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 신동사 전력120분 : 아프다
+) NOTICE
아픈 뉴트와 뉴트 만나러온 그레이브스 이야기
테세우스가 그레이브스와 비슷한 나이대로 설정되어있습니다.
둘은 친구라는 설정과 함께 테세우스가 뉴트를 많이 아낍니다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야.”
오러 국장은 토요일 아침을 방해받는 것은 매우 싫어했다. 안 그래도 머리가 쪼개질 정도로 사건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었다. 게다가 모든 일의 절반쯤은 오러 국장인 자신의 책임이었다. 아무리 기습을 당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쉽게 제압당할 줄 몰랐다. 정신을 잃은 채 폴리 주스 재료가 되던 남자는 그린델왈드로부터 간신히 탈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그 일이 자존심에 굉장한 상처를 입혔기 때문에 누구보다 빨리 회복 기간을 마치고 마쿠자로 출근했다. 좀 더 쉬어야 한다는 소리를 귓등으로도 안 듣는 고고한 자존심에 다들 질려서 혀를 내둘렀다. 저러다 한번 스러지면 오래 앓는다는 말이 드문드문 들렸지만, 그 누구도 오러 국장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렇게 아침 저녁 없이 뉴욕에서 생긴 일을 처리하고 처음 맞는 주말이었다.
그레이브스는 딱히 늦잠을 자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피곤했다. 착실하게 암막 커튼까지 두르고 집 요정에겐 가벼운 식사만 준비해놓고 조용히 하라는 말까지 했다. 이 단단한 남자에게 늦잠이란 보통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넘어간 느낌이지만 늘 자신의 계획대로 사는 사람에겐 큰 일탈이었다.
“…시끄러워. 테세우스.”
미간을 있는 대로 구기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두껍고 푹신한 이불이 스르르 내려앉았다. 도대체 얼마나 급한 일이면 이렇게 아침부터 호들갑인지 알 수 없었다. 부엉이를 보내도 받아줄까 말까인 이 상황에 호울러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가 전쟁에 나갔다가 약간 정신병에 걸린 것 같았다.
“지금 그게 중요해?”
“아…진짜.”
“진짜? 너 지금 내 앞에서 한숨 쉬었냐?”
“…….”
“아니지. 너 당장 영국으로 안 튀어와?”
“이건 또 무슨 오캐미가 풀 뜯어 먹는 소리야.”
“남의 집 귀한 동생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지금 잠이 와! 이 양심도 없는 놈아!”
이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 호울러를 짝짝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주인을 닮아 독한 것은 자기 할 말을 다 한 뒤에야 사라졌다. 아. 머리가 징징 울렸다. 느긋한 기분으로 깊은 잠자리에 들었다가 강제로 기상한 컨디션이 좋을 리 없었다. 침대에 앉아서 끙끙 앓았다.
“아…….”
이제야 조금씩 생각이 정리된다. 그 순간 수많은 이야기 속 익숙한 단어가 생각난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쭉 돋았다. 얼굴은 그린델왈드에게 빼앗겼을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알지 못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보고된 서류는 모두 읽어봤지만, 그것 외에 사적으로 움직인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늘 불안했다. 억울하다고 주장해봤자 이미 지난 일이 바뀌지 않았다. 최대한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는 생각을 강박적으로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도착한 서신은 그런 그레이브스의 결심을 흔들기 충분했다.
“뉴트…스캐멘더.”
아직 낯선 이름을 입에 담아본다. 물론 안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뉴트가 뉴욕에 와서 만난 것은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린델왈드였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없는 두통이 생긴 것 같았다. 테세우스가 저 정도로 기겁하려면 큰일이 생겨도 어지간히 큰일인가 싶었다.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할까. 그레이브스는 조금 막막해졌다.
“야! 안 오냐고!”
