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민호/토민호] Full of happiness 2
해당 책은 토민호 교류전 통합 배송으로 통판을 진행합니다.
통합배송 : https://twitter.com/thominhomos/status/645931340517404672
1권의 경우 민른전에서 한번 팔았던 책인지라
필요한 분에 한해 재판을 할 생각이라 따로 인포 올릴게요 :3
+) NOTICE
플레어 걱정없는 현대 AU
위키드 토마스와 글레이드 토마스가 쌍둥이로 나오는데 형제 둘이 민호를 많이 좋아합니다.
실제 영화와 본 회지상의 나이 설정이 다릅니다.
첫 만남은 토마스 형제가 5살 , 민호가 17살
2권의 시점은 토마스 형제가 23살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책이 나와도 샘플은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민른전에 나왔던 1권에서 이어지는 후속편입니다
1권 샘플 1 : http://dchwanwol.tistory.com/159
Full of happiness Ⅱ 001
“넌 이제 끝이야. 완전 코 꿰었다니까.”
“…….”
“…라고 해봤자 듣는 사람 아무도 없죠.”
옆에서 아무리 말해줘도, 정작 당사자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그리 소용없었다. 좋게 말하자면,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이라 하면 될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조금 달랐다. 일방적인 애정공세와 그걸 애정이라 인지 못 하는 곰 같은 친구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수식어는 뉴트의 눈앞에 보이는 저 셋에게 하는 말이었다.
분명 비공식으로 떠나는 일정이었다. 워낙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항이라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도 훈련장소에 도착하고 나서 연락을 하기로 다들 합의한 상태였다. 물론 이렇게 떠날 수 있었던 것도, 전지훈련 특성상 이곳저곳을 다니니 다들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비행기가 출발하는 아침까진 훈련 인원 외엔 알지 못하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말이지.’
뉴트는 잠시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엄지로 눌렀다. 저쪽엔 초대받지 않은 낯선 녀석이 있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무슨 소란은 그렇게 피우는지, 꽤 시끄러운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뉴트 저 녀석 좀 말려봐라. 은근슬쩍 어깨를 밀어대는 친구들의 눈엔 질림이 가득했다. 그런 녀석들을 반대로 밀어내던 녀석의 눈매가 샐쭉하게 얇아졌다.
“몇 년 동안 봤는데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어?”
“넌 그게 익숙해질 일이냐?”
“못 할 것도 없지. 난 저걸 어른 되기 전부터 봤는데”
“그래. 넌 익숙해서 좋겠다.”
뉴트는 언제나 툴툴거리는 녀석들의 말을 한 귀로 흘렸다. 저러고 애한테 쩔쩔매는 민호를 내내 놀리는 걸 좋아들 하는 주제에 다들 애들 다루는 건 여전히 어설펐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민호를 도와준다고 나서지도 못하는 판국이었다.
괜히 이 상황에서 말 한마디 보탰다 저 맹랑한 꼬맹이들이 대차게 토라지기라도 하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물론 민호도 그랬고,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뉴트가 조금 나았지만, 게 중에 낫다는 뜻이지 잘한다는 것은 또 아니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어서 저러는 건지 모르겠네.’
뉴트는 살짝 눈을 찌푸리며 셋을 바라보았다. 몇 년 동안 지겹게 봐온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디서 정보가 흐른 건지 정말 알 수 없었다.
“형 진짜 약속하는 거죠?”
“그래. 알았다.”
“무슨 일 있으면 우리한테 꼭 이야기해야 해?”
“알았다니까. 도대체 너희가 한두 살 먹은 어린애들도 아니고 오늘따라 왜 이렇게 떼를 쓰는 거야.”
“항상 형이 우리만 놓고 훌쩍 가버리잖아.”
“…….”
“기다리는 사람 생각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응? 형?”
“…아니 그러니까. 그건.”
“우린 정당한 요구를 하는 거라고.”
민호의 단단한 양팔을 하나씩 붙잡은 녀석들은 잔뜩 뚱한 표정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은 보는 민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흔들거리고 있었다. 물론 민호가 힘도 더 좋고 덩치도 컸지만, 매몰차게 둘을 밀어낼 수 없었다.
