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히삼/제갈유비] 창공의 전기(蒼空之傳記) 013
+) NOTICE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 2차 연성입니다.
유비와 제갈량 / 조조와 사마의 / 손책과 주유가 각각 궁의 주인과 신선으로 나옵니다.
제갈유비 연성으로 시작했지만, 둘이 만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
동양 AU 및 설정 날조가 항상 함께합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결계가 깨지는 그 순간이 중요했다. 서서는 자신의 목을 졸라오는 두려움을 억누르기 위해 애써 손을 다잡았다. 손이라도 떨리지 않으면 조금 나을까. 제갈량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몸이 머리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을까. 아아. 나는 왜 이렇게 무력한가. 서서의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들어찼다.
결계가 깨지면서 집이 통째로 흔들린다. 서서는 유진을 끌어안은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일단 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머리 위로 무너진 집의 잔재가 쏟아진다. 아픈가. 아프지 않은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어머. 어머. 어쩌면 좋아. 저렇~게까지 아끼는 줄 알았다면 좀 더 시간을 줄 걸 그랬나 봐.”
“…….”
“금방 사라진 인연인데 참. 응룡궁 신선이나 주군이나. 너무. 너어무 정이 많아서 탈이라니까. 저러니까 제 목숨도 못 지키지.”
“…유비 님.”
“유비~님?”
“…….”
“다 알아버렸구나? 정말 똑똑하다고 해야 하나. 멍청하다고 해야 하나.”
“…….”
“그냥 모른 채로 죽는 쪽이 나았을 텐데. 가련하고 가련해.”
“유비 님을…건드리지 말아요.”
“그건 네가 할 말이 아니지.”
“…….”
“필요한 것을 뽑아가는 편이 좋으니~ 품속의 아이를 얌전히 내려놓으면 가는 길은 편하게 해주마.”
“…….”
“정말. 정~말! 난 응룡 족이 싫어. 멍청하고 착하기만 한 것들!”
순간 등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신선의 육체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달라서 피가 흐르지 않는다. 주홍색의 작은 빛 덩어리가 몽글몽글 뭉치면서 꼭 피처럼 퍼져나갔다. 신선의 힘이자 생명의 근원이 흘러나간다.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지만, 서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선계 병이 움직이지 못하는 서서와 유진을 떼어냈다.
“신선 마법 화염!”
“이 녀석이!”
장각의 얼굴이 화염이 날아들었다. 당장 죽어 넘어질 것 같은 얼굴로 마지막 발악도 참 요란하게 한다. 장각은 소매를 휘둘러 화염을 막아낸다. 서서는 장각보다 유진의 붙잡고 있는 선계 병을 먼저 상대한다. 도술로 발을 묶고 바람으로 밀어낸다. 정신을 차리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은 이제야 제 신선을 만나 각성을 시작하는 까닭이었다. 각성엔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했다.
유진을 신경 쓰다 보면 등 뒤가 비기 마련이었다. 계속해서 날아드는 공격을 막아낼 새도 없었다. 두 가지를 한 번에 당할 수 있을 만큼 서서의 도술이 익숙하지 못했다. 서서는 조금씩 걸어가 유진 앞에 버티고 섰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옷이 바람에 따라 펄럭인다. 이젠 적어도 유진을 뺏기진 않을 작정이었다.
“정말 무모해. 저러다 정말 죽어버릴 텐데~.”
“…….”
“뭐. 좋아. 내 맘대로 하라고 하셨으니~ 내 맘대로 해야지~.”
“유비 님을 지키겠어요.”
“그래. 지켜. 지켜봐.”
“…….”
“그 맹세가 어디까지. 저기 저~만큼 멀리 퍼질 수 있을지는 알아봐야 하겠지.”
“…….”
“내가 좀 새로운 걸 가져왔어.”
“…….”
