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크레덴스] Home Schooling 008
+) NOTICE
그레뉴트 기반으로 크레덴스 줍는 이야기
그레이브스 한참 안나옴 주의.
둘이 일면식도 없어보이지만 영화 이후 이야기로 천천히 진행합니다.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뉴트가 크레덴스를 많이 아껴줍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
뉴트는 유능한 동물학자였지만, 그 재능에 가려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자면 바로 이런 식이었다. 뭔가 한 가지 집중할 일이 생기면 외골수처럼 그것만 바라보고 걷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크레덴스가 기다리겠다고 한 것만이 아니었다.
“…으음.”
눈을 찌푸린 채 계속 끙끙 앓았다. 깃털 펜 끝을 잘근잘근 깨무는 버릇은 영 나아지지 않았다. 금방 쓸 것처럼 이야기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적지 못한다. 물론 이런 상황엔 다 이유가 있다. 뉴트는 그린델왈드가 그레이브스의 얼굴을 한 채 나타났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것이 뉴욕을 떠나기 전인지, 아니면 후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상황에서 뉴트가 그레이브스의 소식을 들은 적 없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당연히 살아있으리란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았다. 뉴트 스캐맨더라면 당연히 퍼시발 그레이브스를 보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앞뒤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것은 계산 실수가 분명했다.
“…….”
“…어렵네.”
“…….”
“으…….”
크레덴스는 눈으로 뉴트의 손끝을 쫓아간다. 귀 끝에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끝날 듯 이어지는 소리를 따라 귀가 쫑긋거렸다. 동물 사전을 집필하고 있는 학자는 어쩐 일인지 짧은 편지를 좀처럼 끝맺지 못했다. 아. 결국, 다 쓰지 못한 편지에 닿아있던 펜이 떨어졌다. 뉴트는 끙끙 앓으면서 책상에 늘어졌다.
“어쩌지.”
“…네? 네?”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어.”
“…….”
“나 사실 거의 십 년 만에 편지 써보는 거야.”
“…….”
“그 사람한테.”
“어, 어째서…….”
크레덴스는 뉴트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정말 잘 아는 사람처럼 말하면서 설득하던 뉴트 스캐맨더는 어디로 갔는지, 주근깨가 가득 내려앉은 얼굴엔 민망함이 가득 피어났다. 크레덴스가 눈을 깜박인다. 그리고 뉴트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런 아이에게 호기심을 읽어낸 뉴트는 민망한 표정으로 슬쩍 웃었다. 여전히 시선이 빗겨나가긴 하지만 말이다.
“웃기지?”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됐을까. 역시 편지는 좀 나중에 보내는 쪽이 나으려나.”
“…….”
“아마 어렸을 때 나는 여전히 더 어렸나 봐.”
“…….”
“티나한테 보낸 편지가 도착하려면 약간 시간이 있으니 편지는 저녁 먹고 마저 쓸까? 아이들을 소개해줄게.”
“저…….”
크레덴스는 드물게도 뉴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뉴트는 그런 현상이 좋은 것이라 보았기 때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이를 바라보았다. 꼭 막 알에서 깬 오캐미를 바라보는 표정과 닮아있었다. 그런 시선에 절로 목이 굽는 아이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 그래도 편지를 마저 쓰는 쪽이…좋을 것 같아요.”
“그래?”
이번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크레덴스는 손가락을 겹쳐 만지작거린다. 더는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뉴트는 가늘게 웃으면서 다시 펜을 들었다. 하긴 크레덴스에게서 옵스큐러스를 떼어낸 다음 얼마나 오랜 회복 기간을 가져야 할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미리 이야기를 전해주는 쪽이 낫겠지. 쓰다만 편지를 다시 읽어본다. 예전엔 어떻게 시작했지. 어떤 식으로 안부를 물었지. 뉴트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만 했다.
“퍼시발…아니 그레이브스 국장은 말이지.”
“…….”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사람은 절대 아니야.”
“…….”
“물론 내가 말하는 걸 모두 믿진 않겠지만, 이걸 이해하려면 조금 어렵고 힘든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거든.”
“그…….”
“응?”
“그러니까…당신이 믿는…사람이라면 괜, 괜찮을 거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고마워.”