분명 그러면 잔뜩 토라질 것이 분명했다. 매일매일 전화기가 닳으라 하던 전화도 안 하고, 돌아와서도 툴툴거릴 것이 분명했다. 그런 쌍둥이들 화를 풀어주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던 뉴트는 그저 혀를 쯧쯧 차며 팔짱을 꼈다. 버릇없이 키운 쪽이 누군데. 뉴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모양인지 피터가 슬쩍 옆에 와서 섰다. 무슨 일이야 또? 한마디 건네며 뉴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안 그래도 갑작스러운 훈련에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차가운 커피를 쭉쭉 빨고 있던 피터는 그나마 이 무리 중에서 이런 소란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쟤네 또 저래?”
“그냥 아들이라니까.”
“아니 저럴 거면 그냥 일주일 데리고 다녀오지. 어차피 다른 회사도 여름 휴가 기간 아니야?”
“뭐…그렇겠지. 우리가 제대로 아는 건 아니지만.”
“무슨 강아지들도 아니고 저렇게 형 품에서 떨어지기 싫어하냐.”
“내 말이 그 말입니다. 피터씨.”
“이젠 비행기 뜨기 전에 이런 소란 한 번이라도 안 보면 뭔가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야.”
“뭐?”
“그렇잖아. 뭔가 해야 할 의식을 끝내지 않은 찝찝함이랄까.”
“말이나 못 하면.”
뉴트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 다들 뜻하지 않은 막냇동생이 생긴 기분인지 이것저것 참견하기 바빴다. 하긴 뭐 저런 모습 보는 것도 언제나 재밌긴 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떠나려 해도 어떻게 일정을 아는지 귀신같이 나타나는 두 쌍둥이를 보는 사람들은 신기하다며 한마디씩 보탰다.
사생도 저렇겐 안 하겠다. 칭찬인지 뭔지. 뉴트는 그런 녀석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콱 찍었다. 아악. 피터가 커피 홀더를 움켜쥔 채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애들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타박하는 자신을 보며 죽는소리를 하는 동료를 옆으로 치웠다. 그리곤 뉴트가 민호를 불렀다. 이렇게 끊어주지 않으면 평생 놓아주지 않을 기세였으니까.
“민호. 슬슬 출발해야지.”
“토마스. 토미. 들었지? 나 이제 가야 해.”
민호가 또다시 둘을 달래기 시작했다. 하지만 똑같이 생긴 둘은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연신 짹짹거렸다. 민호의 다부진 눈썹이 곤란한 듯 축 늘어졌다.
“언제 올 건데.”
“이 녀석이 형한테 은근슬쩍 말이 짧아진다?”
“우리랑 약속한 거는 하나도 안 지키고, 이게 뭐야!”
“토마스. 조용히…….”
민호가 허둥지둥 토마스의 입을 막았다. 커다란 손에 얼굴이 반도 넘게 사라진 아이는 눈을 또랑또랑하게 뜬 채 민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스무 살도 넘은 녀석들은 이럴 때만 어리광을 피웠다. 하아. 거기에 항상 붙어있는 토미가 끼어들기 시작하면 더 힘들었다. 잔뜩 억울한 눈으로 민호를 올려다보는 통에 없던 두통이 생기는 것 같았다. 토마스는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고, 토미도 주춤주춤 가까이 다가왔다. 자기만큼 커다란 녀석들을 어떻게 제어할 줄 모르는 민호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가득 묻어났다.
“형이 예전에 약속한 거 잊었어요?”
“…뭐가.”
“스무 살 되면 같이 살자고 했잖아요.”
“…….”
“근데 벌써 우리 스무 살 되고도 세 살이나 더 먹었는데 이러는 게 어디 있느냐 이거예요.”
“…….”
“진짜 너무해.”
물론 떼를 쓰고 있다는 것을 이 영악한 아이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해봤자 안 갈 수 없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민호를 쉽게 보내주기 싫었다. 어렸을 땐 스무 살만 되면 당장 같이 살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이젠 어린이가 아니지 않으냐면서 대답을 피했다. 그리고 훈련을 핑계로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그게 아니고 내 말 좀 들어봐. 토마스. 토미. 나도 훈련을 열심히 해야, 대회에 나갈 거 아냐. 안 그래?”
“…….”
“응? 나 보고 이야기해봐. 안 그래?”
“…그래요.”
“그건 그래.”
둘의 목소리가 죽어갔다. 아마 귀와 꼬리가 달려있다면 물을 잔뜩 먹은 것처럼 축 처졌을 것이 분명했다. 또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감정을 냉정히 내치긴 어려웠다.
‘나도 이제 뭐라고 못하겠네.’
