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로우버키/럼벜] SomeDay 2 003
+) NOTICE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마니아에서 있었던 일을 망상 날조중입니다
윈터솔져 와 이어지는 내용이 있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디마온에 나왔던 SOME DAY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책이 나와도 올린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 시빌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윈솔 이후 루마니아 이야기를 날조하고 있습니다
디마온에 나왔던 SOME DAY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SOME DAY 샘플 : http://hwanwolmcu.postype.com/post/203321/
아마도 쩜오온 신간용
럼로우는 결국 백치의 대답을 듣지 못하고 집을 떠났다. 물론 저 마룻바닥을 뜯어서 만들어둔 비밀 창고에서 수상한 것을 잔뜩 꺼내서 들고 가긴 했다. 버키는 럼로우가 챙기는 것이 무슨 물건인지 알고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나 다녀온다?”
“…….”
“아저씨가 돈 벌어올게.”
“…….”
“예쁜아, 인사도 안 해줄 거냐?”
“…….”
얼굴을 보면 못 가게 잡을 것 같았다. 분명 저번에 럼로우가 집을 비운다고 했을 땐,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다녀와 럼로우. 다녀왔어? 럼로우. 이렇게 두 번만 말하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저 남자가 문을 열고 나가버리면 다시 돌아올 같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도 가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먹을 건 저기 만들어놨으니까, 굶지 말고 있어.”
“…….”
“밤이 세 번 지나면 돌아올 거야.”
“…….”
“뭐 사올까? 먹고 싶은 거 있어?”
꼭 놀러나가는 것처럼 말했다. 버키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눈에 익은 사람이 또 훌쩍 사라지려 했다. 입을 앙다문 채 고집스럽게 무릎을 모았다. 그렇게 또 구석에 그림자처럼 구겨져 있는 에셋을 바라보던 럼로우는 혀를 끌끌 찼다. 저렇게 주인 잃은 강아지마냥 끙끙거리면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약속을 어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은 돈으로 고용된 사람일 뿐이었다. 약속을 어기면 돈뿐만 아니라 신용도 잃는다. 이 바닥에서 그건 꽤 커다란 흠이었다.
“예쁜아, 에셋.”
“…….”
“네가 그렇게 불쌍한 눈으로 봐도 내가 안 갈 순 없어.”
“…….”
“먹고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 왜 나 죽을까 봐?”
“…….”
“이런 꼴을 하고도 안 죽었는데, 설마.”
“…….”
“오면서 맛있는 거 사올 테니까, 집이나 잘 지키고 있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줄까 하다 말았다. 괜히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알싸한 화약 냄새가 풍기는 가방을 한 손으로 둘러맨 남자가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에셋이 눈을 들었다. 하지만 무심한 문은 턱 소리를 내며 굳게 닫혔다. 귀를 쫑긋 세우니 멀어져가는 투박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
에셋은 다시 고개를 푹 파묻었다. 럼로우는 잠깐 외출할 때마다 잊은 것이 있다며 돌아오곤 했다. 사실 에셋이 눈에 밟혀서 돌아온 것인데, 이 녀석은 그 저의를 알지 못했다. 그저 예전에도 그랬으니 오늘도 뭔가 잊어버리고 나가서 돌아올 수도 있다. 이런 멍청하고 가여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 좁고 더러운 방으로 올라오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창문을 막아둔 신문지를 뚫고 가는 햇살이 흘러들어왔다. 날이 점점 더워진다. 후끈한 방 안에서 금방이라도 죽어 넘어갈 것 같은 남자는 내내 숨만 고르며 그렇게 구석에 앉아있었다.
“…….”
억지로 말을 붙이는 사람이 없어지자, 작은 방 안에선 사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할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에셋는 계속 움직이지 않았다. 세 번 밤이 지나야 한다고 하는데,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럼로우?”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고개를 들었다. 한창 처박고 있던 목이 뻐근하게 아팠다. 하지만 방 안엔 아무도 없었다. 문이 열린 흔적도 없었다. 조금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이닥친 것일지도 몰랐다. 잠깐 부풀었던 희망이 사라지자 남자는 더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천천히 옆으로 기울어진 몸이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딱딱한 바닥에 귀를 댄 채 멍하니 문만 바라보았다.
“…….”
왜 이렇게 속이 답답한지 알 수 없었다. 하긴 망가진 뇌가 알고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는 행동 하나하나마다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하지만 오늘은 특히 더 심했다. 멍한 눈에 툭툭 집안 살림이 걸렸다. 졸음이 밀려오자, 백치는 그 자세 그대로 잠을 청했다.
“야, 그러고 자면 입 돌아간다. 이리 안 와?”
“…….”
“멀쩡한 매트리스 놔두고 왜 거기서 난리냔 말이야.”
“…….”
“예쁜아. 이리 와서 같이 자자.”
“…응.”
잠결에 대답을 한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 흘러나간 한마디는 그대로 파스스 부서져 내렸다. 그렇게 한참 졸다가 일어났다. 여전히 집엔 아무도 없었다. 가만히 방안을 둘러보던 남자가 비틀비틀 일어섰다. 왜 이렇게 외로움을 타는지. 럼로우도 미처 몰랐을 습관이었다. 말만 하면 내내 입술만 불뚝 내밀고 세상 사람 필요 없는 듯 듣는 적도 하지 않던 녀석은 끙끙거리며 자기를 주워온 남자를 찾고 있었다.
조심조심 매트리스 가에 앉았다. 그리도 그대로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좋은 것 하나 없는 공간이었다. 럼로우가 누워있던 곳에선 항상 알싸한 담배 냄새가 났다. 집에서 피우면 싫어서 짜증을 부리긴 했지만, 지금은 이것도 아쉬웠다. 옆에 있는 담요를 죽 끌어다 덮었다.
