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로우버키/럼벜] 벜른 전력60분 : 술
+) NOTICE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마니아에서 있었던 일을 망상 날조중입니다
윈터솔져 와 이어지는 내용이 있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 시빌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제나 처럼 루마니아에서 지내는 버키와 럼로우 관계 날조중
럼로우는 에셋에게 굳이 술을 먹이지 않았다. 물론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는 짓이 애새끼만도 못하다보니 절로 어린애처럼 다루고 있었다. 아무리 막 살던 인생이라 해도 어린애한테 술을 권할 정도로 썩어빠진 인간은 아니었다. 이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했다. 대충 키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손가락질받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
“뭘 보냐?”
“…….”
“넌 안돼.”
“…….”
“담배도 못 피게 해. 술도 못 먹게 해. 내가 수도승이냐? 멍청아.”
“…….”
물론 그렇다고 해서 럼로우가 에셋 앞에서 모범을 보인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었다. 대놓고 에셋을 약 올리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왔다 갔다 할 때마다 곧잘 손에 맥주 캔을 들고 다니곤 했다. 할 일도 없는데, 술도 못 먹으면 어쩌냐. 그렇게 타박을 하면서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켰다. 럼로우는 딱히 고급스러운 입맛은 아니었다. 대충 세일하는 묶음 맥주 몇 개 사다놓고 시간이 될 때 하나씩 꺼내다먹는 것이 취미였을 뿐이다.
“왜 그렇게 쳐다봐.”
“…….”
“너 술 안먹잖아.”
“…먹어.”
“뭐?”
럼로우가 코웃음을 치며 다시 되물었다. 저 백치는 자신이 하는 말을 알고 말하는 것인지 아닌지. 영 알 수 없었다. 고집이 센 주제에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성격도 있었다. 하이드라에서 키워질 땐 그렇게 고분고분 말도 잘 듣고 불쌍했던 주제에 여기 와서 조금 잘해주니 저 모양이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잘못 키웠어. 럼로우는 꼭 개새끼 버릇 잘못들인 것처럼 말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말대답을 잘했지.”
“…….”
“말도 못하는 백치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답답해서.”
“…아, 답답하셔서. 뭐?”
오늘따라 놀랄 일만 가득했다. 저 새끼가 저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씻기면 씻겨주는 대로, 입에 뭘 넣어주면 넣어주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살던 놈이었다. 그것도 럼로우가 잔소리를 하고 또 해야 겨우 그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키곤 했다. 애초에 먹는다는 인식 자체가 없어 보였는데, 오늘따라 저 백치는 정상인 같은 소리를 자주 한다.
“…가슴이 답답해.”
“…….”
“럼로우. 응? 너도 답답하다 하면서 술 먹잖아.”
“…….”
“그래서…….”
똑똑하려면 끝까지 해야지. 백치는 안 그런 척하면서 마음이 약했다. 금방 럼로우의 눈치를 보고 푹 수그러들은 채 시선을 저 멀리 비켜버렸다. 그런 모습을 모른 척할 럼로우가 아니었다. 껄껄 웃으면서 슬슬 시선을 따라가면 눈이 돌아가다 못해 몸도 같이 움직이고 만다. 그러다 시선이 벽에 닿으면 당황한 채 그대로 굳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백치야.”
“…….”
“백치야. 아저씨가 부르잖아.”
“…….”
“이기지도 못할 걸 왜 대들고 그래.”
“…….”
럼로우는 기분이 좋았다. 힘으론 도저히 이기지 못하는 상대가 이렇게 알아서 숙이고 들어오는 것이 세상에 몇 번이나 있을까. 비 맞은 강아지 같은 모습을 지켜보는 쾌감은 나름 짜릿했다. 이럴 때마다 잔뜩 귀여워 해주고 싶은데, 혹시나 저 백치가 반항이라도 할까봐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허리 정도는 주물럭거려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데, 그 이상 접촉을 하면 대놓고 벌벌 떤다.
