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9 9 [선공개분 完]
+) NOTICE
메이즈 인더 트랩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엠프렉과 2세 언급이 있으니 해당 설정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피주세요!
둘이 멀쩡하게 연애하는게 보고싶어서 시작한 평범한 세계 AU 입니다.
전 작에서는 대학생 이었지만 지금은 뉴트는 모델, 토마스는 연구원으로 나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전작에서 이어지는 같은 커플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느정도까지 연재 후 뒷부분을 추가해 회지로 만들 예정입니다.
책이 나와도 연재한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선연재 분량이 끝났습니다.
이 연성은 4월 2일 스코치온 신간으로 나옵니다
그렇게 한참 얌전히 지내나 했다.
하지만 사건은 늘 예고 없이 찾아왔다, 뉴트가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집안에 틀어박혔다는 걸 가장 먼저 안 사람은 항상 같은 시간에 문을 두드리는 매니저였다. 당연히 준비했을 거로 생각하고 왔는데, 집 안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 자는 건가.”
인기척이 없어서 어쩐지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내가 좀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게다가 항상 좀 일찍 도착하는 편이니 늦잠을 자고 있어도, 충분히 수습이 가능한 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지만 역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이쯤 되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뉴트가 아무리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하다 해도 이렇게 뒷일 생각하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진 녀석은 아니었다. 쾅쾅쾅.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매니저는 이 와중에도 계속 고민했다. 억지로 이 문을 열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 할지. 물론 생각은 굴뚝같지만 당장 실행하기 힘들었다. 초조하게 시간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르다 드디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집 전화는 받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몰랐다. 핸드폰은 계속 신호가 가는데, 받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이나 음성사서함으로 돌아가는 번호를 걸고 또 걸었다. 점점 초조해지는 표정으로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던 매니저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계속 안 좋은 생각이 솟아났다. 한 번 머릿속에 떠오른 최악의 상황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남자를 괴롭게 만들었다. 게다가 인기척도 나지 않으니 이 녀석이 집에 있는 것은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혹시 어딘가로 끌려간 것은 아닐까. 갑자기 쓰러진 거면 어쩌지. 온갖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던 매니저가 벌떡 일어났다.
“이번에도 안 받으면 경찰에 신고해야지.”
집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야 했다. 제일 좋은 것은 뉴트가 핸드폰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깊은 잠을 자는 거긴 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도 역시 고려해야 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 손이 떨렸다. 조심스럽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받아라. 제발 좀 받고 이야기하자. 매니저는 초조한 표정으로 발만 동동 굴렀다.
받을 듯 말듯 지루한 벨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받아라. 제발. 일단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받기만 해라. 일단 이 녀석이 어디 숨어있는지만 알고 나면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았다. 무사한 건지. 아니면 정말 어디에 감금이라도 되어있는 건지. 예전에 있었던 사고까지 생각이 났다. 최대한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조심했었다.
“…네.”
“뉴트?”
“…….”
“뉴트 맞지? 너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설마 오늘 촬영 있는 거 잊어버린 건 아닐 테고.”
“그건 아닌데. 음. 그게 말이야…….”
“너 지금 어디야. 갑자기 어딜 가고 싶으면 적어도 나한텐 말을 하고 가야지. 내가 지금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아니. 나 지금 집인데.”
“…뭐?”
매니저는 말문이 막혔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너무 침착하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녀석이 오늘따라 너무 미웠다. 멀쩡히 집 안에 있으면서 그렇게 없는 척을 했단 말인가. 허. 바람 빠진 목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답지 않게 낮고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뭔가 말하려는 것 같긴 한데, 잘 들리지 않았다.
“일단 집이라고 했지? 문 열어.”
“…….”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하자.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
“뉴트. 문 열어. 지금 집 안에 있다며.”
“…그게.”
약간 망설이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자꾸 이불이 구겨지는 소리만 났다. 토마스는 이번에 연구실에 들어가서 못 나온 지 꽤 됐다. 가끔 도착하는 메시지엔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겨있었다. 이쯤 되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연애 문젠가. 아니면 애인 문제인가.
