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팁버키럼로우/스벜럼] 벜른 전력60분 : 금방 돌아올거지?
마블/└ 스팁버키럼로우 / 2016. 8. 21. 22:58
+) NOTICE
윈솔 시점에서 시빌워 없는 럼로우 버키 스티브 이야기 / 오메가&센티넬버스
윈솔 시점에서 시빌워가 없고 럼로우가 버키 주워서 도망쳤다는 if 이야기 입니다
누가 가이드고 센티넬이고 오메가 알파인지는 읽으시면 아실 것 같아요
플롯이 잘 마무리 된다면 11월 벜른에 나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에셋.”
“…….”
“갈 곳 없으면 같이 가자.”
“…….”
이 새끼는 여전히 말이 없다. 잔뜩 상처받은 얼굴엔 멍한 눈빛만 흘러내렸다. 금방이라도 와장창 깨질 것 같은 눈을 바라보던 럼로우는 짧게 욕을 내뱉으면서 괜히 짜증을 부린다. 누구 하나 잘못 한 것이 없는 짜증이었다. 하지만 뇌가 갈린 백치는 꼭 자기에게 하는 것 같은지 굼실굼실 몸을 움츠릴 뿐이었다.
“내가 너 많이 도와줬잖아?”
“…….”
“나 없으면 어쩌려고?”
“…….”
그 한마디에 저 먼 곳을 바라보던 시선이 천천히 다가왔다. 잔뜩 상처받은 얼굴로 반쯤 타버린 남자를 꼼꼼하게 훑어내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런 시선이 썩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히려 익숙했다. 이 백치는 늘 이런 식으로 사람을 바라보곤 한다. 조금만 더 하면 넘어올 것 같은데, 갈려버린 뇌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고집쟁이가 아직 에셋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완전히 우그러진 입술이 절로 씰룩거렸다.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일인데 이렇게 고집을 부리곤 한다.
“내가 다 도와줄게.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나가버리자.”
“…난.”
“길바닥에서 굶어 죽는 것보단 나을걸?”
“난…그러니까.”
“…….”
백치는 여전히 횡설수설할 뿐이었다. 해동된 지 너무 오래 지났습니다. 꼭 물건을 다루는 것 같은 딱딱하고 감정 없는 말이 귓가에 어른거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럼로우는 이 무기한테 별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무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좀 더. 할 수 있는 것까지. 이 불쌍한 백치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갈 거야? 안 갈 거야?”
“…….”
“내가 없으면 나중에 어쩌려고?”
“…….”
“역시 내가 있는 쪽이 편하지?”
“…….”
“봐. 벌써 노골노골 누그러지네.”
“…….”
남자는 슬쩍 백치 가까이 다가섰다. 흉터가 잔뜩 오그라든 손끝으로 백치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는다. 잔뜩 날이 서 있던 숨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뻣뻣한 머리카락을 만져주다 천천히 턱선을 타고 내려온다. 얼마나 밖을 헤맸는지 거칠거칠한 수염이 손끝에 쿡쿡 박혔다.
“…하지 마.”
“좋으면서 튕기긴.”
“…그런 거 아니야.”
“아니. 넌 지금 거짓말을 하는 거야.”
“…….”
“내가 척 보면 알거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백치는 어려운 대화는 곧잘 포기해 버린다. 뭉그러진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지극히 간단한 일상용어 몇 가지와 임무에 필요한 말뿐이었다. 그러기에 럼로우처럼 능글능글하게 남을 가지고 노는 대화는 좀처럼 따라가기 힘들어했다. 어차피 자신이 하는 말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입을 다물어버리자 럼로우는 껄껄 웃으면서 턱을 잡았다.
‘그새 살이 쪽 빠졌네.’
이젠 손톱조차 남아있지 않은 손끝은 무디기만 했다. 하지만 적어도 에셋의 상태 정도는 진단할 수 있었다. 아무리 임무 동안 제대로 먹이지 않아도 꽤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다지만, 이렇게 지치고 여기저기 상처입고 터진 상태로는 영 못 미더웠다. 먹을 것이라도 대충 주워 넣었으면 괜찮았겠지만, 이 녀석이 이런 흉한 꼴을 하고 거리를 어슬렁거렸을 것 같지도 않았다. 먹지도 못하고 치료도 받지 못한 녀석은 밤에 잠도 제대로 청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내 담당 무기가 이렇게 진창에 구르고 있으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엿 같겠지.”
“그건 잘 아네. 일어서.”
“…….”
“먹여주고 재워줄게. 그러면 되잖아.”
“…….”
“새끼 진짜…….”
