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뉴트/톰늍] MAZE IN THE TRAP vol.2 002 [전연령]
+) NOTICE
둘이 멀쩡하게 연애하는게 보고싶어서 시작한 평범한 세계에 대학교 AU 입니다.
플레어는 발병하지 않았고, 다들 알아서 잘 살고 있는 세계.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1권에서 이어지는 같은 커플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느정도까지 연재 후 뒷부분을 추가해 회지로 만들 예정입니다.
책이 나와도 연재한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문을 열자 익숙한 신발이 놓여있었다.
아무리 봐도 뉴트가 먼저 집에 돌아온 것 같았다. 괜히 긴장해 쭈뼛쭈뼛 거실로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있던 뉴트가 읽던 책을 내려놓았다. 매끈한 몸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온도가 토마스의 다리를 휘감았다.
“…….”
서로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헤어진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반가웠다. 그대로 달려가서 와락 안아버릴 뻔했다. 방금 전까지 고민했던 것이 부질없어질 만큼 뉴트가 좋았다. 하지만 너무 좋아서 쉽게 다가갈 수도 없었다. 발아래 못이 박힌 듯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눈만 깜박이는 토마스를 바라보던 뉴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찍 왔네?”
“응? 어, 연구소에서 쫓겨났어.”
“뭐?”
뜬금없는 대답을 듣고 뉴트라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토마스는 자기가 또 생각 없이 말을 내뱉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손에 들고 있던 케이크 상자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반대쪽 손으로 뉴트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간신히 뉴트를 진정시켜서 소파에 다시 앉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날카롭게 묻는 말에 고분고분 대답을 해야 했다.
“쫓겨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진짜 쫓겨난 건 아니고…….”
“뭐?”
“그게…그러니까.”
“…진짜가 아니면 뭔데?”
“형이랑 누나가 오늘은 일찍 들어가 보라고…하셔서. 정신 차렸더니 센터 바깥에 나와 있었거든.”
“…….”
“뉴트?”
“하아.”
맥이 탁 풀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머리가 찬찬히 식어갔다. 뉴트는 자신이 너무 조급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토마스가 나름대로 농담을 던진 것인데 제대로 받아주지 못했다. 항상 저렇게 농담을 진담처럼 진지하게 한다는 것을 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가 볼에서부터 부끄러움이 왈칵 묻어나왔다. 일찍 들어가 보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은근히 토마스를 놀리는 투로 말하는 연구원들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졌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당연하게 말하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부끄러워지는 쪽은 뉴트였다. 토마스의 직설적인 표현 방법에 조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조금 모자란 것 같았다.
“뉴트.”
“응?”
“좋아해.”
“…….”
“사실 뉴트를 뺏어가는 거 같아서 조금 질투를 했었어.”
“뭐?”
“…너무 바빠서.”
이 녀석은 지독히도 말주변이 없었다. 곧잘 자기 속에 들어있는 속마음을 내보이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꾸며낼 줄 몰랐다.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곧이곧대로 말하는 녀석은 언제나 그곳에서 조금만 틀어져도 눈에 띄게 허둥대곤 했다. 이 세상은 1과 0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이 확실하게 있는 수학 계산 식도 아닌데 왜 저렇게 불안해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오히려 그런 곳에 있는 것을 편하게 생각했다. 밖으로 나오는 것을 두려워했고, 겁을 집어먹었다.
그럴 때마다 뉴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토마스. 목을 한 번 확 긁고 지나가는 영국 발음이 들리면 그제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토마스는 항상 뉴트에게서 빛이 보인다고 했다. 그 빛은 항상 옳았고, 바른 길을 인도해 준다고 믿었다. 이런 맹목적인 믿음은 너무 무거웠다.
‘토마스.’
