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른 전력/톰늍]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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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버스 au
센티넬 토마스랑 가이드 뉴트 이야기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애초에 저런 녀석을 다룰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아차려야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뉴트는 지나치게 어렸고, 토마스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조금씩. 연구소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삶이 익숙한 아이들은 그냥 그런 줄만 알았다. 유능하다면 유능하고, 쓸모가 없어졌다고 하면 세상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쟨 뭔데.”
“이번에 새로 발현했대.”
“그래서 저렇게 싸고도나 봐?”
“뭘?”
“보석처럼 굴리는 거 같은데. 아니야?”
“모르지.”
애초에 센티넬과 가이드를 붙여놓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실험체라며 데려온 아이 중 몇몇은 센티넬이니 가이드니.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분리된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면역인 이라는 이름표가 붙어서 방이 갈리곤 했다. 위키드의 실험은 잔혹했고, 그것을 버티지 못하고 죽는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이곳에 들어온 아이들은 자신이 왜 힘들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고통스러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나마 상위권 그룹은 조금 나은 편이었다. 그래도 죽으면 안 된다는 소리를 하면서 아주 약간의 편의를 봐주곤 했다. 물론 제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지옥에서 구르다가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는 정도였다. 몇 번 그 호읠르 받아들이면 두 배로 고통스러워진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아이들은 서서히 서로 뭉치기 바빴다. 그런 무리 속에서 자연히 구심점이 생겼다.
“뉴트. 뭐해?”
“오늘은 무슨 빌어먹을 실험을 하려나 하고 보고 있지.”
“…….”
“밖에 있는 녀석 마음에 안 들어.”
“누구?”
“걸어 다니는 작은놈.”
“못 보던 얼굴인데.”
“위키드야.”
“…….”
그 한마디에 민호의 얼굴이 사납게 변한다. 뉴트는 별거 아니란 투로 이야기했지만 이곳에서 위키드는 절대적인 명령과 같았다. 그런 무리에서 툭 튀어나온 작은 녀석은 뭐가 그렇게 바쁜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잠시도 쉬지 않았다.
“이젠 저렇게 어린애 손도 필요한가 보지?”
“센티넬 같은데.”
“그건 또 어떻게 알아.”
“손끝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힘이 느껴지니까.”
“난 모르겠다.”
“가이드만 알겠지. 그것도 완벽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말해도 여기서 그런 힘 알아차리는 거 뉴트 뿐인걸.”
“…….”
민호는 별생각 없이 어깨를 툭툭 치고 만다. 민호는 늘 위키드에게 많은 관심을 주지 말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뉴트는 제 능력조차 제대로 갈무리 못 하는 작은 센티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몇몇 센티넬을 만나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데려온 연구원들은 알 수 없는 말을 했었다. 그걸 외우고 또 곱씹었다. 몇 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희미하게나마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았다고 해서 당장 이 시설에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쓸모없는 지식일 뿐이었다.
“…응?”
“…….”
그 순간 유리 벽을 가운데 두고 두 시선이 맞닿았다. 꼭 샴페인을 그대로 얼려놓은 것 같은 색이었다. 까맣다고 생각했는데, 빛을 받는 순간 누구보다 맑은 색이 돌았다. 뉴트는 당황해서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차.’
애초에 이럴 줄 알았다. 능력을 갈무리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능력이 작은 몸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넘치는 놈이었다. 뉴트는 애초에 가이드로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랬다면 뉴트는 유리 벽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위키드의 보호를 받고 있어야 했다.
그래도 그런 어설픈 가이드마저 없는 것보단 나았다. 뉴트가 돌아다니면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다. 물론 대다수가 센티넬이란 소리는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침착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으면 충분했다. 센티넬은 가이드 없이는 살 수 없다지만, 가이드는 아니었다. 가이드의 일생으로 따지자면 평범하게 살 수 있는데 센티넬이 툭 끼어든 것에 불과했다.
‘…….’
뉴트는 점점 강해지는 기운에 잔뜩 눈을 찌푸렸다. 저렇게 무서운 녀석을 멋대로 돌아다니게 놔두는 위키드는 실험체에겐 일말의 정도 베풀지 않았다. 그것에 저 녀석과 이쪽의 신분 차이라는 거겠지. 쓴 미소를 짓는다. 작은 녀석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뉴트를 바라본다.
“…으.”
결국 센티넬의 힘에 뉴트가 먼저 주저앉았다. 애초에 저렇게 강한 녀석을 가이딩 해줄 정도로 능력이 특출나지 않았다. 힘의 크기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게다가 제대로 된 가이딩 방법도 아니었다. 이런 가이드를 몰아붙이는 일일 뿐이었다. 뉴트가 스르르 주저앉자 작은아이가 놀란다. 그러니 가까이 다가오려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어른에게 저지되었다.
