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뉴트/그레이브스뉴트+크레덴스] Home Schooling 015 [샘플完]
+) NOTICE
그레뉴트 기반으로 크레덴스 줍는 이야기
그레이브스 한참 안나옴 주의.
둘이 일면식도 없어보이지만 영화 이후 이야기로 천천히 진행합니다.
영화기반이기때문에 약스포..? 있습니다.
뉴트가 크레덴스를 많이 아껴줍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이후 이야기는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둘 사이 이야기. 크레덴스와의 만남 등이 들어갈 예정이며 쩜오온에서 판매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뉴트. 스캐맨더. 잠깐만.”
“천천히 걷고 있어요.”
“나 참.”
“정말 천천히 걷고 있는데…….”
“알고 있네.”
그레이브스는 최대한 빠르게 걷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지팡이를 짚은 손은 어쩔 수 없으니 반대쪽에 바짝 붙어선 남자는 계속 안절부절못하기만 했다. 정작 몸이 불편한 당사자는 그런 상황을 약간 즐기는 것 같았다. 햇빛을 많이 받아 그대로 바래버린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그대로 쓸어넘기고 싶은 충동을 꾹 참을 뿐이었다.
사실 멀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린델왈드에게서 간신히 풀려난 그레이브스에게 허락된 공간은 오직 저택 내부뿐이었다. 하다못해 정원으로 나가는 것조차 허락을 받아야 했기에 뉴트가 오기 전까진 그저 침대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럴 땐 하루가 참 길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퇴근을 해서야 잠깐씩 사용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밖으로 못 나가게 되어서야 집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지내요?”
“응?”
“밖에도 못 나가는데 아무것도 없네.”
“저쪽에 가면 내 서재가 있지.”
“아…책,”
“그런 식으로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지 말아 주겠나.”
“…….”
“마법조차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지. 하다못해 동물이라도 키웠으면 또 모르겠다만.”
“동물이요?”
“그래. 이제 생각해보는 거지만, 이 집이 참 답답하고 조용한 것 같아.”
“…….”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고.”
마쿠자로 출근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인지라 자꾸 말이 길어졌다. 그레이브스가 눈을 살짝 감으면 목소리가 조금 낮아진다. 뉴트는 익숙하게 그레이브스를 부축하면서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낮고 단단한 목소리는 꼭 자장가 같았다.
그레이브스는 내심 기분이 좋아졌는지 뉴트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레이브스가 눈을 뜨고 처음 만났을 때 낯설어했던 분위기는 간 곳이 없었다. 생각보다 튼튼하고 힘이 좋은 뉴트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그레이브스를 부축했다.
“어디까지 가는 거지?”
“…….”
“스캐맨더? 뉴트?”
“퍼시 몸이 성했으면 눈을 가리고 갔을지도 몰라요.”
“농담이 늘었군.”
“농담 아닌데.”
물론 이런 말에 넘어갈 남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모른 척 같이 걸었다. 사람 냄새조차 없는 조용한 저택에 사람 움직임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뉴트는 열심히 그레이브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스캐맨더가 돌보는 신비한 동물은 사람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큰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보다 작은 쪽을 편하게 도와줄 수 있다는 법은 없었다.
“어디까지 가려고?”
“글쎄…어디로 갈까요?”
“방금까지 어디론가 데려갈 것처럼 굴더니 말이야.”
“생각해보니 이곳을 더 잘하는 건 당신이잖아요.”
“그건 그렇지.”
“뻔한 곳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뻔한 곳이라.”
“왜 그러죠?”
“숨겨져 있던 비밀공간도 마쿠자가 이미 뒤져봤을 테고, 채 닫히지 않은 곳이 많을 텐데.”
“…….”
“그쪽 탐험을 해보는 건 어떤가? 알다시피 이곳은 영 재미가 없어.”
“내가 혼자 움직이려고 온 줄 알아요?”
“…….”
