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로우버키/럼벜] SomeDay 2 002
+) NOTICE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마니아에서 있었던 일을 망상 날조중입니다
윈터솔져 와 이어지는 내용이 있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디마온에 나왔던 SOME DAY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책이 나와도 올린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킁킁거리며 자꾸 냄새를 맡는 녀석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었다. 자기 하고 싶은 데로 놔둬야 화가 풀리곤 한다. 꼭 어린애같이 구는 건 럼로우가 오냐오냐한 까닭인지, 저 녀석의 뇌가 더 망가진 탓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한참 손끝을 서로 맞닿은 채 손가락 장난을 하던 녀석이 가만히 럼로우를 바라보았다. 또 저런 눈이야. 럼로우는 대놓고 얼굴을 구겼다.
“그렇게 싫어?”
“응?”
“…됐다.”
“그런 거 아니야.”
멍한 눈에 이따금 초점이 잡혔다. 차라리 영악하기라도 했으면, 적당히 놀아날 수 있을 텐데. 저런 멍청한 생선 눈을 보고 있으면 인생에 회의가 느껴지곤 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만들어진 백치는 곧잘 자기가 당한 일을 잊었다. 럼로우가 아무리 모진 말을 해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자꾸 뒤를 따라 다녔다. 그럴 땐 귀여웠는데. 지금은 영 아니었다.
“나가자.”
“어…….”
“싫으면 말고.”
“…….”
“난 두 번은 안 말해. 또 까먹은 거야?”
“아니야. 나갈래.”
에셋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시커먼 녀석을 눈앞에 두니 한숨부터 절로 나왔다. 재킷을 가져오라 티를 찾아오라 난리가 났다. 꾸물대며 옷을 갈아입는 것을 지켜보다 의자에 대충 걸쳐둔 옷을 들어 올렸다. 처음부터 버릇을 잘 들여야 하는데 완전히 망한 느낌이었다.
‘뭐…이것도 나쁘지 않지.’
럼로우는 천천히 산책할만한 곳을 생각하고 있었다. 저 녀석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별거 없었다. 자신의 기억을 찾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그러기 위해선 정보를 모아야 하는데, 이런 좁은 방에 갇혀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노트에 적어두는 기억의 조각이 점점 부스러질 때면 이 백치는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그런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멋대로 하라고 놔둘 수도 없었다. 정을 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주워온 순간 보호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저런 백치 새끼지만 눈앞에서 죽는 걸 보긴 좀 그래.’
럼로우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물론 이 좁은 방 밖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하이드라는 무너졌지만, 잔당들은 어둠 속에 기어들어가 살아남았다. 그중 몇몇은 제법 고위 간부일 수도 있고, 권력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무기를 찾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이 불쌍한 백치가 다시 잡히기라도 하면 이번엔 팔 한 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죽겠지.’
아니면 죽기 직전까지 빨아 먹히던가. 여기까지 생각하니 입맛이 썼다. 럼로우도 손에 피를 어지간히 묻히고 살아온 사람이긴 하지만 에셋을 대할 땐 어느 정도 인간적인 연민을 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저 팔자가 너무 기구해서 잠시 동정을 표했을 뿐인데 그 감정이 너무 커져 버렸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기던 사내는 뇌를 갈아버리는 기계에 앉기만 하면, 큰 눈을 굴려가면서 떨었다. 누구라도 한 번에 목을 비틀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도시 한복판 골목에 쓰레기통과 함께 있었겠고.’
그 덕분에 내가 주워올 수 있었지. 말만 잘 들으면 좋을 텐데. 좋은 걸 먹여줄 순 없어도, 배곯고 더러운 곳에서 자진 않게 해줄 수 있었다. 돈은 아직 남아있었고, 모자라면 그냥 며칠 나가서 용병 일이나 하고 오면 그만이었다. 어쩐지 죽을 것 같진 않았다.
“백치야. 뭐하냐. 안 가냐?”
“가.”
“옷 입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주춤주춤 다가온 녀석을 휙 끌어당겼다. 그리곤 옷을 검사하는 척하면서 여기저기 주물러 본다. 새끼. 기분 좋은 티가 나는 건 몸짓으로 알 수 있었다. 럼로우가 아무 것도 아닌 척 자연스레 허리를 잡아보고 엉덩이를 쥐어 봐도 딱히 싫은 표정을 하지 않았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면 그것에 집중하느라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안쓰럽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잘 입었네.”
“…….”
“위에 점퍼 입어라. 손은 주머니에 넣고 빼지 마.”
