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100분/손책조조] 습관,코코아
+) NOTICE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 2차 연성입니다.
책으로 나온 손책조조 분량과 연관이 있을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 하시는 대로 편하게 읽어주세요!
50화 이후에 다시 만난 둘에 대한 망상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넌 도대체 어떻게 이러고 살았냐.”
“…도대체 뭐가.”
“전부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
“이것 봐. 또.”
“싫으면 나가.”
“나 참.”
누가 집주인인지 알 수 없었다. 친한 사람은 거의 없는 데다, 집 주소를 알려줄 만한 사람은 없었다. 개중 가장 친하고 아끼는 초선인 이 주소를 알아도 좋을 것 없으리란 생각에 숨겼다. 딱히 집안끼리 오가는 사이도 아닌 터라 이곳을 찾아올 손님은 많지 않았다. 애초에 집을 그저 잠시 쉬었다 가는 곳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라 큰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매일 퇴근하면 익숙하지만 낯선 존재가 있었다. 가끔은 경찰서 앞까지 마중을 나오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아파트 앞에서 기다린다. 한번은 경찰서 문을 두들기다 조조에게 그대로 목덜미를 잡혀서 끌려 나온 일도 있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둘이 가깝게 지내게 된 것이 벌써 몇 달쯤 되었다. 이 정도면 조조가 먼저 지겨워할 법한데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
주변은 그런 둘을 마냥 신기해했지만 대놓고 물어볼 수 없어서 입이 근질거리는 눈치였다. 그렇게 어영부영 붙어 지내게 된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때때로 조조는 자신을 돌아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곤 했지만, 그다음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손책에게 물어보는 날도 적지 않았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래도 혼자 아니라서 좀 낫다던 사람이 누군데.”
“…….”
“맞지?”
“그건…그러니까.”
“술 먹고 한 이야기 아니었고, 조조 너 멀쩡한 정신이었어. 안 그래?”
“…….”
“언젠 침대가 너무 크다며.”
“…그.”
“안 그래?”
“그건…그러니까.”
“따뜻해서 좋지?”
“…….”
“난 정말 네가 동태인 줄 알았다.”
“…뭐?”
손책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한 번씩 얻어맞는다. 지금도 그랬다. 물론 조조가 유난히 체온이 낮은 축이고 손책이 지나치게 뜨거운 것도 맞았다. 조조는 자다가 저도 모르게 따뜻한 곳을 파고드는 통에 아침마다 놀라기 일쑤였고, 손책은 차가운 것이 품속에 굴러들어와 놀라서 잠이 깨는 날이 많았다. 그렇게 하나도 맞지 않아 보이는 둘이 여태 헤어지지 않은 것은 꽤 신기한 일이었다.
애초에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으니, 헤어지는 것이 더 어려웠다. 차라리 자연스럽게 사귀다 헤어질 수 있었다면 그쪽을 선택했을지도 몰랐다. 큰 사건이 있으면 그 속에 생긴 인연을 놓기 어렵다. 조조는 매일 약간의 후회를 하면서도 손책의 손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닳은 듯 닳지 않은 과거를 가진 둘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붙어있곤 했다. 뜬 소리를 해도 잠자코 들어주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기에 둘은 나름 이 관계를 만족하고 있었다.
**
조조는 갑자기 굴러들어온 존재가 굉장히 신경 쓰였다. 다 커서 가출이라도 한 것인지 집 앞에서 버티고 서있는 녀석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아니. 애초에 그때 모른 척 해야 했다. 딱히 사람에게 친하게 지내는 일이 없어서 그런 건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을 마주치지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굳어버렸다.
‘…….’
‘…….’
두 시선이 빗겨나갈 듯 흔들리다가 똑바로 닿았다. 손책이 싱글 웃었을 때, 조조는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애초에 처음부터 조조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발걸음이 느려졌다. 조조는 늘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산다고 믿었지만, 손책이 끼면 그러지 못했다. 훌쩍 다가온 녀석은 춥지도 않은지 훌렁 벗고 다닌다. 조조는 그 모습만 봐도 추위가 느껴져서 눈을 찌푸렸다.
‘이쯤이면 올 줄 알았다.’