‘밥…먹으라고 했는데.’
이제야 럼로우가 남기고 간 말이 기억이 났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었다. 일단 한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전원이 꺼진 것처럼 잠이 들어버린 남자의 손엔 담요가 걸려있었다. 제법 깊은 잠을 자는 지, 조금씩 끌어당기는 담요는 이미 엉망진창으로 구겨진 채 백치의 품에 안겨 있었다. 담요에 코를 박고 내내 자는 놈은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먹으라고 해두고 간 음식은 싸늘하게 식다 못해 굳어갔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좁은 방은 금방 먹물을 푼 것처럼 까맣게 변했다. 온도가 조금 내려가자 살만했다. 백치는 계속 꿈같지 않은 꿈을 헤매고 있었다. 느리게 돌아가는 태엽은 반쯤 늘어나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중간중간 긁힌 자국은 아무리 문질러 닦아도 도저히 지워지지 않았다. 한 발자국만 더 내디디면 새빨간 피바다가 펼쳐졌다. 바다에서 살아올라 오는 새까만 손이 윈터솔져의 다리를 잡아당겼다.
“…으.”
백치의 눈썹이 불룩 휘어졌다. 분명 악몽을 꾸고 있었다. 앓는 소리가 점점 심해지더니 결국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식은땀이 한가득 내려앉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일어나자 피바다는 간 곳이 없었다. 아직도 코 끝이 얼얼한 정도로 비릿한 냄새가 나는데, 현실은 아니었다.
“…럼로우.”
분명 옆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이 분명하다. 백치는 끙끙거리며 주워온 사람을 찾았다. 꿈은 아무리 꿔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물론 꿈은 현실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으면 참을 수 있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다시 잠들 수 없었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운 녀석은 희미한 새벽이 다가옴과 동시에 다시 기절하듯 뒤로 넘어갔다.
❢
“…허.”
약속한 대로 삼 일 만에 꼬질꼬질해져서 돌아온 남자는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혹시 에셋이 나자빠져 죽어있을까 걱정하긴 했다. 가끔 먹을 걸 사러 나갔다 온 적은 있어도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 둔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죽은 것만 못했다.
“참나.”
“…….”
“너 뭐하냐?”
“…….”
“시위해? 지금?”
“…….”
“야, 일어나. 나 지금 힘들고 덥고, 씻고 싶어서 죽을 거 같으니까.”
“…….”
먹으라고 만들어두고 간 음식은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한 숟갈 정도 맛을 본 그대로 방치되어 음식물 쓰레기로 변해버린 것을 바라보던 남자의 얼굴에 점점 짜증이 번졌다. 당장 흙먼지 가득한 옷을 벗은 다음 샤워를 하고 싶었다. 그다음 맥주 하나 딴 다음 귀염성 없는 예쁜이 허리나 주무르면서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예쁜아. 나 왔잖아.”
“…….”
“얼굴도 안 볼 거냐? 다시 갈까?”
“…아니.”
“그럼 무사히 다녀왔냐고 인사해 줘야지.”
배알이 살살 꼬이긴 하지만,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가르쳤다. 하지만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안 봐도 훤했다. 저 새끼는 저대로 삼일은 내내 굶으면서 버틴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리 멍청한 새끼라 해도 배가 고프면 뭐라도 찾아 먹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내 팔자. 럼로우는 앞날이 막막했다. 단단히 삐진 녀석을 토닥거리고 싶었지만, 몸이 너무 더러웠다.
“일단 나 좀 씻자.”
“…….”
“…새끼.”
럼로우는 최대한 빨리 먼지를 털어냈다. 딱 죽을 것 같던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수건으로 머리를 툭툭 털며 밖으로 나오자 녀석이 매트리스에 앉은 채 텅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거 위험한데. 럼로우는 입술을 씰룩거렸다. 물론 저런 백치를 억지로 깔고 누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랬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살아와서 신기해?”
“…사흘 만에 돌아왔네.”
“내가 온다고 했잖아. 왜? 내가 너 두고 가버릴까 봐?”
“…….”
“다시 버려질까 봐 무서웠어?”
“그런 거 아냐.”
아니, 맞았다. 잔뜩 퉁퉁 부은 얼굴을 보던 럼로우는 껄껄 웃으면서 에셋의 턱을 잡고 휙 돌렸다. 상처가 더덕더덕 내려앉은 겨울 색 눈동자가 보였다. 어이구, 예쁜 것. 이젠 강아지 취급을 한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맞췄다. 백치가 펄쩍 뛴다. 그러더니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바르르 떤다.
‘분위기 없긴.’
럼로우는 속으로 껄껄 웃었다. 혀로 입술 새를 슥 핥아주면 목 안으로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제법 솔직한 반응이었다. 쪽 소리가 날 정도로 입술을 희롱하다 떨어지니, 멍한 표정은 여전했다. 그러더니 손등으로 입술을 슥슥 닦는다. 못된 버릇이 있네. 럼로우는 그 꼴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사히 오면 됐잖아. 이제 아저씨 돈 많아.”
“…….”
“내일은 산책하러 나갈까?”
“…….”
“이제 몇 달 동안 그냥 이렇게 살면 되는 거야.”
“살아서 다행이야.”
“그러냐?”
“…응.”
어쩐지 하는 꼴이 야반도주해서 신혼 방이라도 차린 것 같았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럼로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백치는 그걸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분리 불안과 오지랖과 동정심과 남자 둘의 기묘한 동거 이야기 입니다
아닌척 하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미쳐가는 버키와,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도 신경 쓰이는 럼로우의 이야기가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지만, 뒤쪽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 될 것 같네요.
중철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약간 고민입니다
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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