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4
메이즈 러너/└ 톰늍 / 2016. 3. 4. 11:02
+) NOTICE
메이즈 인더 트랩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엠프렉과 2세 언급이 있으니 해당 설정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피주세요!
둘이 멀쩡하게 연애하는게 보고싶어서 시작한 평범한 세계 AU 입니다.
전 작에서는 대학생 이었지만 지금은 뉴트는 모델, 토마스는 연구원으로 나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전작에서 이어지는 같은 커플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느정도까지 연재 후 뒷부분을 추가해 회지로 만들 예정입니다.
책이 나와도 연재한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다행히도 뉴트가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토마스는 생각보다 뉴트의 상처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뉴트는 이번 사건은 다른 사람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을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토마스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자면 좀 복잡했다.
애초에 둘이 좀 튀게 만난 탓도 있고, 직업도 그랬다. 안 그래도 이런저런 사건이 너무 많았다. 물론 이게 다 이런 일 하는 사람들한텐 흔한 일이라고 넘기는 뉴트와 달리 토마스는 유난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편이긴 했다. 이해는 하지만. 이럴 때마다 뾰족뾰족 가시를 세우고 예민해지니 좀 피곤하긴 했다.
“…나 안 죽는다니까?”
“그래서 이러는 거 아냐.”
“다행히 조각조각 난 상태는 아니고 예쁘게 부러졌다잖아.”
“…….”
토마스의 눈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농담이라고 했는데, 어째 더 상황이 안 좋아 진 것 같은 기분에 뉴트는 괜히 헛기침이나 하고 말았다. 정말인데. 한마디 더 덧붙였더니 결국 눈썹을 축 늘어뜨리면서 뉴트 옆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모습을 보자니 참 덩칫값을 못하는 놈이 확실했다.
“정말이라니까? 오히려 조각조각 부러지는 쪽이 더 나쁜 거야.”
“다치는 건 다 나쁜 거잖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중에 좀 나은 상태도 있는 거잖아.”
“…….”
“안 그래? 그래도 이렇게 얌전히 있으면서 잘 붙으면 그만이라던데 뭐.”
“그래도 다치는 건 싫어.”
“나도 싫어. 하지만 이미 다쳐버린 걸 어쩌겠어. 그러면 이 상황에서 최대한 잘 나을 수 있게 해야지.”
“…그거 모르는 사람 아니야.”
“근데 꼭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니까 그러지.”
“…….”
중얼중얼. 아닌 척하고 있지만 온몸으로 티가 난다. 게다가 도저히 모른 척 할 수 없을 정도로 볼멘소리가 퉁퉁 불은 채 귓가에 들려온다. 뉴트는 이럴 때마다 아들 한 명 키우는 기분에 온몸이 간질간질했다. 분명 서로 고백하고, 할 거 다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지냈는데. 뭐가 저렇게 불안한 것인지. 뉴트는 정말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런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아이겠거니. 생각보다 더 순수하겠거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부분만 모아보려 했다. 깊게 생각을 해봤자 뾰족한 대답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뉴트가 다치는 건 싫어.”
“나라고 좋겠냐.”
“불편하잖아. 걷기도 힘들고.”
“네가 집에 있는 동안 이리저리 시켜먹어야겠어.”
“…응?”
“그러려고 오늘 연구실 안 간 거 아냐?”
“…….”
“나라고 좋겠냐.”
“불편하잖아. 걷기도 힘들고.”
“네가 집에 있는 동안 이리저리 시켜먹어야겠어.”
“…응?”
“그러려고 오늘 연구실 안 간 거 아냐?”
“…….”
이럴 때 빈말이라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토마스는 입술을 꾹 깨문 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몇 년 동안 봤지만, 늘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구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뉴트가 다칠 때마다 지나치게 놀란다. 그런 토마스를 보는 사람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게 참 마음 가는 대로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뭐 할까? 안 심심해? 패드 줄까?”
“패드로 할게 게임밖에 더 있나.”
“…음.”
