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사람 좋게 부르던 목소리가 금방 거칠어진다. 럼로우는 이런 쪽으론 영 재주가 없는 남자였다. 사근사근하게 대해주고 싶어도 영 성미에 맞지 않으니 할 수 없었다.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하는데, 이 백치는 또 입술만 쭉 내밀고 엉덩이를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럴 땐 다그쳐도 소용이 없다. 하이드라 시절부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남자는 한숨만 푹푹 쉬면서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야.”
“…….”
“지금 피한 거냐?”
“…….”
“어쭈 눈깔 봐라.”
“…….”
말을 하지 않으니 짐승을 키우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 짐승은 먹이 주는 사람을 따르기라도 하지. 이 새끼는 밥은 밥대로 축내면서 일말의 호감도 보여주지 않는다. 슬슬 멍청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났다. 차라리 하이드라에 있을 때가 나았던 것 같았다.
‘그땐 그냥 죽기 전까지 패기라도 했지. 지금은.’
영 찝찝하단 말이야. 쩝. 럽로우는 마른 입맛을 다셨다. 사실 하이드라에 있을 때 이 녀석을 만난 것은 몇 번 되지 않았다. 게다가 비밀스러운 병기였기에 윈터솔져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어떻게 알았더라. 럼로우는 옆으로 비켜선 시커먼 덩어리를 힐끗 바라보았다.
“…뭘 봐.”
“어쭈?”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내가 원하는 걸 줄 순 있고?”
“…….”
“백치야.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야. 너 그러다 큰일 난다.”
“…….”
“그리고 밥 먹여주고 키워주는 사람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
“앞뒤 없는 새끼.”
럼로우는 슬쩍 손끝으로 턱이라도 만져볼까 했다. 하지만 찰싹 소리와 함께 손이 휙 꺾였다. 어쭈. 럼로우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꼴에 자신을 배려한답시고 메탈 암으로 치진 않았다. 명백하게 자신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멍청하기만 한 얼굴이 짜증이 났다.
“야.”
“…….”
“평생 그늘에서밖에 못하는 새끼가 지금 누굴 동정하는 거야.”
“…….”
“내가 지금 꼴이 이 모양이긴 해도 너보단 나아. 알았어?”
“…….”
“주워왔더니, 어디서 건방지게.”
“…….”
가늘게 자신을 쳐다보는 겨울 색 눈동자가 꼴 보기 싫어 견딜 수 없었다. 어차피 인간을 공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남자는 그대로 손을 뻗어 백치의 머리카락을 휘어잡았다. 우두둑. 머리카락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한번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끌려온 녀석은 여전히 표정이 없었다.
“백치는 백치답게 굴어.”
“…….”
“백치가 사람을 동정하려고 들면 쓰나.”
“…….”
“내가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야겠어?”
“…….”
“재미없는 놈.”
머리카락을 놔주자 그대로 몸이 푹 쓰러진다. 우연인지. 아니면 노린 건지. 그대로 럼로우의 무릎으로 쓰러진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축 늘어졌다. 물론 속으로 놀란 것은 럼로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걷어찬다거나 밀어내진 않았다. 지금 당장 조금 험한 말을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녀석을 영영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싫다고 도망치진 하지만, 완전히 떨어지진 않는다. 이 녀석은 늘 그랬다. 사람을 무서워하면서도 그 온기가 없으면 죽을 것 같이 굴곤 한다.
“백치야.”
“…….”
“그러니까 왜 심술을 부려서 아저씨가 험한 말을 하게 만들고 그래.”
“…….”
“화났어?”
무릎에 얹힌 고개가 슬쩍 움직인다.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럼로우는 그 뒤통수를 보며 웃었다. 귀여운 새끼. 타고난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할 뇌조차 남아있지 않은 녀석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밀고 당길 수 없었다.
“백치. 화 안 난거지?”
“…….”
“그렇다고 믿을게?”
“…….”
“그냥 우리 둘이서 그늘에 스며들어 살면 된다니까. 왜 자꾸 아저씨를 힘들게 해.”
“…….”
“그렇게 해가 그리워?”
또 고개가 움직인다. 이 녀석은 빛과 해가 뭔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수십 년간 살았으면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어차피 태양을 보면 그대로 녹아버릴 주제에 자꾸 그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럼로우도 윈터솔져도 양지를 걸어 다닐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거기 가면 안 돼.”
“…….”
“우리 백치는 아직 많이 아파서, 잘못하면 또 끌려갈 수 있어.”
“그건 싫어.”
“그렇지. 나도 그렇단다.”
“…….”
“아픈 거 싫으면 그냥 내 말만 들어.”
“…….”
“여기도 빨리 떠나자. 여기 뭐 좋을 게 있다고 이렇게 버티고 서있어.”
“나도 몰라.”
“정말?”
“응.”
목소리가 늘어지는 걸 보면 또 대화하기 벅찬 것이 분명했다. 아직 윈터솔져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녀석은 때때로 무기처럼 행동하곤 했다. 그러다 갑자기 반짝 정신이 들고, 그러다 다시 멍청한 표정으로 내내 움직이지 않았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네.’
럼로우는 솔직한 감상을 툭툭 내뱉었다. 백치는 여전히 무릎을 강탈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덩치가 산만한 녀석이 무거운 메탈 암까지 달고 있으니 꼭 무릎에 바위산을 올려놓은 것 같았다. 다리 좀 저리면 어떤가. 이 새끼가 이렇게 다가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니 조금 더 참아보기로 했다.
❢
럼로우가 에셋을 처음 만난 건 그늘 아래 서 있을 때였다. 누군가 머리부터 물을 끼얹은 것처럼 잔뜩 젖은 남자가 두 팔을 잡힌 채 질질 끌려나갔다. 사실 처음엔 그리 눈길이 가지 않았다. 하이드라의 끄나풀로 활동하면서 어느 정도 보고도 못 본척하는 것이 살아남는 데 편하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적당히 묻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렇게 쉽게 남자를 놔주지 않았다.
