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뉴트/톰늍] SCORCH IN THE TRAP 008
+) NOTICE
메이즈 인더 트랩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엠프렉과 2세 언급이 있으니 해당 설정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피주세요!
둘이 멀쩡하게 연애하는게 보고싶어서 시작한 평범한 세계 AU 입니다.
전 작에서는 대학생 이었지만 지금은 뉴트는 모델, 토마스는 연구원으로 나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전작에서 이어지는 같은 커플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느정도까지 연재 후 뒷부분을 추가해 회지로 만들 예정입니다.
책이 나와도 연재한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잘 먹고 잘 놀다 돌아왔어.
뉴트의 감상은 이것 뿐이었다. 길게 말하지도 않고, 구구절절 감상을 쏟아내지도 않았다. 뉴트의 성격을 아는지라 다들 물어보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 눈치였다. 작은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을 까 내내 안절부절못하면서 눈치를 봤지만, 뉴트는 철벽을 친 채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러다 보니 그냥 뒤에서 조금 소곤소곤 서로 궁금증이나 풀어내다 그대로 사그라들었다.
“…뉴트 정말 말 안 해 줄 거야?”
“뭘 말해요?”
“위키드 별장 어땠어? 좋았어? 좋았겠지만.”
“…추웠어요.”
“응?”
“밤에 나가면 굉장히 춥던데.”
뉴트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아 버렸다. 하지만 도대체 저런 말에서 감동할 만한 일이 있는지 스태프들은 서로 손을 붙잡고 꺅꺅 소리 지르기 바빴다. 말을 안 해도 다 아는 방법이 있었다. 뉴트는 나름 다리도 나아서 왔고, 얼굴도 조금 누그러졌다. 살이 좀 오른 건가 싶었는데, 며칠 되지 않아 싹 빠져버렸다.
“궁금한데 진짜 물어보질 못하겠어. 그렇지 않아요?”
“괜히 그랬다가 한 소리 듣지 말고.”
“그런가.”
어느 시기나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물론 뉴트는 온갖 저항을 하며 연예계로 갈 생각이 없다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그건 뉴트의 생각뿐이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뉴트는 아직 토마스를 공식적으로 내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건 거의 강박 수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해는 간다. 뉴트의 머릿속엔 아직도 한참 어린 토마스가 잔뜩 하기 싫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남아있었다. 물론 그때의 토마스는 울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 다만 뉴트의 눈에는 보였을 뿐이었다. 그런 녀석을 다시 한 번 카메라 앞에 세워놓고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역시 내가 좀 이상한가.”
몇 번이나 생각을 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굳이 그런 식으로 티를 내지 않아도 괜찮았다.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는다고 둘이 헤어지는 것도 아니었고, 싸우지도 않았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는 것은 오로지 대중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용도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뉴트는 자기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소속사는 그걸 알기에 굳이 터치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귀찮게 한다 해서 딱히 좋아지는 것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했다. 뉴트가 가끔 별난 행동을 한다 해도 자기 경력에 흠이 되는 일을 하진 않았다. 그래서 믿고 있을 뿐이었다.
문제를 따지자면 오히려 토마스가 더 그랬다.
연구소에 복귀함과 동시에 선배들에게 이끌려 휴게실로 끌려갔다. 소파에 강제로 앉은 채 커피잔을 받아든 토마스는 눈만 깜박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망가지 못하게 녀석을 둥글게 에워싼 연구원들은 제각기 웃으면서 토마스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좋았어?”
“예?”
“우리가 모르는 줄 알아? 너 휴가 바리바리 긁어모아서 한 번에 다 탕진한 채 별장으로 놀러 갔었다면서.”
“…그걸 어떻게.”
“다 아는 수가 있지.”
토마스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몰래 다녀온다고 했는데, 도대체 다들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물론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다. 무인 휴가 시스템이 아닌 이상 토마스의 휴가를 승인해준 사람이 있고, 빈 책상을 본 사람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소문이 확신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오래간만에 둘이 있던 거 아냐?”
“그야…그렇지만.”
“저번에 죽는다고 싸우던 땐 언제고.”
“그건! 이제 말 안 하기로 했잖아요!”
얼굴이 토마토처럼 변한 토마스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다. 뉴트가 괴로워하는 만큼 토마스도 그때 일만 생각하면 온몸이 간질간질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재밌는 걸 잊어버릴 사람들도 아니었다. 진짜 나빴어. 남 놀리는데 도가 튼 사람들은 토마스를 들들 볶아대다 간신히 못 이기는 척 놔줬다. 일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온몸에 기운이 모두 빠져버린 것만 같았다. 비틀비틀 사선으로 걷던 토마스의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며칠 동안 귀찮겠다.”