“또 뭐 꾸미고 있는 거 아냐?”
“아냐. 아냐. 내가 뭘.”
얼굴에 티가 다 나는데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표정이 제법 절박해 보였다. 뉴트는 모르는 척 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토마스가 냉큼 뉴트의 옆에 와서 붙어 앉았다. 그러더니 항상 들고 다니는 패드를 켜서 이것저것 보여주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어려운 논문이겠거니. 뉴트는 그렇게 넘겨짚으며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자 토마스의 손이 뉴트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뉴트. 있지. 이거 좀 봐봐.”
“…뭔데 그래.”
“우리 연구소에서 가끔 휴가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려주거든. 아까 받았는데, 뉴트 생각이 나서 들고 왔어.”
“응? 휴가?”
“어차피 한참 쉬어야 하잖아. 나도 이번 연구 끝나면 포상 휴가 몰아서 갈 건데 뉴트 다리 치료하는 셈 치고 같이 가자.”
“치료랑 휴가라는 말이 같이 쓸 수 있는 단어였던가?”
“뭐 어때. 이 별장에 수영장도 있고, 모닥불도 피울 수 있어.”
“…….”
“응? 휴가?”
“어차피 한참 쉬어야 하잖아. 나도 이번 연구 끝나면 포상 휴가 몰아서 갈 건데 뉴트 다리 치료하는 셈 치고 같이 가자.”
“치료랑 휴가라는 말이 같이 쓸 수 있는 단어였던가?”
“뭐 어때. 이 별장에 수영장도 있고, 모닥불도 피울 수 있어.”
“…….”
불안하던 기분은 바로 이 상황을 알리려 했던 걸까. 어쩐지 요즘 이상할 정도로 아무 말 없었다. 뉴트의 까만 눈이 천천히 서류를 읽어갔다. 사실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토마스가 둘이 가자고 들고 온 곳은 굉장히 넓은 펜션인 데다 차가 없으면 나오기 불편한 곳에 있다는 사실 말이다. 당연히 옆집 놀러 가는 기분으로 놀러 가고 싶진 않았다. 며칠 묵는 장소가 넓고 편하면 뉴트도 좋았다. 하지만 그곳이 위키드 소속 별장이라면 말이 좀 달라졌다.
“여기 가자고?”
“응. 어차피 뉴트 한동안 일도 안 한다며. 이번에 휴가받으면 편하게 며칠 놀고 오자.”
“며칠이 아니고, 몇 달이 되는 건 아니고?”
“그러면 나야 좋고.”
토마스가 금방 웃었다. 이걸 말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을까. 토마스의 입꼬리를 따라 하는 것처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뉴트는 어쩐지 눈앞에 안절부절못하는 토마스가 보이는 것 같았다. 오늘 말할까. 아니면 내일 말할까. 몇 번이나 계획을 수정했을 것이 뻔했다.
“며칠이나 있으려고 이렇게 대놓고 예고를 하는 거야.”
“…이주일? 더 있으면 좋고.”
“우리 저번에도 이렇게 갑자기 사라지지 않았어?”
“그건 일탈이었고, 이번엔 정식으로 휴가 내고 가는 거야.”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데.”
뉴트가 웃으면서 입을 열자 토마스가 빙글 돌아누웠다. 이렇게 계속 침대에서 생활하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닐텐데, 꼼짝을 할 수 없었다. 토마스는 뉴트의 허벅지 쯤에 바짝 붙어 누운 채 팔로 허리를 감았다. 따끈따끈한 체온이 얇은 티셔츠를 지나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래서 안 갈 거야?”
“내가 그랬었나?”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대답을 안 해줬잖아.”
“뭐, 가자. 가서 생각해 보지 뭐.”
“정말? 무르는 거 없다?”
“내가 언제 한 입으로 두말했었어?”
“맞아.”
“내가 그랬었나?”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대답을 안 해줬잖아.”
“뭐, 가자. 가서 생각해 보지 뭐.”
“정말? 무르는 거 없다?”
“내가 언제 한 입으로 두말했었어?”
