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크레덴스] Home Schooling 001
+) NOTICE
그레뉴트 기반으로 크레덴스 줍는 이야기
그레이브스 한참 안나옴 주의.
둘이 일면식도 없어보이지만 영화 이후 이야기로 천천히 진행합니다.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뉴트가 크레덴스를 많이 아껴줍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
뉴트는 색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뱃머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았다. 뱃바람은 생각보다 차고 강했다. 몸을 약간 웅크린 채 신발코만 바라보았다. 배는 아무리 넓어도 사람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뉴트의 신경은 모두 가방으로 향해 있었다. 다음 정착지에 닿을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당장 끌려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유난히 추워 보이는 청년은 그렇게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그런 청년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생각이 깊어지면 앞뒤를 보지 못한다. 연신 불안하게 움직이는 눈동자가 깜박거림을 따라가지 못하고 눈물이 고였다. 아무래도 바람이 부는 곳에 오랫동안 서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축축해진 속눈썹을 손가락 끝으로 닦아낸다. 추위가 가시자 피곤함이 밀려왔다. 뉴트가 천천히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향했다.
“으…….”
적당히 자리를 잡은 뉴트가 끙끙 앓았다. 뉴욕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저 잠깐 이곳에 들려 필요한 물품만 사고 떠나려 했다. 하지만 도시는 뉴트의 발목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옵스큐러스의 숙주가 된 아이를 만났다. 옵스큐러스의 숙주가 된 아이는 오래 살지 못한다. 그것이 알려진 정설이었다. 하지만 뉴욕에 나타난 아이는 뉴트의 예상보다 훨씬 컸다.
“그랬었지.”
뉴트의 혼잣말을 들은 동물들이 가방 안에서 덜그럭덜그럭 말을 걸어왔다. 친절한 손길로 가방을 두드린다. 살짝 풀렸던 표정이 순간 다시 굳어졌다. 몸집이야 컸지만, 뉴트는 그 안에 들어있는 작은 아이를 분명히 보았다. 마치 갓 태어난 동물 같은 녀석은 사람을 무서워하면서도, 애정을 갈구했다. 한없이 두려운 눈을 한 녀석은 자신을 잡아먹은 것조차 마음대로 다루지 못했다.
“…….”
그런 아이에 대한 걱정은 어느새 길어 이어졌다.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묘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눈길이 갔던 걸까. 사실 확실하지 않았다. 뉴트가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늘 위로 다 타고 남은 재가 휘날리듯 한 줌 생명력을 가진 채 사라지는 아이는 분명 죽지 않았다. 간신히 무너진 돌을 타고 넘는 생명의 움직임을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서 소리쳐 부를 수도 있었지만, 뉴트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물론 이곳에서 신경 써야 할 것은 아이 하나만이 아니었다. 눈앞에서 그레이브스가 그린델왈드로 변하는 것을 봤다. 뉴트는 순간 참았던 현기증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왜 몰라 봤지.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빼곡하게 자라났다. 하지만 그레이브스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린델왈드 뿐이었다. 그 남자는 비열하게 웃으면서 끌려갔고, 뉴트가 뉴욕을 떠날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레이브스. 퍼시발 그레이브스. 뉴트는 익숙한 이름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뉴트?’
‘으응? 왜 그래요?’
‘아니 뭔가 걱정이 있는 것 같아서…….’
‘아, 그게…….’
뉴트는 우물우물 말을 삼킨다. 이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무리 사회생활에 어색한 뉴트라해도 이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았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좀 많은 일이 있어서 그랬어요.’
‘그랬구나.’
‘너무 걱정하지 마요. 티나.’
‘알았어요.’
‘동물 사전 완성하면…꼭 선물하러 올게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뉴트.’
티나가 웃는 얼굴을 보고 나서야 뉴트는 허겁지겁 배에 올랐다. 그 배가 지금 있는 장소였고, 뉴욕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좀처럼 걱정이 사그라들진 않았다. 오히려 저 멀리 묻어두었던 옛날 생각이 났다. 그 순간 뉴트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서렸다. 하지만 잠시 간질간질한 생각을 시작하기도 전에 덜그럭거리는 가방을 끌어안아야 했다.
