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 Sunny Side Up 003
+) NOTICE
어려진 뉴트와 아들뻘인 뉴트를 떠맡아서 보부가 된 그레이브스 이야기
테세우스가 그레이브스와 비슷한 나이대로 설정되어있습니다.
둘은 친구라는 설정!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물론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일이 많았다. 당장 잡혀있는 출장은 나라를 넘어가는 일이었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데 제법 바빴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 답장을 썼다. 테세우스는 답장같이 간지러운 것은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이번 답장은 친구가 아닌 작은 스캐맨더를 위한 것이었다.
「Dear. 뉴턴 아르테미스 피도 스캐맨더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필요한 이야기가 있다면 몇 날 며칠 해줄 수 있지만, 아쉽게도 출장이 예정되어 있어서 답장 간격이 불규칙할 수 있습니다. 마법 동물 사육이 허가된 영국과 달리 이곳 미국, 특히 뉴욕은 동물 사육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제가 적어 보내는 이야기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한다면 언제든 편지를 보내주세요.
그리고 형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시간이 된다면 다시 한 번 영국을 방문해 좀 더 긴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추신. 테세우스가 항상 당신을 걱정합니다.
퍼시발 그레이브스」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치곤 너무 딱딱한 말투였지만, 안타깝게도 이 꼿꼿한 학생은 부드럽게 쓰는 편지에 매우 서툴렀다. 꼭 공식 문서를 보내는 모양이 되어 보내기 하루 전까지 고민했지만, 이 이상 뾰족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문 문양이 새겨진 인장으로 편지를 봉했다. 부엉이가 이 편지를 며칠 동안 물고 날아야 할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웠다. 나라와 나라 사이로 소통한다는 것은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
“잘 부탁한다.”
부엉이는 그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리며 날개깃을 손질했다. 그레이브스는 편지를 넘겨준 채 창문을 열었다. 힘차게 날아오른 부엉이가 곧 저 멀리 사라졌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절로 눈이 찌푸려진다. 가늘게 흐려진 시선엔 이제 부엉이의 꼬리깃도 보이지 않았다.
“편지가 제때 도착하면 좋을 텐데.”
물론 시간을 쪼개 편지를 썼던 날이 가장 느긋했던 시간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간신히 숨을 돌리자마자 또 일이 쏟아졌다. 벌써 이러면 나중엔 어떻게 버틸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요청이 퍼시발 그레이브스를 괴롭혔다.
“…….”
점심 시간을 조금 넘기고 나서야 그레이브스는 눈앞에 쌓여있던 서류 뭉치를 치울 수 있었다. 교수님께 듣기론 이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대리로 온 출장이지만, 이제 막 학생 회장직에 오르려는 학생에겐 과한 일거리였다.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그런 기대조차 그레이브스는 익숙했다. 늘 남보다 한발 앞서야 했고, 두 걸음 떨어져서 살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앞서나갈 수 없었다. 이런 바쁨조차 당연하다고 느꼈다. 머릿속에 서류가 가득 차기 시작하자 자연히 다른 생각을 할 새가 없었다.
“…….”
똑똑.
“…….”
“똑똑.”
몇 번이나 노크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서류에 집중한 그레이브스에게 들릴 턱이 없었다.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또 한 번 문을 두드린다. 이렇게 민망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냥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굳게 닫힌 문을 사이에 둔 마법사 두 명은 좀처럼 소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 밖에 누구시죠?”
“…….”
“이런 실례를…….”
그레이브스가 급하게 일어나서 굳이 걸어 나온다. 보통 때라면 손짓으로 문을 열 거나 알아서 들어왔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문을 여니 꽤 오랫동안 기다렸을 것이 분명한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이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안합니다.”
“아뇨…그러니까.”
“잠깐 집중을 하느라 소리를 못 들어서. 그냥 들어와도 될 텐데.”
“괜찮습니다. 이건 교수님이 보내신 서류입니다.”
