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 Sunny Side Up 004
+) NOTICE
어려진 뉴트와 아들뻘인 뉴트를 떠맡아서 보부가 된 그레이브스 이야기
테세우스가 그레이브스와 비슷한 나이대로 설정되어있습니다.
둘은 친구라는 설정!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오캐미를 돌볼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일단 어느 정도 숙련도가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사는 지역이 마법 동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지 않아야 했다. 물론 마법 동물에 관한 것은 미국만 피하면 될 일이었지만, 그 많은 사람 중 오캐미를 믿고 맡길만한 마법사를 찾기 힘들었다.
미국에 데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곳에서 떠나기 전 무슨 일이 있어도 끝내야 했다. 그것도 아니면 팔자에도 없는 출장이 무기한 길어질 수도 있었다. 몇몇 마법사 집안과 접촉을 시도해봤지만 좋은 소식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레이브스는 참으로 난감해졌다.
‘이걸 어쩐다.’
끙끙거리며 깍지 낀 손에 이마를 묻었다.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연락을 했지만, 선뜻 맡아주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하긴 오캐미는 다른 동물도 그렇지만 특히 까다로운 동물이었다. 지금은 한 마리만 부화했다고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우르르 알을 깨고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 전에 이 난감한 상황을 도와줄 마법사를 구해야 했다. 오캐미가 모두 부화한다면 없던 일이 더 생길 것 같았다.
“더는 연락할 마법사도 없는데.”
게다가 오캐미의 알은 은으로 만들어져 있으므로 더욱 조심히 다뤄야 했다. 이러다 보니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레이브스의 입가에선 한숨이 떨어질 새가 없었다. 그 상태를 본 학생 무리는 알아서 슬쩍 자리를 비키곤 했다.
“…….”
시간이 갈수록 그레이브스의 얼굴엔 시커먼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금방 찾을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 잘못된 걸까. 오캐미는 금방이라도 깨어날 것 같은데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냥 여기서 오캐미를 돌볼 운명인가. 그레이브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
“내가 도와준다니까.”
“…….”
“도와준다는데 표정이 왜 그래?”
그레이브스의 고민은 의외의 곳에서 해결되었다. 그것도 갑자기 도착한 부엉이 편지에 해답이 있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친구의 편지를 받아든 그레이브스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열었다. 이 녀석이 편지에 무슨 짓을 해뒀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
왜 이제야 스캐맨더 가문이 생각이 났는지 모를 일이었다. 당연히 제일 먼저 고려 대상에 올려놨으리라 예상하던 것과 달리 그레이브스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 편지를 받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하지만 테세우스도 어지간히 바쁜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물론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건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호그와트는 할 일이 없나 봐.”
“바쁜데도 친구를 위해 달려온 거지.”
“…….”
“이렇게 직접 달려왔는데 자꾸 그럴 거야?”
“…….”
“어차피 도와줄 사람도 없던 거 아냐?”
“…….”
그레이브스는 차마 대꾸를 하지 못했다. 친구는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았다. 그래도 단번에 달려 와준 테세우스가 고마웠다. 생각해보니 스캐맨더 가문은 어느 정도 동물 학계에서 권위가 있었다. 너무 친해도 문제라는 말을 이제야 깨달았다. 친구의 당황한 표정을 보던 테세우스는 크게 웃으면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그레이브스가 저런 표정을 짓다니 귀한 상황이었다.
“오캐미라면 우리 쪽에서 도와줄 수 있어.”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렇게 편지를 보냈던 건가.”
“뉴트가…….”
“아닌 거 다 아네.”
“뭐 이걸 뉴트 선물이라고 해도 되고.”
“xxxx 등급이야. 어린애한테 위험하게.”
“하지만 뉴트가 너보단 동물을 잘 다룰걸. 워낙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난 가끔 네가 동생을 과보호하는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내버려 두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
“당연히 동생을 과보호하는 거지. 뉴트한텐 티스푼도 무거워서 들지 못하게 하니까.”
“…….”
왜 그런 소리가 안 나오나 했다. 하지만 이미 스캐맨더 가문의 테세우스가 도와주겠다고 나섰는데 다른 사람을 찾기도 민망했다. 이 녀석은 그걸 다 알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 저 끝없는 동생 자랑을 들어주는 것이 계약금인가 싶었다. 물론 그레이브스도 뉴트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니 테세우스의 말을 굳이 자르지 않았다. 말랑말랑해진 친구를 바라보던 테세우스는 때때로 말을 멈추고 친구의 눈을 바라본다.
“왜 그러지?”
“아냐.”
“이상하군.”
“내 눈엔 네가 더 그래.”
“…….”
“변했구나.”
“뭘,”
“모든 게.”
