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팁버키럼로우/스벜럼] 벜른 전력60분 : 내가 어디에 있든 달이 보여 + 중력
+) NOTICE
윈솔 시점에서 시빌워 없는 럼로우 버키 스티브 이야기 / 오메가&센티넬버스
윈솔 시점에서 시빌워가 없고 럼로우가 버키 주워서 도망쳤다는 if 이야기 입니다
누가 가이드고 센티넬이고 오메가 알파인지는 읽으시면 아실 것 같아요
플롯이 잘 마무리 된다면 11월 벜른에 나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윈솔 시점에서 시빌워가 없고 럼로우가 버키 주워서 도망쳤다는 if 이야기 입니다
플롯이 잘 마무리 된다면 11월 벜른에 나옵니다
스벜럼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전력과 같은 시간대를 공유합니다
정작 오메가&센티넬버스는 잘 안나오네요 붙이기 민망한..,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
버키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무리 세심하게 돌봐줘도 잔뜩 몰려서 지친 몸이 쉽게 회복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스티브는 계속 불안한 표정으로 치료실을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로서 해야 할 일이 있고, 해야만 했다.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병실을 나서다가도 휙 돌아와 버키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쓰다듬어 주고서야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물론 이렇게 스티브가 일방적인 애틋함을 뿜어내는 동안 럼로우는 지독하게 조용한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나마 쉴드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직 살려둔 가치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때리지 않고 제때 식사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럼로우는 이곳이 지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험하게 다루지 않자 곧 지독한 지루함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죽겠군.”
이제 며칠이나 지났는지. 럼로우는 가물가물한 기억력으로 날짜를 세기 시작했다. 에셋을 마지막으로 본 날짜와 여기로 끌려와 구금된 날짜. 그리고 식사를 몇 번 먹었더라. 자연적인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독방은 시계조차 없었다. 그나마 식사가 들어올 무렵 뚜벅뚜벅 울리는 묵직한 군화 소리가 시간이 지나감을 알려주는 전부였다.
“에셋은…잘살고 있으려나.”
남자는 자신도 구금당한 주제에 백치를 걱정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렇게 다정다감한 체질은 아니었는데, 심심하다 보니 정신이 어떻게 되어버린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얼굴을 볼 때까지 백치는 끙끙 앓기만 했다.
“역시 캡틴이 문제란 말이야.”
되지도 않는 짜증을 부린다. 아마 캡틴 아메리카가 하루나 이틀만 이곳에 늦게 도착했더라도 에셋은 조금 더 나아졌을 것이다. 약도 구했고, 아프면 도와줄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구한 약을 먹이기도 전에 들이닥친 남자는 잘 먹고 씻겨둔 백치를 덜렁 들고 나가버렸다. 여기서부터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하긴 자신은 하이드라의 끄나풀이었고, 백치는 하이드라의 불쌍한 무기이지 캡틴 아메리카의 소중한 존재가 아닌가. 언젠가는 이런 식으로 헤어질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
“혼잣말하기도 심심하네.”
“그럼 둘이 할까?”
“…….”
“왜 그러지? 심심하다면서.”
“예, 뭐 그렇긴 하죠.”
“…….”
“그런데 캡틴을 부른 것은 아니라서요.”
또 캡틴의 성질을 죽죽 긁어놓는다. 남자는 자신의 상관이었던 금발 군인의 어디를 누르면 폭발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약간 낮게 본 것도 사실이었다. 천하의 캡틴 아메리카 앞에서 자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 엘리베이터에서 당한 것은 묻어두기로 했다. 그래서 더 껄끄러웠다. 대놓고 빈정거리면서 거부했지만, 럼로우에게는 거절할 권한이 없었다. 문이 열리고 캡틴 로저스가 들어온다. 이건 명령이었고, 심문과도 같았다.
“뭐가 또 궁금해서 그러십니까?”
“버키가 왜 깨어나지 않는지 알고 있지?”
“글쎄요.”
말끝이 조금 늘어진다. 그 늘어짐의 이유를 알아챈 캡틴의 손이 럼로우의 멱살을 잡는다. 제법 단단한 몸이 한 번에 위로 딸려 올라간다. 컥. 짧은 신음이 들린다. 그 상태 그대로 으르렁거리던 캡틴 아메리카가 손을 떼자 몸이 그대로 침대에 떨어진다.
“손버릇이 나쁘시네요. 캡틴.”
“자네만 할까.”
“부러우셨나 보죠?”
“…….”
끝까지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물론 캡틴이 자신을 죽일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벌이는 도박이었다. 뭐 이러다 죽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용병의 끝은 언제나 죽음과 닿아있다. 그래서 죽음을 겁내진 않는다. 몸에 묻은 죽음의 기운이 언젠간 자신을 갉아버릴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서 말해.”