“이건…뭡니까.”
“오늘부터 자네가 쓸 무기지.”
“…….”
“이렇게 빨리 이 녀석을 다룰 수 있게 된 건 이례적인 일이니 마음껏 뿌듯해해도 되네.”
‘놀고 있네.’
럼로우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표정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좋아하라면 좋아하고. 까라면 까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목숨을 부지할 순 있었다. 그러면서 힐끗 무기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뒤집힌 눈에 주체하지 못하고 벌벌 떨리는 몸을 보아하니 자신이 오기 전에 무슨 큰일이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악취미군. 이것보다 더 잔인한 장면을 많이 봤었는데, 어쩐지 속이 메스꺼웠다. 그런 럼로우의 시선을 눈치챈 총장은 별거 아니란 투로 입을 열었다.
“아, 그건 자네가 쓰기 편하라고 다시 부팅시켜놓은 것이니 별 상관 하지 않아도 되네.”
“부팅이라.”
“그렇지. 무기는 가끔 손질하고 기름을 쳐줘야 예민하게 돌아가지 않나. 자네도 항상 총기를 손질하는 것을 알고 있네.”
“그렇습니다.”
“저것도 똑같아.”
“알겠습니다.”
남자는 더 캐묻지 않았다. 이 이상 궁금해하면 목 끝에 칼이 닿는다. 알 필요도 알고 싶어 해서도 안 된다. 남자는 그늘 안 세계에 대해 제법 빠삭했다. 피어스 총장이 웃으면서 자리를 비켜줬다. 문이 닫혔다. 럼로우는 그제야 슬쩍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닫혀있지만, 사방에 눈이 있었다. 어떻게 행동하려는지 지켜보려는 것이 분명했다.
“미치겠군.”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당장 이런 큰일을 해야 한다. 럼로우는 쉽게 움직이지 않고 내내 무기를 바라보았다. 전기에 튀기기라도 했나. 왜 저렇게 펄떡거려. 천천히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마음껏 감상을 쏟아냈다.
“…….”
“뭐야.”
“…….”
“아, 정신이 들었군.”
“…….”
“솔져?”
“…….”
잔뜩 날 선 눈이 럼로우를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굳게 다문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꼭 맹수 같은 모습이라 럼로우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물러서면 달려들어 그대로 목을 물어뜯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버티고 서서 노려보았다.
“솔져. 대답해.”
“…….”
“솔져!”
“…….”
몇 번이나 다그쳤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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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지.”
“…뭐가?”
“넌 몰라도 되는 이야기.”
“…….”
“백치야.”
“…….”
“태양을 너무 동경하지 마. 넌 그곳에 가면 곱게 죽지도 못해.”
“…….”
“넌 그늘에서 살아야 해. 그늘과 그늘을 옮겨 다니면서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지내야 한다고.”
“…….”
“물론 나도 그렇지만.”
“…….”
어쩐지 무릎이 축축했다. 바보 같은 녀석이 또 생리 현상을 주체하지 못하고 질질 짜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뭐라 하지 않았다. 정신이 없는 녀석이 이렇게라도 감정 표현을 하는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정 해가 보고 싶으면.”
“…….”
“여길 떠나자.”
“…….”
“꼭 여기서 태양을 바라볼 필요는 없잖아.”
“왜…….”
“거기 가서 알려줄게.”
백치는 또 말이 없었다. 상한 녀석을 구슬리던 럼로우는 더듬더듬 한쪽 손으로 담배를 찾았다. 담배에 불을 붙이자 칼칼한 냄새가 코를 파고들었다. 무릎은 이제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 주엔 떠나야지. 남자는 담배를 쭉 빨아들이면서 몇 번이나 수정한 계획은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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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업로드를 하는 것 같아요
샘플 올린다음 원고 하느라 업로드가 멸종해버려서 어쩐지 민망하네요ㅜㅜ
지금까진 계속 루마니아에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였는데, 이번엔 그곳에 가기 전 둘이 보고싶었습니다
중간에 생략된 곳에 이어질 내용은 아마 버키가 재부팅 당하고 그걸 본 럼로우가 좀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싶어요
결국, 럼로우가 졌다. 남자는 백치를 반쯤 무시하면서 윽박지르긴 하지만, 특정한 표정에 약해도 너무 약했다. 젠장. 젠장. 몇 번이나 욕을 씹어 삼킨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허락은 해버렸고, 저 멍청한 백치는 고양이 버리고 오란 소리를 못알아들을 것이 분명했다.
‘왜?’
‘…….’
‘왜 그래야 해. 럼로우?’
‘…….’
‘허락했잖아.’
한 백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화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인생은 낙장불입이라는데, 남자 체면이 안된다고 뒤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럼로우는 괜히 맘에 안 차는 고양이를 생각하면서 길가에 널린 돌을 군홧발로 퍽퍽 차버렸다. 딱딱한 신발에 채여 저 앞으로 튕겨 나간 돌은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몇 번이나 발길질해도 좀처럼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다.
“…….”
“…….”
백치는 그런 럼로우의 모습에서 뭔가 불안함을 읽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이럴 땐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곤 했다. 한쪽 팔로 고양이를 꾹 껴안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고 있었다. 럼로우가 자신에게서 다섯 걸음 이상 떨어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심기를 거슬렀다간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예쁜아.”
“…….”
“예쁜이. 거기 있냐?”
“…….”
“없으면 버리고 간다.”
대답하라는 에셋 대신 눈치 없는 고양이가 울어댔다. 귀가 째지는 기분에 럼로우는 절로 표정을 찡그리고 말았다. 지금 듣고 싶은 것은 백치의 목소리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셋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분명 겁을 냅다 집어먹은 것이 분명했다. 루마니아로 건너온 이후 단 한 번도 럼로우가 하지 말라고 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집안에서는 밥 안 먹겠다. 씻기 싫다. 하면서 매일 전쟁을 치르면서 살았지만, 적어도 밖에 나와선 얌전한 강아지처럼 행동했다. 그런 백치는 보는 남자는 한껏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턱밑을 긁어주곤 했다.