다시 한 번 이름을 불렀다. 뉴트가 내민 손을 더듬거리면서 잡았다. 손끝이 마주치고 손바닥이 닿았다. 이내 깍지를 끼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곤 했다. 뉴트가 있는 힘껏 팔을 잡아끌면 토마스는 너무나도 손쉽게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해하는 눈매는 변함없었다. 뉴트가 한 번 더 팔을 쭉 당기자 길쭉한 몸이 훅 꺾이면서 앞으로 넘어졌다. 뉴트도 넘어질 뻔했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토마스를 받아냈다. 뉴트의 목덜미에 코를 박은 채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따뜻한 체온과 좋은 향기가 느껴졌다. 예쁘게 떨어지는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눈앞의 사람을 불렀다. 뉴트. 뉴트. 어쩐지 목덜미가 축축해진 느낌에 뉴트는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사내새끼가 눈물이 이렇게 많아서 어디다 쓸 거야.”
“…….”
“그래서 내가 좀 바쁜 게 그렇게 마음에 걸렸어?”
“…….”
“직접 말해봐. 토마스.”
“응.”
고개가 끄덕거리는 것조차 생생하게 느껴졌다. 토마스. 이 알기 쉬운 놈. 넓은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면서 뉴트는 하염없이 웃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알 수 없었다. 손가락엔 반지가 단단히 끼워져 있었고, 항상 눈앞에는 자신이 있었다.
“…….”
“뉴트.”
잠시 말이 없자 그새 또 불안해 진 것이 분명했다. 토마스의 입속에서 한번 구르고 나오는 뉴트라는 이름은 평생 들었던 것이지만. 생소할 정도로 달게 들리곤 했다.
“며칠 휴가라도 낼까?”
“응?”
“나도 좀 쉬어야 할 때가 온 것 같긴 한데, 기왕이면 지금이 좋지 않을까 해서. 어떻게 생각해?”
“아냐. 아냐…….”
“진짜?”
“…아니.”
“그럼 딱 삼일이야.”
뉴트가 아이를 어르는 것처럼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커다랗고 길게만 자란 몸을 질질 끌어다 소파에 앉혔다. 코끝이 조금 빨개진 토마스가 아쉽다는 듯 뉴트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런 손을 바라보다 그대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반동에 바지 속에서 날씬한 발목이 슬쩍 나타났다 다시 사라졌다. 뉴트가 넓고 탄탄한 어깨에 슬쩍 머리를 기댔다.
“사흘 동안.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
“알다시피 나도 경력이 얼마 안 된 신인이라 맘대로 일정을 뺄 수 없어. 내가 좀 경력이 있으면 이러지 않을 텐데.”
“알아.”
“이번 휴가는 원래 약속받고 한 거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너야말로 연구소 어쩔 거야?”
“안 나갈 건데.”
“그냥 옆에만 있을 거야.”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토마스의 대답을 듣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깨에 머리를 댄 채 웃기 시작하니 뉴트의 몸이 절로 들썩였다. 입술 속으로 사라지는 새파란 웃음이 바삭바삭 부서졌다.
“그럴 줄 알았어.”
“삼일 동안…안 나갈 거야.”
“그래.”
“…….”
“그런데 토마스.”
“응?”
순간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어졌다. 갑자기 생긴 휴가에 둘은 잠시 눈만 깜박이며 무엇인가 생각을 했다. 삼일이라는 시간은 길면 길고, 짧다면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뭘 하는 것이 좋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눈앞에 뚝 떨어진 자유 시간은 아무런 계획이 새겨지지 않은 채 그저 공허하게 텅 비어있을 뿐이었다.
“뭐할까?”
“그러게.”
“네가 하고 싶은 게 있을 것 아냐.”
“…….”
“그걸 하자.”
“난…….”
토마스가 말을 아꼈다. 진지해진 눈빛이 일렁거렸다. 슬쩍 얼굴을 쳐다보던 뉴트는 왼쪽 다리를 끌어올렸다. 느긋하게 발목을 주무르면서 좀 더 몸에 기댔다. 어깨에서 가슴으로 고개가 점점 내려왔다. 가슴에 닿아있는 볼에 토마스가 내쉬는 숨 하나하나가 느껴졌다. 커다랗고 마른 손이 뉴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눈을 가늘게 떴다가 이내 다시 감았다. 토마스가 고개를 숙이면 이마와 콧대에 따뜻한 기운이 닿곤 했다.
