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크레덴스] Home Schooling 003
+) NOTICE
그레뉴트 기반으로 크레덴스 줍는 이야기
그레이브스 한참 안나옴 주의.
둘이 일면식도 없어보이지만 영화 이후 이야기로 천천히 진행합니다.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뉴트가 크레덴스를 많이 아껴줍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그럼 내가 널 안전한 곳으로 초대해도 될까?”
“…….”
“머글도 마법사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야.”
“…….”
“내가 널 도와줄게.”
이미 사람에게 많이 속은 녀석은 쉽게 혹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벽에 붙어선 채 없는 눈을 굴려 뉴트를 쫓아갔다. 지루한 시간이 지나간다. 뉴트는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고, 크레덴스라고 불리던 녀석은 여전히 납작하게 붙어있었다.
“…….”
“…….”
크레덴스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면, 뉴트는 기다림에 도가 튼 녀석이라는 것이었다. 신비한 동물들을 만나기 위해선 하루를 꼬박 바깥에서 기다리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런 남자 앞에 나타난 작지만, 위험한 생명체는 그런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
“저기…….”
답지 않게 뉴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얼굴 구분도 없는 것이 또 펄쩍 뛰었다. 수상한 생물을 눈앞에 둔 뉴트는 오히려 침착했다. 물론 저 작은 것이 뉴욕을 반파시킬 뻔한 무서운 놈의 숙주라는 사실을 잊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위험할 것 같지 않았다.
“내가…아침을 못 먹어서.”
“…….”
“같이 가지 않을래?”
“…….”
“싫어?”
어쩐지 싫어하는 것 같았다. 뉴트는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몇 번이 구슬려보았지만, 저 녀석도 제법 고집이 센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다 보니 뉴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되었다. 일단 뭔가를 먹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런 위험한 녀석을 두고 방을 비울 수 없었다. 그렇다고 데리고 나가자니 저 녀석은 그걸 탐탁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어쩔 수 없지.”
“…….”
“널 여기에 두고 갈 순 없어.”
“…….”
“물론 마법으로 구속할 순 있겠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아.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뉴트틑 말끝을 흐렸다. 이 아이를 만났을 때 뭐라고 했더라.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니면 말이야.”
“…….”
“내가 그쪽으로 가도 될까?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아.”
“…….”
“널 해치지 않아.”
“…….”
“정말이야.”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한다. 이렇게 서로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뉴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손을 편 채 손바닥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걸음 옮겨갔다.
“…….”
다행히 도망가지 않았다. 뉴트는 침을 꿀꺽 삼킨다. 조심스럽게 긴 다리를 끌고 와서 조금 더 앞으로 움직였다. 한걸음. 다시 반걸음. 반걸음. 한 발자국. 깨작깨작 거리가 줄어든다. 계속 이렇게 얌전하면 좋을 텐데, 저 녀석은 언제 폭발할지 몰랐다.
“괜찮지?”
“…….”
“가까이 가도 괜찮아?”
“…….”
“널 도와주고 싶어.”
뉴트는 진심이었다. 어떻게든 이 아이를 잘 달래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했다. 물론 뉴욕 시내를 뒤집어 놓은 책임을 면하긴 어려울 테지만, 크레덴스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뉴트 뿐이었다.
‘…….’
퀴니가 옆에 있었다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면서 한마디 거들 것이 뻔했다. 뉴트는 늘 자신보다 동물이 먼저였다. 물론 눈앞에 있는 검은 물체가 사람인지 동물인지 따져야 할 것 같았지만, 그런 것쯤은 별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넘어가기로 했다.
“…….”
작은 것은 내려다보며 쭈그려 앉은 뉴트는 무릎에 코를 묻은 채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런 사소한 움직임에서부터 동물을 많이 다뤄본 태가 났다. 말로 설명하기보단 몸으로 이해시키려 한다. 뱃속에서 울리는 소리는 애써 모르는 척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
“혹시…얼굴 보여줄 수 있어?”
“…….”
“널 위험한 곳에 보내지 않아.”
“…….”