‘역시 군견이라 똑똑하네.’
‘…….’
‘백치야. 이제 가자.’
‘…….’
산책의 끝은 언제나 남자의 말이었고, 시작도 같았다. 몇 년 동안 반항이라곤 모르고 살던 녀석은 자신이 사고를 쳤으면서도. 내내 눈치를 봤다. 그리고 쏟아질 폭력을 상상하며 벌벌 떨었다. 메탈 암으로 눈앞에 있는 남자쯤은 가볍게 제압하고 죽일 수 있지만, 백치는 그러지 못했다. 꼭 코끼리 같았다. 코끼리는 어릴 때부터 묶여있던 사슬을 다 커서도 끊지 못한다. 이 녀석도 꼭 그 짝이었다. 럼로우가 윽박지르던 것이 희미하게 기억이 남아 도통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이미 익숙해진 것 일지도 몰랐다. 럼로우는 이래저래 눈만 뜨면 잔소리를 하고 구박도 하지만, 그만큼 백치를 잘 돌봐줬다. 배앓이를 하면 하는 대로 쓰다듬어주고, 연결부위가 아프다고 발작하는 것도 잘 받아줬다. 메탈 암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남자의 몸에 화려한 멍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딱 그대 욕을 먹은 것 빼곤 다른 일은 없었다. 백치는 은연중에 럼로우를 믿고 있었다.
“백치야. 내가 말하잖아.”
“…….”
“에셋. 진짜 죽고 싶어?”
럼로우의 살기등등한 목소리에 에셋은 덜컥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앞서 걸어가면서 쳐다보지도 않는데 온몸에 시선이 꽂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더 버티면 끝이 안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치는 괜히 우물쭈물 고양이를 한 번 더 끌어안았다.
“여기…따라가고 있어.”
“지금까지 입이 붙었나 봐?”
“…….”
“요즘 자꾸 말을 안 듣는다. 그렇지? 세상 살기가 재미가 없어?”
“…….”
럼로우의 화법은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잘 따라갈 수 없었다. 부드럽게 말하다가도 어느새 화를 내곤 했다. 백치는 망가진 뇌를 붙잡고 뻘뻘 땀을 흘렸다.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한 번 대답 잘못했다가 이 관계가 완전히 끝나버릴 것이 무서워 좀처럼 입을 뗄 수 없었다.
“응. 예쁜아. 아저씨 말 안 들으면 좋아?”
“…….”
“대답.”
“…아니.”
“근데 아까는 왜 그랬어.”
“그게…….”
“말해 봐.”
남자의 목소리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잔뜩 움츠러든 채 뒤따라 걷던 녀석은 주춤주춤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걸음을 멈춘 럼로우가 뒤돌아 서 있었고, 에셋은 그대로 얼굴을 갖다 박을 뻔 했다. 화들짝 놀라 고양이를 끌어안은 채 커다란 눈만 열심히 굴려댔다. 모자 아래로 비죽 튀어나온 푸석한 머리카락이 고개를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자꾸…나를 부르는 거 같아서.”
“…….”
“그래서 그랬어.”
“이 짐승 새끼가 널 불렀다?”
“응…….”
“우리 예쁜이가 이젠 아주 디즈니 공주님이 되고 싶은 모양이야. 짐승 말도 알아듣고. 안 그래? 조금 더 있으면 백마 탄 왕자님이 키스라도 해주러 찾아오겠어.”
“…….”
“안 그러냐?”
“아무도…안 와.”
“얼씨구?”
“아마도 그럴 거야.”
“백치야. 불쌍한 척 하지 마. 수 쓰는 거 다 보인다.”
“…….”
“짐승 새끼가 살 팔자면 알아서 살아남겠지. 우리 예쁜이가 밖에 너무 오래 나와 있어서 그래. 뇌가 더 상할라. 어서 들어가자.”
“…응.”
“이렇게 말 잘 들으면 얼마나 좋아.”
가만히 바라보면서 볼을 토닥인다. 시커먼 남자 둘 사이에 낀 고양이가 애처롭게 울었다. 버키는 조금 안심이 된 건지 럼로우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그리고 자꾸 흘러내리는 고양이를 주워 담으려 했다. 하지만 한 팔로 살아있는 동물을 간수하는 건 제법 힘든 일이었다. 그런 버키의 품이 여간 불편한지 고양이가 날카롭게 울어댔다. 어이구. 결국, 보다 못한 럼로우가 백치의 팔을 이리저리 고쳐줬다.
“난 그거 절대 안 만진다.”
“…응.”
“하여튼 정이 많으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인데…….”
쯧쯧. 럼로우는 말은 사납게 해도 더는 백치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씩 입씨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얌전히 안겨있던 녀석이 갑자기 버둥거리자 백치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하지만 그 심성에 다친 녀석을 맘대로 내려놓을 수도 없어 이리저리 움직이기만 했다. 결국, 주섬주섬 쪼그리고 앉아 팔을 풀어주었다.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내려온 고양이는 푸른 눈으로 백치를 빤히 바라 보았다.
“…고양아.”
백치는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불렀다. 고양이가 자기 이름인 줄 아는 짐승이 한번 소리 높여 울었다. 연한 크림색인지, 아니면 금발을 닮은 볏 짚색인지 모를 털은 먼지로 꼬질꼬질해서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그런 고양이가 이리저리 집안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하자 럼로우는 미칠 것만 같았다. 당장 목덜미 잡아다 내던지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 순간 매트리스 옆쪽 남은 구석으로 기어들어간 녀석은 연신 울면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쳤는데…….”
“어차피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더럽기도 하고.”
“그럼 네가 잡아서 씻겨봐라.”
“…….”
“난 지금 이 상황이 짜증 나지만, 뭐라고 하진 않을게. 알았지? 그러니까 제발 저 녀석 귀찮게 하지 말고 대충 구석에 처박혀 있으라고 해. 물건 망가지면 가만히 안 둔다.”
