어온 남자가 어색하게 가방을 내려놓았다. 세상 묵직한 소리가 사라지자 곧 방 안은 조용해졌다.
“손님 대접을 해야지.”
“…….”
“오랜만이야.”
“그게…퍼시.”
“잠시만.”
그레이브스는 익숙하게 집요정을 부른다. 주인의 명령에 따라 나타난 늙은 집요정은 한없이 감동한 표정이었다. 약간의 다과와 차를 부탁한다. 집요정은 오랜만에 들은 주인의 목소리에 꽤 감동한 눈치였다. 그리고 곧 사라졌고, 그레이브스의 시선은 다시 뉴트에게 닿았다.
“…….”
“오랜만이네.”
“…….”
“다시는 날 보지 않겠다고 통보하지 않았던가.”
“그…….”
“내가 잘못 기억하는 걸까.”
“그레이브스. 퍼시.”
“응?”
무서운 말을 하면서 부드럽게 대답한다. 뉴트의 입술을 빤히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린다. 하지만 둘의 고집은 서로 만만치 않았다. 결국, 기다리다 못해 위로 올라온 시선은 잔뜩 지쳐있었지만, 그렇다고 흔들리진 않았다. 오히려 그런 시선을 피하고 싶은 쪽은 뉴트였다.
“퍼시. 그게 몇 년 전 일인데.”
“…….”
“기억 안 나요?”
“…그런가.”
“내가 당신한테 그런 편지를 보낸 건 몇 년 전이었다고요.”
“…….”
그 소리를 들은 그레이브스는 드물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뉴트의 얼굴을 바라보다 곧 고개를 숙였다. 상처가 덕지덕지 내려앉은 손가락으로 입술을 쓸면서 뭔가 깊이 생각하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딱히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기억이 없어.”
“예?”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난 거지.”
“…….”
“나에겐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그건…….”
“아니. 알고는 있지만.”
“퍼시가 혼란스러워서 그래요.”
“…….”
“그린델왈드라면 기억을 휘젓는 마법을 쓰지 않았다고 단정할 순 없을 거예요. 하지만…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랬군.”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덤덤하군요.”
“언제나 그래야 하니까.”
“무섭지 않나요?”
“어째서?”
“그냥. 모든 게.”
“그렇다고 돌이킬 순 없는 거니까.”
“…….”
뉴트는 그레이브스 앞에만 서면 자꾸 어린애가 되는 기분이었다. 어색하게 떨어져 있던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예전에 그레이브스가 그랬던 것처럼 침대에 걸터앉은 뉴트는 다시 한번 찬찬히 얼굴을 뜯어보았다. 편지에선 의식조차 없다고 했는데, 일단 큰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하지만 재 지워지지 않은 상처가 몸 구석구석에 남아있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서러워지는지 알 수 없어 괜히 고개를 흔들었다.
“마법 보안국 국장이라는 사람 꼴이 말이 아니라서 그런가.”
“당신은 왜…꼭.”
“아냐. 내가 봐도 웃긴 일이니까.”
“…….”
“티나에게 이야기를 듣긴 했어. 저네가 도와주러 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야 나도 빚이 있으니까요.”
“편지?”
“그렇죠.”
“사실 그린델왈드에게 잡혀있던 동안의 기억은 거의 없네. 그렇다고 아직 확실하게 믿음을 주지 못한 내게 중요한 문서를 전해줄 리도 없고.”
“…….”
“집에 티나 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적이 없었는데, 자네가 들어온 것을 보면 상황이 나아진 것이겠지. 마쿠자도 나도.”
“맞아요. 늘 정확하네요.”
“다행이군. 아직 머리는 망가지지 않은 모양이야.”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뉴트?”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레이브스는 연신 뉴트 스캐맨더를 찾았다. 또 한 번 낯설게 굴러가는 눈동자가 천천히 멈추고 나서야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가방은 어디 있지? 항상 들고 다니지 않았나.”
“그거야.”
“응?”
“당연히 가지고 왔죠.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
“내 말은…그러니까.”
“괜찮아.”
뉴트는 영 말재주가 늘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서 일단 한마디 한 다음 곧장 남의 눈치를 본다. 그런 뉴트의 성격을 잘 아는 남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잔뜩 긴장하던 것이 누그러지자 말이 많아졌다. 궁금한 것도 많았고, 알고 싶은 상황도 있었다. 그레이브스가 차를 권하지 않았다면 계속 종알종알 떠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레들리겠어.”
“난…정말 말이죠. 퍼시.”
“응?”
“그러니까…….”