이번엔 그레이브스가 졌다. 몸이 채 낫지 않은 사람을 끌고 끌어서 데려간 곳은 늘 머물던 침실이었다. 그레이브스는 약간 당황했지만, 밖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뉴트의 고집을 꺾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집주인을 침대에 앉히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급하게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레이브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멋대로 집을 휘젓고 다니는 뉴트가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신기한 일이야. 그레이브스는 이제야 뉴욕에 재밌는 일이 생긴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금방 돌아올 것 같던 뉴트는 소식이 없었다. 며칠 움직였다고 또 발목이 뻐근했다.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이 짜증이 났다. 지팡이를 꾹 쥐어봤지만, 마법을 쓸 수 있는 종류도 아니었다.
“허탈하군.”
천하의 마법 안보부 국장이 이렇게 날개가 꺾인 것처럼 앉아있으리라 누가 생각했을까. 하지만 남은 것은 누덕누덕 기워진 기억과 회복 중인 몸이었다. 그레이브스의 심장에 쓸데없는 생각이 스며들 무렵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님이 돌아왔다.
“그레이브스!”
“…….”
“퍼시! 기다렸죠.”
“도대체…무슨 일을 꾸미려고 그러는지 모르겠군.”
“무슨 일이긴…퍼시 몸부터 멀쩡하게 되돌려 놓으려는 생각이죠.”
“…….”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요?”
“아니…그러니까.”
그레이브스는 한숨을 푹 쉬더니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싫다고 할 법도 한데 뉴트는 순순히 걸어와서 침대에 덥석 올라앉았다. 그레이브스의 손이 얌전히 허벅지 위에 올라앉은 손목을 잡고 토닥거린다. 그러더니 말은 하지 않고 또 한숨을 쉰다. 뉴트는 이럴 때는 제법 눈치가 빨랐다. 또 뭔가 잘못을 했나 싶은지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예전에 말이야.”
“…….”
“이런 식으로 수상한 약초를 마신 후 쓰러졌던 기억이 있는데.”
“…….”
“내 기억이 또 잘못된 것인가 싶어서 물어보는 거네.”
“그건…….”
“스캐맨더. 대답을 해주겠나.”
“그건 어렸을 때니까요. 그땐 나도 미숙했고, 그러니까.”
“…….”
“지금은 그때보다 공부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은데…….”
“…….”
“역시…좀 그렇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면 좋겠다만…….”
“…….”
뉴트는 대답을 피한다. 그러더니 괜히 웃으면서 잡힌 손을 슬쩍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수는 그레이브스가 몇 발자국이나 앞서 있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얌전히 손만 내준 영국 마법사는 눈을 깜박거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이 단단하게 힘을 주자 손끝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었다. 이래저래 험한 일을 많이 해서 상처가 군데군데 남아있는 뉴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어릴 때도 그랬고, 조금 더 머리가 자랐을 때도 똑같았다.
‘이런 거 좀 부끄러운데.’
뉴트는 생각보다 변화가 빠르지 않았다. 어렸을 때 하던 생각을 똑같이 되새긴다. 그때도 이런 식으로 손을 잡아 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어렸을 땐 단순히 상처투성이인 손이 부끄러웠다. 그것도 그럴 것이 영국에서 이름 있는 가문이라 하지만 뉴트는 전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자랐다. 그리고 그레이브스는 조각을 한 것처럼 한 치의 빈틈도 없는 모습으로 처음 만났다. 단정하고 점잖은 그레이브스에 비하면 뉴트는 흙바닥에 뒹군 강아지 같았다. 어린 동생을 보는 표정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때도 이랬던가.”
“뭐…뭐가 말이죠? 퍼시.”
뉴트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지레 펄쩍 뛴다.
“이렇게 할 일이 없어지고 나서야 옛날 생각을 할 수 있다니.”
“…….”
“나도 참 어렵게 살았던 거 같아.”
