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팁버키/스벜] Into orbit: EXPLORER 013
+) NOTICE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센티넬버스 au입니다 예민하신 분은 피해주세요
속으로 곪아가는 캡틴이랑 기억 조각을 찾는 버키가 나옵니다 취향탈 수 있어요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버키 무슨 생각해?”
“내가 뭘.”
“시선이 멍하잖아. 여기쯤.”
스티브는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파닥거렸다. 어리다 어려. 버키는 킥킥 웃으면서 부드럽게 시선을 돌렸다. 푸른 눈에 겨울이 닿으면 쩡 하고 소리가 났다. 그리고 파문이 일었다. 얼음이 깨지는 것처럼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버키는 늘 자신 때문이라 자책하고 있었다. 스티브는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한번 생긴 마음을 영 지울 수 없었다.
“스티브 무슨 할 말 있어?”
“…….”
“있지?”
“그게…….”
“무슨 일인데? 우리 스티비가 이렇게 축 처질까.”
전혀 작지 않은 스티브의 품에 안긴 버키가 웃으면서 물었다. 사실 계속 빙글빙글 말을 돌리는 걸 알고 있었다. 계속 저런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 분명한데다 이렇게 표정이 죽어가는 것은 뻔했다. 분명 출장이 겹쳐있는 상황이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와칸다에 온 것을 아는 사람은 티찰라 외에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 왕과 할 일이 있겠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버키는 약간 머리가 아팠다.
“가기 싫어.”
“스티브로서?”
“응?”
“아니면 캡틴 아메리카로서?”
“…….”
“어느 쪽 일이야?”
“그건…….”
금발의 잘생긴 청년은 목 안으로 말을 고르고 있었다. 다부지게 자리 잡은 눈썹이 계속 꿈틀거리는 것을 보아 꽤 고민하는 것이 확실했다.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면서 꼭 저렇게 고민을 해대곤 한다. 버키는 딱히 재촉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스티브는 버키를 품에 안았다가 다시 떼어냈다. 그리고 목에 고개를 묻었다. 한창 그러고 있더니 하는 말은 역시 같았다.
“…가기 싫어.”
“가야 하는 일 아니야?”
“맞아.”
“그런데 어째서?”
“캡틴 아메리카로선 가야 하는데, 스티브 로저스는 내 친구 옆을 떠나고 싶지 않아.”
“…….”
“내가 없을 때 혹시 발작이라도 일어나면 어쩌지.”
“…….”
버키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네가 또 아플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떠날 수가 없어.”
“…스티브. 설마 그것 때문에 고민한 거야?”
“그럼 내가 뭐로 고민해야 하는데.”
“난 네 신변이 다른 곳에 알려질까 봐 그러는 줄 알았지.”
“그런 건 이제 상관 안 해.”
“어떻게 상관 안 해. 와칸다를 끌어들일 셈이야?”
“왕궁 밖으로 가는 게 아니니까 괜찮아. 수트도 없고 방패도 없어. 날 알아볼 사람은 와칸다 내에 그렇게 많지 않단 말이야.”
“…….”
“다만 오래 떨어져 있는 게 마음이 놓이질 않아.”
“난 괜찮아.”
“안 괜찮아.”
스티브는 단호했다. 하긴 몇 번이나 못 볼 꼴을 보였으니, 저럴 만도 했다. 하지만 버키는 정말 괜찮은 것 같았다. 물론 눈에 보이는 헛것과 환청만 들리지 않으면 좀 더 나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것조차 상관없었다. 언제나 그런 지옥에서 살아왔으니 그 정도로 놀라거나 겁먹지 않는다. 아니 태연한 척했다.
“버키, 안 괜찮잖아.”
“…….”
“내가 널 두고 어떻게 나갔다 와.”
“하지만 날 데리고 갈 수 없는 곳이잖아.”
“…….”
“맞지?”
“그야…….”
“난 정말 괜찮아. 혹시 또 발작이 오거나 폭주상태가 되면 바로 약 먹고 잠들 생각이니까.”
“…….”
“네가 돌아와서 깨워주면 되잖아.”