그것도 아니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매니저의 머릿속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생각할수록 점점 더 심각해질 뿐 이었다. 뉴트가 갑자기 저러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적어도 자신이 오랫동안 본 뉴트는 저런 식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회피하는 녀석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라도 분 것일까. 남들은 이미 한참 전에 다 졸업했다는 늦은 사춘기라도 앓는 것 같았다.
“뉴트. 문 열어.”
“…….”
한 번 더 단호하게 말하자 문이 철컥 열렸다. 매니저는 잠금장치가 채 풀어지기도 전에 문을 확 잡아당겼다. 허겁지겁 안쪽으로 뛰어들어가니 불이라곤 하나도 켜지 않은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해가 떴다곤 하지만 커튼도 걷지 않아 을씨년스러웠다. 문만 열어주고 다시 침실로 들어갔는지 뉴트는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어.”
“…….”
“너 나이가 몇인데 신인들이나 할법한 행동을 하는 거야.”
“…….”
“뉴트!”
계속 잔소리를 내뱉으며 침실로 들어간 매니저는 놀라서 미끄러질 뻔했다. 불도 켜지 않은 침실에 앉아있던 뉴트가 눈만 깜박거리며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령인 줄 알았네. 매니저는 침착하게 뉴트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다른 큰일도 없는데 왜 저러는지. 다친 곳도 없었고, 수상한 물건도 보이지 않았다. 술을 너무 마셔서 제정신이 아닌가 했지만, 술 냄새도 나지 않았고 술병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
“말을 해야 알지. 내가 무슨 독심술사야? 사람을 이렇게 걱정시키는 법이 어디 있어?”
“…….”
“오늘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러면 왜 그런지 확실히 말을 해줘야 내가 보고를 할 거 아냐.”
“…믿을 수 있겠어?”
“갑자기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야.”
툭 던진 말엔 가시가 콕콕 박혀있었다. 자기도 믿지 못하는데, 남이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투로 한마디 내던진 뉴트는 고개를 푹 숙이며 애꿎은 머리만 쓸어 올렸다. 한숨을 푹푹 쉬는 걸 보니 뭔가 큰 사고를 친 건 확실한데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차라리 술에 잔뜩 취해서 사람을 팬 다음 경찰서에 끌려간 상태로 있으면 확실하게 이유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얼마나 답답한지 자꾸 헛생각이 들었다.
“말할 생각 없지?”
“그건 아닌데.”
“그럼 내가 먼저 좀 물어보자. 예 아니요, 두 가지로만 대답해.”
“…….”
“혹시 사람이라도 쳤어?”
“그런 거 아니야.”
“…약했니?”
“형은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나도 답답하니까 그러지! 그 말처럼 네가 할 만한 사고가 뭐가 있어. 어제 뭐 부엌이라도 태워 먹었어?”
“아니야.”
“술 먹고 실수했어? 인간관계 쪽으로.”
“…그런 것도 아니라니까.”
“그럼 도대체 뭔데!”
매니저는 답답해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짜봐도 이 이상 생각해낼 수 없었다. 도박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어디서 질 나쁜 스폰서 제의라도 받은 건가. 온갖 험한 생각을 해봤지만, 사람 생각이라는 것이 결국 거기서 거기일 뿐이었다. 매니저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는 와중에 뉴트의 표정도 풀어질 줄 몰랐다.
“…그냥 그런 게 있어.”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는 거지. 내가 알아야 조치를 취해줄 거 아냐. 안 그래?”
“…….”
“너 저번 일도 그렇고 걱정되니까 그러는 거잖아.”
“…….”
도대체 무슨 일이라서 저렇게 입을 다물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윽박질러봤자 들을 녀석도 아니거니와, 이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끝없이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뉴트.”
“…그러니까. 아,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나 이제 좀 무서워지려 해.”
“…….”