눈앞에 커다란 것이 나타난다. 커다란 말 같기도 하고 살아 움직이는 검은 연기 같기도 하다. 그림자처럼 피어올라 땅에 붙어 있다가 붉은 화염을 두르고 일어난다. 눈에서 번쩍거리며 번개가 튄다. 쇠사슬로 얼기설기 엮어서 고정한 것은 땅에서부터 솟아있다. 움직일 때마다 쇠사슬이 부딪히면서 귀를 찢는 굉음을 만들었다. 장각은 자신의 발명품을 보는 것처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이걸 이곳에 몰~래 소환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
“들키면 큰일도 그런 큰일이 날 텐데. 재밌지 않아?”
“…이건.”
“몰라도 되는 일. 알면 더 좋고.”
“…….”
“이 짓도 몇 번이나 하면 내가 귀찮아지거든. 난 아직 죽기 싫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고. 세상엔 흔들어볼 부분이 많거든.”
“…….”
“그러니 빨리 끝내야지~. 어린 신선님?”
“…….”
“이 공격을 어떻게 막는지 보자고.”
장각이 손을 들어 올린다. 여러 모습이 합쳐진 것이 순간 말의 형상을 한다. 그러더니 다시 아가리를 벌린 모양으로 서서를 잡아먹으려 들었다. 하지만 땅에 박힌 쇠사슬이 몸을 자유롭게 해주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굉음 뒤에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서서는 팔로 얼굴을 막으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 빛줄기는 서서를 향하지 않았다. 유진의 몸을 집어삼키고 무엇인가 빨아내는 것처럼 거칠게 움직였다.
“…….”
“그건 한 번 잡히면 빠져나갈 수 없는 도술이지.”
“아…안 돼.”
“얌전히 있으면 편하다니까~.”
유진의 몸이 털컥거리면서 요동치기 시작한다. 순간 눈을 뜨자 희미하게 황금빛이 보이다 다시 사라진다. 응룡의 기운을 그대로 흡수하려는 것처럼 구는 녀석의 힘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 서서는 자신의 몸을 무기로 삼아 그 가운데 끼어들었다. 방어 결계를 펼쳤지만, 유진을 노리던 모든 칼날이 서서에게 달려들었다. 한순간 깨질 듯 위축되었던 결계가 서서의 생명을 갉아먹으면서 간신히 제자리를 찾았다.
“어머. 어머. 생명을 그렇게 낭비하면 쓰나. 응? 응?”
“…….”
“그러다 진짜 죽는다?”
“전…가족을…지켜야 해요.”
“가족? 가아족?”
“…….”
“신선한테 가족이 있을 리가~. 응? 으응? 그러면 너와 나도 가족이게? 가족끼리 싸우면 쓰나.”
“…….”
“이래서~쓸데없는 정의는 목숨만 낭비한다니까.”
조금만 견디면. 조금만 더. 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생명을 갉아서 만드는 결계는 계속해서 괴생명체의 힘을 빨아들였다. 그 에너지가 칼이 되어 온몸을 찌르는 것 같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결계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흔들거렸다.
“막아내기를…….”
“허어.”
“바람과 같이.”
“제갈량이 봤으면 천재라고 좋아 했겠어~.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도술을 잘 운용하리라곤 생각도 못 했을 걸?”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결계가 무너져 내렸다. 수많은 공격을 한 번에 담고 있던 것이 깨지면서 엄청난 압력이 가해진 것처럼 터져버렸다.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찌른다. 서서는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물어뜯긴 것처럼 남은 상흔은 상처 부위를 파먹어간다. 붉은빛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조차 적어진 것을 느끼자 장각을 비릿하게 웃기 바빴다. 이미 한계를 넘은 몸이었다. 이 정도 버틴 것도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정말 멍청하고 순진한 종족이었다.
“그러게 뭐랬어.”
“…….”
“가만히 있었으면 좀 더…….”
“방금까지 받은 공격.”
“으…응?”
“그대로 되돌려주겠어요.”
“…….”
“신선 마법. 환류!”
서서의 손에 들린 엄청난 빛 덩이가 그대로 장각과 선계 병에게 날아들었다. 장각은 당황해 괴생명체를 앞세우고 몸을 숨겼다. 모든 공격을 먹어치우면서 자란 것은 그대로 공격을 한 물체에 되돌아갔다. 찢어지는 비명이 들린다. 쇠사슬이 뚝뚝 끊어지는 소리도 들렸다. 또 한 번 폭발이 있었고,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빛이 사라지자 몸의 절반이 날아간 괴수가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이고. 아이고오. 이게 어떻게 만든 것인데.”