“응.”
“내 주변에서 세 걸음 이상 떨어지면 그다음부턴 걸어서 방 밖으로 못 나갈 줄 알아.”
“알았어.”
“대답은 잘하지.”
“…….”
비꼬는 거로 알아들은 건지도 몰랐다. 그런 녀석이 어설프게 걸친 옷을 제대로 고쳐 입혔다. 손을 주머니에 잘 넣은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 럼로우는 몇 번 나갔다 오긴 했지만, 에셋은 아니었다. 늘 벽을 보고 누워있거나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녀석은 밝은 세상에 발을 내딛자 금방 쭈그러들었다. 그 꼴을 보자니 코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내가 뭐랬냐.”
“…….”
“어둠에서 사는 녀석이 해를 동경하면 안 된다 했잖아.”
“…….”
“벌써 그렇게 주눅이 들어선.”
“…….”
“가자.”
얌전히 행동하면 모른 척 신문이라도 사줄까 싶었다. 사람이 많은 곳은 아직 부담스러웠기에 저 멀리 한적한 곳으로 돌아들어 갔다. 물론 사람이 사는 곳이라 어디서든 둘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이 없진 않았다. 럼로우는 그런 시선에 익숙했지만, 백치는 아니었다.
“…….”
“새끼.”
“…….”
“야, 백치야.”
“…….”
“내 말 안 들려?”
“…….”
갑자기 멈춰선 녀석은 밝은 대낮에 벌벌 떨었다. 분명 여러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자마자 그대로 공황장애가 도지는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예민한 새끼가 왜 자꾸 사람 많은 곳에 가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당장에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모습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놈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허리에 손을 감았다. 아까보다 훨씬 차가워진 몸에선 냉기가 풀풀 흘렀다.
“잠자코 걸어.”
“…….”
“여기서 미치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 머리에 총을 쏘는 것밖에 없어.”
“…….”
“살고 싶으면 나한테 기대서 걸어.”
“응. 응.”
“백치 새끼가 귀찮게 하긴.”
“응…나 너 알아. 럼로우.”
“나도 너 알아.”
“너도…다리 위 남자도…스티브…캡틴 아메리카…하이드라.”
“…….”
“다 알아 잊어버리지 않았어.”
“젠장.”
기분이 정말 거지 같았다. 미친 새끼 뒤치다꺼리하는 와중에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을 들어야 한다니. 럼로우는 자꾸 흘러내리는 에셋을 단단히 붙잡으면서 끊임없이 욕을 내뱉었다. 대충 앉을 만한 곳을 찾자마자 내던지다시피 녀석을 앉혔다. 오그라든 피부가 너무 아팠다.
“…….”
“뭐라도 말 좀 해봐?”
“나…알아.”
“뭘 아는데.”
“너도…나도…박물관에서…그러니까.”
“돌았구만.”
“…아냐.”
“적어도 제정신은 아니지. 머리 좀 식혀 이 멍청한 백치 놈아.”
“…….”
“사람 시선에 좀 데였다고, 이렇게 눈 까뒤집는 녀석이 세상에 어디 있냐. 이러면서도 잘도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지.”
“…….”
“내가 모를까 봐 그래? 너 신문이나 뉴스 찾고 싶은 거잖아.”
헉헉거리며 불규칙한 숨을 내뱉던 녀석이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걸렸네. 럼로우가 한쪽 입술을 당기며 비릿하게 웃었다. 하긴 뇌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이 하는 생각은 빤했다. 자기가 구해다 줄 수 있지만, 굳이 이런 녀석을 끌고 나온 럼로우에게도 책임이 없진 않았다. 그저 답답해 보여서 이런 것인데, 결과적으론 아주 안 좋은 수였다.
“이제 나오지 말자. 백치야.”
“…….”
“그렇게 가지고 싶으면 내가 나갔다 오면서 가져다줄게.”
“…어디가?”
“아저씨가 돈 벌어야 네 입에 들어갈 과자를 사주지.”
“…….”
“며칠 안 걸려. 세 번만 자고 일어나면 올 거야.”
“그래서…데리고 나왔구나.”
“뭐야. 갑자기 왜 이래.”
“…….”
