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뉴트&토마스뉴트/민늍&톰늍] 전력60분 : 체온
이 좋은 주제를 또 꿀꿀하게 만드는 능력
행복하지 않음 주의
+) NOTICE
데스큐어 이후 날조 망상입니다.
데스큐어 원작 네타가 들어있으니. 예민하신 분들은 피해주세요.
원고 하려고 짜뒀던 플롯인데 마침 주제로 비슷한 상황이 나와서 적어봤습니다.
근데 제일 중요한 부분에서 잘라버렸네요 orz...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뉴트는 분명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심장을 파고드는 금속의 감촉이, 온몸에서 빠져나가는 피가 생생히 느껴졌다.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며 사방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눈은 분명 뜨고 있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다시 왼쪽으로. 간신히 시선을 움직이며 가쁜 숨을 토했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아. 뉴트는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간신히 트여있던 귀가 점점 닫혀가는 것 같았다. 그제야 아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본 얼굴은 내내 울고 있었다.
왜 울었지? 스스로 질문은 던질 때마다 자꾸 기억이 부스러져 갔다. 조금 전 있었던 일도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뇌가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토마스. 넌 왜 울고 있었지. 뉴트는 이미 바짝 말라버린 입술로 되물었다. 하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누군가 옆에서 대답을 해준다 하더라도 뉴트가 들을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었다.
‘…바보같이.’
숨도 쉬기 힘든 주제에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모진 말로 떼어놓으려 했는데, 그마저도 실패한 것 같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순간 목에서 울컥 무엇인가 쏟아졌다. 따뜻한 액체는 몸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금방 식어갔다. 몸 밖으로 줄줄 흐르는 감각이 서서히 사라지고, 온몸이 아프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야 뉴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뭐라고 할까. 억울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좀 더 살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어차피 결과는 한 가지뿐인데 다른 길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뾰족한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미안한데. 이젠 눈앞에 보이지도 않은 친구들 생각을 잠시 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낄 수도 없는 상태로 그저 누워 있었다. 이러다 정신이 완전히 녹아내리면 그걸로 된 것이리라. 뉴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굳이 눈을 감았다. 얇은 눈꺼풀에 갇힌 까만 눈은 불안하게 움직이다 서서히 멎어갔다.
‘정말 끝인가 봐.’
그 한마디 생각을 남긴 채 뉴트는 어둠 속에 완전히 잡아먹히고 말았다.
***
“…….”
일주일 째 미동도 하지 않는 실험체를 바라보는 연구원들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반쯤 죽어가던 생체 표본을 얻은 것은 행운이라 생각했다. 플레어에 감염되고도 꽤 오랜 시간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녀석은 심장과 가까운 곳에 총을 맞은 채 발견되었다. 총알이 심장을 관통하지 않은 것이 행운이라고 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당장 더 큰 출혈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연구원들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뉴트가 총알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 발견된 녀석의 상태는 영 좋지 않았다. 수술을 길어졌고,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간신히 총알을 제거하고 상처 부위를 단단히 봉합했다. 여전히 의식이 없는 녀석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에 사지가 구속된 채 회복실로 옮겨졌다. 마지막으로 목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고정한 연구원들은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일단 지켜보기로 하지.”
“알겠습니다.”
“상처가 아무는 것 같으면 바로 백신 임상 실험을 시행하겠다.”
플레어가 얼마나 위험한 병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백신을 만들려고 했다. 연구원들의 손엔 아직 완벽하다 할 순 없는 백신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실험을 남겨둔 플레어용 백신은 조건에 맞는 실험체를 찾을 수 없어 계속 보관만 되어있는 실정이었다.
“투여하겠습니다.”
“그래.”
“…….”
“이 녀석이 버티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른 실험체를 찾아야 할 것이야.”
“물론입니다.”
“버텨주면 좋겠지만, 상태를 보아하니 영 어려울 것 같군.”
사실 얌전하게 살아있는 플레어 감염자를 데리고 오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일단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주사기를 대기 힘들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저항도 하지 못할 만큼 죽어가는 뉴트는 꽤 괜찮은 대상이었다. 물론 죽으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발견하지 않은 셈 치기로 했다. 그냥 내다 버리면 그만이었다. 애초에 플레어에 감염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아이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한 줄기 희망을 믿고 있었다.
“버텨야 한다.”
조심스럽게 뉴트의 팔에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색도 향도 없는 백신은 길고 굵은 바늘을 따라 천천히 몸 안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격렬한 반응이 일어났다. 더 움직이면 상처가 위험할 것 같아 일단 마취제를 처방했지만, 그것도 제대로 듣는 것 같지 않았다. 몇 번이나 의식 없는 몸이 튀어 오르고 뻣뻣하게 굳어가길 반복했다. 혈압이 급격히 치솟는가 싶더니 심장이 멈춘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뉴트의 몸 안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 상태에선 연구원들이 도와줄 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 고작해야 진통제와 마취제를 투여하고 백신을 추가로 접종할지 계산하는 것뿐이었다.
