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크레덴스] Home Schooling 007
+) NOTICE
그레뉴트 기반으로 크레덴스 줍는 이야기
그레이브스 한참 안나옴 주의.
둘이 일면식도 없어보이지만 영화 이후 이야기로 천천히 진행합니다.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뉴트가 크레덴스를 많이 아껴줍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부엉이가 도착하고, 다시 답장을 받으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어차피 빈 시간이니 이럴 때 뭐라도 먹여야 했다. 사실 뉴트는 자신이 시간이 더 지체해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덥석 손을 잡는다. 크레덴스는 펄쩍 뛰어오르다가 금방 얌전해진다.
“갈까?”
“…….”
“영국 음식이 입에 맞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뭐라도 먹어두는 편이 좋을 거야.”
“네, 네에.”
“일단 배를 채우고, 돌아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자.”
“네.”
“나 너무 어렵게 대하진 말고.”
“…….”
크레덴스는 여기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지만 뉴트는 그런 몸짓과 행동 표정을 알아듣는 편이 훨씬 편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크레덴스를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커다랗고 어깨가 굽은 녀석은 생각보다 얌전하게 뉴트를 따라왔다.
“부엉이 때문에 시간 지체한 건 사과할게.”
“…….”
“내가 좀이래.”
“…….”
“재미없지?”
“아뇨…그게 아니라.”
우물우물 말끝이 사라진다. 크레덴스는 여전히 사람을 무서워했고, 낯선 곳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런 녀석이 어떻게 금방 사라질 것 같은 먼지의 모습을 하고 뉴트를 따라왔는지. 그리고 뉴트 스캐맨더는 자신이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남자아이가 몸속에 뉴욕을 초토화 시킬 뻔했던 옵스큐러스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건지. 기묘한 동행이 계속되었다.
사실 영국 어딜 들어가도 이 시간에 먹을 만한 메뉴는 비슷했다. 오래 걸어봤자 돌아가기 복잡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트는 곧장 가까운 가게를 찾았다. 적당한 가게에 들어가 자리를 찾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가게 안은 거의 비어 있었다.
“구석이 좋지?”
“…….”
크레덴스는 또 대답하지 않은 채 눈만 데굴데굴 굴린다. 그리고 겨우 고개를 끄덕인다. 뉴트는 그런 커다란 아이를 끌고 가장 구석진 곳에 앉는다. 메뉴야 한가지니 크레덴스가 메뉴판을 볼 일이 없었다. 여전히 잔뜩 움츠린 채 눈치를 보는 녀석이 안타까운지 뉴트는 계속 몸을 들썩였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정작 그만한 사회성이 없는 남자는 자신이 답답하기만 했다.
“일단 먹고…들어가서.”
“…….”
“음…서로 이야기를 많이 해봐야겠지만, 우린 일단 여기에 더 머무를지 아니면 떠날 건 지부터 확실히 해야 할 거야.”
“그렇구나.”
“너 혼자 보내겠다는 소리는 아니야.”
“…….”
뜻밖의 소리에 크레덴스는 축 처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연히 자기 혼자 떠나리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입술을 달싹이려던 그 순간 음식이 나왔고, 간신히 이어지던 대화가 뚝 멈춰버렸다. 베이컨과 약간의 소시지. 그리고 계란. 약간의 과일과 채소가 곁들여진 접시를 바라보던 크레덴스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낯선 곳이라도 식욕을 이길 수 없는 모양이었다. 메리 루는 늘 멀건 스튜를 한 국자씩 퍼주곤 했다. 안에 들어간 재료도 없는 국물을 받아 마시면 한 끼 식사가 끝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음식을 언제 먹어봤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왜 그래?”
“…….”
“먹어. 괜찮아.”
“…….”
뉴트는 차를 주문한다. 그리곤 크레덴스를 바라보다 같은 것을 부탁했다. 사실 크레덴스는 커피조차 마셔본 적이 없어 그냥 가만히 있었다. 간신히 포크가 움직이고 음식이 입 안으로 들어간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먹는 데 집중하는 녀석을 바라보던 뉴트도 숟가락을 들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대화는 없었다. 사실 크레덴스는 너무 긴장한 상태라 입 안에 들어간 음식의 맛조차 느낄 수 없었다. 뉴트는 크레덴스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릴 기세였지만, 잔뜩 오그라든 아이는 다 먹었다며 식기를 내려놓았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홍차는 이미 반쯤 식어있었다. 한 모금 벌컥 넘기고선 또 눈치를 본다. 뉴트는 더 먹으라고 했지만 그럴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럼 돌아갈까?”