“약을…먹기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죠?”
“…….”
“그게…….”
뜬금없는 한마디에 그레이브스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하긴 이쯤이면 자신이 말을 너무 돌려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뉴트 스캐맨더라는 사람은 너무 곧아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느 곳으로 향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마쿠자에서 살아온 그레이브스는 아니었다. 애초에 나이 차도 제법 났고, 뉴트보아 먼저 사회에 들어갔다. 그래서 점차 연락이 뜸해졌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약초는 됐어.”
“어째서요. 마법으로 치료할 수도 없다면서.”
“괜찮아. 이 정도는.”
“내가 안 괜찮아요.”
“…….”
“당신이 이렇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
“내가 좀 더 빨리 알아차려야 했어요.”
“그럴 리가. 애초에 이곳에 머무르지 않는 사람은 알 수 없는 내용이었어.”
“아니면 뉴욕에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했어야 했는데…….”
“뉴트. 스캐맨더.”
“…….”
그레이브스가 손을 쭉 잡아끌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터라 길쭉한 몸이 순순히 끌려왔다. 서른이 다된 남자를 품 안에 안은 채 가만히 정수리를 내려다본다. 대충 쓸어넘긴 머리카락은 햇빛을 받아 군데군데 바래있었다. 뉴트는 얌전했지만, 숨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자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 않은가.”
“…….”
“모든 것을 자네 탓으로 돌리지 않아도 된다 생각해.”
“그거야…….”
“난 내 기억이 어디서 사라졌는지 알 수 없고, 그린델왈드가 언제부터 이 일을 꾸몄는지조차 알 수 없어. 나도 그런데 자네가 미안해할 일은 절대 아니야.”
“…….”
“뉴트란 사람은 너무 착해서 탈이군.”
“…….”
“내가 더 미안해야 할 상황인데…….”
“아뇨. 그게…….”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말이야. 내 얼굴로 뭔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모두 사과하겠어.”
“…….”
“들어야 할 것도 많고,”
“아뇨. 퍼시. 그건…….”
그것도 그레이브스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었다. 뉴트는 늘 말이 한 박자씩 늦었고, 그럴 때마다 답답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허겁지겁 말을 하는 상황이 많아지고, 그렇다 보니 입속에서 단어가 죄다 뒤엉키곤 했다.
“내가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던 것은 확실해.”
“그건…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응?”
“그건…사고였고, 속이려 한쪽이 나쁜 건데.”
“…….”
그레이브스의 표정이 약간 바뀌었다. 품에 얌전히 안긴 터라 뉴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말을 할 때마다 움직이는 몸에서 충분히 표정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한텐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면서, 퍼시는 스스로에겐 한없이 엄격해지잖아요.”
“그거야 내가 보안국 국장이고, 마쿠자를 지키는 마법에 중대한 잘못을 했기 때문이지.”
“…….”
“그리고…….”
“아뇨. 그건 그린델왈드의 술수였죠.”
“…….”
“퍼시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지금 치료를 받지 않고 버티는 것뿐이에요.”
“…….”
“그러다 잘못되면 누가 좋아한다고.”
“…….”
고집 세고 자기주장을 좀처럼 굽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 정도 많은 스캐맨더는 늘 이렇게 남 걱정을 한다. 그런 성격이 좋아하는 건 그레이브스였으니 서로 애정이 있었다. 물론 사는 곳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달라 찰싹 붙어있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교류를 하고 있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이런 걸까. 둘은 늘 불안해하지만 쉽게 다가서진 않았다.
“이러고 있으니 이게 꿈이 아니란 사실이 좀 더 확실해져.”
“왜 그렇게 생각해요?”
“아주 흐릿하지만 가끔 그린델왈드에게 붙잡혀 있을 때 기억이 생각날 때가 있지.”
“…….”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와중에 금방 정신을 잃곤 했어.”
“…….”