민호가 한숨을 쉬며 둘에게 잡힌 팔을 빼냈다. 형. 잔뜩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들리기 전에 민호는 모른 척 두 팔을 벌렸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녀석들은 습기에 푹 젖어 있었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애써 보여주려는 것처럼 눈을 깜박거렸다.
“이리와.”
“…….”
“어서.”
뉴트는 이미 그 꼴을 보고 웃겨서 넘어가고 있었다. 똑같이 생긴 커다란 놈 둘을 품 안 가득 안아준 민호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아이고. 아이고. 속으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자기가 낼 수 있는 가장 친절한 말투로 달래고 있었다. 물론 무뚝뚝한 사람이 그렇게 말해봤자 얼마나 상냥하게 말하겠냐만. 워낙 감정 표정을 살갑게 하지 않는 남자가 하는 말이 잘 이해는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글도 품에 안긴 둘은 충분히 이해한 것 같았다.
“알았어.”
“이번에 돌아오면 너희 연구소로 놀러 갈게 알았지.”
“…응.”
“토마스도 대답.”
“…….”
잔뜩 부루퉁한 표정으로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불안해하는지. 꼭 새끼 분리하는 부모 개를 보는 기분이었다. 하긴 둘한테 부모님 말고 가장 소중한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민호일테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제 형 훈련하러 가도 될까?”
“…응.”
커다랗고 길쭉한 녀석 둘이 주춤주춤 품에서 떨어져 나왔다. 퉁퉁 부은 얼굴이 한가득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소맷자락까지 툭 내려놓고 나서야 둘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럼 형 다녀올게.”
“빨리 다녀와.”
“훈련 스케줄이 있는데 어떻게 일찍 오냐.”
“…….”
“대신 끝나자마자 연구소로 갈게. 돌아갈 때 미리 알려줄 테니까, 총장님한테 말해서 휴가 기간 맞춰놔.”
“응.”
“그래. 이제 정말 간다. 둘이 싸우지 말고 얌전히 있어.”
민호가 두 녀석의 머리를 여러 번 쓰다듬어 주고 나서야 긴 이별 인사가 끝이 났다. 보송보송한 머리카락이 단단한 손마디에 감겼다. 다녀와. 형. 입 모양으로 마저 인사한 녀석들이 옆으로 주춤주춤 비켜섰다. 민호는 그런 둘의 머리를 한 번 더 쓸어주는 거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런 민호의 어깨에 손을 올린 뉴트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웃으며 말을 걸었다. 쌍둥이는 민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래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형 언제쯤 올까.”
“기다리면 오겠지.”
“빨리 왔으면 좋겠다.”
토미는 웅얼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공항 특성상 안쪽 라운지로 들어가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라운지 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민호를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토미. 가자.”
“조금만 더.”
“여기서 기다려봤자, 이제 형 안 보여. 완전히 들어가 버렸다고. 너도 비행기 많이 타서 알잖아.”
“…….”
“더 늦으면 아마 유리 휴가 기간도 반납해야 할 텐데…….”
“어, 그러면 안 되는데?”
“그렇지?”
“응. 형 왔을 때 우리 바쁘면 어떡해.”
“그러니까 그만 가자.”
애써 어른스럽고 진지하게 말하려 하면서도 토마스의 발은 여전히 땅에 단단히 붙어있었다. 자기도 가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토미를 계속 재촉하고 있었다. 할 일이 많은데. 그렇지만……. 둘은 한계 시간까지 버티다 결국 공항으로 찾으러 온 연구원들 손에 질질 끌려갔다. 차 뒷좌석에 밀어 넣어진 둘은 내내 한숨을 쉬며 공항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제부터 하루가 석 달 같이 느껴질 것 같았다. 형 언제 오지. 방금 헤어진 주제에 둘은 내내 한숨만 내쉬었다.
***
그리고 며칠 동안 쌍둥이들이 얌전한가 싶었다.
물론 연구소 사람들은 그런 녀석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저 말썽꾸러기들이 얌전히 앉아서 보고서를 쓰고 있다니. 과장된 몸짓으로 눈물을 닦는 척을 하던 연구원이 웃으면서 간식을 가지러 갔다. 항상 제대로 할 일 좀 하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정작 얌전히 있는 모습을 보자니 조금 걱정이 되긴 하는 모양이었다.
“자, 간식.”
“…… .”
“둘 다 먹으면서 해.”
“잠시만요.”