“난 지금까지 귀찮았는데.”
“응?”
“얼굴을 보니 다행히 끼니는 잘 챙겨 먹고 온 것 같네.”
“트리사!”
“거기서도 내내 시리얼만 퍼먹고 있다 오는 거 아닌가 걱정했어.”
“너까지 왜 그래!”
“나까지 라니? 누가 또 이랬어?”
모르는 척하긴. 토마스는 툴툴거렸다. 서류 뭉치를 잔뜩 들고 걸어오던 트리사가 깔깔 웃었다. 토마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썹만 씰룩거렸다. 시리얼 그까짓 거 몇 번 먹긴 했지만, 저렇게까지 끼니 걱정을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물론 트리사는 그런 토마스의 말을 가볍게 받아쳤다. 그런 트리사를 이기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녀석은 얌전히 그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천국이 끝나면 지옥이 시작되겠지. 지금이 꼭 그런 상황이었다. 뉴트랑 둘이 내내 붙어있던 시간은 좋았다. 정말 좋았는데. 그 꿀 같은 휴식이 끝나니 이제 남은 건 쌓인 서류 더미였다. 물론 안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래도. 조금은. 토마스의 입이 살짝 부루퉁하게 튀어나왔다. 아주 잠시 그때를 곱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트리사 뒤를 따라 터덜터덜 걸어가던 녀석은 아쉬운지 자꾸 바깥을 바라보았다.
***
뉴트는 그날따라 기분이 이상했다.
딱히 기분이 나쁠 만한 사건도 없었고, 날씨가 우중충한 것도 아니었다. 눈을 깜박이면서 자리에 주저앉아있으면 계속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함이 피어올랐다. 이유를 모르는 불안함은 금방 온몸으로 퍼진 채 사그라질 줄 몰랐다. 뉴트는 자신의 감정을 제법 잘 제어한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가만있으려 해도 온몸에 간질간질하게 퍼진 이유모를 감정 덩어리가 계속 꿈틀거렸다.
“…왜 이러지.”
곧게 뻗은 눈썹이 날카롭게 휘어졌다. 자기 기분 나쁘다고 남한테 화풀이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혼자 끙끙 앓았다. 이런 기분으로 누굴 만나기만 하면, 톡 쏴붙일 것만 같았다. 뭐가 문제지. 뉴트는 어제 침대에서 있었던 일부터 찬찬히 짚어보았다.
“별다른 일 없었는데.”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잔뜩 지쳐서 돌아온 토마스가 칭얼거리면서 안기는 걸 그대로 받아주면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딱히 다른 일은 없었다. 잠도 푹 잤고, 오래간만에 꿈도 꾸지 않을 만큼 깊게 잠들었었다.
그리고 일어나니 여느 때처럼 토마스 품에 안겨 있었다. 물론 반쯤은 스스로 그런 것 같지만. 눈을 깜박여도 보이는 건 토마스의 턱 부근이라 괜히 손으로 가슴을 쭉 밀었다. 그러면 어떻게 아는 것인지 목 안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허리를 감아온다. 꼭 이렇게 인형 안고 자는 것처럼 웅크리고 자는지 모를 일이었다.
눈을 따라 보송보송하게 난 속눈썹을 하나하나 세보다 핸드폰 진동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침대에서 내려왔다. 뉴트. 가지마. 귀신같이 곁에 아무도 없는 걸 알아챈 녀석이 보챘다. 다 큰 녀석이 왜 저렇게 외로움을 타는지 알다가도 모른다. 토마스의 짐이 옮겨올 때 달랑달랑 들고 온 인형을 찾아다 품에 안겨줬다.
“어린이는 좀 더 주무세요?”
“…으응.”
“날 인형 대용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응. 아니야.”
가끔 잠결에 대화가 되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했다. 토마스는 뇌가 세 개인가.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딴소리하다가도 뉴트가 슬쩍 진심으로 물어보면 넙죽넙죽 옳은 대답만 골라 했다. 그러면 잠에서 깬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웅얼웅얼 입속으로 단어를 삼키며 이불을 끌어당기곤 했다. 그냥 그렇게 자는 녀석 머리 한번 쓸어주고, 이불 고쳐준 다음 일하러 나왔다. 아침까지 저렇게 정신없이 잔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굳이 깨우지 않았다.
“이게 끝인데, 또 뭐가 있었지.”