“당연히 아무도 없었고,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지. 확실하진 않지만 그린델왈드의 결계 속에 있었는데 정신을 차린 것 같으면 다시 억지로 눈을 감겨버려서 딱히 쓸모 있는 기억은 아니야.”
“퍼시…….”
“그래서 이곳에 혼자 있으면 그때 기억이 문득 떠오르곤 해.”
“…….”
“이것도 꿈이 아닐까. 혹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 그 지옥같은 시간을 다시 시작하지 않을까.”
“…….”
뉴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책을 읽어주던 어른처럼 천천히 옛날이야기를 하는 그레이브스는 분명 가까이 있는데, 한걸음 멀어진 것 같았다. 간신히 찾은 남자가 또 사라질까 싶어 뉴트는 괜히 옷을 꽉 쥐어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네?”
“그곳에 절대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같이 있으니 괜찮아.”
“…….”
“이상한 일이지.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했으면서 하나하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니.”
“아뇨…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해요. 동물 세계에서도…….”
“응?”
“…….”
“왜 갑자기 말을 안 해.”
“아니에요.”
또 정신없이 말실수했나 싶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레이브스는 여전히 과묵했고, 뉴트 얼굴은 점점 따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레이브스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뉴트도 연애에 대한 성격이 비슷한지라 둘 사이엔 딱히 이렇다 할 긴장감은 높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꾸 실수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뉴트가 휘청거리며 흔들리곤 했다.
“누가 낸 묘책인진 몰라도…….”
“…….”
“나한텐 다행인 일이야.”
“…….”
“이렇게 다시 만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옛날이야기 자꾸 하지 말아요.”
“왜?”
“그냥…….”
어물어물 둘러대던 뉴트를 끌어안은 그레이브스는 한껏 웃기만 했다. 훌쩍 떠난 사람은 갑자기 돌아온다고 했던가. 갑자기 돌아온 사람을 다시 놓치기엔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갔다. 지금 상황이 안 좋은 것을 알고 있지만, 이곳에서 같은 일을 한다면 마쿠자 오러보다 뉴트가 옆에 있는 편이 나았다. 마쿠자 국장이라면 하지 못했을 생각이지만 말이다.
“다행이군.”
“…….”
“내가 왜 이렇게 횡설수설하는 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해.”
“…….”
“우리가 좀 더 나이가 어렸을 때도 생각나고, 지금 이렇게 쉬어도 되나 싶고.”
“여전히 걱정이 많아요.”
“늘 그렇지.”
“…….”
뉴트는 가늘게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 머뭇거리던 기분은 어느새 사라진 것 같았다.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자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보고 싶었던 얼굴이 보였다. 주춤주춤 일어서서 그 얼굴을 바라본다. 조금 마르고 수척해졌지만, 신비한 동물을 찾으러 다니면서 늘 마음속에 품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보고 싶었어.”
“…….”
“뉴트.”
“…….”
“스캐맨더.”
“…….”
“그때 말을 해야 했는데.”
볼에 부드러운 손이 닿았다. 마쿠자 안보에 관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험한 일을 도맡아 하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밤낮으로 일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손에 굳은살이 붙지 않았다. 그레이브스는 나이에 맞지 않는다며 탐탁지 않아 했지만, 뉴트는 그런 손을 퍽 좋아했다. 늘 신비한 동물을 쫓아다니고 험한 곳을 오가느라 자신의 손이 거칠어서 그랬다.
그레이브스는 뉴트가 약해지는 부분을 너무 잘 알았다. 어느새 두 손으로 뉴트의 볼을 만지작거린다. 천천히 끌어당기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순간 뉴트가 손을 쭉 뻗어서 그레이브스의 목을 감았다. 마른 근육이 가득한 팔이 어깨를 스치자 그레이브스의 얼굴이 눈에 띄게 움찔했다.
“퍼시.”
“…….”
“보고 싶었어요.”
“…….”
