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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뉴트 스캐맨더
안녕하세요. 뉴트.
이 편지가 도착할 때쯤엔 목적지에 도착했을 것 같군요. 신비한 동물 사전 쓰는 일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잘 되고 있길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나서 뉴욕은 바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프랭크가 도와준 덕분이에요. 노마지들은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복구하는 것을 보고 떠났지만, 그래도 이젠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뉴트가 걱정할 것 같았으니까요. MACUSA도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쪽 일을 어디까지 알려야 할지 몰라서 자꾸 말을 줄이게 되네요.
그리고 제이콥이 하는 빵집은 굉장히 잘 되고 있는데, 뉴트가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퀴니가 당신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합니다. 할 수 있다면 제이콥이 만든 빵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뉴트는 그저 뉴욕에 들렀다가 떠난 여행자인데, 왜 이렇게 빈 곳이 크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많은 일을 겪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가방 안에 있는 동물들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니플러는 여전히 반짝거리는 것을 좋아하나요? 부디 이번 여행에선 큰 사고를 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오러 사무국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젠 괜찮아요. 물론 모든 것이 예전처럼 돌아온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이 이상 큰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바쁘지만, 몸 건강히 여행을 끝마치길 빌고 있습니다.
티나 골드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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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왜 그래?”
“이렇게 쓰면 되는 걸까.”
티나는 편지 마지막에 서명을 적어 넣은 후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 편지를 쓰는 것은 이제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편지에 짧지만 빼곡하게 적힌 글자는 다시 보기 힘들 정도로 민망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었다. 사실 이 편지 한 장을 쓰는데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고쳐야만 했다. 퀴니는 가만히 웃고 있다가 때때로 한마디씩 거들었고, 그럴 때마다 종이가 바삭 구겨졌다.
“국장님에 관한 건 이야기하면 안 되겠지?”
“…으음.”
“난 간신히 오러로 복귀했는데 다시 강등당하고 싶지 않아.”
“그런 고민이 있으면 애초에 편지를 쓰지 않았을 거야.”
“…….”
“그렇지?”
퀴니는 티나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았다. 괜히 입술만 잘근잘근 씹던 티나가 손끝으로 편지지를 다시 집어왔다. 한 줄만 더 쓸까. 아니면 밑에 국장님이 무사히 돌아오셨다고 해야 할까. 그린델왈드가 오러 국장으로 변해 마쿠자에 숨어들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퍼져있었다.
물론 뉴트의 도움으로 그린델왈드를 붙잡긴 했지만, 그렇다고 끝난 일은 아니었다. 티나가 이렇게 편지를 쓰기 바로 직전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섞인 사건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기 힘들 정도였다.
“으음. 역시 안 하는 쪽이 좋겠어.”
“…….”
“부엉아. 어서 이걸 뉴트 스캐맨더 씨한테 전해주렴.”
“퀴니!”
이미 창문을 열고 부엉이를 불러들인 동생은 생글생글 웃었다. 눈 깜빡 할 새에 편지를 보내버린 티나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물론 고민을 끊어준 것은 고마웠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뭔가 시들시들해진 언니를 바라보던 퀴니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웃음꽃이 피었다. 물론 이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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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델왈드에게 납치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퍼시발 그레이브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수많은 마법사가 그린델왈드에게 국장의 거취를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미 거릴낄 것이 없다는 태도로 불손하게 일관하자 더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결국, 발로 뛰는 것이 가장 빨랐다. 그린델왈드가 언제부터 마법안보부 국장 행세를 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그걸 알아내는 것보단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국장의 안위가 더 중요했다. 폴리 주스의 재료로는 변하려는 사람의 머리카락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고 하지만, 그렌델왈드의 잔혹성을 생각할 때 그것조차 안심할 수 없었다.
‘설마.’
옷자락도 보이지 않는 사람을 찾아 헤매던 마법사들은 슬슬 마음속에 불안함이 감돌았다. 물론 납치해서 죽이면 더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으니 목숨은 붙어있겠지만, 그것뿐이라면 심각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상상력이란 것은 위험해서 안 좋은 생각을 가장 먼저 파고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가락이 하나씩 없어지는 상상이 들었다. 애써 그런 일 없을 거라 말은 하지만 모두 쉽게 입 밖으로 희망찬 말 한마디조차 꺼낼 수 없었다.
“뭐?”
“발견했습니다.”
“…잠시만 다시 한번 보고해라.”
“국장님 자택입니다. 이 곳에 그린델왈드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마법 공간이 있습니다.”
“…….”
“다시 한번 보고합니다…….”
“…….”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된 국장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태였다. 자택을 몇 번이나 수색했지만, 이곳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마 국장이 직접 만든 것이기 때문이리라. 다들 암묵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그린덴왈드가 체포되고 큰일이 일단락된 마당에 더는 들쑤실 필요가 없었다. 다행히 국장님 손가락은 무사하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들렸다.
“당장 마법 치료를 해야 합니다.”
“허가할 수 없습니다.”
“…네?”
“허가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티나 골드스틴.”
“…….”
