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패러렐로 민호뉴트가 감정적으로 먼저 그 이후 치고 들어오는 토마스를 기반으로 합니다
데이트의 데 자도 잘 안나오지만, 갑자기 짠 플롯이 맘에 들어서...
삼각관계 및 삼각파탄 주의. 밍나 행복하지 않음 주의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뉴트.”
“…….”
“뉴트?”
“…….”
대답이 없었다. 토마스는 뚱한 표정으로 뉴트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털썩. 토마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침대가 쿨렁거리자 누워 있는 사람은 그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불만 좀 더 당겨 덮는 뉴트의 목덜미가 바짝 말라 있었다.
“밖에 나가보자니까.”
“…….”
“서쪽 산에 화염 드래곤의 새끼가 알을 깨고 나왔어. 구경 가자. 지금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라니까.”
뻔한 데이트 신청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데이트나 신청하고 있을 자리가 아니란 것이었다.
“난 생각 없어.”
“…….”
“생각 없으니까…혼자 가.”
“뉴…….”
“…….”
뉴트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좀 더 몸을 웅크린 채 그저 누워있을 뿐이었다. 뭔가 가슴이 답답한 듯 무거운 숨을 한 번 뱉어내곤 그대로 눈을 감았다. 토마스는 한쪽 볼을 잔뜩 부풀린 채 침대에 걸터앉아서 발만 까닥거렸다. 왜 저렇게 냉랭하게 구는지 좀처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모른 척하고 나가기도 그랬고, 억지로 끌고 나가는 것도 이상했다.
‘왜 나한테 이러지.’
분명 어른들은 뉴트를 선물이라고 했다.
***
기르던 맹수를 어르면서 놀고 있던 토마스에게 갑자기 시녀가 달려왔다.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나간 곳 한가운데 서 있는 뉴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토마스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올린 누군가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부터 저 아이는 네 것이란다. 아직 어린 왕은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뭔가 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이해할 뿐이었다.
“…이름이 뭐야?”
“…….”
하지만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입을 열지 않았다. 토마스는 그제야 친구가 될 사람의 몸을 천천히 훑어볼 수 있었다. 좋은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지만, 여기저기 찢어진 자국이 선명했다. 얼굴은 푸르스름하게 멍이 들어있었고,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없도록 단단히 묶어둔 채 뒤로 긴 줄을 잡을 장수들이 있었다. 뒤에서 시녀와 관료들이 말리는 것을 뿌리친 채 토마스가 의자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높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이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눈앞의 녀석만은 허리를 굽히지도 목을 숙이지도 않았다. 그저 까맣고 단단한 눈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어린 왕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름이 뭐야?”
“…….”
“오늘부터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절대 입을 열지 않자, 뭔가 초조해졌다. 세상에 태어난 이후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없었다. 하지만. 토마스가 조심스럽게 주먹을 쥐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뉴트입니다/”
“…응?”
“저 멀리 물의 가호를 받는 왕국에서 온 귀한 개체이죠.”
“친구가 아니고?”
“친구라고 하기엔 이젠 신분 차가 나니까요.”
“하지만…….”
“전하.”
“…….”
아마 옆에 트리사가 있었으면 타박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트리사도 이제 옆에 없었다. 그나마 나이가 비슷한 또래마저 사라진 왕국에서 내내 심심했던 토마스는 주변에서 말하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만류하는 사람들을 뿌리치고 뉴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오늘부터 넌 내 친구야.”
“…….”
좀처럼 표정이 변하지 않던 뉴트가 눈을 가늘게 찌푸렸다. 눈만 깜박거리던 토마스는 손목을 너무 세게 쥐었나 싶어 조심스럽게 놔주었다. 손목엔 새빨간 손자국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마치 뜨거운 물에 덴 것처럼 달아오른 부위를 보던 어린 왕은 뒤돌아섰다. 그리고 신하들을 보고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다들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았다. 곧 방으로 데려가겠다는 소리와 함께, 에바 페이지가 토마스의 손을 잡았다.
“들어가 계시면,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여긴 보는 눈이 많으니까요. 다른 사람도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가.”
“가시죠.”
토마스가 손을 잡고 사라졌다. 금방 데려오겠다는 약속과 달리 좀처럼 뉴트가 오지 않았다. 품 안에 가득 들어오는 표범의 등줄기를 쓰다듬던 토마스는 슬슬 인내심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른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그때 문이 열리고 시녀가 들어와 깊게 허리를 숙였다. 이 방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니었다. 토마스가 일어서자 시녀는 어디론가 왕을 모셨다.
물론 놀랄 정도로 아무 일 없었다.
