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2
+) NOTICE
메이즈 인더 트랩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엠프렉과 2세 언급이 있으니 해당 설정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피주세요!
둘이 멀쩡하게 연애하는게 보고싶어서 시작한 평범한 세계 AU 입니다.
전 작에서는 대학생 이었지만 지금은 뉴트는 모델, 토마스는 연구원으로 나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전작에서 이어지는 같은 커플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느정도까지 연재 후 뒷부분을 추가해 회지로 만들 예정입니다.
책이 나와도 연재한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그렇게 관심이 꺼지나 싶었더니, 오히려 더 큰 일이 났다.
토마스는 아직 연구소를 탈출하지 못했고, 뉴트는 일이 있었다. 이번 주만 지나면 만날 수 있겠지. 드문드문 메시지로만 연락되던 둘은 서로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대에 편지를 보내는 것처럼 띄엄띄엄 도착하는 일방적인 메시지만 읽고 있었다. 뉴트는 핸드폰에 찍힌 메시지를 눈으로만 재빠르게 읽고 뒤집어놓았다. 괜히 알림창에 뜨는 메시지라도 보였다간 이래저래 귀찮을 것이 뻔했다. 주변에 와글와글 모여든 스태프들은 퍽 바빴다.
“잠깐 눈 좀 감아주세요.”
“…오늘 촬영 오래 걸릴까요?”
“글쎄요. 많이 어려운 건 아니라고 하던데. 요즘 또 가볍게 찍는 사진이 많아서.”
“일찍 끝나면 좋겠네.”
“왜 그러세요?”
“좀 피곤해서. 요즘 무슨 촬영이 이렇게 많은지.”
뉴트는 답지 않게 종알종알 말을 하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토마스를 닮아가나 봐. 속으로 내내 혀를 찼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누가 누굴 닮아가는지 정말 알 수 없었다. 다들 뉴트가 좀 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이미 입은 다문 녀석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머리 손질을 하던 스태프가 화장 도구를 정리하는 사람들과 조용히 눈빛을 주고받았다. 뉴트는 또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요즘 내가 말이 많아져서 귀찮냐며 농담을 던졌다.
현장 분위기는 더 없을 정도로 좋았다.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았고, 진행 상황도 너무 빨라서 천천히 쉬면서 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보통 열 장을 찍어야 한 장을 겨우 건지곤 하는데, 이번엔 뭘 찍어도 마음에 든다며 감독은 연신 싱글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그런 날엔 오히려 사고가 나곤 했다. 잠깐 귀신에게 홀렸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사실 그렇게 말할 일은 아니었다. 하필 그날따라 뉴트가 발을 헛디뎠을 뿐이고, 그대로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그렇게 높은 곳은 아니었는데 떨어지면서 어떻게 잘못 된 건지 발목이 나가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다들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끙끙거리며 일어나려던 녀석이 다시 픽 쓰러졌다.
“뉴트!”
“…아 이거 발목이.”
“왜 그런 거야! 응?”
“내가 발을 헛디뎌서. 보통 이러지 않는데…….”
“일단 병권에 가자. 일어설 수 있겠어?”
“다른 덴 괜찮은데. 그러니까.”
정말 다른 곳은 멀쩡한 듯 뉴트는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사고는 소리 없이 찾아온다는 말이 맞았다. 아무런 징조도 모이지 않고 사다리에서 떨어진 녀석은 끙끙 앓으면서 발목을 쥐었다. 그나마 머리부터 떨어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지.
“…뉴트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아, 안될 거 같은데. 발목에 힘이 안 들어가서.”
“야야야. 괜히 힘주지 말아라 .더 큰 일 난다.”
“…아.”
“잠깐 다들 정리하고 바쁘지 않은 사람은 뉴트 데리고 병원 좀 다녀오도록 하자. 오늘 어쩐지 촬영이 잘된다 싶더니 이게 무슨 일이냐. 진짜.”
“그러니까요. 보통 이러지 않는데. 아야야.”