“널 그런 이유로 잠들게 하고 싶지 않아.”
“…….”
목소리에 약간 물기가 섞였다. 이 녀석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너무 많이 갔다. 모든 걸 이해하면서도 이러는 녀석을 받아주기에 힘이 부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왕을 난처하게 할 순 없잖아. 버키가 최대한 또박또박 말을 했다. 하지만 스티브는 막무가내였다.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
“내가 이젠 놓치고 싶지 않은 게 생겨서.”
“…….”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데…….”
“유아기가 다시 오는 거야? 이제 다 컸다며.”
“버키. 제발.”
“…….”
나도 참 못났어. 저 얼굴에 약해지면 안 되는데 좀처럼 힘을 쓸 수 없었다. 결국, 하자는 대로 다 해주기로 하고 약속을 받아냈다. 이렇게 해도 될까. 감정이 더 깊어져도 될까. 내내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버키도 스티브와 가까이 있는 편이 편했다. 제멋대로 날뛰는 센티넬 인자가 심장을 쥐어짜지도 않았고, 온몸이 쪼개지는 것처럼 아프지도 않았다. 분명 하이드라가 놓은 혈청의 부작용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온몸을 잡아먹으려고 덤빌 리가 없었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면 심장 깊숙이 숨어있던 괴물이 이빨을 들이민다. 그대로 물려서 빠져나올 수 없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스티브를 만난 이후 그럴 때마다 한 줄기 빛이 보였다. 괜찮다며 말하곤 하지만, 불안한 것은 버키도 마찬가지였다.
“스티브…….”
“응?”
“역시…나 그냥 약 먹고 자고 있을까?”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편하잖아. 나 재워놓고 나갔다가…돌아와서 깨워주면…….”
“그렇게는 못 해!”
“…….”
큰소리에 버키는 눈만 깜박였다.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몸에 새겨진 고통의 기억을 거스를 수 없었다. 남이 목소리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런 버키를 보는 스티브는 괴로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스티브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요새 유달리 감정 조절이 힘들었다. 친구를 보고 있으면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가 아차 싶은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어김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미안, 미안해. 버키.”
“아냐…내가 더.”
“나한테 어떻게 그러라고 말해. 내가 널 어떻게 그래.”
“…….”
“밤에 잠이 드는 그 순간에도 네가 사라질까, 다시 일어나지 못할까 걱정이 되는데. 응? 그런 내가 널 어떻게 재우고 가,”
“…미안.”
“…….”
“내…생각이 짧았어.”
“버키 제발 그런 말 하지 마.”
“응…….”
안 그럴게. 버키의 말끝이 길게 늘어졌다. 자신의 망가진 뇌보단 스티브가 더 똑똑할 테니 그냥 그 말을 따르고 싶었다. 스티브한테 안겨 있으면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어진다. 이 편안함에 취해 그대로 눈을 감아도 좋을 만큼 따끈따끈했다. 비명을 지르며 몸 안쪽부터 흘러나오는 냉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스티브의 품을 빌리고 싶었다.
“오늘은 같이 자자.”
“언젠 안 그랬고?”
“그땐 정신이 없었잖아. 오늘은 정식으로 물어보는 거야.”
“맘대로 해.”
이렇게 해서라도 스티비를 안심시킬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옛날에도 해봤던…것이니까. 잘 생각 나지 않지만 그랬던 것 같다. 매트리스 깔고 베개를 놓고…그다음은 뭘 했지. 가물가물한 기억은 꼭 이리저리 죽죽 찢긴 사진 같아서 좀처럼 알아볼 수 없었다. 버키는 뭉개진 자신의 뇌를 탓했다. 여기서 그런 말을 해주면 스티브가 더 좋아할 텐데. 약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정원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내내 둘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버키는 어깨에 걸쳐진 스티브의 옷을 좀 더 잡아당겼고, 스티브는 버키를 끌어안았다. 사람이 없는 공간까지 걸어온 뒤 어색하게 떨어졌다. 최대한 빨리 돌아가자며 스티브가 팔을 끌어당겼고, 브루넷은 굳이 싫다고 하지 않았다.
“스티브.”
“…….”