“…….”
“정말…정말 끝까지! 귀찮게 하는구나!”
“…….”
“선계 병들 뭐하나! 음?”
장각. 그만하고 물러서라.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부채로 입술을 가리면서 조용히 말하는 목소리.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오히려 딱딱한 명령. 장각은 눈을 깜빡인다. 분명 반항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사마의는 장각을 어느 정도 풀어두곤 했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녀석이 이리저리 휘젓고 일을 만들면 어쩔 수 없이 선계의 균형이 무너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물러서야 할 때는 칼같이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장각은 지금 잔뜩 약이 올라 미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정말 재밌는 일을 이렇게 끝내게 하시다니.”
“…….”
“올라가서 뵙지요.”
어휴. 장각은 씩씩거리며 아직도 버티고 서있는 서서를 바라본다. 저 계집 때문에. 할 일은 하나도 못 하고 혼만 잔뜩 나야 하잖아. 어휴. 짜증 나. 바닥을 쾅쾅 구르면서 선계 병을 거둬들인다. 그리곤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직전인 검은 것을 바람으로 날려서 완전히 없애버린다. 꼭 커다란 건물이 불에 탄 것처럼 하늘에서 재가 내렸다. 쇠사슬은 그대로 땅에 녹아내린다. 장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뜬다.
“…….”
장각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서서가 자리에 쓰러진다. 이젠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장각은 물러갔지만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제갈량에게 알려야 했다. 마지막. 정말 마지막 힘이 필요했다.
“…부탁해. 응?”
서서의 손끝에서 작은 나비가 피어올랐다. 주홍색의 빛을 담은 나비는 날개를 몇 번 팔락거리며 서서 주위를 맴돌았다. 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모습이면 좋을 텐데, 저 이상 큰 것을 만들어낼 힘조차 없었다. 그래도 이 힘이 무사히 제갈량에게 닿기를. 가는 길에 다른 이변이 없기를 서서는 나비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
“…….”
제갈량은 돌아오지 않는 서서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무리 인간계를 좋아했지만, 이렇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인간계에 머물렀던 적은 없었다. 인간계에 적이라도 있으면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아니 제갈량도 그랬던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서는 조금 달랐다. 아직 도술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데다, 응룡궁과 얽힌 많은 일을 다 짚어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물론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게다가 사방에서 귀와 눈을 막은 것처럼 답답했다. 하늘의 움직임을 읽어 보려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제갈량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편전에서 알 수 없는 일이라면 조금이라도 하늘이 보이는 곳으로 가야 했다. 그 순간 짐승이 우는 것처럼 낮은 소리가 들린다. 제갈량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급히 어디론가 향한다. 발길이 멈춘 곳은 봉인되어있는 환수 앞이었다. 주군이 사라지면서 돌아온 환수는 돌처럼 굳어져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고통스러운 울음소리 한번 낸 채 뻣뻣하게 굳어갔다. 환수가 사라진다는 것은 군주가 없다는 뜻. 그러나 지금은 금방이라도 깨어 날것처럼 속에서 요동을 친다. 형형하게 흘러나오는 기운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이게…도대체.”
이제야 하늘이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누군가 눈을 가렸던 것일까. 이렇게 심하게 움직이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옥새의 의도인가. 아니면 운명의 장난인가.
제갈량은 계속해서 변하는 하늘의 움직임을 쫓는다. 구름이 길게 이어지다 갑자기 훅 흩어졌다. 그러더니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뻣뻣하게 마른 뼈 같은 대나무가 서로 부딪히면서 불안한 소리를 낸다. 그러더니 환수의 몸에 단단히 올라붙은 돌덩이가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
그 순간 거의 날개가 사라진 작은 나비가 제갈량 곁으로 날아왔다. 제갈량은 익숙한 기운을 읽고 고개를 돌렸다. 단정한 얼굴에 온갖 감정이 겹쳐졌다. 나비는 간신히 제갈량의 손끝에 옮겨 붙어있다 그대로 사라졌다. 애초에 가진 힘이 얼마 없었던 것처럼 한 점 흔적을 남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제갈량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서서의 생명과 같은 부름이었다. 애초에 정말 제갈량이 필요하다면 나비가 아니라 매를 만들어서 날려 보냈을 것이다. 아무리 도술에 미숙하다 하더라도, 전서구쯤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제갈량의 얼굴에 그늘이 서렸다.