‘…도대체 뭐야.’
‘보고 싶어서?’
‘얼어 죽으려고 작정을 했군.’
‘이 정도 추위쯤 이야. 아무렇지도 않지.’
‘그런 걸 보고 세간에선 멍청이라고 하던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하네.’
손책은 그런 말을 하면서 꼭 눈썹을 축 늘어뜨리면서 웃는다. 바보 같은 얼굴이라고 조조는 몇 번이나 밀어내지만, 그렇다고 밀릴만한 체력도 아니어서 그냥 포기했다. 춥지도 않은 것인지. 아니면 체온 조절 하는 곳이 망가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저 녀석은 늘 제대로 된 옷을 입고 다니는 꼴을 보지 못했다.
‘여기 왜 있는 거지?’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
‘며칠만 재워줘.’
‘내 집은 호텔이 아닌데?’
‘우리 사이에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
‘정말이야. 나 지금 들어가면 평생 병원에서 못 나올지도 모르는데?’
‘그거.’
‘…….’
‘잘됐군. 이참에 망가진 체온 조절 능력도 고쳐서 나오는 건 어때?’
‘야, 조조!’
냉정하게 말하고 돌아서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영부영 따라붙는 녀석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집안에 다시 한번 들이고 말았다. 여전히 변한 것 하나 없는 곳이 갑자기 민망해서 헛기침만 했다. 손책은 익숙한 듯 들어가려다 붙잡혔다. 아직 들어오라고 말 안 했어. 냉한 목소리에 손책은 픽 웃으면서 조조를 끌어안았다. 몇 번을 겪어도 정말 익숙해지지 않았다. 힘을 얼마나 센지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 조조도 체력엔 자신이 있다지만, 저 녀석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이래도?”
“뭐가…이래도야.”
“이 정도면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된 거 같은데.”
“난 남이랑 못 살아.”
“정말?”
“그래. 들어와서 얌전히 있다가 때 되면 돌아가. 도대체 나이가 몇 살인데, 병원 가기 싫다고 가출을 하는 거지?”
“병원이 문제가 아니라니까…….”
“그럼 도대체 왜…….”
돌아보던 조조의 몸이 우뚝 멎었다. 저런 표정에 넘어가면 안 되는데. 세상 누구보다 강한 무술인이라 자랑하던 녀석은 꼭 비 맞은 들개 같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무슨 말을 얼마나 심하게 했다고,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조조로선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병원 같은 거 가면 다들 걱정하고 그러니까. 난 정말 괜찮은데 말이지.”
“네가 고집을 부려서 더 걱정한다는 생각은 안 들고?”
“그것도 그렇지만. 약간씩 아픈 거지. 큰 이유는 없어. 내가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면 그 기적이 날 계속 지켜줄 것이 아닌가.”
“그런 말을 믿는 너도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고.”
“항상 같은 말을 하네.”
“네 놈이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해서 그런다.”
조조의 말을 늘 한결같았다. 그래서 손책은 가끔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조조는 그럴 때마다 눈을 찌푸리면서 한마디씩 툭툭 던졌다. 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손은 그렇지 않았다. 습관이라도 무서워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간다. 손책과 조조에게. 서로는 습관과 같았다.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된 것은 어느새 눈에 익는다.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당황하기도 했다. 그렇게 둘은 천천히 섞여갔다.
“그래도 네가 편해서 오는 거지.”
“신기한 이야기군. 처음 듣는 칭찬이야.”
“자꾸 그렇게 대답하면 어느 순간 기계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왜 그렇게 딱딱해.”
“이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으니까.”
“냉정해라.”
“네 녀석한테 익숙해지는 것이 괜찮은지 모르겠군. 이러다 나도 멍청이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씻을 거면 먼저 씻어.”
“집주인은 나다.”
“그러니까. 먼저 씻으라고.”
“…….”
뭐 조조가 손책을 말로 이기긴 영 그른 일이었다. 안 그래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싶었으니 잠자코 욕실로 걸어간다. 이 황량한 집에 사람 하나 더 들였다고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손책은 소파에 멍뚱히 앉아서 주변을 둘러본다. 저번에 언제쯤 왔었더라. 손가락을 접어가면서 생각을 한다.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딱히 바뀐 것이 없었다.