그새를 못 참고 미친 호울러가 또 도착한다. 저런 놈이 어떻게 전쟁 영웅이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가운을 입고 일어난 그레이브스는 조용하지만 빠른 속도로 영국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테세우스가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고 강제로 만들어 둔 포트키가 이렇게 쓸모가 있을 줄 정말 몰랐다. 그것도 정확히 한 시간 뒤에 실행되는 포트키였다.
“설마 테세우스가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닐 테고.”
그레이브스는 찝찝함을 견딜 수 없었다. 물론 그렌데로왈드와 맞서 싸운 뉴트 스캐맨더에게 미안함 마음이 가득했지만, 이런 식으로 강제 만남은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속사정과는 달리 그레이브스의 마법은 늘 차분했다. 공중에서 너울너울 춤추며 날아온 셔츠에 자연스럽게 팔을 집어넣는다. 그러면 알맞게 당겨진 채 단추가 톡톡 잠겼다. 넥타이부터 커프스. 베스트. 목도리. 외투. 신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깔끔하게 준비를 마친 남자는 옷깃을 정리한다. 누가 봐도 출근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출근은 한다. 영국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꼴을 집요정이 봤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그레이브스는 쓴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포트 키는 사용하고 나면 속이 좋지 않자 공식적인 행사 외에 봉인해두곤 하는데, 꼭 이런 식으로 한 번씩 쓸 일이 생긴다.
“…….”
크게 숨을 내쉰다. 오러 국장으로 대통령을 독대할 때도 이렇게 떨리지 않았다. 그레이브스는 검은 구멍처럼 뻥 뚫린 자신의 지난 기억을 더듬는다. 하지만 직접 겪은 일이 아니니 생각이 날리 없었다. 혹시 그린델왈드가 몹쓸 짓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 소름이 쭉 돋았다.
‘정말 최악이군.’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로 누군가를 만나러 가다니 정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아마 이번 포트 키를 사용하지 않으면 호울러가 아니라 테세우스가 집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가볍게 고개를 흔든 그레이브스는 곧 무엇인가 움켜쥐었다.
*
“…….”
“할 말 있으면 해보고?”
“그건 내가 너한테 할 말인 거 같네. 테세우스.”
“뭐?”
“도대체 날 부른 이유가 뭐야?”
“세상에. 지금 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
“어떻게 남의 동생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모른 척 할 수 있지? 퍼시벌 그레이브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저런 놈이 전쟁 영웅이라니. 그레이브스는 했던 생각을 다시 한다. 도착하자마자 테세우스가 멱살을 잡으려는 것을 가볍게 저지했다. 물론 여기서 마법을 쓸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남의 집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반쯤 질질 끌려간 곳은 뉴트 스캐맨더의 방이었다. 이불을 꼭 하늘만큼 뒤집어쓴 녀석은 머리카락만 간신히 보였다.
“으으으.”
“뉴트. 정신이 들어?”
“…형?”
“…….”
사람을 기껏 여기까지 불러놓고 첫 번째 하는 소리는 형이란다. 그레이브스는 이 형제에게 더는 놀아나지 않겠다고 조용히 다짐했다. 하지만 그 순간 테세우스가 옷소매를 잡고 휙 당긴다. 갑자기 몸의 균형이 무너진 그레이브스가 간신히 넘어질 뻔한 몸을 바로잡았다.
“뉴트. 그레이브스가 왔어.”
“뭐?”
바람 빠진 목소리가 난다. 그레이브스는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당황한 티를 낸 적 없었다. 물론 사람이 아프다는 것은 큰일이다. 하지만 뉴트와 자신의 관계를 모르는 것도 아닌 테세우스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불러내는 것은 옳지 않았다.
“…그레이브…스.”
“…….”
“그래. 보고 싶다고 해서 내가 데려왔어.”
“잠깐 뭐?”
“뉴트가 널 보고 싶어 하잖아. 아프면 가끔 어린애가 돼.”
“…….”
“얼굴도 아는 처지에 살갑게 굴어주지 않고, 얼마나 무섭게 대했으면 애가 아프자 마자 널 찾아.”