그렇게 집에서 출발하고도 별다른 일이 없었다. 과하게 교통 체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가끔 따라붙는 파파라치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뉴트는 내내 찌푸린 미간을 펴지 않았다. 간질간질하지만 어딘가 불안한 이 기분은 도통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해.’
계속 이상하다고 곱씹던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너무 생각을 오래 하다 보니 머리가 좀 망가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매일매일 연구실에 처박혀 있는 토마스가 조금은 안타깝긴 했다. 하지만 서로 잘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뉴트가 하염없이 이리저리 걷고 있으니 사람들이 와서 아는 척을 한다. 가볍게 인사도 하고, 바람도 쐬고 나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 이유모를 불안함이 스물스물 기어 와서 발목을 감았다. 뉴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작은 정원을 내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우수수 소리를 낼 것 같았다.
“오늘 진짜 이상한 날이네.”
이렇게 마음이 뒤흔들리는 날도 흔치 않은데,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했다. 뉴트가 핸드폰을 넘겨보니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내가 정신을 어디다 팔았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마치 누군가 하루 24시간 중 한 토막 뚝 떼어서 없애버린 것 같았다. 그저 예민할 뿐이라고 생각한 뉴트는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걸어온 길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찝찝한 기분이 사라졌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보다 일을 오래 쉬어서 아직 몸이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 여겼다. 다리가 아직 불편하긴 했지만, 막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다들 뉴트의 몸 상태를 배려해서 쉬운 작업부터 들고 오기도 했지만, 뉴트도 꽤 의욕이 넘쳤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뉴트 오래간만이라 좀 힘들지? 다리는 괜찮고?”
“이제 괜찮은걸요. 많이 쉬기도 했고.”
“제발 조심해라. 그때 얼마나 놀란 줄 아냐.”
“당사자인 전 어땠겠어요. 그래도 오늘 사진 나쁘지 않게 나온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1차 검수 끝나면 보내줄 테니까 한번 쭉 훑어봐.”
“알겠습니다.”
뉴트가 목까지 단단히 채운 단추를 손으로 조심조심 풀었다. 단추를 몇 개나 풀고 나서 겨우 목을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었다. 예쁘게 세팅해둔 머리가 살살 망가지는 것이 느껴졌다. 오래간만에 촬영이라 그런지 답지 않게 긴장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피곤한 건지. 뉴트는 가볍게 하품을 하며 스태프를 따라 걸어갔다.
“뉴트 오래간만에 봐서 그런가.”
“왜 그래요?”
“갑자기 신입 촬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한동안 쉬다 나와서 그런가. 조금 그럼 맛이 없진 않았죠? 그래도 나름 새로운 분위기라 먹힐 것 같은데.”
“그럼 나야 좋지.”
감독은 연신 사진을 돌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좀 더 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이야.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했다. 뉴트가 화장을 지우는지 저쪽이 시끄러워졌다. 촬영이 끝난 곳에 사람들은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촬영장은 이리저리 짐을 나르는 사람들의 발소리로 점점 뒤덮이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1차로 보내준 사진은 토마스와 같이 봤다. 오래간만에 찍은 사진이라 그런지 뉴트는 괜히 부끄러워했다. 이제 경력이 몇 년 차인데, 몇 달 쉬고 찍었다고 이러는 건지. 옆에서 눈을 반짝이는 녀석을 쭉 밀어내려다 오히려 품 안으로 말려들어 갔다.
“이러고 보자.”
“너 불편해.”
“하나도 안 불편해.”
토마스의 품에 거의 누운 것처럼 기댄 뉴트가 킬킬 웃으면서 패드를 들었다. 토마스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 길고 곧은 손가락이 자꾸 보여줄 것처럼 패드를 이리저리 움직이다 이내 손바닥으로 가려버렸다. 아아.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뉴트. 보여줘. 응? 토마스가 또 어린애처럼 굴었다. 뉴트의 목에 입술을 묻고 웅얼웅얼 불만을 표하던 녀석이 자꾸 이를 세웠다. 잘근잘근 목덜미를 깨물 때마다 등에 소름이 오스스 돋았다.
“토미, 하지 마.”
“사진 안 보여 주잖아.”
“어린애야?”
“…응.”
한마디도 안 지는 녀석을 당해낼 수 없었다. 뉴트가 어디 가서 이렇게 물렁물렁하게 사람을 대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토마스 앞에만 있으면 꼭 이런 식이었다. 곧게 뻗은 눈썹이 살짝 내려가는 걸 알아채자마자 또 팔이 허리를 감았다. 뉴트. 응? 어린애냐고 물으면 꼭 어린애처럼 군다. 하지만 그런 것이 싫진 않았다.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사진을 하나하나 넘기기 시작했다.
