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 Sunny Side Up 001
신비한 동물사전/그레뉴트 / 2016. 12. 24. 03:04
+) NOTICE
어려진 뉴트와 아들뻘인 뉴트를 떠맡아서 보부가 된 그레이브스 이야기
테세우스가 그레이브스와 비슷한 나이대로 설정되어있습니다.
둘은 친구라는 설정!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테세우스의 동생은 처음 본 것은 꽤 오래전 일이었다.
선대에 선대부터 가문 사이에 깊은 교류가 있다고 하지만 미국과 영국으로 나뉘어 있는 지형의 특성상 가볍게 만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보니 부엉이를 이용하는 일이 잦아졌고, 정 급한 일이 있으면 직접 움직이는 것을 택했다. 꽤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고, 테세우스 스캐맨더와 페시발 그레이브스는 비슷한 상황의 동년배로 나름 깊은 교류를 하고 있었다.
“…네?”
“영국에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단다.”
“급한 일인가요?”
“그렇다면…그렇지만.”
아버지는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턱을 쓰는 행동을 보던 퍼시발은 가만히 고개를 기울였다. 어쩐지 테세우스가 그렇게 얼굴이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더니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하여튼 재미있는 녀석이야. 늘 진중한 줄 알았던 아들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번지자 어머니도 웃었다.
“스캐맨더 가문에 경사가 있다니 우리도 가서 축하를 해줘야지.”
“…경사요?”
“그래. 늦둥이라던가.”
“…….”
“테세우스나 너와 나이 차이가 꽤 날거라 하더구나. 워낙 예민한 아이라 이제야 다른 가문에게도 인사를 시키는 모양이야.”
그게 무슨 이유인가 싶었다. 사실 아무리 귀한 자손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크게 파티를 여는 일은 거의 없었다. 테세우스의 동생이라는 아이가 혹시 죽을 고비라도 넘겼나 싶었다. 물론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밖으로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퍼시발은 눈썹만 조금 올렸다가 내릴 뿐이었다.
“아…그래서.”
“학교에 돌아가기 전에 잠시 휴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난 언제나 널 믿고 있지만, 그래도 건장을 챙겨야지.”
“그렇네요.”
“그럼 준비하도록 해라.”
“네.”
퍼시발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굳이 토를 달 이유가 없었다. 학교로 돌아가기 전 약간의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에 기숙사로 돌아가게 되면 학생회장이며, 이런저런 일을 도맡아 해야 하므로 졸업까지 굉장히 바쁠 예정이었다. 어쩌면 퍼시발 그레이브스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때일지도 몰랐다. 가문을 이어받는 사람이란 늘 이렇게 어깨가 무거웠다. 퍼시발은 그런 무게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가끔 미래를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이상했다.
“출발을 사흘 뒤란다.”
“알겠습니다.”
“테세우스 스캐맨더도 많이 자랐겠네요.”
“그렇지. 그쪽도 소문이 자자하더군.”
“벌써 호그와트 쪽에서 일을 맡기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더랍니다.”
“허어. 다들 좋아하겠군.”
아버지는 늘 듣는 것이 많았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퍼시발에게 부담을 주려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런 것을 알기에 퍼시발은 늘 적당히 넘기곤 했다. 스스로 자부심이 강한 아이는 그런 말을 들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이 지금까지 한 일이 못난 행동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 테세우스가 놀랄만한 성장을 하고 있긴 하지만, 퍼시발도 만만치 않은 궤도를 걷고 있었다. 차기 가주 두 명이 미국과 영국에 나눠 살아서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아마 같은 학교에 둘이 들어갔다면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미래를 알 수 없을 거라는 소리가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 수준의 라이벌은 서로의 의욕을 높이는 데 필요하지만 둘은 좀 달랐다. 둘 다 자기 객관화가 굉장히 잘되는 학생이었고, 철도 일찍 든 편이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교류하면서 의욕을 충전하곤 했다.
“…….”
퍼시발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야 잠시 잊었던 말을 생각해 냈다. 하지만 다시 내려가기엔 어쩐지 민망한 기분이 들어 그냥 침대에 걸터앉아 버렸다. 며칠 전 테세우스가 보내온 편지엔 이렇다 할 동생 자랑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영국 여행이 급하게 결정된 것이 분명했다.
“동생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군.”