“…….”
“하여튼 난 내 사랑스러운 동생이 하고 싶다는 걸 다 해줬으니 자리 비켜줄게.”
“…….”
“예전에 뉴트 어릴 적 하던 거 있잖아. 그거라도 좀 해줘.”
그레이브스는 정말 이 형제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테세우스는 그래도 손님이니 마실 거라도 준비한다고 했다. 물론 이 방에서 나가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무언 마법도 아닌데 꼭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쿵.
문이 닫힌다. 그와 동시에 그레이브스의 몸도 푹 무너졌다. 물론 뉴트 스캐맨더가 아프다는 건 안 된 일이었다. 뉴욕에서 어지간히 많은 일이 있었고, 잔뜩 지친 몸을 이끌고 영국으로 돌아왔을 테다. 게다가 성격상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신비한 동물을 챙긴다고 다녔을 것이 분명하고, 자신의 몸은 쓰러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눈앞에 그 이후 상황이 선연하게 떠올랐다.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약간의 미안함을 담아 손을 움직였다. 빨갛게 달아오르다 못해 열이 훅훅 끼치는 볼에 손을 가져다 댄다. 서늘한 손의 감촉이 느껴지자 뉴트는 끙끙거리며 그쪽으로 돌아눕는다. 그러더니 자꾸 뭔가 속으로 옹알이를 한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어른이 하는 짓은 아이 같았다.
“…….”
“…으.”
“많이 아픈가.”
“으응.”
답은 잘도 한다. 물론 제정신으로 하는 건 아니었다. 안쓰러움이 손끝을 타고 흘러내린다. 엄지손가락으로 까칠하게 마른 볼을 쓸어본다. 군대에서 용을 관리했다는 뉴트는 생각보다 몸이 탄탄했지만, 아프면 볼살부터 쭉 빠지곤 했다. 그리곤 입술이 까칠하게 튼다. 눈 밑에 시커멓게 그늘이 내려앉으면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보고 싶었어요.”
“뭐?”
“퍼시…….”
“…….”
아픈 건 뉴트인데 그레이브스의 얼굴이 붉어진다. 물론 남이 보기엔 미미한 변화지만 당사자는 아주 잘 알았다. 작은 스캐맨더가 아파서 하는 헛소리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까칠한 입술이 엄지손가락에 닿자 그런 생각이 눈 녹듯 사라진다.
뉴트가 어렸을 때 그런 일이 있었다. 잠시 테세우스를 만나러 온 그레이브스가 갑자기 열이 펄펄 끓는 작은 아이를 안고 있었다. 테세우스는 부모님을 부르러 갔고, 금방 경기를 일으킬 것 같은 뉴트는 새빨갛게 변한 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스캐맨더 가문의 안주인이 달려온다. 그리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작은 아이를 안아들었다. 온갖 약초를 조합만 마법 주스를 스푼으로 떠먹인다. 아이의 경기는 금방 가라앉았지만 얼마나 예민한지 자꾸 쿨럭쿨럭 기침한다.
‘…….’
‘울어?’
‘아니야.’
괜히 테세우스를 놀려봤다. 하지만 품 안에 따뜻하게 들어차던 감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어린 뉴트는 정신을 차리고 또 그레이브스를 서먹하게 대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에도 몸이 나으면 날 몰라볼 건가?”
그레이브스는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손에 옮아붙은 열기가 이젠 심장을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소리가 뉴트의 잠을 방해할까 싶었다. 그레이브스는 땀으로 축축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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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테세우스는 뉴트가 앓아눕자 당연히 뉴욕에 있던 친구새끼가 얠 굴렸구나 생각했고(반쯤은 맞다)
뉴트가 그레이브스를 찾으니까 불러왔고...
계속 모르는 척 하면 뉴트가 아파서 죽으면 널 같이 묻어달라고 했다면서 그레이브스를 감금할 계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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