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뉴트/톰늍] I'm Fine Thank You 003 [선공개분 完]
+) NOTICE
데스큐어 원작 내용을 일부분 차용했습니다.
영화 1편 결말을 기본으로 데스큐어 이후 내용을 날조 했습니다.
데스큐어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또한 스토리 진행 중 취향 타는 소재가 나올 수 있습니다.
행복한 내용과 결말은 아닙니다.
선연재분이 끝났습니다!
이 이후 작업물은 5월 코믹에 회지로 만들어집니다 봐주셔서 감사해요!
어느정도까지 연재 후 뒷부분을 추가해 회지로 만들 예정입니다.
책이 나와도 연재한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Insomnia
토마스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한참 동안 깊은 잠을 잤다. 언제 깨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로 그저 죽은 듯 누워있었다. 흔한 잠꼬대와 뒤척임도 없는 몸은 마치 죽은 것 같았다. 하루에 몇 번 토마스의 침대에 들리는 친구들은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곤 했다.
“…….”
혹시나 하는 마음에 떨리는 손가락을 코에 가져다 댔다. 가늘게 흘러나오는 숨결을 느끼고 나서야 간신히 안심하곤 했다. 게다가 먹은 것도 없이 내내 잠을 자는 것은 위험했다. 프라이는 한숨을 쉬면서 토마스의 입속에 물을 흘려 넣었다.
“이 이상 깨지 않으면 위험할 거야.”
“역시 그렇겠지? 왜 갑자기 쓰러져서 이러는 거야.”
“많이 지쳤을 테니까. 걱정이네. 먹는 것도 변변치 않고,”
“…….”
그렇게 친구들이 속 앓이 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마스는 여전히 꿈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바짝 마른 입술이 가늘게 떨릴 때마다 혹시 깨어나지 않을까 희망을 품었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이곳엔 그리버도 위키드도 없는데, 이 녀석은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눈을 뜨지 않은 것인지. 민호도 프라이도, 이 공간으로 무사히 넘어온 다른 사람들 모두 알지 못했다.
토마스는 내내 꿈을 꿨다.
하지만 이미 완전히 먹혀버린 의식은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했다. 토마스는 단단한 나무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눈이 부셨다. 손을 들어 달을 가리려 하면 싸늘한 바람이 손을 감싸면서 지나갔다. 손가락 틈으로 쏟아져 내리는 달빛은 샴페인 색 눈을 가득 채우다 못해 넘쳐흐르면서 얼굴 아래로 천천히 흘러내렸다.
가볍게 한숨을 쉰 토마스는 눈을 감은 채 나무줄기에 등을 기댔다. 이상하게도 다른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건가. 그렇게 짧게 생각하자마자 마치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았다. 고요하고 어두운 공터에 홀로 남은 소년이 그렇게 어둠에 먹혀들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단단히 막힌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짙어지는 어둠은 나무 주위를 떠돌다 한 덩어리로 뭉쳤다. 그리고 다시 훅 하고 하늘로 퍼져나갔다. 그 형태는 구름도 아니고, 연기도 아니었다.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묘한 모습이었다.
“…….”
토마스가 입을 열었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드문드문 간신히 흘러가던 목소리는 어느 순간 뚝 끊겨버렸다. 중요한 것을 점차 잊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정작 그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뭐였지. 그 말을 끝으로 토마스가 입을 닫아버리자 그대로 함께 침묵해버린 숲은 흔한 바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곧게 뻗은 손을 심장 위에 올린 채 나무에 기댔다. 저 멀리 보여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마저 보이지 않은 지독한 어둠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주 잠시 뒤 가늘게 떨리던 입술이 열리고 긴 한숨이 흘러나오자, 마치 그것을 기다린 것처럼 바람이 공간을 휘감으며 지나갔다. 눈 위로 어지럽게 쏟아지는 나무 그림자를 피하려는 듯 고개를 살짝 돌리다 이내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토마스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
유난히 달이 밝은 밤이었다. 공터 가운데 우뚝 솟은 커다란 나무에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이 반쯤 걸치자, 그 뒤로 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또 한 번 바람이 불었다. 그림자 아래로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마저 어울리는 밤이었다.