“…….”
뜻밖의 칭찬에 크레덴스는 고개를 푹 숙인다. 잔뜩 움츠린 어깨가 더 좁아진다. 늘 웅크리고 살던 아이는 기분이 좋아도 늘 동글하게 웅크리고 만다. 따지자면 그레이브스를 믿는 것보다는 뉴트 스캐맨더를 신용한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폭언을 퍼부었던 사람에게 날을 세우지 않는 것만으로도 희망은 아직 존재했다.
“어차피 당장 뉴욕으로 돌아가진 않을 거야.”
“…….”
“여기서 좀 더 건강해지고, 옵스큐러스를 분리하고.”
“…….”
“그리고 회복이 된 후에 돌아가야겠지. 굳이 널 다시 뉴욕으로 데려가려는 것은…다른 뜻이 있어선 절대 아니야.”
“…….”
다른 뜻이라면. 아무리 크레덴스가 어리숙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퍼시발 그레이브스가 마쿠자에서 꽤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레이브스 국장과 대통령은 긴밀한 연결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상황에 뉴욕 사태 주범인 자신의 생존 소식이 알려진다면. 상상은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했다.
“크레덴스?”
“…어차피 마법사들도 다 알게 되겠죠.”
“…….”
“나, 나를 죽이려고 했던 마법사도. 대통령이라는 사람도. 그리고…….”
“널 억지로 끌고 가려 한다면 난 뉴욕에 돌아가지 않을 거야. 영국에서 머무르기 힘들다면 내 가방 속에서 지내도 괜찮아.”
“…….”
“내가 뉴욕에 가는 이유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을 뿐이고, 크레덴스도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니까. 단지 그것뿐이야.”
뉴트는 속에 담고 있던 어려운 말을 꺼냈다. 물론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힘들어하고, 자신을 표현할 때도 다들 귀찮아한다는 식으로 말하던 사람치고는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대화였다. 크레덴스는 반만 알아들었다. 중요한 것은 도와달라며 붙잡은 손이 자신을 마쿠자에게 넘기진 않으리란 사실이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이 이상의 따뜻함은 오히려 체할 것 같은 두려움을 가져다주곤 했다. 그래서 급하게 들이부은 애정을 아이에게 흡수되지 못하고 줄줄 흘러내렸다.
“이 정도면 되겠지.”
“…….”
“티나한테 보낸 편지가 도착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우리도 바쁘니까.”
“…….”
“그 사람이라면 편지를 읽고 분명 답장을 해줄 테니…우린 일단 기다리면 되는 거지.”
크레덴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뉴트는 연한 나무색이 감도는 편지 봉투를 꺼내 편지지를 곱게 접어 넣었다. 잠시 망설이다 편지 봉투 앞에 작은 서명을 적어넣는다. 이렇게 낯설 일일까. 하긴 마지막으로 편지를 보낸 이후로 얼굴조차 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부엉이만 보내면 한동안은 바쁜 일이 없을 거야.”
“…….”
“그리고 편지를 받는 사람은 나보다 훨씬 진중하고 사려 깊으니까 우릴 도와줄 거고.”
“…….”
“내가 또 재미없는 이야기를 했나. 내가 좀 그래.”
“아뇨.”
크레덴스는 자신의 기억 속 국장과 뉴트가 말하는 그레이브스의 비슷한 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무서워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두려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크레덴스가 늦은 만큼 뉴트는 인내심이 많았다. 편지봉투는 잘 봉한 뒤 자신의 부엉이를 찾아 잠시 가방 밖으로 나간다. 길쭉한 아이는 따라갈까 싶어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하지만 다시 주저앉았다.
“…….”
뉴트가 부엉이에게 편지를 부탁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내는 사람이 약간 낯설 뿐이지 편지를 보내는 행위 자체는 익숙했다. 창문이 열린다. 그리고 커다란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크레덴스는 잔뜩 웅크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위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들리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꼭 사다리만큼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뉴트의 얼굴이 보였다.
“갈까?”
“…….”
“가방에서 계속 지낼 텐데, 인사를 해주는 편이 좋을 거야.”
“…….”