“천천히 생각해볼까 봐.”
“삼일이라고 했어.”
“알고 있어.”
“뭐…이러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맞아.”
희미하게 들리는 시곗바늘 소리를 듣던 뉴트는 어느 순간 의식이 훅 멀어졌다. 따뜻한 품 안에서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토마스의 손이 느리게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기억이 뚝뚝 끊겼다. 닳아버린 전등이 깜박거리는 것처럼 점멸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토마스가 자신을 안아 드는 기억을 끝으로 완전히 꿈속으로 떨어져 버렸다. 저 멀리서 토마스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확실하진 않았다.
✗ ✓ ✗
“…….”
무의식적으로 따뜻한 것을 찾아 좀 더 안쪽으로 파고들던 뉴트가 아주 느리게 눈을 떴다. 희뿌연 새벽 공기가 침실 가득 내려앉아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물체를 가만히 쳐다보다 눈을 두 번 깜박였다. 고른 숨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그 소리의 주인이 토마스인 것을 눈치 챘다. 언제부터 잠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지간히 피곤했나 봐.’
사흘 동안 하고 싶은 걸 하자면서 큰소리쳤던 것이 무안할 만큼 깊게 잠이 들었었다. 뉴트가 조용히 침실을 벗어나려 했지만, 허리를 단단히 잡고 있는 팔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얼마나 꽉 안고 있는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결국, 반쯤 포기하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불 속에서 한참 뒤척거리다 보니 어느새 바깥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부드러운 태양이 싸늘하게 얼어있던 새벽 공기를 하나 둘 녹이기 시작했다. 두꺼운 커튼이 쳐진 창문 틈 사이로 아침이 흘러들어왔다. 침대에 길게 늘어지는 햇살에 뉴트의 머리카락이 밝게 빛났다. 토마스는 언제부터 잠을 잤는지, 아직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조금씩 가슴을 밀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베개에 반쯤 파묻힌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랐다. 입술에 반쯤 걸린 미소가 뚝뚝 떨어질 때마다 촘촘한 속눈썹이 대답하는 것처럼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좋은가.’
뉴트는 사실 이런 일직선 애정을 조금 부담스러워 했다. 물론 뉴트도 토마스를 좋아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곤 했다. 하지만 토마스를 따라갈 수 없었다. 물론 머리로는 애정을 비교하는 것이 둘 사이의 관계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기분상의 문제였다. 토마스가 자신을 좋아해 주는 만큼 돌려주기 힘든 뉴트는 가끔 남몰래 한숨을 쉬곤 했다.
“…….”
모른 척 조금 더 붙어 누웠다. 가슴에 볼이 닿을 정도로 바짝 붙었다. 그러자 토마스의 팔과 등 사이에 작은 공간이 남았다. 뉴트가 두 손을 토마스의 가슴에 댄 채 잠시 숨을 골랐다. 뭔가 부끄러웠다. 천천히 탄탄한 허리를 팔로 감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잘생긴 콧대와 턱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토마스의 입술에 자신의 것을 겹쳤다. 물컹하고 따뜻한 느낌이 온몸에 퍼져나가자 허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
꽤 오랫동안 닿아있던 입술을 뗀 뉴트가 조금 떨어졌다. 뭔가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을 때, 뉴트는 빠르게 눈을 깜박였다. 까맣고 단단한 시선에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이 가득 담겼다. 순간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뉴트가 토마스를 밀어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단단하게 뉴트의 허리를 감아쥔 녀석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목덜미를 잘근잘근 물어댔다,
“토마스! 하지 마!”
“뉴트 나 자는 줄 알고 그런 거야?”
“아냐. 이거 놔!”
“싫어.”
“아…토마스…읏.”
“뉴트 정말 좋아해.”