“큰일은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줘라. 제발.”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사실 저 소리가 제일 무서운 건데, 뉴트는 그걸 모른다. 매니저는 초조하게 주먹을 쥐었다가 다시 폈다. 가만히 있으려고 하는데, 자꾸 뜸을 들이니 점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뉴트는 자기 입으로 말하기 그런지 한숨을 푹푹 쉬곤, 뭔가를 꺼내 들었다. 잔뜩 구겨진 종이를 한 번 쳐다보고 매니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종이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뭔데.”'
“보면 알아.”
“…….”
잠시 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 매니저가 거실로 뛰어와서 소파 위에 쓰러졌다.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침착할 수도 없었다.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온 뉴트가 벽에 기댄 채 소파에 늘어져 있는 매니저를 바라보았다.
“이래서 말 안 하려 했는데…….”
“아니 말 안 하면 어쩌려고 했어.”
“모르지. 일단 토마스가 집에 돌아오는 날까지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했으니까.”
“언제 안 거야.”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병원 갔다가.”
“…….”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도 당황스럽단 말이야.”
뉴트가 또 한숨을 쉬었다. 매니저는 아직도 정신이 얼떨떨했다. 종이에 적힌 글을 분명 읽었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난독증이라도 온 것 같았다. 단어마다 쪼개진 문장이 전혀 조립되지 않았다. 천천히 읽고 또 읽고 나서야 지금 눈앞에 무슨 문장이 적혀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세상에. 할 말은 그 것 뿐이었다.
“이제 어쩔 거야?”
“모른다니까.”
“일단 소속사에 알리자.”
“뭐? 지금? 난 싫어.”
“그럼 시간 다 지나고 말할래? 오늘 당장 인터뷰 있잖아. 어쩔 거냐고.”
“그거야 막 몸 쓰는 종류는 아니니까.”
뉴트는 약간 망설였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제대로 몰랐던 일이니 그리 놀랍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털어놓고 다니 걱정부터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촬영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가. 아닌가. 그런 간단한 생각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뉴트는 벽에 기댄 채 흐물흐물 무너져 내렸다.
“…정말 놀랍다. 내가 매니저 하는 동안 이렇게 스펙타클한 일은 또 처음인 거 같아.”
“나도 처음이니까 너무 그러지 마.”
“경험이 있는 쪽이 더 문제거든!”
한참 기함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다. 둘은 서로 머리를 맞댄 채 고민을 했지만, 제대로 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일단 알려야 할 사람 목록부터 적을까. 매니저가 더듬더듬 손에 종이와 펜을 쥐었다. 아 좀. 뉴트가 그걸 다시 빼앗았다.
“토마스한텐 내가 말할 거니까, 그런 다음 알리자.”
“뭐?”
“적어도 걔한테 먼저 말하고 싶어서 그래. 형도 조용히 해줘.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
“비밀 지켜줄 거로 생각해.”
“…나 이러다가 잘리면 네가 먹여 살려야 한다?”
반쯤 진심을 담아 던진 말에 뉴트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시간을 벌었다. 이번 달엔 몸을 쓰는 일정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일단 오늘 있는 인터뷰부터 준비하고, 나머지는 저녁에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토마스가 연구실을 뛰쳐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그나마 다행일지도 몰랐다.
옷을 갈아입는 내내 계속 신경을 쓰던 뉴트는 결국 좀 두꺼워 보이는 코트를 꺼냈다. 아닌 척하지만 불안한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올라왔다. 매니저는 그런 표정을 보며 오늘이라도 당장 밝히고 마음 편하게 가지라고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이런 좋은 날씨에 그걸 입는다고?”
“…감기라고 하지 뭐.”
“어이고?”
“몸살이라고 하던가. 나 요즘 일 열심히 하잖아.”
“…자랑이다. 정말.”
매니저는 내내 붙어서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참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
뉴트가 어떻게 말을 한지는 몰라도, 주변이 꽤 조용했다.