“아.”
그레이브스의 손에 또 한 뭉치 서류가 얹어진다. 도대체 얼마나 부려먹으려고 하는 건지. 이참에 차기 학생회장이 가진 실력을 모두 떠보겠다는 생각일 수도 있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자 몇 학년 아래가 분명한 썬더버드 학생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긴 아직 어린 학생이 굳이 여기까지 따라온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학문적 배움에 대한 의지로. 또 다른 하나는 그 냉철하다는 그레이브스 가문 외동아들을 가까이서 보려고. 늘 화제의 중신에 오르는 것이 당연했던 남자는 그런 것에 하나하나 반응하지 않았다.
“고마워요.”
“…….”
“아까 내가 노트 소리를 못들은 건 다시 한번 사과하죠.”
“아뇨…그러니까.”
이러면 늘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 도망치듯 복도를 벗어난 학생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레이브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일도 많고 사건도 많다. 조금이라도 개인 시간을 만들어볼까 했는데 그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레이브스는 편지 말머리에 뭔가 보내주겠다고 쓰지 않았던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아주 조금이라도 개인 시간이 날 줄 알았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영 아니었다.
‘이렇게 된 거 덤스트랭 쪽에도 연락해볼 걸 그랬나.’
개인 시간이 없으니 뭔가 성과를 더 얻어가야 할 것 같았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여기서 일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 정당한 휴가를 얻어 쉬는 것이 빠를지도 모른다. 그레이브스는 점점 아쉬움이 살아나 자꾸 마른 입술을 쓸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수줍은 글씨체로 적혀있던 뉴트의 안부 인사가 떠올랐다. 어린아이란 존재자 이렇게 좋을 일인 줄 몰랐다. 지금쯤이면 편지를 받고도 남을 시간이었을 테고, 작은 스캐맨더 도련님이 답장을 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마법사지만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빠서 마음에 여유가 없다 보니 이런 것을 기다리게 된다.
“내가 많이 피곤한 것 같네.”
그레이브스는 마음을 다잡으며 창문을 닫았다. 가벼운 소리와 함께 창문이 맞물리자 흘러들어오던 바람이 멎었다.
✡
다행히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자 조금씩 시간이 났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쁜 와중에도 한 톨 흐트러짐이 없는 그레이브스를 보면서 모두 혀를 내둘렀다. 이 정도는 되어야 그레이브스 가문이라고 할 수 있나 싶었다. 가문의 무게든 자신의 자존심이던 그레이브스는 늘 깔끔했다. 이젠 제법 어른스럽게 문서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자잘한 문서 시중을 들면 남학생이 방금 들어온 문서를 급히 건넸다. 그걸 받아 읽은 그레이브스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
“오캐미가 노마지 거리에서 발견된다고?”
“네. 사실 이쪽은 미국처럼 신비한 동물 사육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여기까지 들어올 만한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식지를 생각하면 그렇지. 하지만…오캐미라. 어려운 동물이군.”
“네. 게다가 요 며칠 밀렵꾼 무리의 움직임이 수상했습니다.”
“…직접 가봐야겠군.”
“아마 밀수한 오캐미 알 중 일부가 부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겠지.”
그레이브스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뭔가 고민할 때 보이는 습관이었다. 다른 동물도 물론 위험하지만 오캐미는 순간의 선택이 큰 사고를 만들 수 있었다. 공간에 맞춰 몸이 늘어나는 녀석은 갓 태어났으니 자신의 한계를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노마지의 눈에 띌 것이 분명한데다, 유전자에 새겨진 방어 본능이 문제가 될 것이 뻔했다.
“빨리 회수해야겠어. 그리고 남은 알이 있다면 그것도 가져와야겠고.”
“저…그런데.”
“무슨 일이지?”
어린 남학생이 참지 못하고 잠깐 끼어든다. 그레이브스가 어서 말해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오캐미를 구해내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응? 그게 무슨 소리지?”
