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 Sunny Side Up 002
+) NOTICE
어려진 뉴트와 아들뻘인 뉴트를 떠맡아서 보부가 된 그레이브스 이야기
테세우스가 그레이브스와 비슷한 나이대로 설정되어있습니다.
둘은 친구라는 설정!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테세우스는 나중에 정식으로 인사를 시켜주겠다고 했지만, 퍼시발은 그 전에 뉴트를 한 번 더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녁 파티가 열리기 전까지 작은 아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래?”
“아니야.”
“내 동생 귀엽지?”
“…….”
“왜 또 정색해?”
“호그와트는 테세우스 스캐맨더 학생이 이러고 다니는 걸 알고 있을까 모르겠네.”
“뭐?”
“동생한테 모범을 보여야지.”
“당연한 말 아니야? 뉴트는 나를 따라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교엔 호그와트에 들어갈 거니까.”
“그거 지금 말싸움해보자는 건가?”
“얼마든지.”
테세우스의 입가에선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저렇게 좋을 일인가 싶었다. 외동아들인 퍼시발은 그런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친구가 좋다고 하니 좋은 것인가 싶었다. 게다가.
‘뉴트. 아르테미스.’
누가 아들의 이름에 여신을 끼워 넣을 생각을 했을까. 이상한 곳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퍼시발은 그 나이 대 아이치고 제법 인내심이 강한 편이었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테세우스.”
“응?”
“뭐 하나만 물어봐도 괜찮을까?”
“갑자기 그렇게 물어보니 뭔가 수상한걸?”
“…….”
“정말인가 봐.”
친구는 또 웃는다. 그러더니 어서 말해보라는 듯 귀를 쫑긋 세운 채 퍼시발을 바라보았다. 늘 환하게 빛나는 태양 같은 테세우스와 밤하늘에 홀로 떠 있는 푸른 달 같은 퍼시발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한없이 좋은 친구였다.
“그러니까…….”
“퍼시발이 이렇게 어려워하는 걸 보면…혹시 뭐 우리 집 비밀문서라도 알고 싶어 하는 걸까.”
“아니야.”
“에이, 농담이지.”
“…….”
“그래서?”
“테세우스와 아르테미스는 무슨 관계인가?”
“뭐?”
테세우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아. 괜한 말을 했나 싶어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였다.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귓가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입을 벌린 채 친구를 바라보던 테세우스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저. 천하의. 퍼시발이. 이런 꼴로. 얼마나 웃는지 숨조차 쉬지 못하고 콜록거렸다.
“…….”
“그래서 내 동생이 궁금했다?”
“대답하기 싫으면 말아.”
“어?”
퍼시발은 화끈거리는 볼을 꾹꾹 누른 채 돌아선다. 그런 아이 어깨에 익숙한 목소리가 뚝뚝 떨어졌다.
“여자아이인 줄 알았거든.”
“…….”
“다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뉴트는 여자아이일 거라고 했어. 그래서 이름을 지었는데,…남자아이였으니까.”
“…….”
“그래서 열심히 지은 이름 아깝다고 넣어주신 거지. 이제 궁금함이 풀리셨나요? 일버르모니 학생?”
“네. 호그와트 학생.”
“그 얼굴 찍어서 예언자 일보에 싣고 싶을 정도야.”
“…….”
퍼시발은 대답하지 않았다. 연신 손바닥으로 볼을 꾹꾹 누른 채 한동안 뒤돌아 서 있었다.
✡
뉴트 생일 축하 파티를 겸한 사교 파티는 늘 정신이 없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스캐맨더 집안의 늦둥이를 축하하는 것이었지만, 그 축하는 너무 일찍 끝났다. 주인공인 아이가 낯을 가려도 너무 심했다. 테세우스가 몇 번이나 어르고 달래도 막무가내였다.
“작은 스캐맨더는 수줍음이 많군.”
“그렇죠.”
“형은 그렇지 않은데.”
“그거야…….”
뉴트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테세우스가 자연스럽게 막아섰다. 품 안 가득 동생을 안은 채 슬쩍 옆으로 물러서면 파티는 끝이 난다. 커다란 생일 케이크를 한 조각 덜어줄까 물어봤지만, 동생은 말이 없었다. 아까 짧은 대화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 분명했다.
늘 집안에만 있으면서 동물과 가족만 보고 살아서 그렇다고 했다. 그런 녀석을 어떻게 호그와트로 보내느냐는 말도 나왔지만, 그건 아직 미래의 일이었다. 테세우스가 이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른 채 어른들은 서로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저기로 갈까?”
“난 방에 갈래.”
“뉴트. 그건 안 된다고 했지?”
“…….”
“저기 사람 없는 곳으로 가자.”