“스티브. 가서 무슨 일인지 들어야겠어.”
“…….”
“그래야 내가 마음이 편해.”
결국, 방에 돌아와 스티브의 입에서 들은 내용은 생각보다 별것 아니었다. 왕이 여러 가지 일을 해결하기 위해 캡틴 아메리카를 부른 것이었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닌 데다, 원한다면 버키가 기거하는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꽤 먼 길이기 때문에 버키는 그 방법을 만류했다. 스티브는 이번 일이 끝나면 천천히 모든 일이 순서대로 돌아갈 거라 말했다.
“무슨 일?”
“너와 나의 일. 그리고 우리들의 일까지 모두.”
“…….”
“긴 싸움이 되겠지만…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아. 버키.”
“그런가. 나한테도…그런 일이 일어나려나.”
“그러려고 내가 움직이는 거야.”
“알았어. 내 스티비를 믿어.”
“날 밝으면…빨리 갔다 최대한 서둘러서 돌아올게. 혹시 아프거나 공황상태가 올 거 같으면 바로 이야기해야 해. 알았어?”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아.”
“…….”
“스티브가 없을 때도 견뎠는걸, 괜찮을 거야.”
“…….”
“자자. 일찍 나가야 한다며.”
걱정이 늘어진 스티브의 얼굴을 툭툭 두드려준 버키가 먼저 침대에 누웠다. 둘이 자긴 약간 작은 듯해 보이지만, 붙어 자면 못 잘만한 사이즈도 아니었다. 버키가 한쪽을 보고 누워있자니 바로 뒤에서 스티브의 숨결이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버키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오랫동안 뒷목에 입술을 대로 있었다. 한쪽 팔이 없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 때때로 없는 것을 움직이려 한다. 그럴 때마다 참 입맛이 썼다.
“버키.”
“응?”
“모든 일이 끝나면 우리 브루클린에 집을 하나 사서…같이 살까?”
“갑자기 무슨 말이야.”
“그냥 그러고 싶어졌어.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림도 그리고, 같이 산책하고 그렇게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너무 먼 미래 같은 걸.”
브루넷의 청년은 씁쓸하게 웃었다. 영원히 안 올 수도 있지. 굳이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꾹꾹 눌러 삼켰다. 스티브의 손이 허리를 감았다. 그리곤 건반을 누르는 것처럼 배를 꾹꾹 짚어보기 시작했다.
“간지러워.”
“그러라고 하는 거야.”
“…….”
“버키.”
“…응.”
“우리 친구 맞지?”
“맞지.”
“그래.”
이 녀석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버키는 스티브의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버키는 내내 고민하고 있었다. 이렇게 캡틴 아메리카 곁에서 있어도 될까. 이 선택이 최악의 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잔뜩 뭉쳐진 채 굴러다녔다.
‘모르겠다.’
버키가 돌아눕자, 바로 앞에 스티브의 입술이 보였다. 눈을 감은 채 스티브의 입술에 슬쩍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깜짝 놀라는 단단한 몸이 그대로 느껴졌다.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 고약했다. 이미 선을 넘어버린 감정은 주체할 수 없었다. 친구면 어떻고 전우면 어떤가. 고민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왜 그런 것으로 끙끙 앓았는지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따뜻한 입술에서 체온이 넘어왔다. 항상 차갑게 식어있던 거친 입술이 촉촉해지는 것 같이 기분이 좋았다.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다가 못내 아쉬운 듯 다시 붙어왔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스티브.”
“…….”
“내가 진짜 이상해졌나 봐.”
“…….”
“너도 그렇게 생각해?”
“아니.”
그다음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
원래 이 뒤는 성인본의 그렇고 그런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여러모로 고민중입니다
둘이 연애 하랬더니 이제야...싶은 것이...
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절반정도 온것 같아요!
사실 제일 보고 싶은 부분은 시빌워 쿠키 이후 이야기인데, 앞부분이 이렇게나 길어져 버렸습니다
처음 잡은 플롯에 도달하는 날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감상주시는 분 읽어주시는 분 항상 감사합니다
시간내서 읽어주셨는데 부티 만족하셨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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