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 Sunny Side Up 005
+) NOTICE
어려진 뉴트와 아들뻘인 뉴트를 떠맡아서 보부가 된 그레이브스 이야기
테세우스가 그레이브스와 비슷한 나이대로 설정되어있습니다.
둘은 친구라는 설정!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사람이 바쁘면 연락이 뜸해진다.
그레이브스는 당연한 듯 미국 마법 안보 부에 들어갔다. 그레이브스 가문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선 하루에도 수많은 마법 사건이 터졌고, 그럴 때마다 노마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수많은 인력이 움직여야 했다.
그런 활동을 하면서 다른 도시도 아니고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쪽으로 사교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애초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게다가 그나마 꾸준히 연락을 해오던 테세우스는 전쟁에 나갔다. 하긴 친구가 전쟁에 나간다는 소식도 이미 떠난 후에 알게 되었다. 몇 개씩 쌓여있는 편지 중 하나에 짤막한 문장으로 그의 소식이 있었다. 이것 조차 몰아 읽어야 할 정도로 바빴다.
“…….”
뻑뻑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몇 개씩 쌓여있는 편지를 들고 서재로 들어간 그레이브스는 집요정이 들고 온 커피를 익숙하게 받아들었다. 며칠 동안 마쿠자에 있는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했더니 자신의 방이 제법 낯설었다. 사람 냄새가 빠져가던 곳엔 커피향기가 들어찼다. 진한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문 채 의자에 걸터앉은 그레이브스는 편지 앞에 써진 이름을 꼼꼼하게 읽었다.
“테세우스. 테세우스.”
늘 그랬듯 테세우스가 보낸 편지였다. 하긴 그레이브스한테 이렇게 사적인 편지를 보낼만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편지를 골라서 뜯었다. 바삭바삭 종이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조심스럽게 편지 봉투를 열고 안에 들어있는 편지지를 꺼냈다. 시원시원한 글씨가 오캐미의 근황을 알리고 있었다. 딱히 이후 상황을 서류로 올릴 만한 일은 아니었다. 스캐맨더 가문에 양도된 오캐미는 아마 제가 태어나고 자라야 했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영국에서 보호될 것이 분명했다.
“잘 크고 있다니 다행이군.”
구구절절 적힌 오캐미 이야기 중간중간엔 각각의 오캐미를 부르는 이름이 섞여 있었다. 뒷이야기는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마 작은 스캐맨더가 붙인 이름일 것이 분명했다. 그레이브스는 편지를 읽다 피식 웃고 말았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작은 아이의 기억이 불현듯 살아났다.
“…응?”
이번에 집어 든 편지는 보낸 사람이 달랐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었다. 날짜를 보아하니 테세우스가 전쟁에 나간다고 말한 이후에 보낸 것이었다.
“…….”
그렇게 수줍음이 많던 아이가 이렇게 편지를 보낼 줄 몰랐다. 꼭 형이 쓰는 자리에 열심히 구겨 적은 긴 이름이 보인다. 뉴트 아르테미스 피도 스캐맨더. 분명 뉴트 스캐맨더라고 부르라 했던 기억이 났다. 하긴 이렇게 왕래가 없었으니 다시 서먹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편지를 꺼내자 익숙한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편지에서 옅은 풀냄새가 났다.
「Dear. 미스터 그레이브스
뉴트 스캐맨더라고 쓰려고 했는데, 또 생각을 못 하고 다 적어버렸어요.
절대 그레이브스 씨가 낯설어서 그런 건 아니랍니다.
테세우스 형은 지금 집에 없어요. 다들 형의 안위를 걱정했지만 괜찮다면서 전쟁에 나간 지 조금 되었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걱정하시니 저까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꾹꾹 참고 있습니다. 가끔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전쟁터 한가운데서 부엉이를 날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테니, 연락이 없지만 무사할 거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캐미는 형이 보살피다 최근엔 어머니의 손을 타고 있습니다. 저도 약간씩 도와드리긴 하지만 아직 서툴러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오캐미에게 이름은 지어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 손을 탄 녀석이기도 하고, 밀렵으로 들어와 확실한 출생 지역을 알 수 없어서 스캐맨더 가문에서 보호하기로 하신 것 같습니다.