“일단 거울이 없는 방으로 옮기도록 해.”
“알겠습니다.”
“무슨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니 굳이 얼굴이나 몸을 보여주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 갑자기 폭주할 가능성도 있고.”
“예전에 사용하려다 폐쇄된 격리실 A를 이용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네, 그럼 지금 준비하고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는 뉴트는 침대에 구속된 채 연구소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격리실로 옮겨졌다. 사방엔 사각지대가 없이 설치된 CCTV가 24시간 돌아가는 방 안엔 침대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위험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치워버린 곳은 하얀색 불투명한 타일이 가득 차 있었다.
소리도 스스로 사라질 것 같은 공간에 누워있는 뉴트는 보이지 않은 꿈을 내내 꾸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 손끝이 움직이기도 했지만, 의식이 돌아오진 않았다. 치료하고 난 뒤엔 고통에 겨워 온몸을 뒤틀긴 했지만, 다행히 버티고 있었다. 완전히 굳어있던 몸이 서서히 풀릴 때 쯤 눈꼬리를 따라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
물론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뇌를 파먹어 들어가는 플레어를 잡기 위해 몇 번이나 기억을 지우는 수술도 병행되었다. 이 모든 일은 뉴트가 의식이 없었을 때 벌어진 일이었고, 아무도 그 수술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 정도 되면 의식이 돌아와야 할 텐데, 뉴트는 여전히 꿈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이젠 자극을 줘도 반응하지 않는 몸을 보며 연구원들은 하나둘 실험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역시 극도로 쇠약해진 몸으론 백신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뭐?”
“일단 눈을 뜨긴 했는데, 아직 반응은 없지만, 불빛엔 반응하고 있습니다.”
“계속 자극을 줘서 깨우도록 해. 여기서 다시 의식을 놓으면 우리의 연구는 헛수고가 될 테니까.”
연구원들이 산소 호흡기를 다시 고쳐주고 온몸에 자극을 주기 시작했다. 뉴트는 간신히 어둠 속을 헤쳐 나왔다고 생각했다. 눈앞엔 불빛이 어른거렸는데, 마치 태양 같았다. 여긴. 어디지. 막연하게 자신이 도망쳤던 광인 궁전이 아닐까 했다.
“뉴트. 들리느냐.”
“…….”
“뉴트!”
그리고 전구가 깨지는 것처럼 소리가 퍽 터져버린 귓가에 여러 사람이 파고들었다. 뉴트는 간신히 뜨고 있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시끄럽다. 사경을 헤매다 돌아온 녀석이 처음 생각한 단어는 놀라울 정도로 평범했다.
그 이후는 언제나 비슷했다. 위키드는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말투로 당연한 듯 아이를 몰아세웠다. 뉴트가 의식을 찾고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온갖 질문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뉴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뭐라고?”
“내가 누구죠?”
“…….”
“나는 왜 여기 있습니까. 그리고 이곳은 어딘가요.”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거냐?”
“전혀. 이런 곳에 왔던 것 같긴 한데…….”
뉴트가 말끝을 흐렸다. 기억은 잃었지만, 눈치는 여전했다. 연구원들은 몇 번이나 다그쳐 보다 일단 물러섰다. 연구원들의 행동에 잔뜩 짜증이 난 뉴트는 이불을 덮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날 뉴트는 심하게 감기를 앓았다. 체온이 보통 사람보다 엄청나게 올라가서 절절 끓는 녀석은 해열제도 듣지 않았다.
그렇게 또 죽어버리나 했는데, 뉴트는 질기게 살아남았다.
몇 번이나 열이 오르내리면서 뉴트의 체온은 점점 올라갔다. 게다가 극도로 약해진 몸은 무균실에 오래 있으면서 버석버석 말라가기 시작했다. 거울도 없고, 얼굴을 비춰볼 수 없는 장소에서 뉴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통을 혼자 이겨낼 수밖에 없었다.
“…뜨겁다.”
뉴트는 몸에서 훅훅 일어나는 불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의외로 이 녀석은 성공적인 치료용 샘플이었다. 비록 약간의 후유증과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죽어가던 녀석이 저 정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기적과 같았다. 뉴트의 체온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졌다. 이젠 평범한 사람은 잠시만 손을 대고 있으면 뜨겁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로 열이 끓었다. 꼭 지구를 비추는 태양 같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런 예쁜 비유와는 전혀 상관없는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몸 안쪽은 용암이 흐르는 것처럼 뜨거운데 격리실은 싸늘하기만 했다. 물론 다른 곳보다 훨씬 온도를 높여줬지만, 그 정도론 무리였다. 바삭바삭 말라가는 얼굴엔 쩍쩍 금이 갔다.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 같은 모습은 사막 모래로 만든 조각 같았다. 피부 곳곳에 플레어의 흔적이 남았다. 군데군데 회색으로 변한 피부는 더는 살릴 수 없었다. 그저 그런 부분이 더 이상 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사해야 했다.