“내가…어떻게. 아니…….”
제갈량은 당황한다. 그리고 급히 궁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궁을 나서자마자 뼈처럼 타버린 대나무 숲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것에 마음을 빼앗길 여유가 없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땅을 접고, 바람을 가르면서 도착한 곳은 인간계. 그곳에서 희미하게 남은 서서의 흔적을 찾았다. 구름을 딛고 뛰어가는 것처럼 훌쩍 넘어간다. 서서의 기운이 한 줌 남아있는 곳엔 낯설지 않은 기운도 섞여 있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부채를 든 손에 힘을 주면서 애써 감정을 조절한다.
“서서!”
“…….”
“서…….”
“…제갈량.”
“이게…아니.”
“내가…가려고 했는데.”
“…….”
“미안…….”
서서는 이미 반쯤 몸이 사라진 상태였다. 애초에 신선의 몸은 한계를 넘어서면 그대로 소멸하고 만다. 인간처럼 심장과 피가 없는 육신은 햇빛에 녹아내리는 눈처럼 잘게 부서진다. 그리고 바람에 날려 사라지면 끝이었다. 다행히 제갈량이 도착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한계를 넘은 신선의 육신을 살려낼 순 없었다.
“서서.”
“제갈량…유비 님을 부탁해.”
“…….”
“응?”
“…….”
“그래도 서서는 행복했어.”
“…….”
제갈량이 뭐라 말할 새가 없었다. 급히 손을 뻗어 서서의 손을 잡았다. 이미 반쯤 투명하게 변한 손은 제대로 잡히지조차 않았다. 제갈량은 입술을 꾹 깨물면서 서서 앞에 주저앉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제갈량의 능력이라면 이 모든 일을 충분히 예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그런 능력을 비웃는 것처럼 오감을 막아버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 제갈량은 옥새에 묻고 싶었다.
“제갈량. 응? 부탁해?”
“…….”
“그래도 와줘서 다행이야.”
한 땀 한 땀 생명이 꺼져가는 목소리를 듣고 차마 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점점 사라지는 손을 부여잡으면서 입술만 꾹 깨물었다. 태어남과 소멸이 너무 짧았다. 옥새는 과연 무엇을 보고 있었는가. 제갈량은 무릎을 꿇은 채 바람에 날려가는 서서의 마지막 생명을 바라보았다.
“…서서.”
“…….”
“가지마…….”
“…….”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온몸에 찢긴 상처가 있는 어린아이가 폐허 속에 누워 있었다. 완전히 무너진 집에서 어떻게 이 정도만 다치고 살아났을까. 눈 끝에 맺혀있던 눈물이 또르르 굴러떨어져 땅에 스며들었다. 제대로 정신조차 차리지 못하면서 사라진 서서를 찾았다.
“…….”
제갈량은 조용히 일어나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힘없이 늘어진 아이 곁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옷자락이 꼭 흰 공작처럼 길게 펼쳐진다.
“신선 제갈량.”
“…….”
“주군을 뵙습니다.”
“…….”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
무겁고 짧은 목소리가 하늘로 스며들었다. 돌아가서 할 일이 많았다. 제갈량은 아이를 안아 들었다. 서서보다 작은 아이는 제갈량의 품에 쏙 들어올 만큼 바짝 말라 있었다. 한숨을 쉬며 온몸이 찢긴 아이를 바라본다. 그리곤 고개를 숙여 볼에 입술을 댄다.
“…….”
흐릿한 고통에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입술로 옮아간 상처가 제갈량의 얼굴에 새겨진다. 어차피 이 정도 상처는 금방 복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조금 얼굴이 깨끗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응룡궁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소중한 사람을 잃고 다시 돌려받았다. 제갈량은 가슴에 또 한 번 커다란 돌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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