자꾸 방으로 가려는 동생을 단단히 안아 올린다. 그리곤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마법 세계의 일은 늘 어렵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멀리 떨어진다. 아무리 마법 학교 수재라는 말을 들으면서 다닌다고 하지만 어른의 세계에서 나오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알콜이 들어있지 않은 칵테일을 홀짝이던 퍼시발은 눈앞에서 불안하게 움직이는 작은 토끼 같은 녀석을 보았다.
‘아.’
이 녀석이 여기 있으면. 그쪽도 와 있겠네. 그 순간 홀연히 나타난 테세우스가 뉴트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정말 알기 쉬워도 이렇게 알기 쉬울까 싶었다. 분명 안고 있던 녀석이 내려달라고 해서 내려줬을 것이고, 동생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단 음식을 가지러 갔을 거다.
“…….”
“안녕?”
“…….”
“또 보네?”
“그럼 너희 집 손님인데 안보겠어?”
“하여튼 유머라곤 없는 녀석이라니까.”
여전히 테세우스의 옷자락을 잡은 채 떨어지지 않는 녀석을 보니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닮은 곳이 없는 형제였다. 조금 더 가까이 보려고 해도 얼마나 낯을 가리는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퍼시발은 한 모금 남은 음료수를 꿀꺽 삼켜버렸다. 입속에 달콤한 과일 맛이 맴돌았지만, 이젠 그것조차 잘 느껴지지 않았다. 퍼시발은 한번 호기심이 가는 쪽으로 얼굴을 돌리면 그것만 바라보고 뛰어가곤 했다. 보통은 그 성격이 학구열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뉴트? 형 친구한테 이번에도 인사 안 해줄 거니?”
“…….”
“미국에 있는 신비한 동물에 관해 이야기를 해줄지도 모르는데.”
“…뭐?”
“정말?”
“…….”
저런 단순한 거짓말에 넘어가는 아이가 있을 줄이야. 퍼시발은 몰래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저 작은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미국은 신비한 동물을 키우는 것이 금지되어있다. 그렇다고 해서 서적으로 배운 지식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정도로 뉴트 스캐맨더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진 확신이 서지 않았다.
“…….”
“퍼시발 그레이브스. 퍼시발이라고 부르면 돼.”
“퍼…시.”
“…….”
“퍼시?”
“…….”
동생이 생기는 기분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동글동글하고 말랑한 아이가 자기 옷자락을 잡고 동동거리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실 동물학을 그리 즐기진 않았지만, 모른 척 이야기 한 토막쯤은 꺼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테세우스는 둘을 데리고 정원으로 갔다. 뉴트는 형의 무릎을 차지한 채 눈을 반짝였다. 이렇게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처음 보았다. 퍼시발은 기억을 더듬어 신비한 동물 이야기를 했다. 제법 길어진 이야기가 지루할 법도 한데, 뉴트는 눈을 동글동글 뜬 채 퍼시발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퍼시발은 그런 뉴트의 얼굴을 천천히 뜯어볼 수 있었다. 주근깨가 얼굴 전체에 콕콕 박혀있는 얼굴은 작아도 너무 작았다. 올리브 같은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속눈썹에 푹 잠길 것 같았고……. 여기까지 생각하던 퍼시발은 괜히 헛기침했다. 뉴트는 눈만 깜박인다.
“뉴트 안 피곤해?”
“…으응.”
“졸릴 때가 됐는데.”
“테세우스. 너는 너무 동생을 오냐오냐하면서 키우는 것 같군.”
“너도 비슷한 상황이 되면 똑같을 거야.”
“그럴 리 없어.”
“내가 우리 집안의 이름을 걸고 장담하지.”
“…….”
물론 이야기는 쉽게 끝이 났다. 잔뜩 졸음이 몰려온 아이는 그새 눈만 깜박이면서 하품을 했다. 퍼시발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동안 뉴트의 이런 표정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았다. 어느새 형 품 안에서 잠든 녀석은 숨소리마저 약했다.
“태어났을 땐…뉴트가 너무 약해서.”
“…….”
“부모님이 걱정하셨어.”
“그랬군.”
“나도 그랬고. 나이 차이가 크게 나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더군. 그래서 이제야 공식적으로 말을 했지.”
“…….”
“호그와트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할까 봐. 그게 걱정이야.”
“그렇게 걱정되면 일버르모니로 보내는 건 어때?”
“절대 안 돼. 내 동생은 호그와트를 졸업할 거니까.”
“동생이 생겨도 성질은 안 죽는 호그와트 학생이군.”
“넌 어떻고.”
“난 언제나 똑같아.”
“넌 언제나 한마디도 안 지지.”