왼손은 오랫동안 정비를 받지 못해 많이 녹슬긴 했어도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사람 목 정도는 간단히 비틀 수 있는 괴물을 몸에 달고 다니는 주제에 저렇게 구는 것도 웃기긴 했다. 물론 그 괴물이 몸에 붙어살면서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남들보다 배는 무거운 쇳덩어리를 짊어진 탓에 척추는 버티지 못하고 휘어지기 시작했다. 흉하게 오그라든 상처 부분은 덥거나 습하면 내내 아프다며 끙끙 앓았다. 차라리 자르는 것이 나을 것 같아도 신경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모르니 아무한테나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가…답답해서.”
“심장이?”
“응.”
“아직 아플 심장이 남아있는 걸 보니 살 만한가 보네.”
“…….”
“그렇지? 예쁜아?”
“…몰라.”
“어휴.”
사실 술이 아까워서 이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찝찝한지 알 수 없었다. 어린애 취급을 하다보니 정말 한두 살 먹은 아기로 보이기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술에 취했나. 럼로우는 들고 있던 맥주캔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여전히 버티고 앉은 녀석은 눈만 데굴데굴 굴리면서 남자를 쫓아갔다. 오늘 뭐라도 먹이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이 느껴졌다.
“먹고 후회 안 해?”
“…….”
“안 할 자신 있으면 먹어보던가.”
“…….”
“그건 또 자신 없지? 새끼.”
“…….”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고분고분한걸 보니 조금 더 놀려도 될 것 같았다. 럼로우가 슬쩍 에셋 옆에 자리를 잡고 앉자, 녀석은 대놓고 놀라면서도 도망가지 않았다. 이쯤 되면 그냥 좋다고 하던가. 아니면 대놓고 안기면 좋을 텐데. 그럼 귀염성까진 갖추지 못한 것 같았다. 럼로우가 껄껄 웃으면서 에셋을 끌어당겼다. 시커먼 몸뚱이가 얌전히 끌려가서 품에 안겼다.
“어휴.”
“…….”
“우리 백치가 점점 하고 싶은 것도 늘고…….”
“…….”
“아저씨가 다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그건…아니지만.”
“난 네가 그냥 늘 백치로 여기서 얌전히 살면 좋을 텐데. 넌 그것도 못할 팔자인가 보다.”
“…….”
“너나 나나 팔자가 참 사나워.”
“그런 거…잘 몰라.”
“새끼 모르긴.”
모르는 척하는 말이 귀엽긴 했다. 럼로우가 한쪽 손으로 얼굴을 쭉 잡아당겼다. 으으. 싫다는 표정을 하고도 얌전히 끌려왔다. 예전처럼 쪽쪽 거리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혀를 섞으면 당황한 표정이 온몸으로 번져간다. 목 안쪽에서 끙끙거리며 울 때마다 럼로우는 나름대로 상냥하게 가르쳐주곤 했다. 긴장하지 말고 입술 벌리고. 눈은 감고 있든가 나를 보던가. 에셋은 잘 알아듣는 것 같지 않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럼로우의 페이스를 따라가고 있었다.
“음…….”
“술 냄새 나지? 이것도 싫어하면서 뭘 마시겠다고.”
“…응.”
“새끼.”
이젠 입술을 잡아먹을 것 같았다. 혀로 치열을 쓸어주면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갔다. 입에 뭐가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 걸 알아 굳이 이러지 않았는데, 점점 욕심이 생긴다. 한참 입술을 맞대고 있으니 서로 숨결이 섞여들었다.
“럼…로우.”
“쉬…이럴 땐 말하는 거 아니야.”
에셋이 웅얼웅얼 말하면 입술이 붙었다 다시 떨어졌다. 으응. 응. 뭘 원하는 건지 몸이 달아서 안달이었다. 그런 모습에 약간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하이드라 높으신 양반들은 이 새끼로 무엇을 했을까. 이런 상상을 하면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가곤 했다.
“술 먹어볼래?”
“…….”