“…이번 촬영 주제는 꽃이야?”
“봄이랑 여름이니까?”
“뉴트는 크고 화려한 꽃도 좋은데 자잘하고 다발로 묶인 것도 좋아.”
“다음 장이 안개꽃이야.”
“…내가 맞췄네?”
“내 스타일리스트 할래?”
“응?”
“농담이야.”
“무슨 소리 한 거야?”
“농담이라니까.”
뉴트는 물음표가 가득 들어찬 눈을 보며 웃었다. 토마스는 그런 모습을 보랴 패드 안의 또 다른 뉴트를 보랴 아주 정신이 없었다. 토마스가 늘 말하지만, 저렇게 사진을 찍으면 꼭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눈매부터 입술 끝, 그리고 손까지 토마스가 알지 못하는 모습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그래서 굳이 사진을 보여 달라고 졸랐다. 뉴트는 제일 잘 나온 잡지 사진을 보면 되는 거지 왜 이걸 다 보고 싶어 하냐면서 구박했지만, 토마스는 반쯤 막무가내였다. 그런 말에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매일 내 얼굴 보면서 질리지도 않아?”
“질릴 거라면 벌써 질리지 않았을까?”
“…응?”
“대학 때부터 늘 봤는데, 지금도 항상 새로운 걸 보면 평생 이럴 자신 있어.”
“말은 잘해.”
“말로만 그러는 거 아니야.”
“…….”
뭘 믿고 이렇게 당당한 걸까. 뉴트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하긴 지금까지 생활은 보면 충분히 알만했다. 토마스는 한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쉽게 질리지 않았다. 끝없이 그 대상의 새로운 면을 보려 했다. 아. 이래서. 뉴트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킬킬 웃었다. 절대 안 맞을 것 같은 둘이 만나 뜻밖에 잘살고 있었다. 서로 모자란 부분은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나눠 가진다.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대부분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이기도 했다. 그냥 그랬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치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 것처럼. 다른 말로 하자면 원래 하나였던 것이 쪼개진 조각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만났다. 조금 튀어나온 부분은 있을지 모르지만, 서로 둥글게 무뎌지면 충분히 오래오래 굴러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이게 제일 좋아.”
“…응?”
“이 사진이 제일 잘 나온 거 같아.”
뉴트가 조금 간질간질한 생각을 하려 하면 토마스가 냅다 딴소리를 한다. 갑작스러운 말에 까만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내 부드럽게 풀려선 토마스가 고른 사진을 바라보았다. 품 안 가득 안개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화장이 이렇게 진했었나. 뉴트는 촬영할 때 생각한 것보다 사진 느낌이 진한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나 아닌 거 같은데.”
“난 뉴트 같은데?”
“너야 항상 그러잖아.”
“그런가? 하지만 난 이 사진이 이번 촬영의 메인이라 생각해. 이쪽에 한 표 걸어볼 거야.”
“그래서?”
“뉴트도 골라봐.”
“뭐?”
“맞추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로 하자.”
“…….”
“자신 없으면 안 해도 괜찮아.”
꼭 이렇게 사람을 살살 긁었다. 뉴트는 옳다구나 하고 다시 패드를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촬영 경력이 얼만데, 이 정도도 못 고를까 싶었다. 몇 번이나 심사숙고하다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사진을 골랐다. 뉴트가 보기엔 이게 제일 자기답게 나온 사진인 것 같았다.
토마스는 뉴트를 안고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서로 잔뜩 늘어진 채 천장을 보며 웃었다.
“약속한 거다?”
귓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있으면 항상 이런 시답지 않은 내기를 하며 놀았다. 밖으로 나가는 것도 이제 지겨워. 그런 말을 항상 하곤 했다. 하긴 저번이야 아무도 모르게 다녀왔다지만, 사람들을 피해 움직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둘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항상 주위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반은 둘을 알아보는 사람. 나머지는 궁금해서 기웃거리는 사람. 온갖 사람이 겹겹이 쌓여있으면 머리부터 아파진다고 했다. 그리고 말 한마디 편하게 할 수 없었다.
이러다 보니 집에 있는 쪽이 훨씬 나았다. 아무리 질 나쁘게 달라붙은 기자라 하더라도 감히 집안까진 들어오지 못했다. 일단 이곳에 들어오는 방법도 어려웠고, 낯선 사람은 절대 출입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되도록 실내에서 하자. 둘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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