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잰슨&위키드 트리오] Don’t cry Janson 002
+) NOTICE
잰슨이 어쩔수 없이 어린 비글 셋을 육아하는 강제 육아 노동지입니다.
야근만신 잰슨 주의 / 저세상 블랙기업 위키드 주의
토마스 트리사 아리스를 위키드 트리오라고 부릅니다
위키드 트리오는 어렸을 때부터 연구에 참여합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궁금함이나 문의는 댓글 방명록 트위터 등 편한 곳으로 부탁드립니다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리스..언제나오지....
Instance : No. 1
물론 아이가 활기를 되찾은 것은 아주 기쁜 일이었다.
그래도 마음을 붙일 친구가 생기자 밤에 깨지도 않고, 아침마다 엄마를 찾으면서 투정을 부리지도 않았다. 대신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반쯤 강요로 인해 트리사랑 몇 번 어색하게 붙어 다니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껌 딱지처럼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뭐야.”
“…….”
“뭔데. 자꾸 따라다녀. 네가 하는 연구는 이쪽이 아니잖아.”
“…….”
“입이 붙었어?”
“아니.”
“그러니까 왜 자꾸 따라다니냐고.”
새침한 얼굴로 돌아보자, 잔뜩 낯설어하는 얼굴이 한가득 들어왔다. 어쩐지 어제보다 점이 더 많아진 거 같네. 트리사는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까만 점이 온 얼굴에 콕콕 박힌 녀석은 트리사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할 만큼 수줍어하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늘부터 같은 연구를 하라고 했어.”
“…뭐?”
“총장님이 그러셨다고.”
“…….”
“그러니까.”
“알았어.”
“…응?”
“무슨 말 하는지 알았다고. 그러면 당당히 옆으로 와서 걸어. 왜 자꾸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거야.”
“…….”
트리사가 이리 오라는 듯 휙휙 손짓했다.
토마스는 살짝 가운을 구겨 잡으며 타박타박 걸어왔다. 연구소에서 아이를 못 먹이는 것도 아닌데 유난히 성장이 더뎠다. 토마스보다 머리가 반절은 더 큰 트리사는 어쩐지 누나가 된 것 같았다. 아이는 잠깐 우월감을 가지면 더 어린 녀석을 보살피려 한다. 그건 트리사도 마찬가지였다. 가자. 다부지게 내민 손을 순순히 잡은 토마스가 작게 웃었다. 토마스는 내내 트리사가 하자는 대로 함께 걸어 다녔다.
물론 처음부터 토마스가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트리사가 그랬던 것처럼 토마스는 온갖 실험을 받아야 했다. 아무리 서로가 낯설다 해도 워낙 똑똑하고 외로웠던 아이들인지라 금방 친해졌다. 잔뜩 얼어있던 토마스가 하나둘 실험을 돕기 시작하면서 연구실엔 어느 정도 활기가 돌았다. 머리가 좋은 녀석은 하나를 알려주면 셋을 알았다. 아직 완전히 투입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이에게 기대하는 수준을 맞추고 있었다.
“토마스.”
“…네?”
“이리 오렴.”
“…….”
눈치 빠른 녀석은 대번에 연구실 분위기가 바뀐 것을 알아챘다. 그리곤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던 트리사가 한 발 빨리 토마스를 잡아주었다.
“다녀와. 토마스. 괜찮을 거야.”
“…….”
“나도 했던 걸.”
“정말?”
“정말. 별일 아닐 거야.”
“그럼…다녀올게.”
얇은 팔뚝에서 쭉쭉 뽑혀 나오는 피를 빤히 바라보던 녀석은 가늘게 눈을 감은 채 떨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버티는 이유는 트리사도 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욱신거리는 팔뚝에 솜을 문지르던 아이는 잔뜩 지친 표정이었다.
“이제 충분하지 않아요?”
“응?”
“많이 한 것 같은데…….”
“저쪽으로 가서 하나만 더 하면 끝이란다.”
“…….”
“왜 그러니? 토마스?”
“아니에요.”
잔뜩 지쳐 돌아온 녀석을 기다리고 있던 작은 여자아이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잡고 식당으로 데려가서 늦은 밥을 함께 먹었다. 입맛이 없는지 깨작거리는 토마스를 보던 트리사는 가만히 뭔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자기 몫의 식판 위에 있던 작은 사탕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토마스에게 조용히 밀어줬다.
“트리사.”
“오늘 힘들었으니까 내 것도 먹어.”
“…….”
“그냥 그것도 연구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그런가.”
“물론.”