뉴트가 부축을 받아서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완전히 부러진 건지. 아니면 놀라서 힘이 안 들어가는 건지. 비틀거리며 스태프한테 기댄 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프로라는 녀석이 이렇게 아마추어처럼 다칠 일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아래 한번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그대로 미끄러져서 떨어지다니. 분명 두고두고 놀림감이 될 텐데. 아픈 걸 잊어버릴 정도로 부끄러움이 엄습했다.
“누가 보면 아마추어인 줄 알겠어.”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걸 보니까 아직 살만한가 보구나.”
“…그런 건 아니고. 그런데 진짜 두고두고 놀림감이 될 거 같은데, 이게 무슨 일이야. 그리고 사진도.”
“사진이 문제냐 그거야 나중에 찍어도 되고 지금 있는 거에서 골라서 써도 되는 거지.”
“아.”
짧게 끙끙거리던 녀석이 스태프의 팔을 잡으면서 늘어졌다. 한마디도 지지 않고 입을 놀리는 걸 보니 죽을 만큼 아프진 않은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혼자서 걷긴 무리가 있는지 연신 끙끙거리며 끌려오는 것을 보니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이긴 했다. 겨우겨우 차로 옮겨 탄 뉴트는 끙끙거리며 돌아누웠다. 슬슬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니 놀란 근육이 저마다 비명을 질러댔다. 다리는 다리대로. 팔은 팔대로. 아프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아. 욱신거리는 고통이 느껴질 때마다 뉴트의 미간에 굵은 주름이 펴질 줄 몰랐다. 조금만 참으면 나아지겠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어째 발목의 상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빠지기만 했다.
“심각한 거 아니겠지?”
“설마.”
“나 일 오래 쉬면 안 되는 데.”
“다리 걱정부터 하지 않고 또 일 생각부터 하지.”
“오래 쉬는 건 성미에 안 맞아서.”
“그런 말 하는 것 보니 아직은 살 만한 것 같네. 그럼 됐어. 별일 있겠냐. 안 그래?”
“맞아.”
뉴트가 가늘게 웃으면서도 얼굴을 찡그렸다. 이쯤 돼서 다시 찬찬히 어떻게 떨어졌는지 생각을 해보려 했다. 떨어지는 그 순간 다리가 꺾였던가. 아니면 그대로 몸이 주저앉았던가. 희미한 고통만 남은 채 사라져버린 기억은 당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서 알아보면 되겠지. 그렇게 큰일은 아니겠지. 애써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잠을 청했다.
“…네?”
“도대체 어떻게 떨어졌기에 발목이 이렇게 된 거죠?”
“그냥…사다리에서.”
“사다리요?”
“촬영용이라 그렇게 높지도 않았는데, 많이 안 좋은가요?”
“정확한 것은 자세한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눈으로 보기엔 꽤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
“물론 그동안 과한 운동이나 일은 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뼈가 잘못 붙거나 어긋나면 더 위험합니다.”
“…….”
“일단 치료를 받으신 다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약을 좀 받아가세요. 절대 움직이지 마시고, 휠체어를 사용하면 좋을 텐데, 여의치 않다면 목발이라도 사용하도록 하시고요.”
“휠…체어요?”
“예. 최대한 움직임이나 무게를 싣지 않아야 빨리 나을 겁니다.”
“아…….”
뉴트는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를 감싸 쥐었다. 별일 아닐 거라고 애써 좋은 생각을 하려 했는데, 그 기대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거기다 그냥 다친 것도 아니고 휠체어를 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물론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어쩐지 발목이 더 아픈 것 같았지만 말이다. 얌전히 휠체어에 앉아 이리저리 검사하러 다니던 뉴트는 완전히 늘어졌다.
얇은 발목과 마른 근육이 매끈하게 붙어있는 다리에 처덕처덕 깁스가 감기기 시작했다. 뉴트가 대놓고 질색을 한 덕분인지 단단한 부목을 대고 천으로 꽉 졸라매는 형태가 되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고 해서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옆에 따라온 매니저에게 절대 맘대로 붕대를 풀거나 발목을 움직이게 하면 안 된다며 신신당부하던 의사는 영 불안한 눈으로 뉴트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시죠?”