늘 곁에서 대화하던 형이 없으니 불안해서, 이렇게 편지를 보내봅니다. 사실 딱히 편지를 보낼만한 곳이 없어서 이 편지가 무사히 도착할진 확신할 수 없어요. 부엉이는 똑똑하겠지만, 제가 경험이 없어서 불안하네요. 그래서 답장은 기다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결심과 상관없이 편지가 그레이브스씨한테 전해지길 빌고 있습니다.
요즘 바쁘신 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더 귀찮게 해드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으니 심심해서. 니플러도 문카프도 제겐 좋은 친구지만. 대화를 할 수 있진 않으니까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항상 바쁘신 분들이니까요.
뉴트 스캐맨더」
편지 끝에서 또 풀냄새가 났다. 늘 정원과 방만 오간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그러는 모양이었다. 편지는 뭔가 급하게 마무리를 한 것 같지만, 불안한 마음이 절절하게 묻어났다. 테세우스는 자기가 그렇게 아끼던 동생을 홀로 두고 전쟁에 나갈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짧은 편지에서 묻어나는 불안함과 슬픔은 깊기만 했다. 이 편지를 어디서 썼을까. 괜찮은 걸까. 마음이 쓰인다. 하지만 당장 모든 일을 집어치우고 영국으로 달려갈 수도 없었다.
“…….”
뉴트는 아무리 커봤자 나이 차이는 언제나 많이 났다. 게다가 어릴 때 만난 이후로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인지는 몰라도 늘 어린아이 같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마음이 기울었다. 하지만 그레이브스는 말랑말랑한 사람이 못 되었다. 밑에 동생이 없어서 더 그럴 수 있었다. 학생 때부터 공사 구분이 확실하고 늘 꼿꼿했다. 그런 삶을 살았기에 이런 식으로 슬픔에 잠긴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쩐다.”
그레이브스는 답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커피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시간은 멈추지도 않고 흘렀다. 겨우겨우 생각을 정리하고 펜을 들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요즘 좀처럼 그런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작은 스캐맨더에게 오러 사무국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팍팍하게 살았나 싶어 웃음이 났다.
가볍게 편지를 적는다. 그리고 끝에 답장이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사실 공문서 외에 쓸 일이 없는 터라 문장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익숙하게 편지 마지막 페이지에 서명을 한다. 그리고 편지를 가만히 바라본다. 편지를 코 가까이 대보아도 잉크 냄새밖에 나지 않았다. 스캐맨더의 편지에선 어떻게 풀냄새가 났을까. 풀물로 만든 잉크라도 쓴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캐맨더에 한해선 늘 조심스러웠다. 원체 내향적인 아이라 친구도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고 보니 호그와트에 들어갔을 나이가 아니던가. 손가락을 접어 봤는데, 나이가 확실하지 않았다. 입학했을 때 선물이라도 보내줬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까워진다. 자신의 부엉이를 부르고 그사이에 편지를 봉할 준비를 했다.
“힘든 일이겠지만, 빨리 부탁한다.”
그레이브스는 자신의 부엉이를 다독거린다. 어쩌나 이렇게 대륙과 대륙을 넘게 되었는지. 뉴트는 호그와트에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무 말 없이 학교로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뉴트가 없어도 스캐맨더 집안의 누군가가 전해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먼 길 가야 하는 부엉이는 슬슬 날개깃을 정리한다. 편지를 물려주고 창문을 열어주니 힘차게 날아간다.
“시간이…많이 지났군.”
새삼스럽기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뉴트 때문이 확실했다. 인간이면서 인간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녀석은 늘 겉돌았다. 태생이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려 사람과 친해지지 못한다.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르니 늘 올리브색 눈은 데굴데굴 소리가 날 정도로 굴러다녔고, 어색하게 웃을 때마다 입술 끝이 파르르 떨리곤 했다. 지금도 뉴트는 그럴까. 테세우스의 옷자락을 잡고 숨기 바빴던 어린 녀석은 시간이 이만큼 지나고도 똑같은 행동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뉴트가 보고 싶어졌다. 물론 그럴 수 없는 것을 잘 알았기에 마음을 눌러 담았다.