토마스는 아침부터 뉴트의 목덜미에 차근차근 자신의 자국을 만들고 있었다. 토마스의 몸이 뉴트를 반쯤 옭아매고 있었다. 목덜미에서 입술로. 다시 코를 지나 눈꺼풀까지 불꽃의 길이 만들어지는 동안 뉴트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그만…….”
“싫어?”
“아침부터…무슨.”
“아프게 안할게.”
“아프긴 뭐가…토마스!”
“정말 좋아해. 뉴트. 내 빛. 그리고 생명.”
“…잠깐…앗!”
어느새 뉴트의 몸을 타고 올라간 토마스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허리를 숙여 뉴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매끄럽게 손끝이 달라붙는 볼을 만지작거리다 살짝 누르니 미간이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토마스…너!”
날카롭게 쳐다보는 까만 눈이 부담스러워 손바닥으로 살며시 눈꺼풀을 내리누르듯 가려버렸다. 눈을 가리자 뉴트가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을 했다. 시야가 차단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감각이 살아나곤 했다. 토마스의 손끝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과할 정도로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날렵하게 붙어있는 입술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조금 시선을 내리면 턱밑으로 이어진 목선이 눈에 들어왔다. 목선을 따라가다 살짝 튀어나온 곳 바로 위에 입술을 묻었다. 얇은 피부 아래에서 열기가 올라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쯤이면 두어 번 걷어차이는 것은 물론이고, 냉정하게 눈을 가린 손을 쳐낼 법도 했다. 얻어맞는 것은 반쯤 각오하고 있었지만 뉴트는 오늘따라 얌전했다.
“…….”
한참 동안 목에 입술을 묻고 있다 보니 조금 더 대담한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랫동안 뉴트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 갑자기 눈에 빛이 들어오자 뉴트는 자연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 토마스가 그런 얼굴조차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콧잔등에 다시 키스를 퍼부었다.
“…으음.”
“운동할 거야?”
“해도 복근은 안 잡혀.”
“그런가…난 이것도 좋아.”
천천히 손바닥으로 배를 누르고 살살 쓸어내렸다. 뉴트가 가늘게 숨을 쉴 때마다 손끝에 차진 피부가 달라붙었다. 어느새 허리를 감아 들어간 손끝이 척추를 따라 쭉 긁어내리며 길을 만들었다.
“…간지러워.”
“…….”
“읏…잠시만.”
엉덩이까지 내려갔던 손이 다시 올라오면서 움푹 들어간 곳을 손으로 문질렀다. 뉴트의 입이 벌어지면서 가쁜 숨을 한 움큼 토해냈다. 토마스가 쓸고 지나간 자리엔 불긋한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간지럽기만 했다. 가장 말단 부분부터 스물 스물 기어 올라오는 묘한 감각에 발끝이 절로 오므라들었다. 깨끗하게 깔린 시트를 발로 밀어내자 자글자글하게 주름이 잡혔다. 몸 안에서 타오르듯 시작된 열기는 자꾸 솟아오르기만 하고 도통 바깥으로 빠져나가려 하지 않았다.
“흐응.”
“뉴트…좋아해.”
“읏…내 이름 닳겠다.”
“좋아해.”
“…….”
“정말…….”
“나도.”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토마스의 얼굴에 웃음이 확 번졌다. 대단하게 반응한 것도 아닌데 어쩜 저렇게 좋아하는지. 뉴트는 도대체 따라갈 수가 없었다. 머릿속은 따뜻하게 데워진 것처럼 푹 퍼져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해도 괜찮아?”
“…으응.”
“정말?”
“원하는 대로,”
허락인 듯 아닌 듯 미묘한 대화가 끝나자 다시 한 번 셔츠 안으로 손이 들어왔다. 입술이 톡 튀어나와있는 쇄골을 향했다. 조금 더 밑으로. 다시 좀 더 아래쪽에 예쁘게 자리하고 있는 복근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피부를 훑어내려 가는 입술에선 짭짤한 소금기가 느껴졌다. 살짝살짝 골이 파인 곳에 입을 대면서 조금 더 확실한 허락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뉴트는 가는 신음을 내뱉을 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원체 이런 상황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묘하게 틀어진 눈썹의 각도,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만 보아도 토마스는 알 수 있었다.