“당장 내일이라도 그거 풀어버리고 촬영을 가실 분 같아서요.”
“…….”
“제가 제대로 짚은 것 같습니다.”
“아니…그게.”
“그건 제가 책임지고, 집에 얌전히 묶어 두겠습니다.”
“…….”
매니저가 툭 끼어든다. 뉴트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 꼴론 한 걸음도 옮길 수 없었다. 얌전히 끌려가서 치료를 받고 휠체어에 태워졌다. 매니저는 뉴트를 차 안으로 들여보내면서도 내내 혀를 찼다.
“그냥 휴가 좀 받았다고 생각해.”
“그게 문제가 아닌 거 잘 알면서.”
“뭐 어떠냐. 그렇다고 당장 이 꼴로 멀쩡하게 버티고 설 수도 없는데. 차라리 마음 편하게 먹는 쪽이 더 빠르게 나을걸.”
“…….”
“토마스도 조금 있으면 돌아올 텐데.”
“…아. 맞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 그 녀석이 돌아오면 이 꼴을 보고 뭐라고 할지 눈앞에 선했다. 오지 말라고 할까. 뉴트는 갑자기 몸이 더 아픈 것 같았다. 끙끙거리며 이마를 짚자, 매니저는 그런 모습을 곁눈질로 보며 내내 웃었다. 이제야 걱정이 되는 건지. 아니면 귀찮은 일이 싫은 건지. 확실하겐 알 수 없었다.
“오지 말라고 하는 쪽이 나을까 싶은데.”
“그러다 나중에 보고 진짜 화낼걸.”
“하지만…….”
“그래서 말할까 말까 고민 중이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 녀석이 가끔 무모할 정도로 대책 없는 사고를 치고 다니니까.”
“으음.”
“어쩐다.”
사실 뉴트의 고민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전화번호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당장 전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해 전하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진 눈에 선했다. 그래서 쉽사리 연락을 넣기 어려웠다. 대학 때부터 알아온 토마스는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소를 뛰쳐나올지도 모르는데.’
걱정이 깊어만 갔다. 아직 연구가 끝나려면 시간이 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당장 알려봤자 연구소를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그러면 당연히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연구할 것이고, 그러다 연구를 망치기라도 한다면. 생각하는 것만으로 오싹했다.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지만, 토마스에겐 충분히 나비효과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말을 안 하자니 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일단 토마스가 연구를 끝내는 날까지 이 일을 숨길 자신이 없거니와 나중에 한 번에 원망 섞인 눈빛을 받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분명 왜 말을 안 했냐. 이제는 내가 믿음직하지 못하냐. 이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부터 시시콜콜 따져 물으며 한동안 맘대로 다니지도 못할 테니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두 가지 선택지 모두 고르고 싶지 않아졌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토마스가 놀라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은데, 그런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한마디만 해도 화들짝 놀라는 녀석이 침착할 리가.
“모르겠다.”
“포기하는 거야?”
“일단 집에 가서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어.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그 녀석한테 부드럽게 말할 자신이 없어.”
“넌 부드럽게 말해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반응하는 건 아니고?”
“그것도 맞아.”
“너흰 참 그러면서도 오래 붙어있는 것 보면 신기하단 말이야.”
“그렇기도 하네. 하지만 나 정말 토마스한테 연구 끝내고 오라고 설득할 자신이 없는걸.”
“그건 나도 좀 힘들 거 같다.”
“그렇지?”
“응.”
매니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몇 사건을 생각하면서 진저리를 쳤다. 몇 번이나 싸우고 헤어지느니 마느니 난리를 쳤지만, 이번 만큼 뉴트가 크게 다친 적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토마스의 반응이 더 상상이 가지 않는 것도 있었다.
“역시 좀 천천히 말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형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래. 그 녀석 저번처럼 너 다쳤다고 멋대로 연구소 뛰쳐나왔다가 발칵 뒤집히면 어떡하니.”