어차피 일정이야 바쁘면 바쁜 대로, 일이 있으면 있는 대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었다.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쪽만 진행하는 거로 결정을 한 뉴트는 일하는 시간 외엔 집안에 콕 박혀서 지냈다. 푹신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웅크린 채 눈을 감았다. 따끈따끈하고 푹신한 이불이 온몸 가득 내려 앉아있다 움직임을 따라 구겨졌다.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늘 이것이 걱정이었다. 매니저한테는 가볍게 말한다고 했지만, 토마스는 조금 달랐다. 너무 장난식으로 말해도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정장 갖춰 입은 다음 진지하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한 번 고민을 시작하니 점점 깊어지기만 했다. 끙끙거리며 돌아누운 뉴트는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거리에 있는 핸드폰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지금이라도 말을 하는 편이 나으려나.”
물론 저런 말을 한다고 해서 토마스랑 연락을 끊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늘 하던 대로 온종일 있었던 이야기나 하고, 잘 자라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간 후로 계속 문장을 지웠다 썼다 난리가 났다. 말 한마디 건네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처음 알았다.
할 말이 있다. 이거 보면 연락해 달라. 놀라지 말고 잘 들어라. 온갖 문장을 빼곡하게 적었다가 지우길 반복하니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토마스한테 전화라도 오면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아무리 멀쩡한 척해도 은근히 걱정이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지, 토마스가 눈치를 채곤 했다.
“며칠 뒤면 얼굴 보겠네.”
“…뉴트 무슨 일 있어?”
“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 일하느라 피곤해서 그러지.”
“너무 무리하지 말고, 나도 이번 일 끝나면 바로 집에 갈게.”
“알았어.”
“응. 뉴트 잘 자.”
“그때 보자.”
늘 하던 말이었다. 전화로 하면 혹시 말투에서 티가 날까 싶어,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메시지만 죽어라 보냈다.
“입이 안 떨어지는데.”
당장 알리고 싶어도 고민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중요한 일인데, 얼굴도 직접 보지 않고 전한다는 건 좀 예의에 어긋나는 일 같았다. 따지자면 아직 마음을 잡지 못해 더 그러기도 했다. 차라리 당장 내일이라도 토마스가 돌아오면 좋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잠을 자야 하는데, 한 번 고민을 시작하면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끙끙거리며 고민을 하다 시계를 보면 이미 새벽이었다. 몸에 안 좋은 일은 하면 안 되니 억지로 눈을 감았다. 절대 싫은 일은 아닌데 자꾸 걱정만 늘어났다. 이렇게 걱정을 한가득 안고 잠을 청하면 꼭 새벽 내내 꿈을 꾸었다. 눈을 뜨면 한숨도 못 잔 것 같이 피곤해서, 온몸이 축축 늘어졌다.
“…그냥 말할 걸 그랬나 봐.”
“이미 늦었다.”
“…….”
“보아하니 고민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 것 같은데. 맞아?”
“응.”
“이러면서 뭘 그렇게 생각 정리를 한다고. 일단 아침이나 먹자.”
그나마 매니저는 알고 있으니 터놓은 구멍은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뉴트를 병원으로 실어 나르고, 필요한 물건을 사다 줬다. 가볍게 진료를 받은 것이 전부인지라 좀 더 구체적인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라 둘은 망설이고 있었다. 결국,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면서 하기로 했다. 괜한 입방아에 오르는 건 사절이었다.
“어떻게 말하려고?”
“밥 먹으면서 해야지.”
“같이 놀라지 말고 침착하게 좀 해라.”
“…….”
“토마스보다 내가 먼저 알아서 좀 미안하기도 하네.”
“혹시라도 걔가 형 원망하면 내가 도와줄게.”
“이거 고마운 소리네.”
실없는 농담을 하다가 또 말이 없어졌다. 괜히 이리저리 병원은 전전하다 사진이라도 잘못 찍히면 큰일이었다. 어지간한 처방전은 매니저가 혼자 받아왔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병원에 가지 않았다. 발목 정기검진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들어가서 다른 진료실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숨기기도 힘들었다.
“마음은 정했는데, 얘가 늦으면 어쩌지. 또 저번처럼 이 주일은 못 나온다고 하면.”