“네…….”
“영국도 별거 없지?”
“아뇨…좋은데.”
“정말?”
“네, 네. 처음…처음 온 거니까.”
“그렇구나.”
사실 사회성 없는 사람을 붙여놓으면 무슨 말을 해도 어색해진다. 지금도 딱 그런 경우였다. 그나마 뉴트가 조금 나아보일 정도니 둘 사이에 얼마나 어색함이 감돌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약간 서먹해진 표정으로 둘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 관광을 온 것이 아니니 곧장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둘은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배가 부르자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
“…….”
“…….”
왔던 길을 다시 돌아오는 내내 뉴트는 앞만 보고 걸었고, 크레덴스는 그 와중에 좌우를 돌아보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따라 걸었다.
*
“국장님은?”
“여전하시지 뭐.”
“큰일이네.”
“차라리 다시 한번 마법 치료를 요청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어.”
“그게 되겠어. 마담 피쿼리께서 그렇게 단호하게 못 박아버렸는데.”
“그렇지. 그런데 차도가 없잖아.”
티나는 잔뜩 걱정이 올라앉은 얼굴로 주저앉았다. 상처와 내상에 좋다는 온갖 노마지 약을 찾아서 건네고 있지만, 그레이브스 국장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미 마법으로 잔뜩 꼬여버린 것을 노마지의 약으로 푼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이대로 죽으란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국장의 상태가 걱정되었다.
“어느 정도 큰 것은 치료했다면서.”
“말은 그렇지만, 무슨 마법은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는걸.”
“그렇겠구나.”
“그린델왈드가 얌전히 마법을 썼을 리도 없고, 국장님 상태를 들으면 분명 큰일이 있는 건데. 이렇게 감금 상태로만 있으니…….”
“의식이라도 차리시면…….”
“좀 낫겠지.”
피쿼리의 명령으로 꾸준히 그레이브스 집에 드나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좋은 소식은 없었다. 그나마 저주 주문과 각종 고문용 마법을 풀어준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그새 또 까칠해진 얼굴엔 고통의 그림자가 한 겹 더 올라앉았다. 오른쪽 발목은 완전히 부러졌다고 들었는데, 이것도 역시 마법으로 어쩔 수 없어서 그저 노마지의 방식으로 부목만 대어놓았다. 그나마 티나가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숨 막히는 방어 속에 국장은 하루하루 마르고 있었다.
“분명 뭔가 다른 걸 쓴 것 같아.”
“무슨 소리야?”
퀴니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앞에서 들린 말에 눈을 깜박인다. 그리고 티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재촉했다. 물론 티나가 입을 열지 않아도 머릿속을 읽을 기세였다. 그런 동생의 성격을 아는지 순순히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법만으론 이렇게 의식을 잃기 어려울 것 같거든.”
“…….”
“그러니까. 마비 마법이나 이런 걸 모두 생각하더라도 증상 말이야.”
“하긴.”
“좀 달라 보이지.”
“그렇긴 하네. 뭔가 달라.”
“마법이라면 아예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단단히 굳어버렸을 텐데, 적어도 그런 건 아니야. 그렇다면 신비한 동물이나 약초를 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내 생각 어때?”
“그럴…수도 있을 것 같네.”
“근데 이런 말을 해도 도와줄 사람이 없지.”
“그것도 그러네.”
퀴니는 입술을 삐죽였다. 가설은 언제나 그것을 증명할 힘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둘이 아는 사람 중에선 그런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이 없었다. 그 순간 익숙한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뉴트한테 물어볼까?”
“…응?”
“혹시 모르잖아. 이 증상의 원인을 알아볼지도.”
“하지만…….”
티나는 퀴니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한숨을 쉬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 국장님이 의식을 찾아야 이 답답한 상황을 타파할 구멍이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영국으로 떠난 사람을, 그것도 몇 달씩 오지를 돌아다니는 것이 당연한 동물학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힘들 것이 뻔했다. 사실 부엉이를 보내긴 했지만, 답장이 올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한 번 더 가봐야지.”
“약 때문에?”
“그것도 그러고. 국장님은 의식이 없지, 집에 배치된 마법사는 조금이라도 뒤척이면 그대로 잡아갈 것처럼 숨 막히지. 집 꼴이 말이 아니라니까. 집요정도 가까이 오지 못하고.”
“…….”
“안 좋은 생각은 안 하기로 했는데.”
“괜찮을 거야.”
“그래야겠지.”