“그렇구나.”
토마스는 아직 완전히 위키드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지만, 트리사의 말이라면 어쩐지 믿음이 갔다. 열심히 그릇을 비우는 토마스를 저 멀리 복도에서 바라보던 잰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또래랑 붙여주니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적어져 편했지만, 그렇다고 저 녀석들을 마음대로 풀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트리사가 생각보다 토마스랑 잘 놀아주네요.”
“누구 탓이겠습니까.”
“총장님이 특히 토마스를 아끼시니 잘 좀 지켜봐 줘요. 잰슨.”
“그렇게 귀하고 소중하면 직접 하라고 하시지?”
“아이들 담당은 잰슨이니까요.”
“…….”
“그럼.”
메리는 토마스의 혈액을 분석한 차트를 잔뜩 든 채 가볍게 인사를 하고 복도를 걸어갔다. 분명 저 여자가 엿 먹이려고 꾸민 일이 분명했다. 잰슨은 들고 있는 서류를 그대로 내동댕이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위키드는 월급이 후한대신 꼭 그만큼 사람을 들들 볶았다.
“재수 없는 여자.”
잰슨의 날 선 한마디가 텅 빈 복도에 싸늘하게 울려 퍼졌다.
***
물론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트리사와 토마스가 친하게 지내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제대로 사건이 한번 터졌다. 그것도 하필 잰슨이 잠시 둘에게 눈을 뗀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한참 동안 얌전히 지내서 다들 어느 정도 별일이 생기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풀어져 있던 탓도 있었다.
“야!”
앙칼지게 소리 지른 트리사가 작은 손으로 토마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다. 찍소리 한마디 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간 녀석은 손길을 벗어날 수 없는지 버둥거리기만 했다.
“아…왜! 왜!”
“너 진짜!”
“왜!”
나름 억울함을 가득 담아 맞받아쳤지만, 트리사한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더 콱 틀어쥐는 매서운 손길에 죽는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빠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토마스는 억울했다. 그저 옛날 생각이 나서 같이 놀자는 생각이었다. 옆집에 살던 붉은 머리 여자 아이의 머리를 몇 번 잡아당겨 봤던 기억이 있었다. 토마스 나잇대의 남자아이들에겐 그것은 일종의 관심 표현이었고, 못된 장난일 뿐이었다.
보통 그런 식으로 괴롭히면 여자애들은 울었고, 몇몇은 똑같이 해주겠다며 쫓아오기도 했다. 그러면 한바탕 달리기를 하다 멀리 달아나면 그만이었다. 그저 그렇게 놀던 기억이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트리사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을 뿐이었다.
물론 결과는 이 모양이었다.
번개같이 토마스의 머리채를 붙잡은 트리사는 절대 놓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다부지게 다물었다. 그리곤 다시 한 번 손으로 콱 틀어잡았다. 아. 아아아아. 아야! 죽는소리가 났다. 보통 비슷한 나이의 아이 중 여자애가 훨씬 성장이 빨랐다. 게다가 남자아이 평균보다 성장이 더딘 토마스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너 다시 그럴 거야?”
“아…아파. 아!”
“다시 그럴 거냐고!”
“아프다고! 아파!”
“대답 하지 않으면 안 놔 줄 거야.”
“안 해! 안 해! 진짜 안 해!”
“정말이야?”
“응…으응 정말! 진짜!”
토마스는 이젠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트리사는 바짝 마른 토마스를 질질 끌고 걷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머리채를 잡은 손을 툭 놔버렸다. 그러자 토마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얼마나 세게 잡아당겼는지 머리가 죄다 빠진 것 같았다. 얼얼한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트리사를 올려다봤다.
“뭐.”
“…….”
“한 번만 더 머리카락 잡아당겨 봐.”
“…….”
“그땐 이대로 끌고 가서 화장실로 들어가 버린다?”
“…….”
“그리고 잰슨도 메리도 못 들어오게 문 잠가버릴 거야.”
“…….”
제법 무서운 협박이었다.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낸 트리사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토마스는 어쩐지 시간이 지날수록 서러워졌다. 그저 좀 친하게 지내자고 한 일인데, 친해지긴커녕 자기 머리카락만 죄 뜯긴 채 혼만 났다.
“…….”
“왜?”
“난 그냥…….”
왈칵 눈물부터 흘러나왔다. 울면 지는 일이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 억울함이 이성을 앞질러 가버렸다. 훌쩍이기 시작하는 녀석을 빤히 보던 트리사는 또 마음이 약해져 앞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눈물에 푹 잠긴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뭘 잘했다고 울어.”