“그러다 쓰러지면, 될 것도 안된다?”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둘은 패드 앞에서 물러났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 요새 들어 말이 점점 짧아지는 것도 어른들에겐 마냥 귀여운 모습이었다.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사과가 가득 담긴 접시를 슥 밀어줬다. 먹고 해. 잔뜩 퉁퉁 부어서 사과를 와작와작 씹던 녀석들은 여전히 심각했다. 형이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니 주어진 일을 다 해놔야 한다고 하는 녀석들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물론 민호가 훈련을 마치고 이곳으로 오려면 일주일도 넘게 걸릴 텐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하긴 이 녀석들이 민호 쫓아다닌다고 미뤄둔 일이 좀 많긴 했다. 생각보다 좀 더. 많이. 그래도 한 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누군가 뜯어말리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 녀석들이라 빨리빨리 밀린 서류를 해치우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면서도 내내 마음이 불안한 것 같았다.
“형 언제쯤 올까.”
“아직 이틀밖에 안 지났잖아.”
“…그래도.”
“내일 전화해 볼까.”
칭얼거리는 토미를 보며 뭐라 하던 녀석도 소식이 궁금하긴 한 모양이었다. 둘이 또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것을 보던 여성 연구원은 조용히 자리를 비켜줬다.
또 저렇게 둘이 뭔가 일을 꾸미면 주위 말이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방문이 조용히 열리고, 다시 닫혔다. 이젠 둘밖에 남지 않은 공간에서 머리를 맞댄 둘은 액정에 찍힌 민호의 전화번호만 내도록 만지작거렸다. 결국, 전화를 걸지 못했다. 내일이면, 아니 삼일 뒤면 연락이 오지 않을까. 계속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녀석들의 눈엔 여전히 민호가 가득했다.
연구실이 발칵 뒤집힌 건 민호가 훈련을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정확히는 사흘쯤. 어떻게 버티려던 녀석들의 입에서 재미없다. 재미없다. 하는 소리가 삼십 분 단위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민호 형 보고 싶어. 궁금해.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녀석들의 핸드폰이 울렸다.
“…응?”
처음엔 잘못들은 줄 알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건 중요한 일에만 쓰라며 연구소에서 만들어준 번호였다. 대외적으로 알려주는 번호는 따로 있었기에 이 쪽 핸드폰의 존재 자체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렇게 비밀스러운 핸드폰이 웅웅 진동이 울리기 시작하자, 짙은 샴페인 색 눈동자에 잔뜩 활기가 돌았다. 누가 전화를 한 것인지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핸드폰을 바라보며 신난 토미와 달리 토마스는 내내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총장님 아니야?”
“그러면 내선 전화로 부르시지 않았을까.”
“…그건 그렇지.”
“그러면 형인가 봐.”
맘대로 단정 지었다. 그리곤 쌍둥이의 손이 닿기 전 냉큼 핸드폰은 낚아챈 토미가 잔뜩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통화 버튼을 꾹 눌렀다. 아, 저 새끼가 진짜. 한발 늦어버린 토마스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쭉 뻗었던 손을 거둬들였다.
“진짜 형 번혼데.”
“뭐? 받아봐.”
“알았어. 잠깐만.”
토미가 손가락으로 통화 버튼을 꾹 밀었다. 규칙적으로 울리던 진동이 멎자마자 밝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형! 민호 형! 잔뜩 흥분한 녀석이 침대에서 뒹굴며 애타게 민호를 불렀다. 하지만 그런 밝은 목소리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그리곤 금방이라도 바닥을 파고들 것처럼 축 가라앉았다. 갑자기 심각해진 분위기는 금방 온 방에 가득 찼다. 침대에 누워서 토미를 바라보고 있던 토마스가 주섬주섬 일어나 앉았다. 보통 이 정도로 우울하게 전화를 받을 녀석이 아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토마스도 뭔가 사태의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토마스가 눈을 살짝 찌푸리며 토미의 입술을 내내 바라보았다. 우물우물 말하던 입술이 순간 굳게 닫혔다. 그러더니 잘근잘근 이로 입술을 씹어댔다. 무슨 이야기를 듣는 것인지. 토마스는 당장 전화기를 뺏어서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마음을 꾹꾹 눌러 참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토미는 좀처럼 통화를 끊지 않았다. 응. 응. 알았어. 응. 토마스한테도 이야기할게. 응. 계속 넙죽넙죽 대답하는 녀석의 목소리가 아득히 들리기만 했다.
“야, 왜 그래.”
“…… .”