도와달라고 붙잡긴 했지만, 왜 이렇게 잘해주는지 알 수 없었다. 크레덴스는 여전히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났다. 그리고 뉴트의 손에 이끌려 가방 속을 걷기 시작했다.
✡
티나는 여전히 상사의 집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집 안팎을 지키는 오러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착각일까. 국장님은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약에 차도가 있다는 것이 다행일지도 몰랐다. 평생 잠에서 깨지 못할 사람처럼 누워있는 사람은 바짝 말라갔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지.”
“늘 있는 일이죠.”
“그렇겠네.”
“그럼.”
하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동안 내내 이곳을 지키는 것은 지겨울 법도 했다. 티나는 적당히 인사를 받아주며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 피쿼리의 명령으로 결계 안에 갇혀버린 집은 마음대로 들어가기도 힘들었다. 그레이브스 가문을 오랫동안 모셔왔던 집요정들은 날로 상심이 커졌다. 집안을 돌볼 주인이 저렇게 누워있으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늘도 여전하시네.”
“…….”
“…어쩌면 좋을까.”
“…….”
노마지 약이 약간 효과를 보이는 것 같아 작은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가끔 뜻 모를 신음을 흘리거나, 눈꺼풀 아래로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바짝 마른 남자는 금방이라도 큰일이 날 것 같다. 티나가 막 신입 오러로 들어왔을 때부터 그레이브스는 국장 자리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늘 어렵고 높은 사람이었다.
물론 티나가 사고를 치고 부딪히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단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 없는 상사였기에 아직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나 아무것도 아닌 표정을 지으며 마쿠자에 복직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와선 그저 꿈일 뿐이었다.
“국장님.”
“…….”
“어서 일어나세요.”
“…….”
매일매일 상사의 상태를 기록하는 것도 못 할 짓이었다. 대통령의 직접 명령만 아니었다면 하루 이틀하고 그만둘 것 같았다. 하지만 티나는 매일매일 그레이브스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 간신히 허락된 마법 주스로 영양을 섭취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 의식을 찾지 못하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었고,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다. 티나는 역시 다시 한번 마법 치료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로 했다.
“…응?”
그 순간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티나가 허겁지겁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결계 바깥쪽에서 커다란 맹금류 한 마리가 퍼덕거리며 연신 저택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편지를 전하는 부엉이는 확실한데, 결계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아.”
티나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익숙하다 싶더니 영국으로 날려 보낸 자신의 부엉이였다. 혹시 부엉이가 다칠까 싶어 얼른 밖으로 나갔다. 바깥 정원에서 대기하던 오러에게 자신의 부엉이임을 알린다. 그리고 결계 밖으로 걸어가자 부엉이가 대번에 달려들었다. 그리곤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안.”
“…….”
주인은 보이는데 결계에 가로막혀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티나가 익숙하게 부엉이를 울타리에 앉힌다. 그리고 입에 물린 편지를 받아들었다.
“세상에.”
답장이 올까 고민했던 바로 그 사람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얼마나 급하게 적었는지 편지봉투엔 말라붙은 잉크 자국이 선명했다. 서서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일단 주머니에 잘 챙겨두기로 했다. 부엉이는 날려 보내면 알아서 집을 찾아갈 것이다. 티나는 당장 편지를 뜯어 읽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하는 중이었고 그럴 수 없었다.
“오늘도 차도가 없으신데, 마쿠자에 가면서 역시 말을 꺼내봐야겠어.”
혼자서 다짐하고 실행에 옮긴다. 대기하는 오러 무리는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라는 것. 그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태를 일으킬만한 인물은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 그러니 이렇게 움직이지도 않고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겠지. 티나는 오늘 기록한 서류를 챙긴다. 그나마 말이라도 건네 볼 시간이 있어 다행이었다. 결계로 단단히 봉인 된 저택에선 마법이 통하지 않아서 열심히 몸을 움직여야 했다.
티나가 마쿠자에 도착했을 땐 약간 해가 기울어질 무렵이었다. 말단 오러는 아무리 대통령의 직접 명령을 받았다고 하지만, 갖춰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았다. 이것저것 서류를 꾸민다. 어차피 기다려야 하니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그때 뉴트의 편지가 생각났다.
“…그렇지.”