토마스는 문득 옛 기억이 났다. 아니 말하자면 절대로 잊어선 안 되는 중요한 약속이었다. 끝없는 어둠에서 건져 올리듯 울컥 흘러나는 기억의 파편은 다시금 단단하게 굳어져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뉴트. 토마스는 몸을 조금 웅크리고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의식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마치 어둠에 잡아먹히는 것처럼 달빛이 온몸을 통과해 지나갔다. 검은 어둠이 왈칵 몸 밖으로 새어 나왔다. 어둠은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구불구불 토마스의 몸을 침식하고 있었다. 뉴트. 그리움과 미안함이 섞인 이름이 툭 떨어져 나왔다.
“…뉴트.”
토마스의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흘렀다. 잊으면 안 되는 이름이었는데. 잊어선 안 되는 약속이 있었는데. 그제야 토마스는 모든 것을 하나둘 기억해 냈다. 하지만 기억을 되살리자마자 의식이 멀어졌다. 온몸은 공기 중에 부유하는 것처럼 붕 떠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날 죽여. 죽이라고! 내가 더 미치기 전에 죽여 달라고! 피를 토하는 목소리가 뇌를 찢고 지나갔다. 형형하게 타오르는 눈빛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당장에라도 토마스의 목을 조를 것처럼 다가오던 뉴트가 한순간 온몸에 힘을 빼면서 가늘게 떨었다.
‘제발 부탁이야. 토미.’
뉴트의 그 처절한 한마디가 떠오른 그 순간 토마스는 어둠 속에 완전히 먹히고 말았다.
“…허억!”
거칠게 숨을 몰아쉰 토마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몰려오는 현기증에 앞으로 푹 쓰러지고 말았다. 새빨갛게 충혈된 눈에선 금방이라도 피가 흐를 것 같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잠이 들어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먹은 것도 없는데 울컥 속이 뒤집혔다.
“…….”
“멍청아.”
“…어.”
토마스가 잔뜩 붉어진 눈으로 옆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사람이 침대 앞 의자에 앉은 채 싱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 순간 왈칵 눈물이 흘러내렸다. 뉴트. 토마스가 당장 뉴트를 끌어안으려 했지만,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누워있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왜 그러고 앉아있어.”
“뉴트.”
“그래. 난데. 뭐가 이상해?”
“넌…잠깐…….”
“토미. 넌 아직도 이러는구나.”
뉴트가 의자에서 조용히 일어섰다. 그리곤 토마스의 눈에 시선을 맞추며 조용히 바닥에 꿇어앉았다. 토마스는 두 손으로 이불을 쥐어뜯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뉴트의 눈을 보고 있으면 마치 맹수의 눈을 마주한 것처럼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더 자고 일어나는 게 좋겠어.”
“아니야. 잠깐만. 뉴트. 가지마.”
“한숨 더 자고 만나자. 토미.”
“뉴…….”
“잘 자.”
뉴트의 손끝이 이마에 닿았다고 느낀 그 순간 또 의식이 멀어졌다.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꿈속에서 또 꿈을 꿨나 봐. 이상한 일이네. 토마스는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 꿈에서 깬다면 눈앞에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았다.
***
토마스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자신을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는 친구들의 얼굴이 가득했다. 아. 얼마나 말을 안 했는지, 모래를 긁는 것처럼 쩍쩍 갈라진 목소리가 간신히 흘러나왔다.
민호가 몸을 일으켜주고 프라이가 물을 건넸다. 간신히 목을 축인 토마스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먹은 것도 없는 주제에 왜 이렇게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지 알 수 없었다.
“똘추야. 너 얼마나 자고 있었는지 기억이나 나?”
“…내가?”
“그래! 그때 오두막에서 쓰러지고, 한 번도 안개서 그냥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고.”
“…그랬구나.”
“이거 먹을 수 있겠어? 계속 굶어서 아무거나 먹을 수 없을 거 같은데. 일단 물을 좀 더 마셔.”