“니플러. 가만히 있어.”
“…….”
“여기서 문제 일으키면 우리 큰일 나.”
“…….”
“조금만 더 참아줘. 응?”
“…….”
버둥거리던 움직임이 조금씩 잦아든다. 니플러는 항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세상엔 반짝이는 것이 너무 많았다. 물론 그럴 때마다 뉴트가 고생을 한다. 슬쩍 웃던 뉴트는 피곤한지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간신히 떴다.
“피곤해.”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깊게 잠을 잘 수 없었다. 가방을 꽉 끌어안은 길쭉한 청년은 잔뜩 지친 얼굴로 꾸벅꾸벅 졸았다. 아직 도착하려면 시간이 남았고, 배 안에선 할 일이 많지 않았다. 당장 인파가 바글바글한 이곳을 떠나 가방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방에 눈이 있으니 멋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뉴트는 한숨에 피곤함을 담았다. 먹을 것은 넉넉하게 챙겨 넣었으니 동물들은 괜찮겠지. 애써 위로를 해보지만, 한번 가슴에 들어앉은 불안함은 날로 커지기만 했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이럴 땐 마법도 소용없다 보니 절로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뉴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목적지는 멀기만 했다. 어느 순간 가방에 이마를 댄 뉴트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꿈에서 익숙한 얼굴을 만났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빛 때문에 뉴트는 첫눈에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단단한 골격에 단정한 눈매. 깔끔하게 차려입은 옷. 뉴욕에서 만났던 그레이브스 국장이었다. 왜. 뉴트의 물음은 목에 단단히 걸려서 나오지 못했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보자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발이 땅에 붙은 것 같았다. 마법인가. 뉴트는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만 이리저리 돌렸다. 성큼성큼 뉴트 앞으로 다가온 남자는 다정한 손짓으로 뉴트를 끌어안았다.
‘…….’
꿈에서 이런 일을 겪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얼마 전 죽으라 싸우는 사람이었다. 옅은 올리브색 눈이 등잔만큼 커졌다. 숨이 거칠어지면서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 순간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뉴트의 몸에 내려앉았다.
‘뉴트.’
‘…….’
‘날 기억하지 못하다니, 서운한 걸,’
‘그…….’
이상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그레이브스 국장은 한결같은 얼굴로 소중한 물건을 대하듯 뉴트를 끌어안았다. 익숙한 느낌에 뉴트는 눈을 감은 채 얌전히 안겨있었다.
‘정말 내가 기억나지 않나?’
‘…….’
그 뒤론 급격하게 말소리가 흐려졌다. 따뜻하게 안아주던 몸이 점차 사라지는 걸 느끼자 뉴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모든 것이 사라진 공간엔 뉴트만 있었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흰 공간에서 뉴트는 그저 눈만 깜박일 뿐이었다.
“…….”
눈물에 푹 절인 눈동자가 속눈썹 사이에서 반짝였다. 언제부터 울고 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이 민망했던지 뉴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짐을 챙겼다. 꿈은 기억하지 않으면 금방 흩어지고 만다. 분명 가슴이 벅차서 울었던 주제에 뉴트는 빠르게 꿈을 잊고 있었다. 역시 너무 피곤해서 그런 모양이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집에 가면…좀 쉬어야겠어.”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 모양이라며, 뉴트는 여행 동선을 수정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좀 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려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았다. 억지로 움직여서 몸을 상하게 하느니 잠깐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형한테도 할 말이 있고, 정리해야 할 것도 많았다. 집으로 간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느긋하게 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적어도 집에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는 큰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
그 아이를 다시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언제부터 주위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뉴트의 온 신경은 자신의 가방을 향해 있었기에 주변을 살피지 않았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 동물들을 살펴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 생각에 푹 잠긴 뉴트는 자신을 툭툭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
그런 뉴트의 주위에 작은 것이 따라다녔다. 처음엔 저 멀리서 간신히 뉴트를 바라보면서 움직였다. 하지만 그렇게 쫓아다녀도 뉴트가 반응을 하지 않자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다. 움직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방에 뻗어있는 어둠을 타고 옮겨 다녔다. 뉴트의 머리카락에 옮아붙을 것처럼 가까이 다가간 녀석이 한 번 더 어둠을 타고 넘으려 했다.