럼로우는 백치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약간 커진 눈동자엔 혼란스러움이 가득 담겼다. 아마 언어가 눈에 보인다면 에셋 주변엔 물음표가 종류별로 잔뜩 매달려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남자는 그 손목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 이 녀석을 놓친다면 어쩐지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았다. 자꾸 뻗대던 것과는 달리 백치는 얌전히 럼로우를 따라왔다.
*
도망치듯 도시를 떠나서 구한 집은 너무 작았다.
둘이 누우면 답답하게 붙어야 하는 매트리스부터, 가구 하나하나까지 언제든 버리고 떠날 수 있을 만큼 별거 없는 살림살이뿐이었다. 최소한 필요한 것만 들여놓고, 최대한 짐을 만들지 않는다. 집에 정을 붙이지 말고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둔다. 럼로우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백치를 매트리스 위에 앉혀놓고 한 시간 동안 잔소리를 했다.
“…알아들어?”
“…….”
“알아듣는 척하지 말고, 모르겠으면 다시 물어봐.”
“나도…그런 것쯤은 알아.”
“알긴. 아무것도 모르는 실험실 비글 같은 녀석이.”
“…….”
“그냥 넌 내가 하라는 것만 해.”
“…….”
“그리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물어보고.”
“…응.”
해동이 너무 오래되면 그대로 상해버리나 했는데, 운이 좋았다. 백치는 조금씩 제정신을 찾고 있었다. 물론 보통 사람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 백치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랬단 소리다. 벙어리마냥 입을 꾹 다문 채 고갯짓만 하면서 좋고 싫음을 표현하던 녀석은 조금씩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작은 문제가 있자면 그 말문이 럼로우에 모든 말에 태클을 거는 방향이라는 사실이랄까. 하지만 백치를 주워온 남자는 그런 것도 일종의 애교로 보고 있는 것 같으니 별 상관없는 것 같았다.
“백치야. 이리 와봐.”
“…….”
“어허.”
“…….”
“너 안 만져주면 또 폭발할 거잖아.”
“…….”
그건 맞는 말이었다. 주춤주춤 럼로우 옆에 걸터앉은 녀석은 큰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자기 자신의 형질조차 모르는 녀석은 럼로우의 행동에 반박할 만한 재간이 없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걸 봐선 아직 다 풀린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일찍 발견하긴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감이 마비되기 시작하면 럼로우가 손 쓸 틈도 없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난 어쩌다 너 같은 녀석이랑 맞아서.”
“…….”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 보지. 안 그러냐?”
“…….”
“이리 와봐.”
껄껄 웃으면서 턱을 잡는다. 그리곤 부루퉁하게 내민 입술에 그대로 입술을 겹쳐버린다. 하이드라에 있을 때 지겹게 했던 일이었는데, 백치는 꼭 처음 하는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다. 거친 호흡이 뚝뚝 끊기면서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간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어주면 거짓말처럼 벌어진다. 혀로 치열을 쓸어주면 전기에 튀겨진 것처럼 펄떡 뛰어오른다.
“…쉬. 괜찮아.”
“…….”
“백치야. 숨 쉬어야지.”
“…….”
“숨 막혀 죽겠다.”
“…….”
간신히 밭은 숨이 흘러나온다. 헐떡거리는 녀석의 목소리에서 쇠 냄새가 났다. 럼로우는 속으로 껄껄 웃으면서 좀 더 입술을 깊게 묻었다. 혀를 얽다가 송곳니를 쓸어올린다. 백치는 이상하게 입안이 예민했다. 조금만 자극을 줘도 금방 스르르 녹아내린다. 그대로 뒤로 넘어가자 매트리스가 출렁거렸다.
“왜 오늘 땡겨?”
“…….”
“내가 자꾸 이렇게 덥석덥석 눕지 말라고 했지?”
“…….”
“백치가 아직…머리가 나빠서. 참.”
“…….”
“걱정이야.”
럼로우는 잡아먹힐 것을 기다리는 노루를 보는 포식자의 눈빛으로 백치를 훑어내렸다. 탄탄한 몸에선 늘 겨울 냄새가 났다.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귓가에 쨍하게 울렸다. 입안 몇 번 헤집어줬다고 눈가엔 눈물이 축축하다. 이럴 때면 진짜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서 영 입맛이 찝찝했다.
“싫어도 그냥 즐겨라.”
“…….”
“네놈 체질이 지랄인 걸 어쩌겠냐. 어?”
“…….”
“너 폭주하면 아저씨는 힘이 없어서 많이 힘들다.”