“…….”
“그러니까 여자애한텐 그렇게 하는 거 아냐.”
“…….”
“비록 지금 여기엔 네 또래 여자애가 나뿐이지만, 나중에 누군가 올 수도 있잖아. 그때 또 그래 봐.”
“…….”
누나처럼 뭐라 하는 트리사의 입에도 어느새 축축한 습기가 들어찼다. 눈앞에서 한 명이 울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전염된다. 둘이 싸운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 잰슨과 대원들이 헐레벌떡 도착했을 땐, 이미 복도가 온통 울음바다가 되어있었다. 바닥에 완전히 주저앉아서 엉엉 울고 있는 둘은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는지조차 불분명했다.
“…….”
“어쩔까요? 잰슨?”
“일단…각자 방으로…좀.”
“네.”
뒤따라온 대원들이 아이들을 일으켰다. 얼마나 울었는지 옷소매부터 티셔츠까지 죄다 축축하게 변한 아이들은 쉰 목소리로 끅끅 울음을 삼켰다. 하나씩 아이를 둘러업은 대원이 뒤로 물러섰다. 잰슨은 이 상황을 뭐라고 윗전에다 보고해야 할지 아찔했다. 그리고 한동안 아프지 않았던 머리가 또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덤으로 얼마나 서러웠는지 밤이 되자 둘 다 미열이 돌았다. 급히 응급실로 데려가 해열제를 놓았다.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서야 색색거리며 잠이 든 아이들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잰슨은 그날 밥 먹는 시간도 반납한 채 페이지에게 불려가서 이번 일에 관해 설명을 해야 했다. 벼락같은 시간이 지나고 돌아왔을 땐 이미 저녁 생각이 싹 달아난 상태였다.
“내가 애새끼들 뒷바라지 하다 죽지.”
신경질적으로 서류철을 책상에 집어 던진 잰슨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참 얌전하다가 저렇게 사고를 치기 시작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일부터는 시선이 닿는 곳에 저 녀석들을 둬야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사고를 하루라도 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녀석들이 분명하니, 애초에 원인이 될 만한 것을 치워놓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Instance : No. 1-1
그날 이후 토마스는 묘하게 트리사의 말에 복종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다들 짐작하고 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잰슨은 생각보다 훨씬 얌전해진 토마스를 보며 조금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토마스!”
하지만 그런 만족도 잠시, 저 멀리 식당 한 구석에서 들리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잰슨은 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또 시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애새끼들이 상전이라며 투덜거리면 남자는 이미 이런 일쯤은 익숙한 듯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먹어.”
“…….”
“먹어. 토마스.”
토마스는 밥투정하고 있었다. 물론 딱히 가리는 음식이나 알러지가 있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먹기 싫은 반찬 하나쯤 있기 마련이었다. 물론 위키드에서 제공되는 모든 음식은 연구원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나오는 식단이었다. 하지만 아이 입맛으로 보기엔 한없이 맛없는 반찬일 뿐이었다.
“…….”
트리사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브로콜리는 옆으로 빼놓던 토마스의 포크가 식판을 긁었다. 아. 그 날카로운 소리에 트리사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한쪽에 곱게 모여 있는 브로콜리를 보았다.
“토마스.”
“…….”
“먹어. 전부.”
“…싫어.”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괜한 반항을 했다. 물론 트리사가 빤히 쳐다보자 곧장 수그러들긴 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을 하는 표정으로 포크를 들었다. 억지로 브로콜리를 쑤셔 넣은 토마스는 금방이라고 죽을 것 같았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볼은 움직일 줄을 몰랐다.
“다…머어따.”
“…….”
“배…부어. 그만…머으래.”
잔뜩 발음이 엉킨 소리를 내뱉으며 식판을 들고 일어서려는 토마스를 다시 잡아 앉힌 트리사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입안에 있는 거 삼켜.”
“…….”
“어서.”
“…….”
결국, 입안에 가득 물고 있던 브로콜리를 삼키고 난 뒤에야 식당을 떠날 수 있었다. 잰슨은 하루 소람의 총량이 이 정도만 되면 그다지 삶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뭐 가끔 싸울 수도 있는 거지.’
하나부터 열까지 뒤치다꺼리를 해줘야 하는 것을 트리사가 해준다면야. 그동안 할 일도 할 수 있고. 이 악랄한 삶 속에 간신히 긍정적인 면을 찾아낸 남자는 잔뜩 툴툴거리며 반대쪽으로 사라지는 토마스의 동그란 뒤통수를 오래오래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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