“…….”
“그렇게 봐도 소용없어. 너나 씻어.”
남자의 목소리가 엄해졌다. 버키는 생각보다 순순히 움직였다. 모자를 벗고 몇 겹씩 걸쳐 입은 옷을 벗었다. 한참 주머니 안에 구겨 넣었던 메탈 암이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따라 얌전히 씻는가 싶었더니 또 지랄병이 도진 모양이었다. 럼로우는 욕실에서 들리는 소리에 절로 눈을 찌푸렸다. 저 새끼는 왜 물 받아놓은 것만 보면 저렇게 지랄을 해대는지 영 알 수 없었다. 아니 왜 저러는진 알 것 같았지만, 모르는 척해주기로 했다.
“야옹.”
“…….”
눈치 없는 짐승 새끼는 이 심각한 상황에 기어 나와서 난리였다. 욕실은 여전히 시끄러웠고, 발치엔 더러운 털 뭉치가 있었다. 한숨이 자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내 팔자가 아주 개보다도 못하지. 럼로우는 애초에 저 녀석을 주워온 것부터 잘못됐다고 몇 번이나 생각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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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한다.”
“아파. 럼로우,”
“아픈 걸 알면서도 왜 그 난리를 쳐.”
“…….”
“이리 줘봐.”
남자는 무뚝뚝하게 손을 잡아챘다. 벽에 얼마나 갖다 박았는지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벌겋다 못해 살이 뭉개질 것 같았다. 가끔 저렇게 난리를 치면 꼭 약을 바르고 붕대로 묶어놔야 한다. 백치는 자기가 자해하고, 또 그걸 보는 것을 무서워한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새끼였다. 럼로우는 얼마남지 않은 약을 싹싹 긁어모아서 백치의 손에 발라줬다. 그리고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낡은 붕대를 꽉꽉 둘러 감았다. 백치는 두 손 다 제대로 못 쓰니 영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왜 또 그렇게 입술을 쭉 내밀어.”
“…….”
“싫으면 하지를 말든가.”
쭉 튀어나온 입술을 손으로 잡고 몇 번 흔들어주면, 짜증난 목소리가 줄줄 흘러나왔다. 새끼. 럼로우는 쾅 소리가 날 정도로 구급약 통을 닫았다. 예뻐해 줘봤자 남는 것이 없었다. 이 새끼는 자기 귀여워 해주는 것도 모르고 내내 이렇게 심통만 부려댔다.
와중에 짐승 새끼는 버키 발밑에 자리를 잡고 앉아 끙끙 앓았다. 다리 쪽을 제대로 핥지도 못하는 걸 보면 아프긴 한 모양이었다. 럼로우는 털 뭉치를 만지는 취미가 없었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저 백치가 메탈암으로 짐승을 만지다가는 그대로 목을 비틀어버릴 것 같았다.
“너 붕대 풀기 전까지 저 짐승 새끼 만질 생각 하지 마.”
“…….”
“제대로 제어도 안 되는 걸로 만지다 무슨 난리를 치려고.”
“…….”
“대답해.”
“…알았어.”
“그래. 착하다.”
럼로우의 말끝에 또 짐승 소리가 와서 붙었다. 아이고. 짜증 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쩐지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뭐라고 할까. 예전에 농담 삼아 던진 말이지만, 신혼집에 있어야 할 것이 하나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이러고 살아버릴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니 털 뭉치가 썩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백치가 저 짐승 새끼 덕을 봐 얌전해지면 잘 구슬려서 몸 정이나 들어볼까 했다. 럼로우는 크게 인심 쓴다는 표정으로 약통을 다시 꺼내왔다. 사람이 바르는 약을 짐승한테 발라도 될까 싶었지만, 어차피 밖에서 구르면서 살아온 놈인데 그 정도도 못 버틸까 싶었다. 물론 약을 바르는 내내 짐승은 세차게 반항했고, 아무것도 못하고 멍청하게 앉아있는 백치 대신 럼로우는 온 팔뚝에 길고 날카로운 상처를 얻게 되었다.
+)
드디어 럼벜 샘플이 끝났습니다!
럼벜 책은 중철할래요..라고 했는데, 아마 샘플 분량이 중철 책 한권쯤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뒷부분 이야기를 생각해 봤을 때, 최소 80~100p정도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만, 아직 뒷부분 원고를 다 쓴것이 아니라 확실하지 않네요.
럼로우가 집을 나가버린 이후 그곳은 온전히 버키의 차지게 되었다. 둘이 살기엔 조금 좁은 듯하지만 나쁘지 않았던 집은 고작 한 사람이 빠져버렸을 뿐인데, 갑자기 넓어져 도통 따뜻함이 채워지지 않았다. 버키는 늘 그랬던 것처럼 매트리스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젠 담배 냄새도 다 빠져버린 담요를 덮고, 몇 개 남지 않은 마른 음식을 손가락으로 세고 있었다. 사실 럼로우가 장만해두고 간 식량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늦어도 돌아올 테고, 그러면 다시 이곳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런 희망이 점차 절망으로 바뀔 때쯤 에셋은 괜히 방안을 빙빙 돌았다. 꼭 뭐에 홀린 사람처럼 하염없이 방을 돌라 어지러우면 아무 데나 앉아서 쉬었다. 밤이 오고 새벽 해가 돋을 때까지 이런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매트리스 위였다. 남자 두 사람의 체중을 견디기 힘들었던 건지 약간 아래로 꺼져있었다.
사실 루마니아에 와서 나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시를 헤매던 에셋은 생각이란 걸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던 몸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고, 혹시 다시 끌려갈까 봐 쉽게 움직이지도 못했다. 굶는 것은 익숙했지만, 그렇다고 내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 눈앞에 럼로우가 나타났다.