프라이가 묽은 수프를 건넸다. 토마스는 딱 다섯 스푼만 뜨고 그릇을 다시 내려놓았다. 입안에서 까끌까끌한 모래가 굴러다니는 것 같아,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둘을 피할 수 없어 다시 수저를 들었다.
“…못 먹겠어.”
“그래도 먹어.”
“…….”
꾸역꾸역 반 그릇을 뱃속에 집어넣은 토마스는 정말 못 먹겠다는 표정으로 그릇을 돌려주었다. 그래도 먹는 모습을 보고나니 조금 안심이 됐는지 프라이는 순순히 그릇을 받아들었다.
“다들 무사해?”
“그래. 여긴 플레어도 널 쫓는 사람들도 없어.”
“…그렇구나.”
토마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닫혀있는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프라이가 벌떡 일어서서 창문을 열자 따뜻한 햇살이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이불에 흩뿌려졌다. 정말, 다 끝났구나. 토마스가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런 토마스를 바라보던 프라이가 민호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눈짓으로 나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민호는 좀 더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프라이를 이길 수 없었다.
“우리 그만 갈게. 좀 더 쉬고, 먹을 건 여기 두고 갈 테니까 조금이라도 더 먹어.”
“응? 으응.”
“가자. 민호.”
“…….”
프라이가 민호를 억지로 끌고 오두막을 나섰다. 민호는 영 탐탁지 않아 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물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문이 닫히자 밖에서 뭔가 민호가 퉁명스럽게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토마스는 가늘게 웃으면서 이불을 좀 더 당겼다.
“…….”
가만히 있으면 또 졸음이 몰려왔다. 토마스는 물 잔을 들어 한 모금 더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당장 나가서 밖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이상하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눈을 감고 침대에 누운 토마스가 뒤척거리며 이불을 끌어올렸다. 가물가물한 의식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잔뜩 몰려들던 잠이 한순간 흩어졌다. 벌떡 일어난 토마스가 활짝 웃으면서 문을 바라보았다.
“뉴트!”
“잘 잤냐.”
“굉장히…오래 잔 것 같은데…그런데…….”
토마스가 말을 뚝 멈추고 뉴트의 눈치를 살폈다. 뉴트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문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토마스는 재빨리 침대를 손으로 두드렸다. 뉴트. 여기로 와. 몇 번이나 물러도 움직이지 않던 몸이 반쯤 울 것 같은 표정을 보고 나서야 못 이기는 척 다가왔다.
“바보 같긴. 왜 또 그래.”
“아니…뉴트. 난…….”
토마스는 뉴트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아직도 손끝에 남아있는 총의 감각이. 코끝에 스며들던 화약 냄새, 그리고 눈에 보이던 피 웅덩이까지 모든 것이 생생했다. 뉴트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민호에게도 끝까지 말하지 못한 비밀이 뉴트였다.
“왜?”
“넌…그러니까.”
“내가 그 정도로 죽을 줄 알았어?”
“어?”
“그 정도로 죽을 것 같았냐고. 멍청아.”
“…….”
뉴트가 다시 웃으면서 의자에 앉았다. 흔한 의자 끌림 하나 들리지 않는 조용한 방에 가만가만 들리는 목소리만 쌓여갔다. 어서 말해보라는 듯 가만히 토마스를 올려다보는 눈은 어둠처럼 깊기만 했다. 살짝 올라간 입 꼬리도, 바짝 마른 근육이 붙은 몸도 그대로였다. 토마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뉴트의 마지막 모습이 자꾸 겹쳐져서 견딜 수 없었다.
“분명히 나한테 총으로…죽여 달라고…….”
“그랬지.”
“그랬는데…….”
“그 빌어먹을 위키드가 날 살려줬어. 치료제를 실험해 보겠다면서 다 죽어가는 날 주워갔지.”
“…….”
“네가 떠난 다음에 말이야.”
“어째서…….”
“나도 몰라. 내가 기억하는 건 내가 반쯤 죽었다 수술로 살아났다는 것과 반쯤 생체 실험을 각오하고 백신을 맞았다는 것뿐이지.”