토마스는 어렸고, 뉴트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단단히 잡고 있는 손가락을 빼고 싶었다. 뉴트가 가늘게 신음을 흘렸다. 물과 불을 상극이었다. 토마스는 불의 제국에서 태어난 적장자였다. 전대 왕이 플레어에 감염되어 드래곤의 대지로 추방된 이후 어린 토마스가 그대로 왕위에 올랐다. 아직 제대로 된 정치를 하지 못하는 아이 뒤로 신하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국정을 보곤 했다. 토마스는 그저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자라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 제국과 국경이 닿은 곳에 물의 왕국이 있었다.
물의 신의 가호가 서린 곳은 항상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이었다. 물론 두 나라는 상반된 힘을 가진 만큼 국경지대엔 항상 뿌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런 왕국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 뉴트였다. 몸 안에 신을 받았다고 말이 전해지는 뉴트는 자기 치유력뿐만 아니라 타인을 치료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힘을 탐내는 주변 나라들이 몇 번이나 관계를 맺기 위해 찾아왔지만, 왕국의 신하들은 단호했다.
“난 이 사람으로 하겠어.”
그런 뉴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택했던 사람이 민호였다. 조금 떨어진 왕국 출신이라고 하지만, 확실하진 않았다. 애초에 두 나라의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하지만 뉴트와 상성이 잘 맞는 곳이었다. 항상 푸르고 울창한 숲이 가득한 곳은 먹을 것이 풍족했다. 처음 민호를 선택했을 때, 선택받은 사람은 눈을 깜박이며 바라볼 뿐이었다. 전혀 모르는 의복과 문양. 뉴트는 그런 민호를 보고 가늘게 웃었다. 한번 일이 굴러가기 시작하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민호의 땅에 초대받은 뉴트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말을 타고 꼬박 세 시간은 가야 하는 거리였지만, 둘이 같이 가니 괜찮았다.
뉴트의 기운을 받은 나무가 더 푸르게 우거지는 것을 본 민호도 같이 웃었다. 조심스럽게 어깨를 감싼 채 숲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궁 밖으로 나온 적이 없는 뉴트는 이런 초대라면 언제든 받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숲을 보러 갈래? 데이트 신청이라고 하기엔 정말 멋없는 말이었지만, 이상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 뛰어서 멈출 수 없었다.
“…좋아.”
이대로 좋은 일만 있을 거라 믿었다.
**
물론 지금 상황은 최악이었다. 뉴트는 최악의 상성을 자랑하는 대지의 중심부에 끌려왔다. 지금은 그나마 침대 위에 있어서 숨이라도 쉴 수 있었다. 불의 대지는 뉴트가 발을 대기만 해도 온몸에 있는 힘을 빨아들였다. 그대로 버석하게 부서질 것 같은 고통에 뉴트는 움직이길 거부했다. 온몸에 불의 기운이 흐르는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엔 화상처럼 새빨간 자국이 남았다.
“…….”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었다. 하루하루 힘이 말라가는 것을 느끼고 있는 뉴트는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받아 줄 생각이 없었다. 놀러 가자니. 지금 이 상황에서 한걸음 걷기만 해도 그대로 쓰러질 것이 분명했다. 왕국에서 마지막 기억은 생각나지 않지만, 불의 대지를 넘어오는 최초의 기억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민호의 마지막 모습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뉴트.”
지겨운 목소리가 또 들렸다.
“…….”
“나갈 생각 없으니 일이나 보시지.”
“하지만…….”
“…….”
냉랭하게 말하면 금방 표정이 변하면서 왜 저렇게 귀찮게 치대는지. 뉴트는 서서히 짜증이 났다. 안 그래도 질긴 정신 줄은 그대로 기절조차 하지 못했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했지만, 몸 안에 들어있는 힘이 그것조차 하지 못하게 막았다. 간신히 숨만 쉬며 살아있는 것이 뭐가 좋은가. 뉴트는 또 한숨을 쉬었다.
“나한테 왜 그래? 내가 싫어?”
“…….”
뉴트는 순간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를 뻔했다. 지금 침략국가의 수장 주제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소리를 하는 것인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뉴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고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싫으냐고?”
“…응.”
“싫어서 죽을 것 같아. 내가 여기에 왜 있다고 생각해?”
“친구하라고 데려왔다는데.”
“…….”
뻔했다. 어린아이를 손에 넣고 주무르기 위한 사탕발림이었다. 뉴트는 고개를 숙이며 웃다 그대로 토마스를 노려봤다. 앙큼하게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건지. 전혀 신뢰할 수 없었다.
“…뉴트.”
“내 이름 부르지 마. 넌 내 이름을 부를 자격이 없어.”
“…….”
“궁금하면 널 이렇게 쥐고 흔드는 늙은이들한테 가서 물어봐.”
“…….”
“답을 알아오면 같이 가줄게.”
뉴트는 세상에서 가장 서늘한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곱게 갈아 토마스의 심장에 박아 넣었다.
덤 설정
원래 민호랑 뉴트가 약혼 상태였는데 위키드가 쳐들어와서 민호 나라는 노예로 뉴트는 약탈한걸 전제로 시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