물론 그 남자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간신히 살이 올라온 얼굴엔 아직도 진물이 드문드문 맺혀있었다. 붕대를 감은 손은 생각보다 심한 화상이 덕지덕지 올라앉았다. 그런 녀석을 덥석 따라간 건 아마 그 당시에 많이 혼란스러웠던 뇌 덕분이라 생각했다.
“…럼로우.”
백치는 이제 이곳에 없는 사람을 자꾸 찾았다. 혹시 신문에 이름이라도 올라오지 않을까 싶어서 자꾸 신문을 샀다. 잘 돌아가지 않는 뇌로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하지만 럼로우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어디에도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 백치는 늘 후회했다. 하긴 그 남자가 신문에 이름이 날 정도로 큰일은 치고 다닐 것 같진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는 신문을 사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또 사고 만다. 떠나간 주인을 기다리는 개는 늘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살았다.
“…럼로우. 지금 뭐하는 거야. 왜 연락도 안 해.”
괜히 투정도 부린다 럼로우가 있다면 이럴 때 조용히 하라고 단 것을 물려준다. 백치는 그 손길이 좋았다. 사실 늘 잘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몇 번 잘해주다가도 어느 날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곤 했다. 물론 그런 와중에 손을 올리지 않은 것은 남자의 마지막 약속이었다.
“…저번에 공책 괜히 버린 거 같아.”
에셋의 고개가 한쪽으로 축 기울어졌다. 참 이렇게 사람이 간사하다. 이젠 생각하지 않을 거라며 단호하게 끊어내는가 싶더니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떠나간 사람의 흔적을 찾는다. 내일이면 올까. 아니면 다음이면 올까. 백치는 잘해준 기억만 들고 산다.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다음에 몇 번 잘해주면 덥석 믿어버린다. 몇 번이나 뇌를 갈고 기억을 지우면서 생긴 일종의 장애였다. 하지만 그렇게 아무나 믿고 살아도 평범한 인간보다 강하니 목숨을 잃을 위험은 없었다. 어차피 되는대로 굴리는 몸인데, 그깟 거 다치는 건 상관없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남지 않고 떠날 거였으면, 왜 그렇게 날 챙겨준 거지.”
답이 없다.
“응. 럼로우? 나 한테 왜 그런 거야?”
“하이드라의 개새끼가 비 맞고 있어서 데려왔지. 새끼야.”
“…….”
“그러니까 제발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냥 살아.”
“말해줘.”
“정말? 나한테 실망할 텐데?”
“실망 같은 거 안해.”
“웃기고 있네. 수 쓰지 마라. 백치야.”
“…….”
이젠 헛소리까지 들린다. 허상 속 럼로우는 백치를 보고 껄껄 웃는다. 그러더니 담배를 하나 피워문 채 신문지를 발라둔 창문을 바라보기만 했다. 남자가 입에 물고 있는 담배가 타들어 간다. 떨어질 리 없는 담뱃재가 떨어진다. 가만히 에셋을 바라보던 남자는 그대로 녹아내려 그늘이 되었다. 그러면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난 정말 모르겠어.”
널 모르겠어. 럼로우. 몸은 알고 있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이제 럼로우가 없다고 생각하면 다신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아 그럴 수 없었다. 에셋은 백치가 된 이후 감상적인 말은 잘 꾸며내지 못했다. 평범한 말도 오래 대화하면 그대로 혀가 꼬이는 녀석한테 미사여구는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늘 날것의 단어로 럼로우에게 말을 걸었다. 중년의 남자는 그런 백치가 귀엽다는 듯 오냐오냐 받아준다. 하이드라에서 느껴보지 못한 관심에 에셋은 날로 순해졌다. 그리고 그 편안함은 잊지 못하고 이리 떠돌고 있었다. 집도 있고 먹을 것도 있는데 정착을 하지 못하고 헤매고 돈다.
“럼로우.”
이미 떠난 사람은 답이 없다. 그래도 고집스럽게 몇 번이나 불러봤다. 그러다 대답이 들리지 않으면 주인을 찾아 헤매는 개처럼 주변을 맴돈다. 언젠가는 주인이 돌아오겠지. 그렇게 생각하곤 했다. 에셋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 건 의외의 사건 때문이었다. 방에 먼지가 쌓이든 벌레가 기어들어 오든 별로 상관하지 않고 지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럼로우가…돌아오면 화내겠네.”
집안 꼴을 찬찬히 살펴보니 가관도 아니었다. 그나마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부엌에 올려놓은 접시엔 먼지가 쌓였다. 매트리스도 누우면 뽀얀 먼지가 올라오고, 능살 껴안고 있던 담요도 슬슬 때가 타기 시작했다. 그러면 또 겁이 났다. 럼로우는 그렇게 깔끔한 사람은 아니지만, 자기가 기거하는 집이 사람 살 꼴이 아닌 것은 보지 못했다.
“청소라도…해야 하나.”
막상 이렇게 생각해도 백치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메탈 암으로 접시를 다섯 개쯤 깨 먹었을 때 럼로우는 저 새끼한테 설거지를 시킬 의지를 잃어버렸다. 청소라도 할까 싶었는데, 그땐 비가 와서 접합 부분이 아파 우는 바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막상 모든 걸 챙겨주던 남자가 떠나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백치가 남았다.
백치는 어설픈 손놀림으로 살살 먼지를 닦았다. 꼭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메탈암은 주머니에 넣은 채 한 손만 사용했다. 조금이라도 럼로우의 흔적이 남은 물건에 상처를 입히기 싫었다. 청소한 것인지 만 것인지 잘 분간은 안 되지만 나름 뿌듯한 얼굴로 매트리스에 주저앉았다. 럼로우가 돌아오면 자랑도 하고 칭찬도 해달라 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음. 괜히 마른 입술을 잘근거리던 백치의 얼굴에 붉은빛이 나타나다 사라졌다.
“그러니까…….”