“…….”
“아마 실패했으면, 다시 내다 버렸을 거야.”
“…….”
아픈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런 뉴트의 얼굴엔 희미하게 플레어가 지나간 흉터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마치 가뭄에 땅이 갈라진 것처럼 피부가 변해있었다. 군데군데 희색 빛으로 변한 곳도 있었다. 토마스는 뉴트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되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프진…않았어?”
“응?”
“백신…맞고 아프지 않았어?”
“조금? 사실 잘 기억이 안 나. 그냥 한참 동안 꿈도 안 꾸는 깊은 잠을 잔 것 같았거든.”
“다행이다.”
뭐가 다행인 걸까. 토마스는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뉴트에게 홀린 것처럼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뉴트가 가늘게 웃으면 버석한 피부를 따라 웃음이 흘렀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피부가 너무 아파 보여서 토마스는 연신 손을 뻗었다.
“…지금은 아프지 않아?”
“전혀.”
“그러면 따로 온 거야? 무리가 미로에서 탈출하던 방향 말고? 어쩐지 자꾸 환영이 보인다 생각했어.”
“응. 난 따로 찾아왔어.”
“난…그런 줄도 모르고. 걱정했어.”
“하여튼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구나. 그렇게 마음이 여린 주제에 사람은 제법 많이 살렸더라.”
“응.”
“대단해.”
뉴트는 예전처럼 토마스를 보고 웃었다. 그럴 때마다 쩍쩍 갈라진 피부가 떨어져 나올 것 같았다. 이젠 아프지 않다고 했지만, 그 모습을 보는 토마스의 마음이 아팠다. 뉴트는 토마스를 침대에 눕히고 옆에 앉았다. 그리고 토마스를 내려다보았다. 가물가물 졸음이 밀려오는 토마스는 잠을 자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싫어. 안 잘 거야. 뉴트.”
“조금 더 자는 쪽이 낫지 않을까?”
“더 이야기하고 싶어. 나 뉴트랑 해야 할 이야기가…너무 많은데. 응? 자라고 하지 마.”
“이제 계속 여기서 같이 있을 건데 뭘 그렇게 서둘러. 넌 좀 더 쉬어야해. 토미. 안 그래?”
“…그런가.”
“그래. 좀 더 자고 일어나서 천천히 이야기하자.”
“…으…응.”
“잘 자. 토미.”
뉴트의 손끝이 토마스의 머리카락에 닿았다. 살살 손가락이 움직이는 곳마다 따뜻한 햇살이 따라오는 것 같았다. 잠을 더 자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뉴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의식이 끌려들어 갔다.
“…….”
“토미. 자?”
“…응.”
“나 이따 다시 올까?”
“뉴트…가지…마.”
“나 어디 안 가.”
“가지마.”
웅얼거리며 돌아누운 토마스가 뉴트의 옷자락을 잡으려는 듯 손을 꼼지락거렸다. 하지만 뉴트는 이미 저만큼 멀리 서서 토마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조용히 방에서 사라진 뉴트는 토마스가 다음 날 잠에서 깰 때까지 찾아오지 않았다.
토마스는 오랜만에 소리가 들리는 꿈을 꿨다. 공터에 처음 올라왔을 때 일이 느리게 테이프를 재생하는 것처럼 흘러갔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어두컴컴한 통로를 올라가는 상자 안에 갇혀있었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눈앞에 불꽃이 튀는 것처럼 빛이 번쩍였다. 얼마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지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상자는 좀처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와장창 소리가 나며 상자가 멈추고 문이 열리면 저 멀리 뉴트의 얼굴이 보였다. 뉴트. 토마스는 내내 공터에서 겪었던 일을 다시 되돌리는 꿈을 꾸고 있었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꿈속으로 점점 빠져들었다. 아주 느리게 재생되던 것이 점점 빨라지고,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눈을 감은 채 한참 서 있었다. 그리고 더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이미 시간은 오두막으로 넘어오기 전까지 진행되었다.
토마스는 꿈에서 깨고 싶었다.
하지만 깰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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