티나는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냈다. 잉크 묻은 부분을 손끝으로 만져보다 봉투를 열었다. 얼마나 급하게 썼는지, 끝부분엔 잉크 자국이 선명했다. 티나는 괜히 편지를 보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도착한 답장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소득 없는 일이었다.
“뉴트.”
편지는 생각보다 짧았다. 얼마나 바쁜 일이기에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지. 티나는 뉴트의 답장 때문에 오히려 궁금증이 더 생기고 말았다. 자신이 좋아할 만한 일이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이야기하지 않은 게 잘한 걸까.”
물론 티나도 직접 쓸 수 없는 소리였다. 그러니 뉴트도 짐작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짧은 편지 안엔 당연할 만큼 희망이 묻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티나는 이 편지에 대해 답장을 보내야 할지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그 짧은 고민이 시작되기도 전해 피쿼리와 독대를 하기 위해 급히 움직여야 했다.
“왔군요. 티나 골트스틴.”
“오늘 자 보고와 함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좋아요. 말해보세요.”
“…….”
“서류를 보면서 말해야 하나요?”
가볍게 손이 움직이자 티나가 보낸 서류가 날아왔다. 이미 몇 번 읽은 모양이지만 다시 한번 눈앞에 늘어놓은 채 고개를 끄덕인다. 할 말을 어서 해보라는 표정이었다. 티나는 긴장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레이브스 마법 안보 부 국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마법 주스와 노마지의 약에 의존하기엔 시간이 너무 지난 것 같습니다.”
“…….”
“국장님이 의식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몸을 휘감고 있는 마법과 혹시 모를 신비한 동물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뭐죠?”
“희미하게 움직임은 있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견될 당시 이름을 알 수 없는 신비한 동물에 의해 훼손된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마비 마법이라면 눈동자를 움직일 수도 없게 단단히 굳어버렸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동물에 의한 사고거나 약초로 인한 중독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그것에 대해 저희의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말이죠.”
“그렇군요.”
피쿼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다. 게다가 날카롭게 꼬집은 지식의 부재도 마찬가지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티나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아있었다.
“그래서…감히 말씀드립니다. 뉴트 스캐맨더에세 이번 일을 문의하면 어떨까 합니다.”
“…스캐맨더? 우리 뉴욕을 구해 준 천둥새의 주인 말인가요.”
“네. 적어도 마쿠자보다 신비한 동물이나 약초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
“더 늦으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우리 쪽의 일입니다. 게다가 그린델왈드가 아직 이곳에 있죠. 게다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사람에 대해 굉장한 분노를 가지고 있어요.”
“…….”
“내가 걱정하는 것은 또 한 번 스캐맨더 가문의 사람이 뉴욕에서 위험에 빠질 확률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죠?”
“네.”
“하지만 국장에 대한 일도 그냥 놔둘 순 없겠네요. 골트스틴의 말대로 그 몸에 무슨 마법이 있을지 모르니 함부로 건드릴 수 없으니까요.”
“…….”
“하지만 일리 있는 설명이군요. 공문을 보내도록 하죠.”
“…네. 네?”
“마쿠자에 관한 일이라면 개인 대 개인으로 부탁할 순 없지 않습니까.”
“…네.”
얼떨떨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물론 이번 일은 그나마 친분이 있는 티나가 맡아서 하기로 했다. 접견실을 나오자마자 다리가 풀렸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야기가 잘 끝난 것은 맞지만, 그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왔다는 사실을 느리게 깨달았다.
“다행인 것인지.”
아닌지. 티나는 약하게 한숨을 쉬었다. 공문을 만들고 부엉이를 보내 요청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편에 속했다. 그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 동물학자의 가방에 들어있는 신비한 동물이었다. 차라리 공문을 보내고 협조를 요구하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뉴욕을 한번 뒤집어 놓은 신비한 동물을 다시 들고 들어온다면, 이에 관해 얼마나 많은 공문이 필요할지. 생각만 해도 까마득했다. 그렇다고 도움을 바라는 처지에 자식과도 같은 동물을 놓고 오라는 소리는 할 수 없었다. 뉴트를 다시 한 번 뉴욕으로 부르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의 숫자를 세던 티나는 잠깐 주저앉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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