“…이래서 얼굴을 못 보게 하는 건가.”
뉴트는 왼쪽 손등에 생긴 균열을 바라보았다.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온몸에 쩍쩍 갈라진 채 굳는 부분이 생기고 있었다. 몸이 이정도인데 얼굴은 얼마나 엉망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뉴트의 머리는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유야 알 수 없었다. 백신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것은 또 아니었다.
정말 목숨만 살아남은 녀석은 아직도 자신이 누구인지 찾고 있었다. 그리고 기어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냈다. 나는 뉴트야. 하지만 그 이상 알아낸 것은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자 몇몇 단어가 머릿속에 문득 떠올랐다.
“민호. 토마스.”
뭐지. 뉴트는 혀끝에 맴도는 낯선 단어에 눈만 깜박일 뿐이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홀린 것처럼 그 단어를 반복했다.
민호. 토마스. 민호. 토마스. 민호…토마스. 자신의 이름이라고 하는 뉴트라는 단어는 이리도 어색하고 버석버석하게 씹히는데, 저 단어들은 왜 이렇게 익숙한지 알 수 없었다. 민호는 누구고, 토마스는 또 어떤 사람일까. 나랑 무슨 관계였을까. 뉴트는 궁금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고민을 해결해 주지 않았다.
**
민호와 토마스가 원래 세계로 넘어와 헤매고 다닌 지 벌써 삼 년이 되었다.
억지로 다시 공간을 비틀고 넘어온 둘은 내내 뉴트를 찾았다. 토마스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민호의 뒤를 따랐다. 뉴트를 찾자. 민호의 그 한마디 말이 마치 족쇄처럼 토마스의 목을 틀어쥐었다. 뉴트를 찾아야 해. 토마스. 민호의 눈앞에 서 있는 녀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이 지나면서 둘은 많이 컸다. 키도 컸고, 근육도 좀 더 단단하게 여물어갔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와중에 뉴트에 관한 소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왜 아무도 없을까.”
“…모르겠어.”
“다른 곳으로 모두 옮겨간 걸까. 아니면…….”
괜히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 사막에서부터 내내 자신들을 쫓던 광인들이 한순간 모두 사라졌다. 마치 원래 그런 사람들이 없었던 것처럼 텅 비어버린 사막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고요함만 남아있었다. 민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버려진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벽이 반쯤 무너진 곳은 인기척이 없는 걸 보니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았다.
“저쪽으로 가보자.”
“…….”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이상한 일이지만.”
“알았어.”
토마스는 몇 번이나 민호를 불러 세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잠자코 뒤를 따랐다. 공터에서 미로를 헤맬 때와 비슷한 모습으로 둘은 달렸다. 역시 마을은 비어있었다. 민호는 벽을 주먹으로 쿵쿵 쳤다. 우수수 모래가 떨어지고 흔들거리는 것을 보니 꽤 오랜 시간 방치되어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이번에도 허탕이었다. 수소문하고 싶어도 살아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쪽으로 가면…광인 궁전으로 가는 길인가.”
“…….”
“토마스?”
“응? 어. 맞아. 이쪽 길이야.”
“…그쪽으로 가보자.”
“하지만…….”
“뉴트가 살아있다면 원래 머물던 곳에 있을 수도 있어.”
“…….”
민호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
그 시간 뉴트는 간신히 격리실을 빠져나와, 되는 대로 헤매고 있었다. 옷은 사막에서 편히 움직일 만한 복장이 아니었다. 체온이 너무 올라가서 바깥이 뜨겁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두툼한 목도리를 둘둘 감은 채 간신히 눈만 내놓은 상태로 정처 없이 걸음을 옮겼다.
“여긴 어디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간신히 만난 사람은 사막 모래에 반쯤 묻혀있는 송장이었다. 띄엄띄엄 광인들이 죽어있는 것을 이정표 삼아 광인 궁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뉴트는 그 장소를 기억하지 못했다.
여전히 바짝 마른 손목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본능이 시키는 대로 걷는 뉴트 뒤로 긴 그림자가 끓어올랐다. 체온은 점점 뜨거워져서 온몸의 피가 그대로 말라붙을 것 같았다.
이 발걸음이 멈추는 곳에 자신의 답답함을 풀어줄 사람이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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