“응?”
뉴트가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그 순간 반쯤 나와 있던 것이 그늘 속으로 녹아들었다. 인파 속에서 멈춰선 뉴트를 기점으로 머글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길거리엔 늘 머글이 많았다. 꼭 물가에 솟은 돌 같았다. 검은 것은 숨도 쉬지 않은 채 그늘 속에 숨어있었다. 여기서 들키면 영영 갈 곳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뉴트의 시선은 검은 것을 향하지 않았다.
“니플러.”
“…….”
“피켓. 너도 가만히 있어.”
“…….”
피켓은 답지 않게 자꾸 기어 나와 주머니를 잡고 늘어진다. 짹짹거리는 소리가 남에게 들릴까 봐 뉴트는 최대한 어깨를 움츠린 채 한 손으로 피캣을 쓰다듬는다. 그리곤 입술을 가까이 댄 채 달랬다. 조금만 더 참자. 응? 쉽게 들을 수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간신히 둘을 달랜 뉴트는 다시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던 것은 뉴트의 머리통이 사라지기 직전 급하게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거리엔 어둠이 내리곤 했다. 오늘은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여기서 더 헤맸다간 길거리에서 노숙을 할 판이었다. 뉴트는 적당한 숙소를 잡았다. 사방에 깔린 어둠 덕분에 뉴트 발치까지 다가간 녀석은 숙소엔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빙빙 돌았다. 피켓은 또 소리를 냈고, 뉴트는 허겁지겁 계단을 올라갔다.
“왜 그래?”
“…….”
“조용히 하지 않으면 들켜버린단 말이야. 응?”
“…….”
“무슨 일이야. 오늘 왜 이렇게 예민해? 피곤해서 그러는 거야?”
세상 따뜻한 목소리로 동물들을 어른다. 간신히 피켓을 달래고 가방을 열어본다. 니플러가 튀어나오려는 것을 저지했다.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기서 많은 일을 할 순 없고 아주 잠깐만 동물들을 보고 오기로 했다. 가방을 열고 잠시 고민하던 뉴트는 냉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분명 옆에 누군가 있으면 문단속도 하지 않고, 다닌다고 한소리 할 만한 상황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 순 없지만, 뉴트에게 방을 내어준 주인은 그리 오지랖이 넓지 않았다. 깡마른 청년이 잔뜩 피곤한 표정으로 올라간 것을 보고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조용한 방 안에 가방이 홀로 열려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을 타고 수상한 것이 기어 올라왔다. 그리곤 가방을 빤히 바라보았다. 차마 들어가진 못한 채 작은 먼지 같은 몸을 이끌고 침대 밑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들었다.
“…….”
가방 안에선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충분히 호기심을 당길만한 소리지만 침대 밑에 숨어 들은 것은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마치 원래 있던 먼지처럼 그렇게 내려앉았다. 한참 만에 뉴트가 가방에서 걸어 나왔다. 피곤하다면서 동물을 돌볼 여력은 있는 모양이었다. 침대에 풀썩 쓰러진 남자는 피켓이 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알았다고 자꾸 쓰다듬기만 했다.
“나 피곤해.”
“…….”
“응. 응. 알았어. 같이 자자.”
“…….”
“응…그래. 괜찮다니까…….”
“…….”
뉴트의 셔츠 깃을 붙잡고 매달리던 피켓을 뭔가 무서운 것을 본 것처럼 펄쩍 뛴다. 그러다 남자의 품을 파고들었다. 낯선 것 하나와 익숙한 가방이 있는 곳에서 뉴트는 기절한 것처럼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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