테세우스는 가끔 이런 식으로 알 듯 말 듯 미묘한 말을 한다. 그레이브스는 그저 눈을 살짝 찡그릴 뿐이었다. 그 철벽같은 그레이브스를 함락시킨 원인이 알고 싶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미묘하게 달라진 친구를 바라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뉴트가 좋아할 거야.”
“…….”
“네가 보냈다고 해줄까?”
“아니.”
“어째서?”
“오캐미 건은 개인적인 선물이 아니고 스캐맨더 가문에 부탁하는 공식적인 일이니까.”
“역시.”
늘 그렇듯 꼿꼿한 말이었다. 물론 테세우스도 반쯤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말이다. 테세우스가 오캐미 알을 양도받는 동안 그레이브스는 기어코 보우 트러클 한 마리를 구해왔다. 오캐미처럼 위험 등급이 높은 것도 아니고, 작은 크기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얜 또 뭐야.”
“…….”
“그레이브스?”
“오캐미는 공적인 일이라지만, 이건 내 사적인 선물이지.”
“허?”
테세우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는 듯 눈을 깜박거리며 자꾸 저 먼 곳을 바라보았다.
“누구한테?”
“네 동생.”
“정말?”
“생일 선물을 한 번에 챙겨준 셈 치지.”
“뉴트가 좋아할 거야.”
“그랬으면 좋겠군.”
그새 그레이브스에세 정이 들었던 건지 작은 보우 트러클은 손가락 끝을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삐악삐악 뭔가 열심히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렇다고 그레이브스가 신비한 동물을 데리고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겨우겨우 테세우스 쪽으로 넘어가더니 마음이 상한 듯 그레이브스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옷깃 속을 타고 들었다.
“뉴트가 정말 좋아하겠어.”
“동물하고만 놀면 안 된다고 한 사람은 너였는데…….”
“하지만…딱히 친구가 없는걸.”
“…….”
“나도 곧 돌아가야 하니까. 그래도 뭔가 곁에 있는 게 낫겠지.”
“그래.”
그레이브스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 테세우스가 왔다는 소식이 퍼질 무렵 이미 소문의 주인공은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좀 더 머물다 가라는 말에 부드럽게 돌려 거절한 남자는 늘 그랬듯 환하게 웃었다. 오캐미가 부화하기 전에 안전한 은신처를 마련해준다는 그럴듯한 핑계까지 붙으니 아무도 붙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물론 그런 수가 빤히 보이는 그레이브스는 그냥 웃으면서 바라볼 뿐이었다.
“얜 잘 전해줄게.”
“아마 네 동생이 조금만 나이가 많았다면 오캐미를 부탁했을 거야.”
“다음에 만나면 그럴 수 있지.”
“그래?”
“물론.”
끝없는 동생 자랑은 테세우스가 숙소를 나서는 그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그레이브스는 그런 친구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말 동생과 하나도 닮지 않았다. 굳이 비슷한 곳을 찾으라면 못 찾을 것도 없지만, 분위기부터 너무 다른 형제였다.
“도착하면 편지를 보낼게.”
“잘 부탁해.”
“내 친구가 도와달라는데, 이 정도야.”
“다음에 은혜는 꼭 갚도록 하지.”
“그거 꼭 기억해 둘게.”
테세우스는 그렇게 오캐미와 보우 트러클 한 마리를 데리고 떠났다. 이제야 큰 짐을 덜어낸 그레이브스는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출장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뉴욕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역시 보고서였다. 성격상 일을 끝마치지 않고 쉴 수 없었던 그레이브스는 모든 서류를 다 제출한 뒤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왔다.
“…으.”
앓는 소리를 내뱉으며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생각보다 길어진 출장에서 꾹꾹 눌러 담아둔 피로가 한 번에 몰아쳤다. 그레이브스는 더듬더듬 손을 움직여 불을 껐다. 몸이 꼭 녹아내린 것 같아 손끝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테세우스는 잘 도착했을까.’
이제야 친구 걱정을 한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 피로가 쌓이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이 모습을 봤다면 그레이브스가 이상하다고 당장 신고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흐트러진 모습으로 죽은 듯 누워있던 그레이브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톡톡.
“…….”
톡톡.
“…….”
톡.
“…뭐야.”
한참 잘 자다 일어났을 땐 이미 새벽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불도 덮지 않은 채 곯아떨어졌는지 옷이 엉망이었다. 아무도 볼 사람이 없지만 어쩐지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적당히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소리가 난 창문을 바라본다. 익숙한 부엉이가 편지를 물고 방 안을 기웃거린다. 테세우스의 부엉이였다.
“수고했다.”
편지를 받아든 테세우스는 뻑뻑한 눈을 몇 번 감았다가 다시 떴다. 손짓으로 전등을 켠다. 등 뒤로 길게 그림자가 졌다. 테세우스의 편지엔 무사히 부화한 오캐미 사진도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확실히 스캐맨더 가문에 이번 일을 부탁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음?”