“피곤해…….”
누군가 뇌를 휘저은 기분이었다. 사지를 잘근잘근 물린 것 같았고, 힘이 하나도 늘어가지 않아 그대로 깊은 늪으로 빠지는 착각이 들었다. 잠이 쏟아지기 전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흐릿해진 눈으로 바깥을 쳐다본다. 뭐라 항변하던 아이가 덜렁 들려나가자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기운이 드디어 뉴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하. 이제야 심장이 제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뉴트는 그대로 바닥에 누운 채 하염없이 천장만 바라보았다. 이러나 누군가 주워가겠지. 주워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당장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어서 긴 생각을 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
작은 녀석이 휩쓸고 간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갔다. 뉴트는 가끔 멍하게 정신을 놓고 먼 곳을 쳐다보기도 하고, 갑자기 잠이 늘었다.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을 잘 알았지만, 굳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진 않았다. 그렇게 겨우겨우 살아 올라오니 이번엔 개인 면담이 잡혔다.
“뉴트?”
“…….”
“이런 일은 처음이지만, 확실하게 하려고 불렀다.”
“무슨 일이시죠?”
“저번에 혹시 누군가와 만난 기억이 있니?”
“…….”
“확실하게 말해주렴.”
“이곳엔 다들 낯선 사람뿐인데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없네요.”
제법 당돌한 말이었다.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것을 어른은 다 알고 있지만, 오늘은 화를 내지 않았다. 뉴트 왼손엔 아직도 저릿한 감각이 남아있었다. 위키드 직원이 말하는 누군가는 뻔했다. 하지만 쉽게 이야기해줄 마음은 들지 않았다. 뉴트가 입을 닫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위키드였다. 예전엔 그렇게 험하게 다루더니 지금은 손끝 하나 대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기만 한다.
“전 모르겠는걸요.”
“뉴트.”
“…….”
“네가 미숙한 가이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요?”
“…….”
“그게 무슨 상관이죠?”
“우리 가능하면 널 위키드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하. 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일원과 자산을 다른 말이었다. 뉴트는 위키드의 자산이었지 일원은 아니었다. 그저 쓰다 버려지면 되는 것. 뉴트와 다른 아이들의 목숨값은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자신에게 일원 운운하면서 뜸을 들이는 것은 뉴트 주변에 큰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과 같았다. 알지만 모른 체한다. 위키드에 들어온 이후 아는 것이 많을수록 목숨 줄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아버린 탓이었다. 연구원은 눈앞에 앉아있는 당돌한 녀석을 구슬리려 진땀을 흘렸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그런다.”
“…….”
“누굴 만났지?”
“저야 모르죠.”
“…….”
“실험 때마다 한두 명 만나는 것도 아니고, 제 주변에서 한두 명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하나하나 어떻게 기억을 할까요.”
“그래. 알았다.”
“…….”
더 캐묻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쉽게 물러선다. 그리고 끝이었다. 뉴트는 자신의 인생에서 더는 큰 걸림돌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작은 소년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민호와 알비. 다른 녀석들과 함께 사는 다인실에서 홀로 1인실로 옮긴 것은 면담이 있고 난 뒤 채 이주가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
“뉴트!”
“…….”
“만나고 싶었어.”
“…….”
“나 모르겠어?”
“…….”
처음 보는 녀석이 친한 척을 한다. 뉴트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때 느꼈던 기분과 똑같았다. 아직도 저러고 다니는 모양인지 온몸을 타고 힘이 흘러내렸다. 자기보다 주먹 하나는 작아 보이는 녀석은 꼭 죽마고우를 만난 것처럼 바짝 붙었다. 팔을 잡는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가 풀려서 침대에 겨우 주저앉았다.
“뉴트 만나고 싶다고 잰슨 엄청 귀찮게 했거든.”
“…….”
“처음 볼 때부터 알았어.”
“…뭘?”
간신히 입술을 열어 대답한다. 꼭 힘에 잡아 먹이는 기분이 들었다.
“너 가이드지.”
“…….”
“잰슨이 그랬어. 나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을 가이드라고 부른다고.”
“…그런 거 아니야.”
“맞아.”
저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들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귀찮아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낯선 녀석이 팔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뭐가 저렇게 좋을까. 연구소에서 좋은 옷 입고, 이렇게 실험체 취급도 받지 않을 거면서. 고작 또래 한 명 만났다고 좋아하다니. 뉴트는 온갖 생각이 피어오르는 머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내 이름은 토마스야.”