“바뀐 거라면…….”
베란다 근처 그나마 빛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에 작은 화분이 조르르 놓여있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화분에 대한 기억을 금방 꺼낼 수 있었다. 유비가 자신에게 줬었고, 제 손으로 직접 조조의 집으로 배달을 했다. 물론 한두 번은 아니었다. 유비는 화단에 심심풀이로 심었던 다육식물이 많이 자랐다면서 자랑을 했었다. 그러더니 아주 작은 화분을 잔뜩 사 와선 도원 관에 오는 사람마다 하나씩 들려 보내기 바빴다. 그걸 몇 번 받아서 강동 관에도 갖다 놓다가 문득 조조 생각이 났다. 그리곤 유비가 조조가 요새 바쁜 거 같다며 따로 몇 개 놔둔 화분을 받았다.
‘그 녀석 집도 굉장히 쓸쓸했는데…….’
그 생각이 들자 이미 발길은 조조에게 향하고 있었다.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조조는 손톱보다 작은 입이 달린 식물을 보자 대번에 눈을 찌푸렸다. 이런 집에선 금방 죽는다는 이유였지만, 손책은 막무가내였다. 하긴 무채색으로 가득한 공간에 초록색 식물을 이질감이 들기 충분했다. 다육식물이 생명력이 강한 것인지. 알게 모르게 조조가 돌본 것인지는 몰라도 쑥쑥 자란 녀석은 어느 순간 한 공간은 뿌듯하게 채우고 있었다.
“잘 키울 거면서.”
손책은 조조가 씻고 나올 때까지 소파에 기댄 채 가만히 눈을 감았다. 저 멀리 샤워기 소리가 들린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희미해진다. 늘 정해진 시간 만큼 샤워를 하는 녀석이 신기하기만 했다. 저렇게 습관과 버릇으로 점철된 삶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지만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홀로 생각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으면 곧 보고 싶었던 사람이 나타난다.
“…왜?”
“머리는 제대로 말리고 나오지.”
“금방 마른다.”
“참 신기한 녀석이다.”
“너보다 더할까.”
“…….”
“씻어. 커피 마실 거면 미리 타 놓을 테니까.”
“그래. 부탁하마.”
“…옷은 대충 꺼내놨으니까 입고.”
“빌려주는 건가?”
“벗고 살순 없잖아.”
“뭐…맞는 소리지.”
이쯤 되면 짐을 좀 들고 오라는 소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정리는 또 조조의 몫일 테니 그만두기로 했다. 운동할 때 입는 반팔 티셔츠와 바지를 꺼냈다가 잠시 고민했다. 반소매 옷을 입은 손책을 본 적이 없었지만 뭐 어쩌랴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저 먼지투성이 도복을 입고 내내 집 안을 돌아다닐 것이 뻔했다. 조조는 딱히 집에 애착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장소가 더러워지는 것은 다른 이유였다. 옷이 작지는 않겠지. 이런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다.
“아…이런.”
사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조조는 물을 끓이는 동안 찬장을 뒤지다 멈춰선 채 눈썹을 잔뜩 구겼다. 집에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런 것이 문제였다. 수건으로 대충 물기만 털어낸 머리에선 방울방울 맺혀있던 물이 뚝뚝 떨어져서 어깨를 적셨다.
“…어쩐다.”
포트에 가득 담아서 끓인 물은 이미 식어가고 있는데, 조조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한숨을 푹 쉬더니 반대쪽 찬장을 뒤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경찰서에선 흔하게 굴러다니던 티백 하나 없었다. 이 날씨에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않고 나가긴 싫었다. 아무리 손님 대접을 해야 한다 해도 싫은 건 있는 법이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손책이 거실로 걸어 나왔다.
“…뭐해?”
“그…….”
“옷 빌려줘서 고맙다.”
“그래. 뭐…잘 어울리네.”
“거기서 뭐 하고 있었어. 우두커니?”
“커피가…떨어진 걸 몰랐군.”
“뭐 별일 아니네.”
“…….”
“언제나처럼 네 집인데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
“…….”