“맞아.”
토마스가 다친 다리를 살살 피해 뉴트의 품에 파고들었다. 어이고. 어리다. 어려. 뉴트는 그런 토마스를 내려다보며 혀를 쯧쯧 찼다. 동그란 머리통을 살살 쓰다듬어 주다 이내 귀찮아졌는데 풀썩 뒤로 누워버렸다. 졸지에 뉴트를 베고 누워버린 토마스는 연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는 거다?”
“알았어, 대신 내 다리가 좀 나으면 가자.”
“…그야 당연하지.”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으면. 안 그러면 너무 불편하잖아.”
“알았어.”
꾸물꾸물 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손에 슬쩍 깍지를 꼈다. 단단하고 곧은 손가락이 곰실곰실 뉴트의 손을 간지럽혔다. 몇 번이나 간지럽다 해도 듣지를 않으니 손을 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뉴트의 손가락도 토마스의 손바닥을 쿡쿡 찔렀다. 한참 손과 손이 얽히더니, 어느새 시선이 맞닿았다.
“…….”
“…….”
항상 봐도 언제나 좋았다. 왜 그렇게 좋냐고 물어본다면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이 감정은 유전자 단위에서 새겨진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내내 좋을 수 없었다. 서로 숨을 죽이며 킬킬 웃다가 이내 코를 묻고, 볼을 마주 댔다.
몇 년 동안 함께 지내도 늘 첫사랑을 하는 것처럼. 토마스도, 뉴트도 항상 그랬다. 입술과 입술이 겹쳐지고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이불 속으로 점점 파고드는 통에 조금 시간이 지나자 겨우 정수리만 조금 보일 뿐이었다.
“뉴트.”
“…왜?”
“…뉴트. 뉴트.”
“이름 닳는다.”
“왜 항상 불러도 이렇게 새롭지.”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한다니까.”
“내 이름도 불러줘.”
“…토마스?”
모른 척 한마디 하니 토마스의 눈썹이 또 꿈틀거렸다. 이건 뭔가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이 확실하다. 뉴트는 가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토마스의 코를 꾹 눌렀다.
“토미.”
“응.”
모른 척 한마디 하니 토마스의 눈썹이 또 꿈틀거렸다. 이건 뭔가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이 확실하다. 뉴트는 가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토마스의 코를 꾹 눌렀다.
“토미.”
“응.”
그 한마디에 사르르 녹아내린 덩치 큰 녀석은 뉴트의 허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용케 다친 다리를 건드리지 않네. 뉴트는 그렇게 한마디 하더니 결국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뭐라고 해도 둘이 좋으면 그만이었다. 전적으로 토마스한테 여행 계획을 맡겨버린 뉴트는 해가 한껏 떠오를 때까지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
뉴트는 채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이곳을 떠나지 않을까 넘겨짚었다. 토마스 성격에 이런 일을 한 번 계획하고 오래 끌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뉴트의 신경은 더 예민해졌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일까. 아니면 그 다음 주일까. 집안 사나운 소리 한 번 나지 않고 시간이 지나갈 때마다 뉴트의 미간엔 굵은 주름이 잡힐 뿐이었다.
생각보다 조용히 달력이 넘어가고 있었다. 일이 터진 날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뜬금없는 날짜였다.
“…내가 지금 잘못 짚은 건가.”
“뭘?”
“…토마스가 이렇게 오랫동안 참을 녀석이 아닌데, 너무 조용하지 않아?”
“그것도 그러네. 난 당장 내일이라도 떠날 줄 알았는데.”
“잊어버린 건가.”
“아무리 토마스가 정신이 없어도 그러겠냐.”
“그럼 왜 조용하지.”
“언제는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고 성화를 하더니?”
“그야…….”