말을 하지 말란 소리는 또 잘 듣는다. 럼로우가 웃으면서 입술을 뗐다. 이젠 손등으로 입술을 닦지 않는다. 약간 붉어진 눈 아래쪽엔 눈물이 촉촉했다. 남자는 식탁에 올려둔 맥주 캔을 찾았다. 맥주는 처음 시원하게 먹을 때나 맛있는데 말이지.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마시는 남자는 생각보다 술 취향은 까다로웠다. 반쯤 남은 맥주 캔을 들고 걸어오니 새파란 시선이 자신을 따라 움직였다. 새끼. 럼로우는 이제 이 시선이 없으면 아쉬울 것 같았다.
“한번 먹어보고 결정해.”
“…….”
“술을 먹어본 기억이나 있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괜한 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
“예쁜아, 이리와 봐.”
앞에 서서 팔을 벌렸다. 어차피 오지 않아도 직접 걸어갈 생각이었지만, 그냥 한번 불러봤다. 지독히도 훈련이 안 되는 녀석은 상처만 많아서 사람을 늘 경계했다. 그 순간 시커먼 덩어리가 눈앞에 가득 들어찼다.
“오늘은 왜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 해.”
“…….”
“응?”
“그건…….”
“새끼.”
럼로우의 곁에 와서 선 녀석은 어정쩡하게 들어 올린 손을 주체하지 못하고 또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런 녀석을 어떻게 귀엽게 보지 않을까. 럼로우는 웃으면서 캔을 들지 않은 한 손으로 에셋의 허리를 휘어잡았다. 이젠 피하지도 않고 뻔뻔했다. 한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맥주를 꿀꺽 들이켰다. 그런 다음 그대로 에셋의 입술에 맞춘 채 눈을 감았다.
“…….”
“…….”
에셋은 놀라서 말을 하지 못하고, 남자는 액체를 머금은 상태라 할 수 없었다. 살살 혀로 입술을 쓸어주니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꿀꺽하고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큰 눈을 깜박이는 녀석은 작게 콜록거리며 럼로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맥주 한 모금으로 취 할리도 없는데, 안 그래도 붉은 눈 밑이 더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이렇게 먹겠다는 소리는…아니…었어.”
“나도 알아.”
“…….”
“알아서 그랬는데?”
“…….”
“한 번 더 먹을래?”
꼭 새끼에게 젖이라도 물리는 말투였다. 에셋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미 한 모금 남은 맥주를 머금은 럼로우가 캔을 내려놓았다. 빈손이 에셋의 뒤통수를 단단히 잡아 고정했다. 좀 더 진득하고 천천히. 꼭 뱀이 기어가는 것 같았다. 이걸 먹을까 말까 고민할 새도 없이 맛없는 맥주가 훌떡 넘어가 버렸다.
“…….”
“마시고 싶다고 해서 줬더니 왜 인상이야.”
“이런 거 말고…….”
“새끼, 까탈스럽기는.”
“그러니까…예전에…….”
더듬더듬 기억을 더듬던 백치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지 눈을 찌푸렸다. 이런 혼란스러운 녀석도 좋겠지. 럼로우는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맥주를 하나 더 들고 왔다. 백치의 이마에 그대로 대주면 녀석은 화들짝 놀란 모습으로 펄쩍 뛰어오른다. 추운걸 참지 못하는 녀석은 자신의 몸에 찬 것이 닿으면 이렇게 놀라곤 했다. 럼로우는 그 모습을 안주 삼아 맥주 캔을 하나 더 탔다.
귀염성 없는 안주를 옆에 끼고 주무르면서 캔을 기울였다. 또 표정이 없어진 녀석은 그대로 럼로우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가끔 그 얼굴을 잡아 올려 맥주를 한 모금 두 모금 나눠주던 남자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저 녀석이 이 정도 술로 취하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라리 취해서 잠들었으면 좋겠어. 이런 생각을 했다.
+)
여전히 둘이서 루마니아에서 지지고 볶고 있습니다.
조금씩 서로한테 정붙이는 둘이 보고싶은데, 늘 전력 주제가 보고싶은 것이 나와서
감사하게 원고를 하고 있습니다.
럼로우가 말은 거칠어도 은근히 에셋 싸고도는 것도 좋고, 버키가 무시하는거 같으면서도 조금씩 경계심 풀고 다가오는 것도 좋아합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시간 전력이 이렇게 어려운줄 매주마다 다시 깨닫고 있습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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