둘 중 누구 말이 먼저 끊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그 순간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떨어질 듯 굴던 입술이 서로 붙잡고 늘어진다. 바짝 마른 입술이 촉촉해질 때까지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뉴트의 숨이 먼저 닳았다. 하지만 그레이브스는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꾹 감은 두 눈에 눈물이 축축하게 배어 나오고 나서야 목에 두른 팔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린다. 그제야 눈을 뜬 그레이브스가 입술을 뗐다. 콧대에 한번. 볼에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이마에 한 번 더 입술을 댄 뒤에 떨어졌다. 이미 활활 타오른 얼굴은 더는 붉어질 것도 없었다.
언제나 다 컸다고 말하면서 뉴트는 늘 그레이브스를 이길 수 없었다. 한 번에 훅 다가갔다가 물러서니 오히려 더 민망해진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내외하다가 슬쩍 돌아본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레이브스가 손을 내밀었고, 뉴트는 조금 더 가까이 앉았다.
“그땐 왜 그랬지?”
“…무서워서요.”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세상이 다.”
“…….”
“눈치고 없고, 친구도 없고. 동물들이랑 어울리다 보니 다들 날 귀찮아하고…….”
“뉴트.”
“그러던 어린애가 마음이 달아서 덜컥 이야기했는데, 사실 거절당하는 게 무서웠나 봐요.”
“…….”
“지금도 안 무서운 건 아닌데.”
“그래도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것은 너무했네. 스캐멘더.”
“…….”
그 한마디에 영국인 마법사는 몸을 움츠린다. 그런 뉴트를 보면서도 그레이브스는 여전히 단단했다.
“내게도 말할 기회를 줬다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돌아오지 않았을 거야.”
“그레이브스 씨.”
“그렇게 부르니 조금 서먹하군.”
“…….”
“하지만…….”
“…….”
“우리가 헤어져 있던 것 때문에 그린델왈드가 자네까지 손을 뻗치지 않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해.”
“…….”
“진심이야.”
“…….”
이런 순간까지 늘 어른이었다. 뉴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린델왈드가 어디까지 기억을 뒤집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뉴트가 뉴욕에 있지 않아 더는 손을 뻗칠 수 없었던 것은 확실했다. 아마 그래서 뉴트를 처음 본 순간 국장의 모습을 뒤집어쓴 그린델왈드가 웃었을지도 몰랐다. 우연치고는 너무 지독한 사건이 줄줄이 엮이고 말았다.
“시간이 필요하면 얼마든 기다리겠네.”
“…….”
“내 마음은 달라질 일이 없지만, 기다리고 싶어.”
“퍼시.”
왜 이렇게 자꾸 험한 길을 골라 가는지 알 수 없었다. 둘 사이에 꼬이고 꼬인 실을 하나둘 풀어가는 것도 벅찬 와중에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차라리 툭 터놓고 말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둘 성격이 그렇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눈치껏 방 안으로 들어온 집요정이 차를 두고 후다닥 사라졌다.
“내일부턴 마쿠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이야기할 생각이야.”
“…….”
“중요 참고인으로 같이 움직일 수도 있어.”
“그런 건 걱정하지 마요. 이미 저번에…….”
“저번에?”
“좀 일이 있었죠. 아무렇지 않아요. 진술 같은 거 신비한 동물 때문에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
“아…또 내가…눈치 없이.”
좋은 말만 해주고 싶은데 자꾸 엇나간다. 뉴트는 이럴 때마다 자꾸 도망치려 했지만, 그레이브스가 단단히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사람 사이에 대화하는 법을 좀 더 알았다면 편했을 텐데. 늘 후회를 하면서도 늘지 않는 말주변이 원망스러웠다. 그런 거 다 안다는 것처럼 구는 그레이브스가 편한 것도 이 때문일지도 몰랐다. 뉴트는 늘 자신이 다 컸다고 말했지만, 오늘은 잠깐 어리광을 부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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