구물구물 움직이는 것은 방금처럼 불안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뉴트 가까이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아니 그런 것 같았다. 뉴트는 쪼그려 앉은 채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단단한 손끝이 다가온다. 검은 것은 또 망설인다. 아이의 성격이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
“그래. 잠깐만 가방에 들어가 있자.”
“…….”
“당장 친구들은 만날 수 없지만, 안전한 곳을 마련해 줄게.”
손끝에 살짝 옮아붙었던 녀석은 뉴트의 손목과 셔츠 사이에 생긴 좁은 어둠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제야 한숨을 내쉰 뉴트가 천천히 일어섰다.
“아…다리 저려.”
찌르르 울리는 다리를 통통 두들겼다. 약간 비틀거리면서 아슬아슬하게 가방 안으로 내려간 뉴트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여러 동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었다. 그런 곳에 어울리지 않는 녀석 하나가 끼어들었다. 여전히 뉴트 옷소매가 만든 그늘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녀석은 움직임조차 없었다.
“아직 여긴 있을 수 없고.”
“…….”
“두걸. 잘 있었어?”
“…….”
동그란 눈이 깜박거린다. 소매를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녀석을 부드럽게 제지했다. 갑자기 관심을 받으면 아이가 놀랄 수 있었다. 두걸에게 천천히 설명한다. 상냥한 녀석은 뉴트의 말을 곧잘 알아들었다.
“아직은 안 돼.”
“…….”
“이곳은 처음이라…좀 낯설어 할 거야.”
“…….”
“시간이 지나면 모두에게 인사할 수 있게 도와줄게.”
“…….”
데미가이즈는 알아듣고 물러선다. 그러더니 오캐미가 있는 둥지로 돌아간다. 데미가이즈는 새끼를 보살피는 것에 능했다. 그런 상황을 행복하게 바라보던 뉴트는 아차 싶어 소매를 살짝 쓰다듬었다.
“이제 괜찮아.”
“…….”
대답도 하지 않는 녀석한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사람에게 이렇게 붙임성 있게 굴면 정말 좋을 텐데, 아쉽게도 뉴트는 그런 것엔 약했다. 동물에게 계속 말을 걸다 보면 어느 순간 맑은 눈동자를 마주 볼 수 있었다. 뉴트는 그런 방법으로 지금까지 신비한 동물들과 살았고,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여기 있자.”
“…….”
“음…그러니까 여긴 내가 연구실로 쓰는 곳이야.”
“…….”
“주변이 좀 더럽긴 한데…넌 작으니까. 괜찮을 거야.”
“…….”
“아무래도 다들 널 궁금해해서 밖에 있으면 귀찮아질 테니까. 아 가두겠다는 소리는 아니야. 응?”
“…….”
뉴트가 둥글고 입구가 넓은 그릇을 찾았다. 어디서 저런 걸 주워왔는지 알 수 없었다. 거기에 밖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어두운 천을 뒤집어씌운다. 푹신한 깃털을 넣는다. 이리저리 짐을 뒤지면서 할 것이 왜 그렇게 많은지 부산스러웠다.
“자, 됐다.”
“…….”
소매를 톡톡 치던 손가락이 저쪽으로 사라졌다. 소매 끝에서 빼꼼 모습을 보인 녀석은 손가락을 따라간다. 땀에 푹 절은 뉴트는 세상에서 가장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작품을 보여줬다.
“아직 인간으로 돌아오긴 힘든 모양이니까.”
“…….”
“여기 있자.”
“…….”
뉴트는 손끝을 어두운 그릇 안에 대고 어서 들어가 보라고 재촉한다. 자꾸 소매 안으로 들어가던 것은 결국 성화에 못 이겨 밖으로 나왔다. 어둠 속에 몸을 감춘 채 뉴트를 바라보았다. 세상 해맑은 표정인 뉴트를 보고 있자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며칠만 여기 있어.”
“…….”
“그래도 다행이야. 길이 엇갈렸으면 큰일이 났을 수도 있으니까.”
“…….”
“여긴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니까 괜찮아.”
“…….”
“나 믿지?”
“…….”