그 뒤에 바짝 붙어있던 사진 하나가 더 떨어졌다. 바닥에 하늘하늘 떨어진 것을 조심스럽게 집어 올렸다. 그리고 휙 돌려서 사진을 확인한다. 순간 그레이브스가 헛숨을 들이켰다.
“…….”
뭐라고 해야 할까 사진 안엔 보우 트러클을 머리 위에 올린 채 웃고 있는 작은 스캐맨더가 있었다. 미미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아하니 굉장히 신난 것이 틀림 없었다. 그때 정원에서 만났던 아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밝았다.
“마음에 든 모양이다.”
다행히도. 그레이브스는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런 식으로 마음을 쓰는 것은 흔치 않았다. 그저 친한 친구의 동생이라 생각했지만, 자꾸 시선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진 뒷면엔 막 만든 느낌의 작은 서명이 들어있었다. 그렇게 어린아이도 스캐맨더 집안이라 이젠 예의를 차릴 모양이었다. 이런 것이 싫진 않았다.
「Dear. 미스터 그레이브스
형을 통해 보내주신 보우 트러클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약하게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지만, 며칠 동안 따뜻하게 보살펴 주면 곧 나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진 못했지만, 어머니와 형이 돌보고 있는 오캐미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멀리서 봐서 확실하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지 못했어요. 나중에 그림으로 그린 오캐미를 보며 여러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조금 더 크면 신비한 동물을 관리할 수 있는 공부를 시작해도 된다 하셨습니다. 하지만 형은 제가 호그와트에 가는 걸 영 못 미더워 하는 것 같지만요.
뉴턴 아르테미스 피도 스캐맨더」
중간중간 어른이 첨삭은 해준 것인지 제법 공문서 느낌이 났다. 하지만 끝부분에 작은 투정이 귀여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브스는 이번 편지도 소중히 서랍에 넣었다. 어차피 이제 다시 잠을 청하기도 글렀으니 빠른 답장을 쓰기로 했다. 사각거리는 만년필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섬세하고 시원한 글씨가 종이에 빼곡하게 채워졌다.
그레이브스는 인생에서 가장 심한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개인적 사리사욕이 없던 남자가 이런 식으로 몇 살이나 차이 나는 아이에게 뉴트라고 불러도 되겠느냐 물어볼 것이라 누가 생각했을까. 물론 그 답장을 받은 뉴트는 기뻐했다. 사실 이름에 들어가 있는 아르테미스란 단어를 쓰기 부끄러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항상 길게 적던 이름이 짧아졌다. 뉴트 스캐맨더.
뉴트 스캐맨더라고 부르세요. 미스터 그레이브스. 제법 똘망 똘망 말하는 녀석은 어느 정도 친해지자 낯을 많이 가리지 않았다. 물론 아직 시선을 맞추고나 마주 앉아 대화하는 건 힘들어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건 알 수 있었다.
그레이브스에게 취미가 하나 생겼다는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온 기숙사에 소문이 났다. 그 취미는 꽤 길게 이어졌다. 날짜가 가고 해가 움직였다. 그러다 학년이 바뀌고 그레이브스는 학생회장이 되었다. 하지만 때때로 도착하는 부엉이는 늘 그에게 답장을 받아갔다.
학생 무리에선 그레이비스가 교제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가끔 부엉이의 다리에 마법으로 작게 만든 선물을 매달아 보내기도 했다.
물론 진중한 그레이브스는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했지만, 사방엔 언제나 눈이 많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저 냉철한 학생회장이자 일버르모니의 손꼽히는 학생인 퍼시발 그레이브스와 부엉이 편지를 주고받는 누군가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
“…….”
물론 그레이브스는 자기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다. 뉴욕으로 돌아온 이후 단 한 번도 개인 시간을 내서 영국으로 건너간 적이 없었다. 출장을 다닌다 해도 빡빡한 일정 속 최대한 일을 마치고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개인 시간은 낼 수 없었다. 간신히 영국으로 출장을 간다 해도 소리소문없이 뉴욕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뉴트와 그레이브스는 착실하게 관계를 쌓아가고 있었다. 조금씩 나이를 먹는 뉴트의 얼굴이 보고 싶었지만, 정식 교제하는 깊은 관계도 아닌데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기엔 민망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 사진만 뚫어지라 보곤 했다.
뉴트가 호그와트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그레이브스가 미국 마법 의회인 마쿠자에 신입 오러로 들어갔을 무렵이었다. 서로 생활이 바쁘다 보니 편지는 점점 뜸해졌고 어느 순간 편지가 오고 가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서랍엔 약간 다른 형태지만 주고받은 편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그레이브스는 가끔 뉴트의 첫 편지를 꺼내보곤 했다.
꼭 꿈같던 날은 미묘하고 간질간질한 애정만을 남긴 채 그대로 곁을 스쳐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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