“괜찮다. 이렇게 집에 들여 보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그…러니까.”
“응?”
“내가 이걸 찾았는데.”
“뭐지?”
“…….”
조조는 답지 않게 주저한다. 뭔가 유리병에 가루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쉽게 내놓지 않은 것을 보니 뭔가 귀중한 가루가 아닐까 했지만, 당황한 표정을 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손책은 슬슬 호기심이 생겼다. 조조라는 남자는 손책의 인생에서 처음 보는 타입이었다. 냉하고 이성적이지만, 속은 그 누구보다 불안했다. 껍데기가 너무 단단해 간신히 제정신을 잡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더 알고 싶어졌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 와중에 자신과 비슷하게 기억 상실을 겪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으니 분명 인연이 보통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뭔데 그래?”
“…….”
“응?”
“그…게.”
“코코아?”
“…….”
조조의 얼굴이 이렇게 달아오르는 것을 처음 봤다. 하긴 제 손으로 이런 걸 살 위인은 아니었다. 세상 단 것은 입에도 대지 않을 것 같이 생겨서 하는 행동도 비슷했다. 손책이 걸어가서 조조 손에 들린 유리병을 바라본다. 어깨에 턱을 댄 채 가만히 내려다본다. 턱이 축축한 기분이 들었다.
“어디서 났어?”
“초선이가 선물로…….”
“귀한 건데 마셔도 되는 건가?”
“…….”
“안 그래?”
“아냐. 이러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면 그게 더 미안하지.”
“아…음?”
“왜?”
“나, 이거 먹으라고?”
“못 먹을 것도 없지?”
“나도 단건 별론데…….”
“주면 먹어.”
조조의 말은 단호했다. 손책은 싫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소파로 걸어간다. 하긴 옷도 빌려 입는 처지에 입맛 투정을 할 순 없었다. 괜히 민망해서 머리에 얹힌 수건만 만지작거린다. 황량한 거실에 금방 단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큰 머그잔에 코코아 가루를 쏟아 넣고 물을 따른다. 수저로 천천히 저으면서도 영 자신을 못 믿겠다는 표정이 심각하기만 했다.
“넌?”
“…왜?”
“넌 안 마셔?”
“난 됐어.”
“…….”
어쩐지 머그잔이 하나만 보일 때 짐작했어야 했다. 습관에 편식도 포함이 된 걸까. 손책은 조조를 가만히 바라본다. 조조는 그런 시선을 받아치면서 머그잔을 내밀었다. 어른이 이렇게 편식이 심해서야. 누가 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책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조조는 따뜻한 물을 가져와서 소파에 앉았다. 뜨거운 물로 기분 좋게 따뜻해진 몸은 천천히 식어간다. 조조는 단 냄새가 풍길 때마다 가만히 손책을 바라보았다.
“왜 또.”
“잘 마시는데?”
“준 건데 마셔야지.”
“……”
“농담이고 난 마시는 건 별로 상관 안 해.”
“운동하는 사람이면 이것저것 가려먹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거야 얌전히 체육관에서 하는 사람이고, 난…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니니까. 될 때 먹어둬야지”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어.”
“상향이랑 똑같은 말을 하네.”
“…….”
갑자기 조용해진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얽힌다. 같은 샴푸 냄새가 난다.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어 애써 시선을 반대쪽으로 돌려버렸다. 손책이 머그잔을 놓는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그러더니 조조의 손을 잡아서 천천히 당긴다. 하마터면 뜨거운 물이 그대로 넘칠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공중에 멈췄다.
“뭐야.”
“그래도 맛은 봐야지.”
“…….”
“어떻게 손님이 얻어먹기만 하겠어.”
“그냥 얻어먹는 건 어때?”
“그럴 순 없지.”
이럴 땐 손책이 꼭 호랑이 같았다. 강동의 호랑이라고 하더니. 하는 짓이 맹수와 똑 닮았다. 손책의 눈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이 튄다. 조조는 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차라리 저 눈을 처음부터 보지 말아야 했다. 반쯤 홀리는 기분이 들 때마다 조조는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것도 습관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일까.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 조조의 머릿속을 꿰뚫어 보는 것처럼 손책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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