퍼시발은 테세우스의 동생이자 스캐맨더 가문의 막내인 존재에게 관심을 가졌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정보를 얻지 못하니 궁금함이 더해간다. 이렇게 조급해하는 성격이 아닌데, 좀처럼 기다릴 수 없었다. 지금 부엉이를 날린다 해도 자신이 영국에 도착해서야 답장이 올 것 같았다. 고작 사흘 뒤인데,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누가 시계에 마법이라도 걸었나.’
언제나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퍼시발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여행이 굉장히 즐거우리란 확신이었다. 침대에 누운 채 손짓으로 불을 끈다.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맨손 마법을 쓸 수 있었다.
‘테세우스. 그리고 동생.’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그림자가 다시 일어난다. 그러더니 편지지를 들고 와 뭔가 적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종이를 스치는 규칙적인 소리가 났다. 한참 소리가 이어지나 싶더니 가장 마지막에 와사삭 종이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그새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진 퍼시발이 결국 종이를 구긴 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아마 이런 편지를 쓴 것을 누가 본다면 부끄러울 테니 내일 마법으로 확실하게 처리를 하기로 했다.
아직 여행을 떠날 날짜는 남아있었고, 퍼시발은 나름대로 스캐맨더의 막내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물론 나이 차이도 생각해보면 꽤 났다. 테세우스가 자신과 거의 동갑이니 동생은 못해도 손가락은 가뿐히 접을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날 것이 분명했다.
“그 녀석이랑 똑같이 닮았겠지.”
날카로운 눈을 가진 친구를 떠올리던 퍼시발은 혼자 가늘게 웃었다. 일버르모니 학생이 이 순간을 목격했다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어느 사람도 그 말을 믿지 않았을 거고, 기숙사에 전설처럼 흐르는 루머가 될 수도 있었다.
세상에 즐거운 것이라곤 없어 보이는 퍼시발 그레이브스의 심장을 들었나 놨다 하는 당사자는 아직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었다. 물론 이런 일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퍼시발은 내심 영국 여행을 기대하고 있었고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빌었다.
✡
“초대에 감사드립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미스터 그레이브스.”
“아닙니다.”
두 사람의 가주는 기품 있는 인사를 나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은 한걸음 뒤로 물러나 있다. 물론 포트키를 사용해서 가볍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라면 말이 조금 달라졌다. 미국과 영국은 마법사에 대한 법과 규칙이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다못해 미국에서는 신비한 동물사육 하는 것이 금지되어있었다. 그런 것을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그래서 굳이 배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길을 나름 즐기고 있던 퍼시발은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묘한 현기증을 느꼈다. 미국과는 모든 것이 다른 곳에서 처음 만난 것은 친구인 테세우스였다. 어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은 할 일이 없었다.
“오랜만이다?”
“그러게.”
“오랜만에 본 친구한테 할 말이 그것뿐이라니.”
“넌 어떻고.”
“…….”
“할 말 없지?”
퍼시발은 약간 이겼다는 표정이었다. 테세우스는 딱히 할 말이 없는지 결 좋은 머리를 손끝으로 쓸어 넘겼다. 호그와트와 일버르모니에서 생활하던 두 친구는 서로의 소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각 학교에 대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학생이기에 서로 좋은 라이벌로 성장하고 있었다.
“내가 좀 더 큰 거 같은데?”
“…뭐?”
“키가?”
“…….”
“생각보다 많이 크지 않은 것 같군요. 일버르모니 학생?”
“…….”
“다음에 만날 땐 내가 훨씬 크겠어.”
“그건 대봐야 알지.”
퍼시발이 약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눈썹을 추어올렸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테세우스는 늘 태양 같았다. 자신감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지만, 저 녀석은 도저히 당할 수 없다면서 퍼시발은 늘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것도 성격 차이인가 싶었다.
“…형.”
“응?”
낯선 목소리에 퍼시발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 들었나. 괜히 멋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무리 여행이 피곤하고, 긴장을 풀지 못했다고 하지만 헛소리를 들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반쯤 열린 문틈으로 낯선 얼굴이 보인다. 바들바들 떨리는 눈동자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테세우스.”
“왜”
“저건 누구지?”
“누구?”
잔뜩 웃고 있던 테세우스가 퍼시발의 손이 향한 곳을 돌아본다. 그러더니 퍼시발에겐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두 팔을 벌리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뭐라고 불렀더라. 분명 이름을 불렀지만, 낯설어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뉴트!”