“…….”
“토마스라고 불러.”
“내가…왜.”
“오늘부터 내 가이드니까.”
“…….”
정말 놀라운 말이었지만, 그렇게 놀라진 않았다. 그저 올게. 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실험은 이쪽인가 봐. 뉴트의 생각은 놀랍도록 간결했다. 아직도 온몸을 잡아먹는 기운이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토마스가 좋아할수록 뉴트는 숨이 가빠왔다.
토마스가 잠시 없는 사이에 연구원에게 이끌려 또 상담실에 들어갔다. 왜 이렇게 인생에 좋은 일이 없는지. 뉴트는 한숨을 쉬었다. 연구원은 어려운 파일을 뉴트 앞에 늘어놓았다. 늘 끝이라고 생각한 삶에 왜 이렇게 자꾸 어려운 일이 생기나 싶었다.
“네가 가이드로서 그리 뛰어나지 않은 재목이라 저쪽에 포함해 뒀는데.”
“…….”
“토마스의 능력이 널 원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던 줄 아느냐. 아니지. 이런 이야기 해봤자…….”
“…….”
될 대로 떠드는 연구원의 말에선 온갖 과한 정보가 흘러들어왔다. 애초에 토마스를 제대로 도와줄 만한 가이드가 위키드 내에 없었다. 그나마 말을 듣는 쪽은 같이 들어온 여자아이라고 했다. 굳이 따지자면 가이딩을 하는 것이 아니고 센티넬끼리 상쇄를 하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말을 듣는다고 했지, 완벽하단 소리는 아니었다. 점점 힘에 부쳐 하는 아이를 더는 둘 수 없어서 일단 떼어냈다고 한다.
그리고 혼자서 돌아다니면서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한 녀석이 자신을 발견했다는 소리였다. 몰래 실험도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번 정신을 잃고 실험실로 실려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인 건가 싶었다. 물론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동조율은 50% 이하. 보잘것없는 수치였다. 센티넬로서는 최상에 가까운 녀석과 가이드로서 평균에도 못 미치는 실험체의 조합은 그리 좋지 않았다.
너무 급의 차이가 나면 둘 중 하나는 과부하를 받게 된다. 센티넬이 폭주 할 수도 있고, 가이드가 제풀에 지쳐 쓰러질 수도 있다. 게다가 일대일로 붙은 가이드가 잘못되면 센티넬은 큰 충격을 받는다. 이래서 굳이 토마스에게 개인 가이드를 붙여주지 않으려 했다는 말이 덧붙여진다. 하지만 뉴트가 삶을 제멋대로 살 수 없는 것처럼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당분간은 널 토마스 곁에 두기로 했다.”
“그러다 끝나면요?”
“뭐가?”
“센티넬과 가이드 관계가 끝나면 전 어떻게 되는 거죠?”
제법 날카로운 질문이었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뉴트는 토마스의 힘이 버거웠다. 도대체 저만큼 능력이 있는 녀석이 왜 자신을 붙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뭐가 그렇게 간절해서. 제대로 된 가이드 역할도 못 하는 위키드의 자산을 붙잡고 끝을 보려고 하는지. 뉴트는 그냥 웃고 말았다.
“아무리 해도 그 녀석의 힘을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
“널 붙여주기로 했다.”
뭐 도구로 쓴다는 말이었다. 실험당하다 죽는 것과 이쪽 중 어느 것이 나을까. 어린 뉴트는 둘 중 어떤 것이 나은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물론 후자가 안 좋다고 해도 거부권은 없었다. 토마스는 또 과부하가 걸려서 실려 갔다고 한다. 돌아오면 그다음부터는 네가 옆에 있으란 소리를 들었다. 목과 팔엔 가이딩 보조를 도와줄 기구가 달라붙었다. 꼭 개 목줄을 한 것 같아서 기분 나빴지만 내버려 두기로 했다. 다시 돌아온 토마스는 하얗게 뜬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아주. 약간.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나랑 끝까지 갈 거야?”
“…….”
“난 네가…아니 네 능력이 너무 버거워서 최선을 다해도 안 될 수도 있어.”
“…….”
“그러면 그 끝에 가서라도 날 기억해야 해?”
“…잊어버리지 않아.”
“…….”
“내가 잊을 리 없잖아.”
“그래.”
잊지 않는다는 그 말이 위키드 내에선 얼마나 가벼운 말인지 둘은 미처 알지 못했다. 끝을 알 수 없는 길 위에 둘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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