치료를 받던 뉴트는 고래를 돌린 채 중얼중얼 대답을 삼켰다. 물론 토마스를 볼 때마다 잔소리를 좀 하긴 했다. 이거 하지 말아라. 저거 만지지 말아라. 그럴 때마다 토마스는 어린 애처럼 이유를 물어봤다. 당연히 그런 엉뚱한 질문에 대답해줄 마음이 없어서 그냥 옆구리나 쿡 찌르고 말았다. 이러면 또 죽는소리를 낸다. 항상 변함없었다. 그런 토마스에게 이미 익숙해진 뉴트는 갑작스러운 변주에 영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겠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불안해 하는거야.”
“이상하지 않아? 토마스가 저럴 리 없다고. 분명 당장 출발하자고 난리를 쳐도 모자랄 텐데.”
“…….”
“형이 봐도 좀 이상하지?”
“아니. 난 네가 더 이상해 보이는데.”
“아니. 난 네가 더 이상해 보이는데.”
매니저는 오래 알고 지낸 만큼 너무 솔직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정신이 돌아온 뉴트는 눈만 깜박거리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물론 다리를 버둥거릴 수 없으며 덮고 있던 담요를 구깃구깃 쥐어 잡을 뿐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매니저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닮지 않아서 다를 정말 사귀는 것 맞냐고 물어보던 녀석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서로를 닮아갔다.
“그러니까. 난. 딱히.”
“그런 변명 안 해도 괜찮아.”
“…….”
“둘이 그렇게 안 닮는다고 다들 입 모아서 이야기하더니. 이젠 둘이 비슷해진 거 같다.”
“놀리지 말고!”
“놀리는 거 아닌데?”
“…….”
사실 저렇게 말하면 더 부끄러웠다. 새빨개진 얼굴에선 금방이라도 수증기가 피어오를 것 같았다.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소리가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치료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젠 아예 등을 돌리고 누운 채 앓는 소리를 내는 뉴트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걱정되면 토마스한테 물어보지 그래? 언젠 안 그랬던 것처럼 구네.”
“…그야. 그러면 당장 내일이라고 가자고 들고 일어날까 봐 그러는 거지. 아직 치료도 좀 남았고.”
“정말 그것 때문이야?”
“자꾸 놀릴 거야?”
매니저는 얼굴 가득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연신 뉴트의 마음을 살살 긁었다. 뉴트를 이만큼 아는 사람도 없으니 이러나저러나 참 힘든 상대였다. 결국 두 손을 들어버린 뉴트는 돌아누운 채 눈만 깜박였다. 단단하게 부목을 댄 다리는 아직 아프고, 시간은 빨리 지나가기만 했다. 물론 날짜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동안 다 부러진 뼈는 좀처럼 붙을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나 좀 더 나으면 가자고 기다리고 있는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
“아냐. 그건 역시 아닌 것 같아.”
“…야.”
“내가 토마스를 잘 아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럼 뭐일 것 같은데?”
“설마 다른 프로젝트가 떨어져서 딴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걸까?”
“됐다. 됐어. 내가 잠깐 기대했는데, 역시 하지 말걸 그랬다.”
“왜! 또!”
“둘이 똑같으니까 하는 말이야.”
“…….”
매니저는 여전히 질린 표정이었다. 뭐 그렇다고 징글징글하다거나 당장 이 이릉르 그만두고 싶다거나.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다만 둘이 죽어라 부정하는 상태가 눈에 가감없이 보이니 저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올 뿐이었다. 뉴트는 그래도 날카로운 말을 들으니 정신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예민했네.”
“알면 됐다. 인마.”
“…….”
“알면 됐다. 인마.”
“…….”
그 이후론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괜히 핸드폰 액정을 켰다 껐다 바쁘기도 했다. 아무것도 오지 않은 화면을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는지. 조금만 더 하면 눈빛이 닿는 곳마다 죄다 녹아내릴 것 같았다. 하지만 하지 말라고 그만둘 녀석도 아니었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역시 불안해.”
“왜 그런 말을 안 하나 했다. 하긴 오래 참긴 했지.”
“메시지 넣어서 물어볼까?”
“…좋을 대로 하세요?”
“…….”
“왜 또 표정이 그래?”