“토미, 왜 그러냐고!”
“…….”
“야!”
“…으응”
“토미! 무슨 일이냐고 묻고 있잖아.”
냅다 짜증을 내는 녀석은 날카로운 목소리와 달리 잔뜩 긴장한 듯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머릿속에선 온갖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한 번 시작된 생각은 줄줄이 엮여 올라오면서 토마스를 괴롭게 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미는 점점 심각해졌다. 응. 으응. 응. 내내 대답만 하다 전화를 끊은 녀석은 전화기를 든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우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
“어? 말 좀 해봐.”
“…….”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녀석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돌려 앉힌 토마스가 하나하나 캐묻기 시작했다. 그새 낯빛이 잔뜩 어두워진 토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어쩐지 조금 짜증이 났다. 당장 말하지 않으면 주먹이 먼저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스는 간신히 그런 마음을 진정시키며 한 번 더 되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토마스, 형이…….”
“형? 민호 형? 왜?”
“그러니까…….”
“아, 답답해. 빨리 말해봐. 왜 그러는데.”
“형…훈련하다 다쳐서 이번 대회는 불참하기로 했다고.”
“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토마스의 목소리가 왈칵 뒤집혔다. 그런 목소리를 듣자마자 토미는 더 심하게 동요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몰라. 뉴트 형이 전화 온 건데 일단 알고만 있으라고 …….”
“…….”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잔뜩 당황한 둘은 서로 얼굴만 마주 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토마스는 최대한 침착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이며 계획을 세웠다. 확실한 위치는 알지 못하지만 뉴트한테 전화해 보면 그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문제라고 한다면 돈인데. 토마스는 한동안 쓰지 않던 카드를 찾느라 온 방 안을 뒤집어엎었다. 연구소 내에서 필요한 것은 다 위키드에서 사주는 터라 그리 필요하지 않던 카드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 필요할 땐 안 보이네. 토마스가 투덜거렸다.
“토마스 뭐해?”
“뭐 하긴. 너도 카드 찾아봐.”
“…….”
토미가 꾸물꾸물 옆에 붙어 서서 같이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책상 서랍 가장 깊은 곳에 처박혀 있는 카드를 발견한 토마스가 벌떡 의자에서 일어났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토미가 그런 쌍둥이를 멍하니 바라봤다.
“뭐해. 일어서.”
“응?”
“형한테 안 갈 거야? 지금 출발해도 늦어.”
“아…아니. 갈 거야.”
“비행기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을 거니까 빨리 가자.”
“하지만…….”
우물쭈물 대답을 피하던 녀석을 슬그머니 책상에 쌓은 자료들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아직 한참 남은 연구 과제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아직 써야 할 보고서가 산더미인 데다, 자기와 토마스가 빠지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법한 프로젝트도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져서 끙끙거리는 쌍둥이를 바라보던 토마스는 손가락을 하나둘 접으며 계획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금 비행기를 타서, 뉴트한테 전화를 하면…….”
“…….”
“그리고 연구소 휴가가…아 모르겠다. 그냥 가자.”
“응?”
“일단 가자고. 형 안 볼 거야?”
이 녀석들은 도통 이 버릇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급하게 옷 두어 벌만 가방에 처넣은 녀석들이 재빨리 방을 빠져나갔다. 물론 이런 상황을 아는 것은 복도에 달린 CCTV뿐이었다. 둘이 휑하니 사라진 방안을 발견한 사람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며칠 동안 얌전하다 싶었는데, 역시 버릇을 고치긴 어려운 모양이라며, 하나둘 말을 보탰다.
“이럴 줄 알고 예비 인력 신청해 뒀어.”
“그래…고맙네.”
“뭐 그런 거 가지고.”
“…….”
이런 일이 이미 익숙한 듯 지나가던 팀장의 말에 복도에 흐물흐물 주저앉아버린 연구원은 핸드폰을 붙들고 연신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두 말썽꾸러기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하나하나 연락을 돌리며 사라진 발자취를 찾기 시작했다.
“…….”
도대체 그 짧은 개인 시간 동안 어디로 사라진 건지. 전화도 받지 않는 말썽꾸러기들 때문에 연구소는 또 한 번 난리를 겪고 있었다. 겨우겨우 연락됐을 때, 둘은 이미 공항이었다. 공항? 뜬금없는 장소를 들으며 기겁하는 어른들을 뒤로한 채 이제 비행기에 타야 한다는 말을 남긴 채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사람들은 급하게 민호가 있는 곳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이 멋대로 움직일만한 일은 누가 봐도 뻔했다.