“…….”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
모르는 척 상의 안에 손을 넣고 탄탄한 배를 죽 긁어 내렸다. 파르르 떨리는 피부가 손끝에 찰싹 달라붙었다. 당장에라도 이 녀석을 잡아먹고 싶은데, 아직은 아니었다. 센티넬과 가이드의 관계는 오묘해서 처음부터 큰 자극을 주면 쌍방이 힘들었다. 럼로우는 그걸 잘 알고 있어서 이렇게 손으로 적당히 희롱하고 말았다. 물론 그런 정보를 알 리 없는 백치는 내내 헐떡거리면서 축축한 눈만 깜박였다.
*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백치는 럼로우가 같이 산지 꼭 두 달쯤 되던 날 그대로 앓아누워서 사경을 헤매기 시작했다. 불같이 달아오른 체온은 온몸을 태울 것 같았다. 럼로우는 부지런히 물수건으로 백치의 몸을 닦아주었지만, 소용없었다. 끙끙 앓다가 지친 입술은 허옇게 말라갔다. 버석버석한 성대에서 앓는 소리마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비틀어진 녀석은 눈도 뜨지 못했다.
“백치야.”
“…….”
“왜 아프고 그래.”
“…….”
“조금만 기다려.”
“…….”
“금방 돌아올 거니까. 조금만 더 참고 있어.”
“…로우.”
“왜 이럴 때 이름을 부르고 그래.”
“럼로우…어디 가지 마.”
“내가 어딜 가. 조금만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 약 먹어야지.”
“약…안 먹어도 되는데. 나 괜찮아.”
“괜찮긴.”
다 죽어가는 새끼를 이럴 때마다 옛날 기억이 떠오르는지 자꾸 남 걱정만 한다. 럼로우는 초조한 표정으로 옷을 걸쳤다. 그리고 바닥에 숨겨둔 가방에서 두툼한 돈뭉치를 몇 개나 꺼냈다. 그리고 더 굳은 표정으로 이리저리 연락한다. 이런 식으로 통화하면 바로 도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저 백치를 죽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뭔가를 주문한 럼로우가 급하게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활활 타는 손이 옷자락을 콱 잡았다. 물론 그것도 힘이 없어서 툭 아래로 떨어진다. 럼로우는 그런 녀석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천천히 돌아보자 온몸에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녀석이 끙끙 앓으면서 남자를 올려다본다.
“금방 돌아올 거지?”
“…….”
“응?”
“그래. 예쁜이 더 안 아프게 약 사서 올게. 그러니까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웅크리고 참아.”
“…….”
“내 말 알아들어?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고 여기서 이불로 입이라도 틀어막고 버티고 있으라고.”
“…으응.”
열에 들뜬 녀석이 대답은 잘한다. 럼로우가 급하게 밖으로 나가자 단 냄새가 가득 섞인 숨이 훅 흘러나왔다. 백치는 몇 번 손끝을 까딱거리다 그대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아, 캡틴이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자네한테 볼일이 있어서 왔지.”
“하 참. 내가 이래서 전화 같은 건 안 쓰려 했는데.”
“…….”
“이게 또 이렇게 걸려 들어갈 줄 알았나.”
럼로우는 밀수업자가 건넨 약봉지를 슬그머니 옷 안쪽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능글능글하게 웃으면서 단호한 표정을 한 금발 남자를 돌아보았다.
“자네가 크로스본즈인 줄 알았지만, 이렇게 만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뭐 거기까지 알면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지 마시죠.”
“…….”
“그리고 내가 좀 바빠서. 일이 있으면 다음에 오시는 것이 좋겠군요…. 그럼.”
“그 약은 뭐지?”
“집에서 키우는 개새끼가 좀 아픕니다.”
“…….”
“내가 그런 것까지 캡틴한테 하나하나 보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럼로우는 한껏 캡틴을 비꼬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저 답답한 양반은 비킬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슬그머니 자리를 뜨려다 몇 대 얻어맞았다. 그건 사적인 감정은 아니네. 럼로우는 헛웃음이 나왔다. 품 안에서 떨어진 약을 주워든 캡틴은 잘생긴 미간에 주름을 만들면서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네가 왜 이런 게 필요하지?”
“프라이버시 모르십니까?”
“나도 이 약에 대해선 잘 아는데 말이야.”
“아…그러시겠죠.”
“…….”
럼로우는 오늘따라 입이 말썽이라고 후회했다.
럼로우가 불편한 스티브와 버키가 자신한테 있는걸 알리고 싶지 않은 럼로우와...
집에서 앓아누운 버키 이야기 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잔뜩 지각해버렸네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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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