걱정에 걱정이 겹치면 이렇게 금방 사람을 잡아먹을 듯 군다. 티나는 그런 것을 떨치려는 듯 일부러 크게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별로 효과는 없다지만, 시도를 안 하는 것보단 나았다. 수소문해서 간신히 구한 노마지 약을 든 채 절대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은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레이브스 가문의 마법 국장이 노마지의 약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니. 생각할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하지만 티나는 일개 오러였고, 피쿼리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의문을 가득 채운 채 급히 집 밖을 나선 티나는 노마지 눈을 피해 으슥한 골목으로 걸어갔다.
*
그런 뉴욕의 상황을 모르는 뉴트는 크레덴스의 입을 열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었다. 일단 먹이고 씻기긴 했는데, 그 이상 어떤 일을 해도 크레덴스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 녀석을 너무 자극하면 또 큰일이 날까 싶어 마음대로 다가서지도 못했다.
“크레덴스?”
“…….”
“네가 어디까지 기억하는지 알 수 없지만…….”
“…….”
“난 네게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하고 싶어.”
“…….”
“아마 난 널 도와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 일 거고, 난 내 지식으로 널 도와주고 싶어.”
“…….”
뉴트의 목소리엔 어느 정도 확신과 함께 단호함 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크레덴스는 이미 십 오 년도 넘은 옵스큐러스를 몸에 담고 있다. 숙주가 어릴 적 목숨을 잃는 것이 정설로 알려질 만큼 옵스큐러스는 위험한 생물이었다. 그런 녀석을 지금까지 붙들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지만, 그 기적이 언제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크레덴스 베어본은 스큅이었고, 그런 이상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물론 크레덴스의 생각을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혹시 그걸 떼어내고 싶은 생각은 없어?”
“…….”
까만 눈이 슬쩍 뉴트를 바라본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옵스큐러스를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야기를 숨기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 크레덴스 안에 그것은 날뛰지 않았다. 뉴트는 천천히 의자를 좀 더 당겨 앉았다.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그때 시청에서 내가 한 말 기억나?”
“그, 그건.”
“수단에서 소녀를 만났어.”
“…….”
“그 아이도 옵스큐러스의 숙주였고…….”
“…그래서요.”
“난 소녀를 살리기 위해 그걸 분리해야 했어. 그리고 그 옵스큐러스를 연구하려 했지.”
“죽었나요?”
“…뭐?”
“그 아이도 죽었…을까요?”
“…….”
뉴트는 그 질문엔 대답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에서 만난 아이는 8살 때 죽었다. 게다가 어떤 기록에서도 옵스큐러스의 숙주가 열 살 이상 살아남았다는 글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크레덴스는 분명 살아있었고, 스무 살 가까이 될 때까지 옵스큐러스를 붙잡았다.
“죽을 수도 있지.”
“…….”
“하지만 그걸 품고 있으면 언젠간 죽을 거야.”
뉴트는 생각보다 냉정한 말을 한다. 하지만 빙빙 돌려 이야기해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동물의 세계에선 더 그랬다. 옵스큐러스도 일종의 동물이라고 본다면 차라리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고 있는 편이 나았다.
“크레덴스.”
“…….”
“혼란스러운 건 알고 있어.”
“…….”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지. 조금이라도 빨리 옵스큐러스를 분리해내는 쪽이 나을 거라…생각해.”
“…….”
“물론 선택을 강요하진 않아.”
“그럼…….”
“응?”
“내가 그냥 이렇게 살겠다고 하면…난 어떻게 되는 거죠?”
“…….”
“또 혼자가 되는 건가요?”
“…그렇진 않지.”
“…….”
“하지만…많이 힘들 거야.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
사실 크레덴스가 옵스큐러스를 그대로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경우도 없진 않았다. 숙주에게서 옵스큐러스를 분리하는 것 자체는 위험한 시도였다. 겨우 십 년도 채 안 되는 것을 분리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 정도로 오래된 녀석은 어떤 문서에도 기록이 없었다.
“나는 그럼 어떡해야 할까요…….”
“…크레덴스.”
“…….”
단단하고 부드럽게 이름을 부르면 잔뜩 주눅 든 얼굴이 소리를 찾는다. 뉴트는 뭔가 결심한 표정이었다.
“날 믿어줄 수 있어?”
“…네?”
“내가 널 도와줄게.”
“…….”
“그리고…널 도울 사람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런…사람이 있을 리가.”
“놀라지 말고, 알았지?”
“…….”
단호한 목소리를 들은 크레덴스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뭔가 무서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뉴트가 다가서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미국엔 마법 의회가 있어. 마쿠자. 알지?”
“…….”
“그리고 그곳엔 마법이 출중한 사람들이 많아.”