“아. 맞아.”
“그때 진짜 큰일 나는 줄 알았다.”
뉴트는 그제야 저 멀리 묻혀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을 깜박였다. 뉴트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연구소에서 뛰쳐나온 것까진 좋았는데, 몰골이 참혹했다. 게다가 그런 모습으로 경찰서 한구석에서 울고 있던 녀석을 발견한 순간 마치 집을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은 기분이었다.
“일단 집에 가서.”
“그래. 그래.”
조금이라도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사실 뉴트는 답을 알고 있었다. 늦게 말할수록 토마스가 놀라는 정도가 심해질 것이 분명했다. 안 그래도 계속 불안해하는 녀석인데. 별생각을 다하네. 뉴트는 여전히 동생을 한 명 돌보는 기분이었다.
결국, 집에 돌아오는 내내 연락하지 못했다. 매니저한테 잔뜩 의지한 채 끙끙거리며 간신히 움직였다. 소파에 앉은 뉴트의 이마엔 식은땀이 송글 송글 맺혀있었다. 그나마 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러지지 않은 것이 다행인 것인지, 완전히 부러지지 않아서 더 비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불행한 건지. 확실한 건 지금 몸을 움직이기 매우 힘들다는 것이었다.
“진짜 바보가 되어 버렸네.”
“제발 얌전히 있어라.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하고.”
“…….”
“내가 24시간 같이 있어 줄 수도 없고, 만약 있어 준다고 해도 의학적 지식도 별로 없어서 도움이 안 될 거 같네.”
“…….”
“차라리 도우미를 한 명 구할까?”
매니저는 자잘한 심부름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다친 사람을 돌보는 것엔 익숙하지 않았다. 괜히 도와준다고 하다 더 나빠지기 전에 전문적인 사람을 부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다친 사람은 그러기 싫은 모양인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왜 그래?”
“그건 좀 그래서.”
하여튼 저 고집. 매니저는 두 번 묻지 않았다. 뉴트가 싫다고 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혼자 놔뒀다간 알아서 하겠다고 움직이다 더 다칠 것 같았다.
“그럼 그냥 토마스한테 연락을 하자.”
“…아니 말이 왜 그쪽으로 튀는…….”
“그러면 뭐라도 되겠지.”
“…….”
“벌써 하루가 다 지나가는데 더 늦게 이야기하기도 그렇지 않아?”
“…….”
“잘 생각해 봐라. 난 먹을 것 좀 사 올게.”
“응.”
“뭐 먹을래?”
“그냥 샌드위치나.”
적당히 늘 먹던 메뉴를 고른다. 매니저는 또 그걸 고르냐며 잠깐 타박을 하더니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샌드위치 가게야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금방 다녀오겠다. 어디 움직일 생각하지 말고 얌전히 소파 위에 있어라. 열심히 잔소리하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
“뉴트. 움직이지 마!”
“알았어!”
“너 그러다 더 다치면 진짜 큰일 난다.”
“알았다니깐.”
“내가 저 소리를 믿을 수 있어야지.”
괜히 툴툴거린다. 뉴트가 안 갈 거면 들어와 앉으라고 성화를 하고 나서야 집을 나섰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뉴트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앓았다. 다친 것은 사고고, 자신이 부주의했던 탓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움직이지도 못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단단하게 고정된 발목은 진통제가 떨어지면 욱신거리며 아팠다. 그러다보니 차마 디뎌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친 다리에 묵직한 무게가 실리면 말이지. 이런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종아리를 타고 오르는 것 같았다.
“…으으.”
소름이 쭉 돋은 팔로 더듬더듬 담요를 찾았다. 소파에 적당히 허리를 묻은 채 눈을 감았다. 오늘 전화를 할까. 아니면 내일 하는 것이 좋을까. 막상 전화를 걸어볼 생각은 하지도 않으면서 계속 고민만 하고 있었다. 물론 이번 일은 전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아무렇게나 말을 꺼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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