뭐 대답을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쁘진 않나 봐. 하고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뉴트는 다행히 책상에 처박아둔 비스킷을 찾았다. 물론 저걸 먹어도 되나 싶었지만, 말려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다시 만나서.”
“…….”
“음…그러니까.”
“…….”
아깐 그렇게 재잘재잘 말을 걸던 주제에 막상 마주 보고 있자니 할 말이 떨어졌다. 묵묵히 말라비틀어진 비스킷을 씹던 뉴트는 괜한 입맛만 다신다. 퍽퍽한 음식물이 간신히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그래도 먹을 것이 들어갔다고 아까보다 배고픔은 조금 가신 것 같았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할지 생각 좀 해보자.”
이미 사고를 쳐놓고 수습할 생각을 하는 뉴트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녀석은 조그만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
“뉴트한테 편지 보내도 괜찮을까?”
“왜?”
“그래도…이번 일에 중요한 관계자인데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흐음.”
금발 머리가 눈앞에서 가늘게 흔들렸다. 나긋나긋하게 티나를 스쳐 지나간 여성을 가벼운 손짓으로 티포트를 움직였다. 달그락. 달그락. 맑고 가벼운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일단 마시면서 생각할까?”
“확신이 안 서네.”
“아직도 같은 소리를 반복하네.”
“…….”
“이거 제이콥 가게에서 사 온 거야.”
“…….”
“흐음.”
퀴니가 눈썹을 축 늘어뜨린다. 눈앞에 허공에 숟가락을 젓고 있는 티나가 보인다. 얼마나 고민을 하는 건지. 퀴니는 그 손을 살짝 잡고 코코아 잔에 숟가락을 넣어주었다.
“그냥 가볍게 보내도 괜찮잖아.”
“…….”
“잘 도착했냐. 여긴 어떻다. 이런 식으로?”
“…….”
“티-나.”
“마…마음 읽지 마. 퀴니.”
“그렇게 말하려면 나한테도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혼자서 끙끙 앓으면서…….”
예쁜 입술이 비죽거린다. 티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반쪽이 날 뻔했던 뉴욕은 다행히 뉴트의 도움으로 복구할 수 있었다. 천둥새가 날아오름과 동시에 빠르게 복구되는 도시를 보면서 한숨 돌린 것이 얼마 전 일이었다. 하지만 도시를 정리한다고 해서 끝날 일은 아니었다.
“역시 국장님 때문인 거지.”
“응.”
“…일단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건 아닌가.”
“…….”
티나가 한숨을 푹푹 쉬고 있자니 퀴니도 점점 헷갈리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간신히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걱정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서로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이미 코코아는 반쯤 식어버렸고, 뾰족한 해결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먼저 물어보게 하면 어떨까?”
“…응?”
“잘 도착했냐고 편지를 보내면 뉴트가 답장을 보내주지 않을까? 그러면 국장님에 관해서 물어볼 수도 있고.”
“괜찮은 생각이야.”
“그렇지?”
퀴니가 생글생글 웃었다. 평범하고 좋은 해결책이었다. 물론 이 편지를 받을 마법사가 그들의 생각보다 엉뚱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편지 행간에 섞인 이야기를 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는 가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코코아잔과 쿠키 접시를 치우자마자 식탁엔 종이와 펜이 준비되었다.
“…….”
티나 골드스틴은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중이었다. 최대한 무겁지 않게. 하지만 정중하고 예의를 갖춘 말투로. 정보 전달과 안부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야 했다. 시끄럽게 돌아가는 머리와 달리 단정한 글씨가 종이에 빼곡하게 옮겨갔다. 퍼시발 그레이브스. 오러 국장. 그린덴왈드. 익히 알고 있던 이름이 보였다. 티나는 종종 펜은 내려놓고 고민을 하곤 했다.
‘흐응.’
가볍게 지팡이를 휘두르며 식기 정리를 하던 퀴니 골드스틴은 속으로 내내 웃었다. 편지란 것은 누구라도 쉽게 쓸 수 있지만, 한번 고민하기 시작하던 무엇보다 끝맺기 어려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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