저 비죽 튀어나오는 입술을 썰어버릴 수도 없고. 미치겠네. 럼로우는 손으로 에셋의 입술을 잡고 쭉 당겼다. 그리곤 몇 번 흔들어주고 나서야 놔줬다. 잔뜩 토라진 표정을 보아하니, 배신당했다는 믿음이 절절하게 흘러나왔다. 자기 버리고 간다는 소리도 아닌데, 왜 저렇게 예민한지. 같이 집에 있어 봤자. 서로 싸우기만 하는데 차라리 혼자 며칠 있는 쪽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가자.”
“…….”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당찬 계획과 달리 발작을 일으킨 녀석 때문에 산책은 조금 일찍 끝났다. 얌전히 럼로우의 손을 잡은 에셋은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얌전히 걸음을 옮겼다. 제법 조용한 녀석을 보고 마음이 풀렸는데, 럼로우는 걷는 중간중간 이것저것 단 것을 사서 백치한테 쥐여줬다.
“입 달아서 밥 안 먹으면 안 되니까 이것만 먹어.”
“…….”
“줄 때 먹어라.”
“응.”
에셋이 잠깐 혀끝에 굴러다니는 단맛에 빠져있는 동안 럼로우는 재빨리 필요한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백치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척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며칠 동안 이 녀석을 혼자 두고 간다는 것이 불안하긴 했다. 그렇다고 일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데굴데굴 입안에 사탕을 굴려대는 시커먼 녀석을 잡고 끌면서 이것저것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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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산책 나가서 이게 무슨 일이냐.”
“…….”
“역시 안 되겠지?”
“…응.”
한껏 실망한 녀석이 고개를 숙였다. 분명 잘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호되게 당하고 나니 조금 무서워하는 눈치였다. 차라리 저런 상태가 나을 것 같았다. 밖을 무서워하면 자연스럽게 집 안에만 있겠지. 어쩐지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백치야. 예쁜아.”
“…….”
“부르면 대답을 해야지.”
“응.”
“아저씨가 당장 다음 달 집세 낼 돈이 없어서, 사흘 동안 돈 벌러 갈 거야. 여기까지 알아들어?”
“…….”
끄덕끄덕. 푸석하고 엉망진창인 브루넷이 앞뒤로 흔들렸다. 망가진 뇌에 아무리 자극을 줘봤자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저 녀석은 상할대로 상해서 늘상 저렇게 당장 죽어 넘어질 것처럼 굴곤 했다.
“그러니까 어디 가지 말고 여기 얌전히 있어.”
“…….”
“아니지. 뭐 나가도 괜찮아. 내가 널 어떻게 막겠어. 그렇지?”
“그건…….”
“밤이 세 번 지나가면 돌아올 거야. 그러면 우리 몇 달은 편하게 살 수 있어.”
“…….”
“그러니까 오늘처럼 밖에 나가서 벌벌 떨다가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그냥 여기에 있어. 먹을 만한 건 준비해두고 갈 테니까.”
“…….”
“백치야. 아저씨 말에 대답해야지”
럼로우의 손이 버키의 입술에 닿았다. 단단히 붙어있는 입술이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약간 화가 났다. 럼로우의 엄지손가락이 바짝 마른 입술을 꾹 눌렀다.
“응?”
“…다녀와.”
“…….”
“다녀와. 럼로우.”
자신의 이름을 들었는데 어쩐지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다. 꼭 자신의 뒤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하는 인사 같았다. 쯧. 짧게 혀를 찬 럼로우가 일어섰다. 사실 사흘 동안 멀쩡할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틀 정도 먹고 하루는 자두랑 초코바나 처먹으면서 굶으라고 하자. 이렇게 생각한 남자는 찬장을 뒤져서 가진 냄비 중 가장 큰 것을 꺼냈다. 오늘 먹고 내일 먹을 양까지 적당히 가늠해서 이것저것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럼로우는 요리에 그다지 취미는 없었지만, 먹고 죽지 않을 정도는 할 줄 알았다. 다행히 백치는 미각이 완전히 맛이 간 상태였고, 젊었을 땐 뭐든 끓여서 먹던 시기였다. 그래서 딱히 불평하지 않았다.
“예쁜아.”
“…….”
“에셋. 내 말 듣고 있어?”
“…응.”
“어디 가지 말고 있어. 괜히 호기심 당긴다고 불길에 뛰어들지 말고.”
“…….”
“알았냐?”
백치는 끝내 럼로우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
서울..아니 외국으로 돈벌러간 럼로우 돌아오실때 자두 사다주신댔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천천히 진행 중입니다
예상 페이지 수는 40p정도가 아닐까 합니다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확실하진 않아요
럼벜 많이 좋아합니다
이번 글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블 > └ 럼로우버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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