정작 당사자인 민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위키드 연구소의 인기스타가 되어있었다.
***
“…….”
“형 빨리 할 말 있음 해봐.”
“…….”
“빨리!”
민호가 부목에 붕대를 매고 누워 있는 침대 옆을 점거한 쌍둥이는 잔뜩 화난 표정이었다. 도끼눈을 뜨다 못해 안광이 번쩍거리는 눈은 금방이라도 누군가 물어뜯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민호는 괜스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집요하게 따라오는 두 쌍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따끔. 따끔. 시선이 내리 꽃일 때마다 온몸이 따가웠다. 뉴트. 이 도움이 안 되는 놈. 이글이글 끓는 속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형!”
“어…그래.”
“우리 약속했잖아!”
“…그랬지.”
“일 생기면 이야기한다며. 제일 먼저 연락 할 거라면서? 근데 이게 뭐야. 왜 다쳤는데 말도 안 하고.”
“그야…….”
“그야?”
“…그러니까.”
잔뜩 화난 둘은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항상 두 녀석한테 사고 치지 말라면서 한마디씩 하는 입장이던 민호는 갑자기 바뀐 상황에 영 적응을 할 수 없었다.
“너희 걱정할까 봐 그랬지.”
“거짓말.”
“그리고 그렇게 큰 부상도 아니고, 예전에 다쳤던 발목 염좌가 다시 생긴 것 뿐이라니까. 정말이야.”
“…….”
“초기 치료도 다 했고, 이렇게 다친 김에 몸 좀 조심하자는 의미였어. 어차피 메달이 탐나는 대회가 아니라 참가 안 하기로 한 거고.”
“…….”
금방이라도 퉁퉁 불어터질 것 같은 두 개의 입술이 비죽 튀어나왔다. 민호는 더는 변명할 말이 없었다.
“그래. 내가 잘못 했다.”
“형 진짜 나빴어.”
볼이 터질 듯 부어오른 토미가 툴툴거렸다. 볼멘소리가 줄줄 흘러나와 이불에 고였다. 그러면서도 민호가 싫진 않은 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허리를 잡고 매달리는 녀석과 아직도 잔뜩 화가 난 토마스를 번갈아 상대하느라 없던 두통이 다시 시작되었다.
“약속도 안 지키고.”
“그래. 그래. 내가 잘못 했어.”
“막 다치고.”
“그것도 내가 나빴네.”
“우리 마음도 몰라주고.”
“그래. 그것도…뭐?”
민호는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다시 물어봐도 둘은 조개처럼 입을 다문 체 다시 말해주지 않았다. 저 녀석들이…지금 뭐라고 한 거지. 천천히 말을 곱씹어보던 민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열 살도 넘게 차이 나는 녀석이 하는 말에 말려들어서 이러는 것이 어른답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는 일이 아니었다.
“…….”
“이번 일은 무조건 형이 잘못 한 거야.”
“…….”
“분명 우리한테 한 약속을 어겼으니까.”
또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 상황에서 화를 내기도 그렇고, 모르는 척하기는 더 어려웠다. 이미 민호만큼 자란 커다란 녀석이 버티고 서서 눈을 흘기는 통에 때아닌 소란이 일었다.
물론 뉴트에게 그 소식을 미리 들은 동료들은 방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보통 이 시간이면 슬슬 커피 한잔 들고 민호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오던 녀석들도 발길을 끊어버리자, 쌍둥이를 말릴 방법이 없었다. 몇 번이나 속으로 친절한 친구들을 욕하던 민호는 결국 두 손을 들고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정말 잘못했어.”
“…정말이야?”
“그래. 누가 너희한테 이 말을 흘린 건진 대충 상상이 가지만…그래도 이렇게 오면 나도 놀라지.”
“…….”
“그래도 길 잃어버리지 않고 와서 다행이네.”
“그런 거야. 뭐…무사히 왔으면 된 거지.”
“면허도 없으면서.”
“…….”
또 샐쭉하게 입을 내밀었다. 그래도 민호랑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이 풀린 것인지 침대 귀퉁이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리곤 조금씩 쌓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어린애 같은지 민호는 절로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내내 고생했다. 방 안 분위기가 좀 진정되고 나서야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친구들을 노려보던 민호는 동그란 뒤통수 뒤에서 두 녀석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무언의 수신호를 보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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