“뉴욕이나 일버르모니엔 신비한 동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으니까요.”
“맞는 말이야.”
“…그러면.”
“아, 물론 우리가 돌아가기 전 적당한 보호처를 찾아야겠지.”
“아.”
혼드 서펀트다운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저 신비한 동물을 볼 생각에 들뜬 걸까. 그레이브스는 그런 호기심이 싫지 않았다. 물론 오캐미는 마법 등급이 XXXX인 만큼 꽤 주의해야 하는 녀석이었다. 전문 지식과 숙련된 마법사가 아니면 다루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무리 뛰어난 학생인 그레이브스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큰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도움을 요청할까요?”
“일단 상황을 본 후 그러기로 하지.”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명령이 내려온 것을 보아하니 아마 자신의 통솔력을 보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물러설 일도 아니었기에 그레이브스는 침착하게 계획을 써내려갔다.
몇 시간 되지 않아 숙소를 빠져나온 그레이브스와 뒤따르는 학생이 보였다. 둘은 노마지가 많은 거리가 아닌 곧장 좁은 골목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다 흔적도 없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다행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노마지의 기억은 지우는 편이 낫겠죠?”
“당연한 말을…….”
그레이브스에겐 익숙한 일이지만, 어린 학생에겐 아닌 모양이었다.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는 손길에서 약간 긴장감이 느껴졌다. 물론 몇몇 노마지가 마비시키는 주문과 함께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꼭 통나무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노마지에겐 안된 일이지만 총을 들고 있어서 위험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패트리피쿠스 토탈루스.”
“…….”
“기억을 지우는 일은 자네에게 맡기지.”
“예?”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 날 따라온 게 아닌가.”
“그렇습니다만…….”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하긴 그렇게 갑자기 그레이브스 앞에서 마법을 써야 한다니. 차라리 페트리쿠스 토탈루스를 쓸 때가 훨씬 나았다. 그땐 정말 위급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까만 눈동자가 흔들리면서 갈 곳을 일었다.
‘…긴장했겠지.’
그런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마디 더 물어보면 더 긴장하고, 실수를 연발하리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레이브스는 일부러 그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부드럽게 뻗은 손끝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오블리비아테. 짧은 마법 주문이 흘러나온다.
‘알아서 마무리 하겠군.’
그레이브스는 자연스럽게 오캐미 둥지로 시선을 돌렸다. 알이 깨진 놈이 하나. 부화할 때가 다 된 녀석이 둘. 아직 시간이 남은 녀석이. 하나하나 눈으로 숫자를 센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밀렵꾼들이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오캐미를 자루에 넣어두었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그냥 풀어놨다면 세상 끝을 모르고 커졌을 수도 있었다. 작은 오캐미면 몰라도 몸집을 불릴 대로 불린 녀석을 무사히 잡아가려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손에 든 지팡이를 우아하고 가볍게 움직인다. 둥지 째로 들어 올린 뒤 혼드 서펀트 학생을 부른다. 그 목소리에 제자리에 펄쩍 뛰어오른 녀석이 냉큼 달려왔다.
“도와줘서 수월하게 끝냈어.”
“아뇨…그러니까.”
“이번 보고를 할 때 자네도 쓸 일이 많을 거야.”
“…….”
“돌아가지.”
잠깐 설레는 말을 하다가도 한없이 냉정해진다. 돌아가자 라는 말을 끝으로 또 한 번 공중으로 사라진다. 두 사람의 마법사가 사라진 곳엔 천천히 마비가 풀린 밀렵꾼들이 여기저기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신비한 동물사전 > 그레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 Sunny Side Up 005 (0) | 2016.12.27 |
---|---|
[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 Sunny Side Up 004 (0) | 2016.12.27 |
[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 Sunny Side Up 002 (0) | 2016.12.24 |
[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 Sunny Side Up 001 (0) | 2016.12.24 |
[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 신동사 전력120분 : 아프다 (0) | 2016.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