뭐라고 했더라. 선불금? 선금?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남자는 늘 백치의 입술을 희롱하면서 되지도 않는 변명을 붙이곤 했다. 왜 그 생각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생각보다 백치의 마음에 깊게 박힌 남자의 존재는 좀처럼 뽑히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을 타고 오르며 더 깊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옛날 기억이 났다. 남자의 손길도 느껴졌다. 백치는 내내 담요를 끌어안고 끙끙거렸다.
“럼로우. 보고 싶어.”
남자가 평생 가도 들을 수 없었던 말이었다. 그렇게 같이 있을 땐 한마디도 안 하던 녀석은 내내 럼로우를 찾았다.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하이드라의 망령이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아무리 담요에 코를 박고 남자를 찾아도 더는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담배 메이커라도 알아둘걸. 백치는 밤의 끝자락을 잡은 채 불현듯 서글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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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는 다음 날 집을 나섰다. 이별 선물인 양 손에 쥐여준 장갑을 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울 것 같은 싸구려 재질이었다. 하지만 아까워서 쓸 수 없어 내내 집 안에만 뒀다. 럼로우가 손에 끼워주던 대로 똑같이 하면 조금 몸놀림이 편해졌다. 긴 팔 아래로 야무지게 장갑을 집어넣은 채 백치는 문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혹시 내가 없는 사이에 럼로우가 돌아오면 어쩌지.’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남자는 영영 떠났고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는다. 아마 돌아올 생각이었으면 비밀 창고에 있는 무기를 모두 털어서 짊어지고 가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백치는 이 사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혹시 모르기 때문에 빨리 돌아보기로 했다. 당찬 계획을 세우고 문을 열었지만, 곧장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없었다. 문 앞에 서 있는 럼로우의 환상이 또 백치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이번엔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백치야. 나가기 전에 아저씨가 뭐 하라고 했지?”
“…….”
“아저씨가 물어보잖아.”
“그게…….”
“옳지.”
“…….”
“잘한다. 여기서 안전하게 도망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늘 생각해. 널 잡으러 오는 놈이면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닐 거야.”
“난 이제 싸우지 않아.”
“하지만 도망은 쳐야지.”
“…….”
“럼로우 가지마.”
“난 이미 가야 할 곳이 있어.”
“…….”
또 사라진다. 널 못 잊어서 이래. 럼로우. 백치의 말은 입술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환상을 따라 손을 뻗는 순간 앞이 쑥 꺼졌다.
“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헛것에 눈이 팔린 백치는 눈앞에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어둠도 보지 못했다. 간신히 난간을 잡았다. 메탈 암으로 힘을 주자 철제 난간이 형편없이 우그러진다. 또 겁을 먹고 손을 뗐다. 누군가 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이런 옥탑방까지 올라올 사람은 몇 없었다.
“백치야. 아저씨 힘이 없어서 너 떨어지면 못 잡아 준다.”
“…….”
“조심해. 어둠에 먹히면 도망도 못 친다.”
“…….”
떠난 사람은 간 곳이 없는데 잔소리만 남아 백치를 슬프게 한다. 백치는 내내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럼로우와 갔던 카페. 럼로우와 걸었던 거리. 쉬었던 벤치. 하나도 남김없이 걷고 또 걸으며 사라진 남자를 찾았다. 해가 내리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급하게 몸을 틀어 달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갔다.
‘돌아왔다 실망해서 가면 어쩌지.’
백치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둠이 내린 방에 돌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도 끙끙거리는 소리가 남자를 못 잊으며 방안을 헤맸다. 꼭 몽유병이 도진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던 백치는 좋을 대로 자리를 잡고 졸았다. 백치가 슬픔에 잠겨 며칠 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을 때, 조간신문 한쪽 귀퉁이엔 백치가 그렇게 찾는 남자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럼로우는 약속대로 에셋을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물론 좋게 나가는 법은 없었다. 입술을 쭉 내민 채 또 뭔가 수상한 것을 보는 눈빛을 하는 백치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답답했다. 럼로우는 혀를 쯧쯧 차면서도 손을 내밀었다. 백치야 뭐하냐 가자. 백치는 이 손을 뻗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가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남자는 밤새 잠을 설치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 녀석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걸까. 잠깐의 평화에 취해 멋대로 살아도 되는 인생인가. 물론 결론은 하나였지만, 입맛은 늘 쓰기만 했다.
“백치야, 안 갈 거야? 나만 다녀온다?”
“…….”
“가기 싫으면 그만두던가. 두 번 다시 나가고 싶단 소리 하기만 해봐.”
“그건…아닌데.”
“생각을 오래 하지도 못하는 새끼가 뭔 놈의 머리를 굴리겠다고.”
“…….”
“그냥 이 아저씨 하자는 대로 따라다니면 재밌다니까.”
“…….”
“지금까지 나쁘지 않았잖아.”
“그렇긴 해.”
“우리 팔자에 그럼 된 거지. 뭘 더 바라고 그래.”
“…….”
“가자.”
마지막 권유였다. 남자의 흉터 가득한 손을 빤히 바라보던 백치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더니 남자보다 더 빨리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 새끼. 내가 나가기 전에 뭐하라고 했지?”
“…….”
“또 까먹었어? 너 그러다 끌려가서 뇌 갈린다?”
“…아.”
이렇게 겁을 줘야 알아듣는다. 백치는 까먹지 말아야 하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는 편이지만, 몸이 아픈 것은 귀신같이 기억한다. 럼로우가 눈을 부릅뜨고 문 앞을 막아섰다. 스스로 생각해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큰 눈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럼로우는 백치가 저럴 때마다 절로 표정이 멍청하게 변한다고 말하곤 했다. 말로는 자립심을 키워준다고 하지만 은근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고양이 앞에 쥐 꼴이 된 백치는 머리가 점점 하얗게 변했다.
“…모자.”
“그렇지. 그다음엔?”
“옷.”
“잘하네. 어서 가져와.”
“…….”
“넌 위에 뭔가 안 걸치고 나가면 안 된다고 했지. 머리도 좀 자르면 좋겠다만.”
“…….”
“안 할 테니까 노려보지 마. 새끼…예민하긴.”