그 한마디에 작은 얼굴이 쏙 솟아올랐다. 문 뒤에 수줍은 듯 숨어있던 녀석은 아슬아슬한 발걸음으로 달려와 테세우스의 품에 폭 안긴다. 워낙 체구가 작은 아이라 테세우스의 품에 안기자 정수리만 간신히 보일 정도였다. 퍼시발은 뭐라 말을 할 수도 없어 그냥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테세우스?”
“아, 그렇지. 처음 봤겠구나.”
“누구인지 물어도 될까?”
“내 동생이야.”
“…아 동생. 뭐?”
퍼시발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 퍼시발 그레이브스가 이 정도로 표정 변화를 보이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만큼 뉴트의 등장은 놀라웠다.
“내 동생이야. 뉴턴 아르테미스 피도 스케맨더.”
“…아.”
“뉴트라고 부르면 돼.”
“…….”
“뉴트? 형 친구한테 인사해야지?”
“…….”
하지만 얼마나 수줍음이 많은지 옷깃을 꽉 쥔 채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곱슬 거리는 머리카락만 자꾸 눈앞에서 일렁거렸다. 얼굴이라도 보고 인사를 할까 했는데, 그것조차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테세우스가 몇 번이나 어르다 이내 포기하고 품에 안고 일어섰다. 퍼시발은 그제야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품에 바짝 붙어 겨우 얼굴 반쪽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자, 뉴트. 인사해야지?”
“…….”
“뉴트.”
한껏 부드럽게 말해보지만, 늦둥이는 영 말이 없었다. 손을 꼼질 거리면서 뭔가 말하려다가 입술을 꾹 다문 채 도리질을 했다. 아이고. 테세우스는 민망한 표정으로 퍼시발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가족하고만 지냈다고 해도 이렇게 낯을 가릴지는 몰랐다. 하지만 퍼시발은 그런 아이에게 제법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 차가 많이 난다고 듣긴 했지만…….”
“귀엽지?”
“그 말이 아니야.”
“말도 늦게 하고, 가족하고만 있어서 인사가 늦었어. 다들 늦둥이라고 귀여워하기만 했더니.”
“…….”
“뉴트?”
“…으응.”
“인사해야지. 내 친구야.”
그제야 고개가 천천히 움직였다. 퍼시발은 그때 처음으로 뉴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얀 피부 얼굴에 가득한 주근깨. 그리고 곱슬 거리는 밝은색 머리카락과 그 아래서 올리브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테세우스와 닮은 곳을 찾아보라 한다면 글쎄다. 확신할 수 없었다. 아마 두 형제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반반씩 닮은 것이 분명했다. 그런 와중에 조그만 손이 눈앞에서 가늘게 움직였다.
“인사하는 거야. 퍼시발.”
“…….”
“받아줘야지. 뉴트가 이렇게 인사해주는 사람 몇 안 된다고.”
“…….”
내가 아는 테세우스는 저렇지 않았는데, 퍼시발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슬쩍 숙인다. 신사적인 인사에 작은 아이는 금방 낯선 표정으로 손을 거둔다. 작고 마른 아이는 한마디 말도 없이 형의 품을 파고들었다. 테세우스가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형.”
“응?”
“나…갈래.”
겨우겨우 한마디 한 아이는 또 불안하게 눈동자를 떨었다. 아쉬운 표정의 테세우스가 한없이 작은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그리고 아쉬운 듯 내려주니 아이가 통통 튀어간다. 그러더니 검고 길쭉한 것의 목을 껴안은 채 방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저건 뭐지?”
“문카프.”
“허…….”
“미국은 신비한 동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지. 여긴 아니라서.”
“…….”
“뉴트가 아직 사람을 무서워해. 동물한테 관심이 많아.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안겨주긴 했지만, 언제나 불안하지.”
“누가 들으면 네 아들인 줄 알겠어.”
“그거 농담이지?”
“물론.”
퍼시발은 되지도 않는 농담을 했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이 깜박일 때마다 올리브색 눈동자도 함께 움직였다. 그러더니 문카프를 이끌고 복도 저 멀리 걸어가고 만다. 작은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어쩐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테세우스는 나중에 정식으로 인사를 시켜주겠다고 했지만, 퍼시발은 그 전에 뉴트를 한 번 더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녁 파티가 열리기 전까지 작은 아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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