“…….”
“이건 명령이야.”
“이제 상관도 아니지 않습니까.”
“…….”
“그리고, 다치고 버려진 개새끼를 주워 와서 치료한 쪽은 접니다. 절 이렇게 대하시면 안 되는 거죠.”
“…….”
“찾으려면 진작 찾으셨어야지.”
“…….”
럼로우의 비릿한 미소가 정곡을 찌른다. 캡틴은 할 말이 없었다. 바쁜 와중에도 버키를 찾았다. 하지만 그 녀석은 꼭 그대로 녹아버린 것처럼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나타샤는 윈터 솔져를 찾긴 어렵다고 했고, 자료도 한정적이었다. 그래도 제법 일찍 찾아냈다고 생각했는데, 그 옆엔 럼로우가 있었다. 솔직히 짜증이 났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궁금한 건 맞습니까?”
“…….”
“아니면…….”
또 사람을 훑어 본다. 아무리 꾹꾹 눌러러 참아도 한계가 있다. 하이드라 끄나풀에 버키와 연관이 있어서 살려두고 있지만, 이제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 표정이 미묘하게 계속 바뀐다. 오히려 앞에 앉아있는 럼로우가 더 느긋했다.
“정신은 차렸고요?”
“…누가.”
“제가 캡틴을 말하겠습니까. 당연히 에셋말하는 거죠.”
“…….”
“못 차렸군요.”
“…….”
점점 할 말이 없어진다. 솔직히 터놓고 말하기도 껄끄러운 상대인데, 그렇다고 아예 모른척할 수도 없었다. 버키를 도와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럼로우는 그중에서도 너무 힘든 상대였다. 같이 임무를 했다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
“그러기에 좀 늦게 오지, 왜 그렇게 다짜고짜 들이닥쳐서, 애를 놀라게 합니까.”
“누가…….”
“캡틴이요.”
“…….”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그걸 알까 싶고 그런 거죠. 안 그럽니까?”
“…….”
“애초에 에셋과 캡틴은 갈 길이 완전히 달려졌단 말입니다.”
“…….”
일부러 이렇게 말한다. 에셋이 잠깐씩 제정신을 차릴 때가 있었다. 그러면 그 녀석은 내내 스티브를 찾았다. 럼로우가 아무리 윽박지르고 모른척해도, 브루클린 꼬맹이를 찾다 지쳐 잠이 들곤 했다. 그런 꼴을 오랫동안 봤다. 당연히 캡틴한테 유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꼴을 보면서도 계속 옆에 붙어서 먹이고 씻겨줬는데, 캡틴이란 사람은 그 하루같이 있는 걸 보고도 눈이 돌아버린다. 웃기는 일이었다.
“난 내가 여기에 이렇게 쓰레기처럼 있는 한 어떤 말도 해줄 생각이 없습니다.”
“…자네는.”
“예?”
“자네는 말이야. 지금 자신이 하이드라 조직원이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는 거 같은데. 여기에 감금된 이유는…….”
“하지만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건 캡틴의 친구겠죠.”
“…….”
또 말문이 턱 막힌다.
“거래를 하자 이겁니다. 나도 목숨 정도는 보장받고 싶어서 말이죠.”
“…….”
“싫으면 아무런 정보 없이 계속 검사만 해보던가요.”
“…….”
캡틴의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뭐 굳이 비유하자면 제가 에셋이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는 목줄이라면, 캡틴은 중력이겠죠.”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캡틴에 대한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금방이라도 사라지려 하던 녀석이 엉덩이를 붙이고 주저앉더란 말입니다.”
“…….”
“브루클린 꼬맹이를 그렇게 찾으면서 말이죠.”
“…….”
“힘으로 못 당하는 녀석인데, 가끔 그렇게 얌전해져요. 아시겠습니까?”
“…….”
“뭐, 저도 딱히 기분이 좋은 아니었지만, 중력이 없었으면 그 녀석은 벌써 하늘로 날아올랐겠죠.”
“…….”
“아무도 못 찾는 곳으로 떠날 때까지 날아오를 겁니다.”
“…….”
욕인지 칭찬인지 알 수 없었다. 남자는 자신을 스스로 목줄이라 칭했고,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중력이라고 불렀다. 철저히 버키 반즈와 윈터솔져에게 맞춘 비유였다. 캡틴 아메리카는 더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조만간 답을 들고 오겠네. 짧은 인사가 툭 떨어졌다. 럼로우는 독방 문이 다시 닫힐 때까지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한동안 침대에 누운 채 큰소리고 웃곤 했다.
**
“애를 말려 죽이려고 작정을 했네.”
“뭐?”
“아무것도 모르고 이렇게 눕혀만 놓으면 되는 일입니까?”