어린 동생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던 테세우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뉴트는 늘 자기 방에서 동물들이랑 지내느라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오래 있던 적이 없다고 한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몸이 약했다.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늦어서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다행히 아이의 몸에 큰일은 없었지만, 부모님은 늘 막내가 걱정이었다. 지금은 누가 봐도 튼튼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도통 안심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가문엔 뉴트 또래도 없기에 친구 삼으라고 신비한 동물을 보여주었던 것이 이렇게까지 왔다는 말도 들었다.
“신비한 동물을 다루는 수업은 도맡아서 일등을 하겠어.”
“그럴 거야…아니지 뭐든 잘할 테니까.”
“아무리 봐도 네 그런 모습이 적응이 안 된다.”
퍼시발은 가늘게 웃었다. 그 얼굴이 더 놀랍다는 테세우스를 내버려 둔 채 먼저 자리를 떴다. 영국에 오는 뱃길은 약간 지루했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영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갑자기 현실이 밀어닥쳤다. 영국에 있을 때 얼마나 편하게 지냈는지 절실하게 느끼던 퍼시발은 곧 그 생활리듬에 익숙해져 갔다. 영국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바쁜 일상에 지쳐 그대로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
얼마나 글자를 쳐다본 것인지 눈이 뻑뻑하게 아팠다. 그레이브스가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단단한 손끝으로 콧대를 꾹꾹 누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곧 칠 학년이고, 그러면 그레이브스 가문은 당연한 듯 학생회장을 맡곤 했다.
“더 바빠지겠어.”
이러다 보니 슬쩍 친구 생각이 난다. 그리고 옆에 붙어있는 작은 스캐맨더도 따라 생각이 났다. 얼굴 본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편하게 쉬던 날을 생각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무리 철이 일찍 들었다고 하지만 그레이브스는 아직 학생이었다. 어른처럼 행동할 순 있어도 완전히 성인이 된 것은 또 아니었다.
“응?”
창문에서 톡톡톡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꼭 누군가 작은 돌멩이를 던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소리였다.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난 그레이브스가 창문을 바라본다. 익숙한 부엉이가 창턱에 앉은 채 방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날개깃 쪽에 회색이 섞인 것을 보아하니 테세우스의 부엉이였다.
“네가 웬일이지.”
어서 창문을 열어달라는 듯 머리로 유리창을 콩콩 친다. 그레이브스가 유리를 열어주자 바로 날아 들어와 익숙한 듯 방 안을 빙글 돌았다. 그러더니 물고 있던 편지 봉투를 그레이브스 손 위에 올려놓았다. 자신의 임무를 다한 부엉이는 횃대에 올라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가볍게 손을 움직여 부엉이 앞에 작은 간식을 띄워둔 그레이브스는 이유 없이 도착한 친우의 편지에 강한 의구심을 가졌다.
‘이 녀석이 이렇게 편지를 보낼 사람이 아닌데.’
그레이브스는 친구의 모든 것을 의심했다. 하지만 기껏 편지를 보내줬는데 읽지 않는 것도 예의는 아니었다. 스캐맨더 가문의 인장이 찍힌 봉인을 뗀 후 편지를 열어봤다.
“…….”
나 원 참. 실없는 한숨 소리가 툭 튀어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된 학교 일에 지쳐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았다. 태양처럼 밝고 단정한 글씨로 차분하게 눌러쓴 짧은 안부 인사 밑엔 삐뚤삐뚤하게 쓴 글씨가 붙어있었다. 잉크 자국이 번져있는 것을 보아하니 옆에서 뭔가 불러준 것이 분명했다.
“뉴턴…아르테미스 피도 스캐맨더.”
익숙한 글씨가 보인다. 아. 그런데 이름 스펠링이 틀렸다. 아이가 한 두 마디 써 내린 글을 읽던 그레이브스는 자신도 모르게 슬쩍 웃고 말았다. 분명 동생이 글씨 쓰는 법을 자랑한다고 편지 밑에 적은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동생의 호기심을 살살 부추기면서 말이다.
「Dear. 미스터 그레이브스
일버르모니에서 배우는 신비한 동물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답장 부탁드려요.
뉴턴 아르테미스 피도 스캐맨더」
이 두 줄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양피지가 버려졌을지 눈에 선했다. 하지만 그레이브스는 편지를 소중하게 접어 서랍에 넣었다. 물론 미국에선 신비한 동물 사육이 금지되었고, 배우는 것도 호그와트와 비슷할 테지만, 이 작은 아이에겐 모든 것이 새로울 것 같았다. 누군가 그 차가운 그레이브스가 이렇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면, 분명 빙의라도 당한 것이 틀림없다고 소리쳤을 것이 분명했다.
‘뭐라고 하나 보내줘야겠군,’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외근과 출장이 잡혀있었다. 그레이브스는 나름대로 계획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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