“그러면 당장 연구소로 쫓아가야지 뭐.”
“그런 소리 하지도 마.”
꼭 잘나가다 저렇게 한마디씩 긁는다. 뉴트가 손에 잡힌 쿠션을 냅다 집어 던졌다. 하지만 날쌔게 피한 매니저는 계속 싱글싱글 웃을 뿐이었다. 아마 이 일은 두고두고 뉴트를 따라다닐 것이 분명했다.
“그럼 쉬고. 내일은 아무 일 없지?”
“응. 집에 있을 거야.”
“그래. 혹시 뭐 필요하거나 급한 일 생기면 꼭 연락하고. 알았어?”
“알았어.”
“내가 연예인 매니저 하다가 별일을 다 겪는다. 진짜.”
“한번 겪었으니까 다음엔 놀라지 않겠지.”
“말이나 못 하면.”
“내일은 얌전히 집에 있을 거야.”
“그래. 알았어.”
매니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매하게 둘이 공유하는 비밀이 너무 크고 무거웠다. 소속사에 이야기해야 하는데, 저렇게 죽으라고 막으니 멋대로 말을 전할 수도 없었다. 솔직히 반쯤은 될 대로 되란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저 녀석 맞춰줄 만한 사람 찾기도 어려운데, 잡초 뽑듯 내치진 않겠지. 이 정도로 믿고 있었다.
매니저마저 떠나면 집은 한순간 조용해졌다. 뉴트는 소파에 앉았다가 누웠다가 난리가 났다 일어나 거실을 뱅글뱅글 돌았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손톱을 탁탁 튕겼다. 혼자 있는 느낌이 싫어서 일부러 TV를 틀었다. 시끄러운 광고 소리에 발자국 소리가 스며들었다.
‘역시 저번에 강아지라도 한 마리 키우자 할 때 그럴 걸 그랬어.’
지금 와서 후회해 봤자 남는 것이 없었다. 강아지라도 있으면 끌어안은 채 혼잣말이라도 할 텐데, 이 집엔 뉴트의 이야기를 들어줄 만한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는 건 더 싫었다. 안 그래도 예민한 상태인데, 혹시나 시비라도 붙으면 큰일이었다.
“모르겠다. 일단 내일은 이것저것 준비부터 좀 하고.”
손가락을 접어가면서 할 일을 정리했다. 아마 음식 재료가 다 떨어져서 남아있는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면 마트에 가긴 해야 할 텐데. 여기도 또 문제가 있었다. 예민한 상태인데, 그런 곳에서 장을 보다가 주목받는 것이 너무 싫었다. 뉴트는 자기가 이렇게 예민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분이 시간마다 널을 뛰어서 도대체 따라갈 수 없었다.
“모르겠다. 그냥 내일 생각할래.”
답이 없는 문제를 가지고 계속 고민하면서 잠을 설치느니 그냥 내일로 미뤄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눈꺼풀에 잠이 가득 걸려 더는 버틸 수 없을 때까지 소파에 앉아있던 뉴트는 정신이 끊기기 바로 전 간신히 침실로 들어왔다. 조심조심 침대에 누운 채 눈을 감았다.
“…….”
왜 갑자기 자신의 심장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가만히 눈을 뜨면 흐릿한 달빛에 비친 시곗바늘이 그림자를 끌고 움직일 뿐이었다. 아. 온갖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시간이 늦어서 몸은 굉장히 졸린 데, 이상하게 정신은 점점 또렷해졌다. 이대로 잠을 자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상상을 했다. 설핏 잠이 들었을 때 저 멀리 희뿌옇게 떠오르는 태양 빛을 본 것 같았다.
'메이즈 러너 > └ 톰늍'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른 전력/톰늍] 끝 (0) | 2018.01.27 |
---|---|
[톰늍/토마스뉴트] Incanto (0) | 2018.01.21 |
[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8 (0) | 2016.03.18 |
[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7 (0) | 2016.03.13 |
[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6 (0) | 2016.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