매니저는 차에 시동을 걸며 눈앞에 있는 거울을 통해 뉴트를 바라보았다. 방금 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쯧쯧. 이렇게 혀를 찰 일이 많아서야 원. 내 혀가 닳아 없어지면 보험처리가 될 수 있을까. 매니저는 쓸데없는 농담을 툭툭 뱉었다. 그나마 그런 소리를 듣고 조금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가도 또다시 끙끙 앓았다. 좋은 일도 삼세번. 꽃 날도 석 달이라는데, 이 녀석들은 늘 한결같았다. 아니 그런 녀석 둘이 만나서 상성이 맞는 것이려나. 나쁘진 않았지만, 자꾸 저렇게 죽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뉴트는 결국 물어보지 못했다.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이것도 안 된다. 저건 이상하다. 모든 방법에 족족 퇴짜를 놓고 침대에 늘어졌다. 매니저는 그런 녀석을 보다보다 손사래를 쳤다. 도우미를 구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거동도 못 하는데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일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귀찮을 일을 떠맡은 사람은 매니저였다. 이런 일은 계약에 없는 내용이니 이 녀석을 얌전히 데려다 입원이라도 시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말만 그렇게 하고 내내 뉴트 곁에 붙어있었다. 사실 그다지 바라는 것도 많지 않았다. 이러니까 내가 도와주는 거야. 매니저는 또 생색을 냈다.
“토마스 오면 냉큼 널 넘겨주고 퇴근 해버릴 거다.”
“그냥 여기서 자는 건 어때? 방도 남는데.”
“내가 미쳤냐?”
“왜? 뭐가 어때서 다들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어차피 내일도 와야 할 텐데 귀찮을까 봐 그러지.”
“됐어. 뭐 한두 번 그러는 것도 아닌데.”
토마스는 그날따라 조금 늦었다. 뉴트는 침대에 누워서 패드를 만지작거리다 도저히 심심함을 참을 수 없는지 더듬더듬 목발을 찾았다. 그리고 굳이 거실까지 나와서 소파 위에 둥지를 틀었다. 침대에 있어 봤자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그렇다고 거실에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지.”
몇 번이나 시계를 쳐다보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시계와 핸드폰 사이에 시차가 있는 것도 아닌데 꼭 몇 번씩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요즘은 예고한 시간에 딱 맞춰 오곤 했는데, 오늘따라 연락도 없었다. 뉴트는 괜히 덮고 있는 담요를 만지작거리며 애꿎은 TV 채널만 돌려댔다.
몸을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잠이 늘었다. 토마스가 돌아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깨어있으려고 온몸으로 버티던 뉴트는 결국 눈꺼풀에 내려앉는 잠을 이기지 못했다. 몸에 잔뜩 들어간 힘이 빠지고 고른 숨소리가 사분사분 거실에 내려앉았다. 매니저는 또 혀를 쯧쯧 하면서 반쯤 흘러내린 담요를 제대로 덮어주었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도 하는 짓은 어린애 같았다. 물론 토마스도. 이렇게 생각하니 천생연분인 것 같기도 하고. 매니저는 턱을 쓰다듬으며 뉴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토마스는 뉴트가 잠이 들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갑자기 회의가 생겼다는 변명을 우다다 쏟아내던 녀석은 눈앞에서 조용히 하라며 막아서는 매니저를 보고 놀라서 펄쩍 뛰었다. 그리곤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침을 삼키며 매니저의 눈치를 보았다.
“…뉴트 잔다.”
“네?”
거실에서 자고 있어서 그래.”
“…아. 그렇구나.”
“너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녀석 잘 데리고 들어가서 자도록 해. 침대에 있으라니까 부득불 걸어 나와서 불편하게 자고 있지 뭐냐.”
“…….”
“농담이고. 내일 보자. 시간 맞춰서 데리러 올게.”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토마스가 생글생글 웃으며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매니저가 손을 흔들어 주고 떠난 집엔 뉴트와 토마스만 남아있었다. 집은 따뜻하고 너무 컸다. 정말 너무 커도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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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