뜻밖의 말에 몰려온 오러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중엔 티나 골드스틴도 있었다. 안 그래도 당장 눈앞에 쇠약해진 마법보안국 국장이 있는데, 마법 치료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마법 의회는 단호했다. 오러들은 한마디 반박을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퍼시발 그레이브스. 마법 안보부 국장.”
“…….”
“우리…그러니까 마법의회에게 국장은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린델왈드가 어디까지 마수를 뻗쳤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의혹이 풀릴 때까지 마법 치료는 불허 노마지의 방법으로 자택에서 치료하는 것만 허가합니다.”
“…….”
“또한, 맨손 마법과 무언 마법에 능숙한 만큼 이 시간 이후로 마법 국장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마법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자택에 기거하는 집 요정 등 생활에 필요한 부분까진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
“이 모든 사항은 현재 의식이 없는 국장을 대신해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인물인 티나 골드스틴을 대리로 세우겠습니다.”
“…네?”
“국장이 눈을 뜨면 이 결정이 담긴 문서를 전달하고, 차후 정기적으로 국장의 몸 상태에 대해 보고하길 바랍니다.”
“저…….”
“…….”
날카로운 표정을 보던 티나는 침만 꿀꺽 삼켰다. 여기서 한마디 보탰다간 없던 욕도 들어먹을 기세였다. 어쩔 수 없었다. 티나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한 가지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래요. 믿고 있겠습니다.”
“…….”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도록 하세요.”
“…….”
차라리 티나가 옆에 있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물론 그레이브스 국장과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누군가 보지 않게 약한 한숨을 쉰 티나는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그럼…….”
짧은 손짓이 보인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사건 처리는 매우 빨랐다. 수척해진 국장을 침대로 옮긴다. 티나는 그곳에 끼지 못했다. 괜히 옷자락을 쥐었다가 다시 놓길 반복했다. 그레이브스가 마법에 매우 능숙한 가문인 만큼 한두 명이 달라붙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 모든 일이 끝나자마자 티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게…도대체.”
“…….”
“정말 미치겠어.”
“…….”
넓은 집에 단둘이 남게 되었다. 물론 국장은 아직도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뭐부터 해야 하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결국, 퀴니를 불러냈다. 당장 달려온 동생은 눈만 동그랗게 떴다. 티나는 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다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출혈이 심하거나 크게 베인 상처는 없었다. 물론 다리를 다치진 했지만, 그래도 쉬면 잘 나을 것 같았다. 마법으로 치료하면 금방일 텐데, 왜 이렇게 고통을 늘이는지 알 수 없었다.
“큰일이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리도 치료를 안 해주겠다고 하는 거야? 너무해.”
“뭐…그런가 봐. 국장님을 못 믿겠다는 거지.”
“…….”
“그나마 우리가 옆에 있어서 다행일지 몰라. 집요정도 남아있고.”
“하지만…….”
퀴니는 정이 많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남자가 그 무서운 국장이라 해도 그 성품이 달라지지 않았다. 언제나 당당하던 국장님의 수척한 모습이 못내 안쓰러운 모양이었다. 커다란 침대에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사람은 다음날이면 또 사라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24시간 이곳에 상주할 순 없었다. 티나는 집요정을 붙잡고 몇 번이나 주의할 점을 알려주었다.
“집주인이 저런 상황에 우리가 여기 머무르긴 좀 그렇지?”
“…그렇지.”
“아침 일찍 들리는 거로 해야겠다.”
“국장님 큰일이네.”
“걱정하지 마. 금방 좋아지겠지. 그리고 의혹이 모두 풀리면 금방 치료도 가능할 거야.”
“그래야 할 텐데.”
둘은 한참 말이 없었다. 물론 사람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마음 놓고 좋아할 수도 없었다. 괜히 침실을 한 번 더 넘겨보았다. 의식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했으니, 지금 여기서 발을 동동 굴러봤자 남는 것이 없었다. 뜻하지 않은 일을 떠맡은 티나는 고민이 깊었다.
“무서워?”
“…뭐가?”
“국장님이.”
“…….”
“안 무섭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마법 의회의 결정엔 한마디 보태려 했지만, 솔직히 나라도 그렇게 결정했을 거야.”
“…….”
“그래서 더 무서워.”
“나도.”
조용한 목소리가 섞였다. 언제나처럼 누군가를 데려오지 않았냐고 말하는 집주인을 피해 얼른 방으로 올라갔다. 단단히 닫힌 문을 열자 알아서 집안일을 하는 집기가 눈에 들어왔다. 적당히 따뜻한 공기와 달그락거리는 식기까지. 마법사들에겐 늘 익숙한 모습이었다. 옷을 입은 것부터 음식을 만드는 것까지. 마법사는 늘 마법과 함께 생활한다. 그런 생각이 들자 또 걱정이 내려앉았다.
“…….”
“너무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잘 될 거야.”
“그렇겠지?”
“물론. 국장님이 정신만 차리신다면 상처야 금방 낫겠지.”
“그래야 할 텐데.”
티나는 애써 웃어 보였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은 제법 많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한지 알 수 없었다. 날씨가 시시때때로 바뀌는 기분이었다. 뉴트한테 빨리 답장이 오길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