아이보다 한걸음 먼저 어른이 된 남자는 늘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정리할 줄 알았다.
✡
“…….”
그레이브스는 다행히 무사했지만, 그렇다고 이번 일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오러 국장은 한시라도 빨리 복귀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주변 많은 마법사가 말려대니 어쩔 수 없었다. 대통령이 명령하고 나서야 간신히 이 주 정도 휴가를 받아들였다. 몸의 상처를 치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레이브스는 그 이상 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지독하게 들러붙어 빠지지 않는 멍은 아직도 얼굴에 남아있었다. 그런 얼굴로 출근한 국장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냉철했다. 하긴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니 그린델왈드가 비슷하게 흉내 내도 눈치를 못 챘겠지. 하도 많은 일이 터져 그레이브스 국장이 짜증이 난 줄 알았다. 그 사실을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오러들은 얼굴을 들기 민망해했다.
“다들 잘 있었나.”
“…예.”
“얼굴이 다들 왜 그러지?”
“…….”
“그래. 그럴 수 있어.”
뒤에 다른 말이 덧붙여지진 않았지만, 다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국장은 기억이 없는 기간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무리 보고서로 읽었다 해도 직접 경험한 것과는 달랐다. 게다가 자신의 얼굴을 뒤집어쓴 녀석이 마쿠자에서 멋대로 행동했다는 소리만 들어도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국장의 권한을 이용해 멋대로 옵스큐러스를 찾으려 했고, 그 아이를 휘둘렀다. 게다가 여러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사형 선고를 내렸다.
“…….”
한동안 따라다닐 꼬리표가 싫어서라도 최대한 빨리 복귀 하고 싶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중 하나는 뉴트 스캐맨더 였다. 그 아이가 이번 일에 연루되었다는 이야기도 물론 들었다. 이번 일이 없었다면 자연스러운 만남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린델왈드는 당연히 뉴트를 알아보게 못 했을 테고, 뉴트는 그런 그린델왈드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 없었다.
“미치겠군.”
홀로 국장실에 앉아 미간만 찌푸린다. 티나가 말하길 뉴트는 영국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국으로 달려가 구구절절 변명하는 것도 민망한 일이었다. 게다가 뉴트는 신비한 동물을 위해서면 언제든 자신의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그레이브스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언젠가 우연히 만나게 되면 이야기를 해볼까. 그 정도가 최선인 것 같았다. 그 순간 단단히 닫아둔 문이 쿵쿵 울렸다. 심상치 않은 소리에 인상을 찌푸린다.
쾅쾅쾅.
누가 이런 식으로 국장실 문을 두드리는지 알 수 없었다. 오러라면 국장실을 방문하는 것도 숨 막혀 할 것이 분명했고, 집요정은 늘 조용히 다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었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린델왈드가 다시 탈출을 감행한 것이 아닐까. 한 번 당해본 기억 때문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
조용히 지팡이를 꺼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봐야 했다. 순간 이동으로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문이 잠겨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뒤를 잡힐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제압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야 했다.
“…….”
조심조심 문으로 걸어간다. 지팡이를 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문을 열기만 하면 당장 공격이 들어올 수 있으니 몸을 보호해야했다. 물론 그러면서 한 번에 제압해야 한다. 복귀하자마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말 운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누가 이렇게 대놓고 소란을 피우는지 꼭 한번 얼굴을 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문고리로 손을 뻗었다. 잠금쇠가 풀리는 동시에 급소를 겨냥한다.
“…야!”
“…….”
날카롭게 뜬 눈은 좀처럼 풀릴 줄 몰랐다. 크게 당황해서 한걸음 물러난 모양을 보니 침입자는 아니었다. 그러면.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방어 자세를 풀진 않았다. 조금만 움직인다면 바로 다리는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쿠자 국장은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하나 봐?”
“…….”
“응?”
“…….”
“복귀했다고 해서 와봤더니 이게 무슨 소란인지 모르겠네.”
“…넌.”
“오랜만이다?”
“…….”
뜻밖의 얼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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