날붙이가 닿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녀석은 머리카락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펄쩍 뛰었다. 그리곤 계속 럼로우 눈치를 보면서 여기저기 널려있는 옷가지를 끌고 왔다. 답답할 정도로 옷을 껴입고 모자를 썼다. 약간 비뚤게 쓴 것을 제대로 씌워준 럼로우는 백치의 볼을 툭툭 두드리며 웃었다.
“이렇게 하면 예쁘고 좋잖아.”
“난 예쁘지 않아.”
“지금까지 실컷 예쁜이 소리 듣다 이제야 반항을 해?”
“난…별로 예쁜 거 아니야.”
“새끼.”
럼로우는 그런 말을 들으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좁은 방에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제정신을 찾아가는 건지. 아니면 가끔 얻어걸리는 일인지. 사실 저 새끼의 기억이 돌아오는 것은 별 상관없긴 했다. 하지만 항상 끈 떨어진 인형같이 텅 비어있던 새끼가 조금은 말대답을 하기 시작한 무렵부터 괜히 신경이 쓰였다. 어쩐지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꼭 제가 낳고 키운 마냥 럼로우는 에셋을 싸고 돌았다. 물론 행동은 조금 과격했지만, 애정이 조금은 섞여있었다.
“가자.”
“럼로우.”
“…왜?”
“우리 돌아오는 거지?”
“갑자기 뭔 헛소리야.”
“…….”
백치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렇게 문을 나서면 또 도망자 신세가 될까봐. 그것을 두려워했다. 간신히 찾은 은신처를 두고 나가는 것을 영 떨떠름하게 여겼다. 예전엔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더니 럼로우가 자신만 두고 집을 비운 이후론 도통 불안함을 떨치지 못했다. 그런 백치의 머릿속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럼로우는 눈치가 빨랐고, 어느 정도 사람을 넘겨짚을 줄도 알았다.
“새끼…아직도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냐.”
“…….”
“그런 건 빨리 잊어버리지도 않아. 내가 가르쳐주는 중요한 건 꿀떡꿀떡 잘만 잊어버리면서 말이야. 응? 안 그러냐?”
“…….”
“하여튼 너도 불쌍한 인생이야.”
“…….”
“저녁 먹기 전에 돌아올 거니까 가자.”
“…….”
“단 거 사줄게. 너 좋아하잖아.”
“나 어린애 아니래도.”
“그럼 똑똑하게 굴어보던가.”
럼로우가 이렇게 나오면 할 말이 없었다. 남자는 백치를 데리고 나가기 전 항상 계단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게 시켰다. 빤히 바라보고 있으면 새카만 바닥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어이쿠. 너 떨어지면 내가 못 잡아준다. 남자는 농담 반 진담 반 그렇게 말했다.
“백치야, 나중에 할 일 없으면 항상 이렇게 주위를 보면서 도주 경로를 짜둬.”
“…왜?”
“왜긴 왜야. 일단 살아야 하잖아.”
“…….”
“또 그런 표정 짓지.”
“럼로우 뒤를 따라서 가면 될 텐데…내가 어째서. 난 시키는 대로 하면 되잖아.”
“새끼. 또 말대답하지.”
“…….”
“시키는 대로 해. 잊어버리지 마. 알았어?”
“응…….”
“그래. 착하다.”
수염이 거칠거칠한 턱을 긁어준다. 이렇게 대놓고 강아지 취급을 해도 녀석은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귀엽지. 럼로우는 그런 백치의 얼굴을 보고 슬쩍 기분이 좋아졌는지 가늘게 콧노래를 부리며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잠깐 계단 가문에 생긴 캄캄한 어둠을 바라보던 백치는 뭔가 무서운 것이라도 본 것처럼 냉큼 럼로우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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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나오니까 좋네.”
“…….”
“백치야, 이쪽으로 와서 걸어. 왜 그렇게 행동해.”
“…….”
“새끼.”
한걸음 떨어진 채 최대한 사람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녀석을 바라보던 남자의 눈썹이 불뚝 올라갔다. 저렇게 눈치 보면서 움직이면 안 된다고 누이 가르쳤는데, 백치는 또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저런 꼴로 다니면 오해를 사지 않을 곳에서도 의심을 받게 된다. 남자는 답답해서 백치의 목에 팔을 툭 둘렀다. 그러면 에셋의 몸이 펄쩍펄쩍 뛴다.
“가만히 있어.”
“…….”
“내가 그렇게 행동하면 의심받기 딱 좋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 왜 자꾸 까먹어.”
“하지만…….”
“답답한 새끼.”
“…….”
“뭘 하나 입에 물려놔야 긴장이 풀어지지.”
“…….”
“안 그러냐?”
에셋은 또 대답이 없다. 럼로우는 익숙하게 초코바를 사서 백치의 입에 물려준다. 그리고 자신도 하나 까서 입에 넣었다. 물론 한입 베어 물자마자 오만상을 쓰긴 했지만 말이다. 에셋은 표정 변화도 없이 우물우물 초코바를 먹는다. 미각이 제대로 살아있질 않으니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면 맛을 느낄 수 없는지, 자꾸 단 것을 찾았다. 아, 물론 열량이 그만큼 필요할 수도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해동된 채 지내는 것도 처음 일 테니, 몸이 자꾸 에너지를 원하는 것이 분명했다.
럼로우가 겨우 초코바를 씹어 넘겼을 때, 백치는 벌써 손가락에 묻은 초콜릿을 핥았다. 그리곤 조금 모자란 표정으로 럼로우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럼로우의 손에 들린 초코바였지만 말이다. 그런 시선을 알아차린 럼로우는 겨울 색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초코바를 슬쩍 흔들면 눈동자가 쪼르르 따라온다.
“더 줘?”
“…응.”
“그래. 너 다 먹어라.”
“…….”