“그렇지 않아.”
“그렇겠죠. 약은 먹였을 테니.”
“…….”
“하여튼 캡틴은 저 없인 아무것도 못 하시겠죠?”
“…….”
“이제 좀 필요성이 느껴지셨습니까?”
“그럴 리가.”
캡틴은 선을 긋는다. 인제 와서 돌아가기엔 둘 다 너무 먼 길을 걸어 왔다. 이건 럼로우가 좋아서 하는 일도 아니고 하이드라에 동참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버키를 위한 것이다. 스티브는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았다. 사소한 충돌이 있었지만, 럼로우는 빼내오는 데 성공했다. 독방에서 나온 그 순간부터 럼로우는 마치 제가 있어야 할 곳에 돌아온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 녀석을 끌고 버키가 누워있는 곳으로 간다. 이놈과 놀아주거나 친하게 지내려고 데리고 나온 것이 아니니 할 일을 빨리 시키기로 했다. 병실엔 캡틴이 미리 말해둔 대로 아무도 없었다. 지나치게 하얀 방 안에 에셋이 죽은 것처럼 누워있었다. 럼로우는 아직도 뻐근한 손목은 주무르며 자신이 주워온 백치가 누워있는 침대에 다가갔다.
“예쁜아. 뭐하냐.”
“…….”
“그만 자고 일어나 봐. 네가 그렇게 찾는 사람이 왔다.”
“…….”
사근사근. 답지 않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꿈쩍도 하지 않던 녀석이 천천히 눈을 뜬다. 꼭 전원은 켠 로봇 같았다. 흐릿한 겨울 색을 가진 눈이 천천히 움직인다. 럼로우의 얼굴을 보고 어깨로 내려온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남자에게 옮아간다.
“…….”
“일어났냐?”
“…스티브.”
“…….”
럼로우의 얼굴이 굳는다. 이 녀석은 자신이 아니면 그대로 혀를 깨물고 죽는 주제에 눈만 뜨면 스티브를 찾아댄다. 역시 도움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벌써 후회가 물밀 듯 흘러들어온다. 하지만 지금까지 키워온 백치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이건 에셋을 위한 거지. 저 재수 없는 캡틴을 위한 게 아니야.’
둘은 같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버키는 럼로우가 끌어올리는 대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익숙하게 품에 안긴다. 차가운 체온이 조금씩 데워진다. 인형처럼 무력하게 럼로우의 품에 안겨있는 녀석은 눈을 굴려 스티브를 찾는다.
“스티브.”
“…….”
“꿈을 꿨어.”
“…….”
“내가 어디에 있든 달이 보이고, 해가 떴어. 어둠이 없어서 피할 곳이 없었어.”
“…….”
“발이 떨어지지 않아 걸을 수 없었고, 숨이 막혔는데.”
“널 봤어.”
럼로우의 손이 백치의 등을 아프게 쥐었다. 약하게 끙끙거리던 녀석은 고개를 돌려 익숙한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곤 눈만 깜박이다가 조용히 럼로우의 어깨에 턱을 댄 채 눈을 감는다.
“뭐하는 거지?”
“기억 재구성을 하는 거죠.”
“…….”
“캡틴은 모르는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
럼로우는 오늘도 캡틴의 기분을 박박 긁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백치가 자꾸 없는 상대를 찾는 것과 실제로 눈앞에서 스티브를 보고 끙끙거리는 것을 보는 건 제법 차이가 있었다. 스티브가 없었으면 곧장 윽박질렀을지도 몰랐다. 정말 엿 같은 상황이었다.
====================================
서로가 서로에게 열폭하는 럼로우와 스티브가 너무 좋습니다
둘이 서로 싫어하는 이유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상황을 버키와 공유했다는 것과, 상대방이 없으면 버키가 불안해한다는 점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럼로우가 버키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걸 보고 캡틴이 빡치면, 버키가 스티브부터 찾는 걸 보고 럼로우가 다시 빡치는 상황이랄까요
셋이 얽히고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마블 > └ 스팁버키럼로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팁버키럼로우/스벜럼] 벜른 전력60분 : 그거 지금 웃으라고 한 말이지 (0) | 2016.10.16 |
---|---|
[스팁버키럼로우/스벜럼] 벜른 전력60분 : 가만히 감겨있는 눈 (0) | 2016.10.16 |
[스팁버키럼로우/스벜럼] 벜른 전력60분 : 나는 너없이 살 수 없어 (0) | 2016.09.10 |
[스팁버키럼로우/스벜럼] 벜른 전력60분 : 너에게 구두를 신고 간다 (0) | 2016.09.04 |
[스팁버키럼로우/스벜럼] 벜른 전력60분 : 금방 돌아올거지? (0) | 2016.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