횡설수설하는 어린 남자를 토닥인다. 제풀에 지칠 때까지 가만히 놔두면 어느새 말수가 점점 줄어들곤 했다. 뉴트는 익숙하게 그레이브스의 품에 기대다 훌쩍 떨어졌다. 약간 아쉬운 표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미 뉴트는 또 당황하고 있었다.
“옛날 같고 좋군.”
“…….”
“내가 기억하는 부분이 몇 년 전이라고 했지.”
“그랬죠.”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말이야.”
“…….”
그레이브스의 목소리가 조용하게 울렸다. 뉴트는 이상하게 그레이브스의 목소리만 들으면 온몸이 간질간질했다. 괜히 손가락을 움찔거리고 눈을 깜박거린다. 목소리가 꼭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뉴트를 감싼 채 그대로 녹아내렸다. 무슨 말을 해도 이 상황을 표현할 수 없었다. 뉴트가 표현하는 것이 어설퍼도 그레이브스는 충분히 알아들었다. 따뜻하고 묵직한 시선에 또 한 번 녹아내린 속마음이 줄줄 흘러나왔다.
“그땐 왜 그랬어.”
“…….”
“다시는 보지 않는다며.”
“그거야…다들 날 귀찮아하니까.”
“…….”
“퍼시도 그럴 줄 알았죠. 답장도…없었고.”
“…뉴트. 스캐맨더.”
“…….”
“그때 부엉이가 도착하고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가?”
“…….”
“그랬군.”
“난…내 말은.”
“그동안 오해를 풀 생각을 못 해서 미안하네.”
“…….”
뜻밖의 말이었다. 뉴트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레이브스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놀랐으면 그대로 침대에서 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체온이 다른 두 손이 서로 얽혀들었다. 심장이 언제부터 손끝에서 뛰기 시작했는지. 쿵쿵거리는 소리가 그대로 맞닿았다. 뉴트의 얼굴이 빨갛게 익어가는 것만큼, 그레이브스의 눈썹이 축 처졌다.
“그때 난 좀 더 젊고 바빴지.”
“…….”
“게다가 당신이 그렇게 훌쩍 떠날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
“아니……. 뭐랄까.”
“…….”
“뉴트 스캐맨더란 사람은 늘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녔지. 나랑 다르게 말이야.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 거란 생각을 했던 것 같아.”
“…….”
“아마 내 기억이 온전하다면 이런 말을 못 했겠지.”
“퍼시…….”
“안 그런가.”
“…….”
“지금 아니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 거 같아서 그래.”
“당신은 정말…날 놀라게 해요.”
뉴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볼을 꾹꾹 누르면서 열심히 말을 이어가 보는데, 영 소질이 없는지 자꾸 겉돌았다. 그레이브스는 그런 뉴트가 내심 귀여운지 자꾸 품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하지만 자꾸 엉덩이를 빼는 통에 원하는 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왜 그래요.”
“더 어렸을 땐 내가 안아서 재우기도 했는데 말이야.”
“…….”
“맞는 말을 했는데 표정이 왜 그러지?”
“…….”
“스캐맨더?”
“그만 해요.”
마쿠자의 누구도 마법 안보부 국장이 이런 식으로 농담 따먹기를 하는 광경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도 다 큰 남자를 앞에 두고 말이다. 그레이브스는 능숙한 표정으로 뉴트의 손을 잡았다. 그런 모습을 몇 번이나 봤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쪽은 뉴트였다. 결국 접시에 놓인 쿠키 하나 집어 먹지 못한 채 벌떡 일어섰다. 겨우 입만 댄 찻잔은 그대로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일단…자요.”
“…….”
“자고 내일 이야기해요.”
“부끄러워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래도…의식 돌아오고 무사한 것도 봤고.”
“…….”
“혹시 잠시 내 가방을 열어봐도 될까요?”
“가방?”
“안 열기로 했는데…아무래도 불안하고. 그래서.”
“마음대로 하도록 해. 하지만 큰일 나지 않게 해주고.”
“알았어요.”
사실 그레이브스가 뉴트를 이길 수 있을 리 없는데 굳이 허락을 받는다. 여전히 침대에 앉아있는 그레이브스는 걸어나가는 뉴트를 향해 손을 흔들어준다. 보통은 문을 열어주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뉴트가 마련된 침실로 들어가자 집요정이 나타나 그레이브스의 잠자리를 정리했다.
“…….”
아직도 할 말이 많이 남아있는데, 마법이 없인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움직일만한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레이브스는 가만히 누워있었다. 시계 움직이는 소리부터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까지. 이 세상에 온갖 소리가 다 몰려든 기분이었다. 뉴트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뉴트.”
입술 끝에 맴도는 이름을 조용히 몇 번 불러보던 그레이브스는 억지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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