“…그리고 날 공격했죠.”
“잠깐만, 크레덴스.”
“…….”
급격하게 불안해지는 표정이 보였다. 하긴 너무 빨리 말을 꺼낸 것이 아닐까 후회가 된다. 하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크레덴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신비한 동물이 도망쳐 큰 사고를 친 뉴트 스캐맨더가 다시 미국 땅을 밟는다면, 당연히 모든 시선을 독차지할 것이 뻔했다. 게다가 가방 안도 샅샅이 검사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설사 크레덴스를 가방 속에 숨겨둔다 해도 들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숨기고 있다 들키면 더 큰 일이 난다.
옵스큐러스를 분리하는 일이야 뉴트 혼자 해도 된다 하지만, 그 이후는 어쩔 수 없이 마쿠자에게 이야기를 해야 했다. 이 일을 도와줄 만한 사람이 없을까. 뉴트는 두려워하는 녀석을 다독이며 끊임없이 생각한다. 도와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확실한 방법이 있어야 했다.
“…그레이브스.”
“…….”
“크레덴스.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누구요?”
“…….”
“그레이브스?”
“…….”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아. 뉴트는 그제야 생각이 났다. 크레덴스는 그린델왈드를 모를 것 같았다. 아니 알아도 그 사람을 덜컥 믿으라고 할 순 없었다.
“그, 그 사람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고 있어요?”
“…알지.”
“…….”
“그것도 우리가 풀어야 할 일 중 하나니까. 해줄 말이 많아.”
“그 사람은…못 믿겠어요.”
“당연해.”
“…….”
“하지만 난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생각보다 단단하고 흉터가 많은 손이 크레덴스를 토닥인다. 몸만 커버린 아이는 생각보다 얌전했다. 금방이라도 옵스큐러스가 날뛰리라 생각했지만, 잘 참고 있는 모양이었다. 분리하는 방법은 천천히 설명해주기로 했다. 마쿠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옵스큐러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있었다.
“날 믿어줄래?”
“네.”
“그래. 그럼 일단 좀 더 건강해져야겠지?”
“…….”
“그리고 마음도 가라앉혀야 하고.”
“…….”
“네가 바쁠 동안 난 필요한 것을 준비할게.”
“…….”
“일단…그렇다면.”
뉴트가 크레덴스를 일으켰다. 그리곤 단단하게 막아둔 문을 연다. 그 기척을 들은 동물들은 난리가 났다. 뉴트는 혹시나 니플러가 당장 튀어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여긴…….”
“잠깐만 같이 놀고 있어.”
“…….”
“구경해도 괜찮아. 난 여기 앞에서 편지를 쓸 거니까.”
“…….”
“무서운 아이들 아니야. 다들 착한걸.”
뉴트가 웃으면서 저쪽을 보라고 한다. 크레덴스의 눈이 이만큼 커졌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가방 안엔 온갖 동물이 있었다. 물론 위험하지 않다는 기준은 절대적으로 뉴트의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달려드는 니플러를 솜씨 좋게 낚아챈 뉴트가 크레덴스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
“어서 들어와.”
“…….”
크레덴스는 쿵쿵 뛰는 가슴을 안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뉴트는 자연스럽게 지팡이를 들어 깃털 펜과 종이, 그리고 잉크를 꺼냈다. 약간 낡은 나무로 만든 탁자에 불러온 것을 하나둘 내려놓는다. 크레덴스는 이미 가방 안 광경에 혼을 팔아버린 것처럼 정신없었다. 그러더니 이내 정신을 차린 듯 몸을 떨었다. 눈을 깜박이며 수많은 동물을 바라보더니 주춤주춤 뉴트 곁에 붙어 섰다.
“왜?”
“…….”
“알았어.”
“…….”
“그럼 편지만 쓰고 구경시켜줄게.”
“…….”
뉴트는 가끔 자신이 얼마나 동물들과 소통을 잘하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크레덴스는 얌전히 탁자 옆에 쭈그리고 앉은 채 열심히 눈만 굴려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데미가이즈는 이미 그런 녀석에게 흥미를 보이면서 천천히 다가왔지만, 펄쩍 뛰는 모습을 보고 조금 뒤로 물러섰다. 뉴트는 더는 닦달하지 않은 채 깃털 펜을 손에 들었다. 그 사람에게 편지를 보낸 기억은 희미할 정도로 오래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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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덴스는 뉴트도 그레이브스도 풀어야할 일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그레이브스를 직접만난 일은 없지만요.
드디어 슬슬 셋, 그리고 둘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지지부진하고 느릿한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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