✗ ✓ ✗
“아…….”
뉴트의 짧은 목소리와 함께 위에서 움직이던 몸짓이 우뚝 멎었다.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벌겋게 손자국이 난 허리가 아프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허리부터 힘이 풀어져 그대로 침대에 무너져 내렸다. 안쪽을 채우는 뜨끈한 액체가 느껴지더니 천천히 토마스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한계에 가까울 정도로 열려있던 길이 뻐근하게 아팠다.
“하아…아.”
“뉴트…….”
“…아파.”
“미안해.”
그 한마디에 금방 미안하다고 하는 토마스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리는 있는 대로 벌어진 채 방치 당해서 아팠고, 허리는 잔뜩 쳐올린 것을 받아내느라 지끈거렸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려서 토마스의 뺨에 가져다 댔다. 따끈하게 달아오른 볼이 손안 가득 잡혔다. 손가락으로 볼을 쓸어보다 속눈썹에 가득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웃었다.
“…자꾸 미안하다고 그러면 진짠 줄 알아.”
“정말이야.”
“넌…진짜 바보 같아.”
“어째서?”
“서로 좋아서 시작한 건데 왜 미안하다고 그래.”
“…….”
“그래서 네가 좋아. 토마스.”
토마스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흘러내렸다. 뉴트를 와락 껴안은 채 목에 얼굴을 묻었다. 살에 뚝뚝 떨어지는 맑은 눈물의 무게를 셈해보던 뉴트가 가늘게 웃었다.
“…….”
“울지 마.”
“안 울어.”
잔뜩 눈물에 젖은 목소리가 들렸다. 손톱으로 긁은 자국이 벌겋게 일어나있는 것을 보니 조금 미안해졌다. 뉴트가 토마스의 등을 보려고 움직일 때마다 안쪽에서 울컥 울컥 미끈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온몸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는데 기분이 좋았다.
“…우리 씻고 밥 먹으러 갈까?”
“…….”
“간단하게 먹자.”
“걸을 수 있겠어?”
“노력해 볼게.”
뉴트가 토마스의 대답을 듣지 않은 채 다시 입을 맞췄다. 퉁퉁 부은 입술을 가만히 바라보던 토마스가 눈을 감았다. 물론 밥 먹으러 가자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간신히 씻고 나온 둘은 침대에 뒤엉켜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눈을 떴을 땐, 이미 점심을 먹을 시간도 지난 상태였다. 욱신거리는 허리를 붙잡고 일어난 뉴트가 웃었다. 햇살만큼 부드럽게 부서지는 웃음을 바라보던 토마스가 먼저 일어나서 옷을 입었다. 뉴트가 침대에 걸터앉아 허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옷 입기 되게 귀찮다.”
“사올까?”
“아냐. 그런데 나 얼굴 괜찮아? 입술은?”
“…….”
“이상해?”
“좀…그게…….”
우물우물 말을 삼키며 시선을 피하는 토마스를 바라보던 뉴트가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곤 짧게 비명을 질렀다. 아직도 붉게 달아오른 입술이 잔뜩 부어있었다.
“…이러고 나가면 티 날까?”
“…….”
“티 많이 나는구나. 마스크라도 해야겠네.”
“저…….”
“오늘의 나는 감기 걸린 사람이니까 알아서 모셔.”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뉴트가 끙 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앞으로 쓰러지긴 했지만. 뉴트를 받아든 토마스가 자연스럽게 팔로 허리를 감았다. 찌릿찌릿하게 여운이 남아있는 몸은 손이 닿을 때마다 다시 달아오를 것 같았다. 팔에 몸을 기댄 뉴트가 고개를 들며 웃었다. 그러자 토마스가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얼굴을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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