냉큼 받아들고 입으로 가져간다. 조금 말랑말랑해진 백치를 옆에 낀 남자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을 뭘 사줄까. 뭘 먹여볼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신혼집 흉내라도 내려면 확실하게 놀아볼까 싶기도 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럼로우는 괜히 민망해서 백치를 꾹 끌어당겼다. 불룩하게 볼에 초코바를 집어넣은 녀석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끌려왔다. 어이구 내가 무슨 생각을. 괜히 머리를 이리저리 흐트러뜨린다. 그러면서 계속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이 훅 줄어들었다. 이 정도 와서야 백치는 마음을 놓는다. 복잡한 시장에선 그렇게 럼로우 뒤만 졸졸 따라다니다가, 금방 품에서 슥 빠져나간다. 럼로우는 그걸 보면서 혼자 웃기만 했다.
“진짜 어디서 동물 같은 습성만 골라서 배워서.”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는 에셋은 바빴다.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럼로우가 잠깐 눈을 뗀 사이 백치가 훌쩍 사라졌다.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이 새끼 어디 갔어.”
럼로우가 벌떡 일어났다. 사실 몇 번 데리고 나가도 얌전히 뒤에 붙어있어서 조금 긴장을 풀었더니 이 사달이 났다. 윈터 솔져의 악명이 아직 살아있는지,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작정하고 몸을 숨긴 거라면 럼로우가 찾을 재간이 없었다.
“젠장.”
어쩐지 기분이 꺼림칙하더니 결국 일을 치고 만다. 연신 욕을 내뱉는 럼로우의 얼굴은 복잡했다. 자신의 계획이 어그러진 탓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에셋이 걱정되는 건지. 연신 거칠게 머리를 쓸어넘겼다. 하지만 목청 높여 부를 수도 없는 놈이었다. 여기에 윈터솔져가 있다고 광고를 할 셈이면, 불러도 된다. 하지만 럼로우도 그다지 깨끗한 사람이 아니었다. 들키면 둘 다 위험했다.
“어디 간 거야.”
럼로우는 초조하게 한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백치가 제 발로 떠난 것이 아니라면 분명 돌아온다. 그렇게 생각했다. 해가 져도 돌아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남자는 집 나간 개새끼를 사방팔방 찾아다닐 만큼 할 일이 없지 않았다. 계획이 망가지면 바로 수정을 해야 한다. 머리가 복잡해질수록 욕만 흘러나왔다.
“…….”
“럼로우…….”
“왜…응?”
“…….”
“이 새끼가…….”
럼로우는 걱정보다 손이 먼저 나간다. 결국, 뺨을 얻어맞은 백치는 그대로 고개를 돌린 채 우물쭈물 눈치를 보고 있었다. 금방 벌겋게 부어오르는 볼에선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럼로우는 아직도 씩씩거리며 화를 참지 못했다. 아직 홧김에 이 녀석에게 손찌검을 한 적 없었는데, 오늘은 정말 일진이 사나웠다.
“내가 주위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했지.”
“…….”
“어? 머리가 멍청하면, 얌전하기라도 하던가! 이게 뭐야!”
“그게…….”
“하, 아직도 할 말이 남았어?”
“…….”
럼로우가 대놓고 빈정거린다. 남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것도 모르는 새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술을 달싹였다. 그 순간 에셋의 목소리가 아닌 묘한 울음이 들렸다.
“…뭐야.”
“이게…….”
“지금 장난해?”
“…….”
“이거 잡으러 갔던 거야? 내 말은 아주 개 껌만도 못하게 생각하지?”
“그게 아니고…울고 있어서.”
“짐승이니까 울겠지, 사람 말을 하겠냐?”
“…….”
“내가 널 믿은 게 잘못이네. 너 다시는 밖에 나올 생각 하지 마.”
“…….”
“따라와,”
럼로우가 휙 돌아섰다. 한걸음 내디디려는데 버키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래도 메탈암은 주머니에서 빼지 않았다. 잘한다. 잘해. 럼로우의 눈이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다쳤어.”
“뭐?”
“고양이가…다쳤어.”
“…….”
“치료해야 해.”
“너 미쳤냐?”
“하지만…….”
새끼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얼씨구. 럼로우는 어디 한 번 꼴깝 떨어보라는 식으로 팔짱을 낀 채 노려보았다. 버키는 한쪽 팔로 어렵게 안은 고양이를 놓지 않았다. 그런 꼴로 벌벌 떨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너도…다친 나를 주워왔잖아.”
“그래서?”
“고양이도 도와줘.”
“내가 널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아주 자기가 귀여움 받는 평범한 애완견인 줄 안다. 그렇지?”
“다쳤어. 다친 건 밖에 있으면 오래 못 산다며.”
“…….”
어디서 또 저 같은 걸 주워왔는지. 꼭 버키처럼 왼쪽 발을 다친 녀석은 꼬리가 빳빳하게 부풀어있었다. 돌아다니다 개한테 물렸거나 철조망에 찢기거나 했겠지. 럼로우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쓰레기통 옆에 구겨져 있던 하이드라의 무기를 주워오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안 그래도 없는 살림인데, 짐승까지 들여 키울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 백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떼를 쓴다.
“…….”
“…럼로우.”
“난 정말 네 녀석을 이해할 수 없다.”
“…….”
“어차피 집에 데려가 봤자 치료할 도구도 없어. 알아?”
“…….”
“그러면 그냥 밖에다 두지 왜 그걸 집에 끌고 들어가려 해.”
“…….”
백치의 눈이 점점 더 둥그렇게 변했다. 럼로우는 백치의 저 표정에 약했다. 울 것 같은 표정이지만,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할 말이 가득한 얼굴로 남자를 빤히 쳐다보곤 했다. 정말 버릇을 잘못 들였어. 럼로우는 계속 후회하고 있었다.
+)
아마 여기까지, 혹은 5편까지가 샘플이 될 것 같습니다
중철로 만들거라 했는데, 이미 중철 사이즈를 넘긴 것 같네요.
원고로 들어가는 뒷부분은 애니멀 테라피 하는 버키와 두 짐승 뒷바라지 하는 럼로우가 나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