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잰슨&위키드 트리오] Don’t cry Janson 001
+) NOTICE
잰슨이 어쩔수 없이 어린 비글 셋을 육아하는 강제 육아 노동지입니다.
야근만신 잰슨 주의 / 저세상 블랙기업 위키드 주의
토마스 트리사 아리스를 위키드 트리오라고 부릅니다
위키드 트리오는 어렸을 때부터 연구에 참여합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궁금함이나 문의는 댓글 방명록 트위터 등 편한 곳으로 부탁드립니다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 Annals of the W.C.K.D
이것은 한 집단 내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한 것이다.
집단 내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한 중년 남자의 노력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 기록된 모든 것은 직접 보고들은 사실을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간혹 서술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바이다.
Instance : No. 1
“…….”
잰슨은 이 상황이 꿈이길 바라고 있었다. 정말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야근에 잔뜩 찌든 사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젯밤에 또 일이 밀어닥치는 바람에 과하게 늦게 자긴 했지만, 그렇다고 나쁜 꿈을 꾼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따져보라면 평소보다 조금 적게 잠을 잔 축이었지만, 몸 상태가 그리 나쁘진 않았다. 위에서 내려오는 일거리를 생각하면 오늘도 편히 잠을 자긴 글렀다고 생각했다. 위키드에서 지내는 하루는 항상 비슷하기에 다른 일이 생길만한 구간이 없었다.
“도대체…이게 무슨 일이지.”
하지만 당장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어른의 시선으로 본다면 눈에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에서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떨떠름한 표정으로 애써 입가를 씰룩이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
“…….”
“안…녕…?”
“…….”
어른한테 또박또박 반말을 하는 맹랑한 꼬마 녀석의 높은 목소리가 귓가에 쿡 와서 박혔다. 하지만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바로 시무룩해져선 주변 눈치를 보았다.
‘이 녀석은 뭐지.’
갑자기 굴러들어온 도토리 같은 녀석의 이름조차 알 수 없었다. 어른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동그란 머리통을 꾸벅꾸벅 숙이던 녀석은 곧 눈앞에 서 있는 잰슨을 다시 쳐다보았다.
“아저씨는 누구죠?”
“…….”
여전히 맹랑했다. 게다가 한참 나이가 많은 남자를 바라보는 얼굴은 젖살이 통통했고, 눈가엔 길고 짙은 속눈썹이 보송보송했다. 그 속눈썹 아래로 보이는 짙은 샴페인 색 눈은 호기심을 가득 담은 채 조심스럽게 반짝였다.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이와 시답지 않게 놀아주는 덴 한계가 있었다. 잰슨은 오늘도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고, 지금 이 아이를 보며 여러 생각을 하는 동안 귀한 시간이 줄줄 새고 있었다. 이러다간 점심시간마저 반납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잰슨은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메리를 불렀다.
“메리?”
“왜 그러죠. 잰슨.”
“이 꼬맹이는 도대체 뭐야. 어린애를 데려왔으면 놀이방에 넣어두던가. 왜 여기까지 데려와서 귀찮게 해.”
“총장님이 어제 말씀 하지 않으시던가요? 오늘부터 잰슨 쪽에 소속된 아이라고 하시던데요.”
“…뭐?”
“마지막 격리 구역에서 이 애 엄마가 하도 부탁하기에 일단 데리고 나온 아이인데, 어제 검사를 해보니 면역 인이라 하더군요.”
“…….”
“게다가 아주 똑똑하고 영특하다는 검사 결과가 나와서 총장님이 직접 그 아이를 연구원으로 키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뭐가 그래서죠? 그 임무를 잰슨에게 하달하고 이 아이는 이쪽에서 보살펴 주라고 하셨다니까요.”
“아니 이 연구소에 흘러넘치는 게 인력인데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는 거야! 난 지금 서류 더미로도 충분히 힘든 사람이야.”
“뭐…총장님 생각을 어떻게 알까요.”
메리는 다짜고짜 대화를 끊어버렸다. 그러더니 은근슬쩍 조그만 녀석의 등을 밀어서 잰슨의 사무실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여기서 절대 안 된다고 한 소리를 헸었어야 했다. 아차 하는 순간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꼬맹이는 잰슨 바로 앞에 멀뚱히 서 있었고, 메리는 웃는 얼굴로 자리를 피했다. 저 여자 내가 언젠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잰슨은 자신에게 떨어진 짐 덩어리를 훑어보며 이를 벅벅 갈았다.
“…….”
“…….”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의미 없는 시간이 지나갔다. 아차 싶었다. 안 그래도 일이 너무 많아서 미칠 지경인데, 이렇게 시간을 허비했으니 오늘도 야근해야 했다. 그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었다. 아이고. 미치겠네. 남자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러고 나서야 둘 사이에 걸쳐지는 시선의 높이가 비슷해졌다.
“뭐냐?”
“…….”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볼이 퉁퉁 부어오른 녀석은 내내 억울한 표정으로 잰슨을 바라보았다. 약간 겁을 집어먹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뭔가 공포에 질려있는 것 같기도 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아주 조금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너나 나나. 저 어린 녀석은 부모랑 떨어져서 위키드에 들어온 것이 분명했고, 자신은 이곳에 묶여서 밤낮없는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물론 딱히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를 봤을 때 느끼는 안타까움이 팍팍한 마음에 조금 스며든 상태였다.
‘내가 피곤해서 그런가.’
갑자기 너무 촉촉한 생각을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잰슨은 눈썹을 움찔거리며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리곤 눈을 몇 번 굴리고 나서야 간신히 진정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커다란 의자를 질질 끌고 와서 위로 열심히 기어 올라간 녀석은 작은 주먹을 꼭 쥔 채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제법 다부진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어린애는 어린애였다.
“그래. 네 이름이 뭐냐?”
“…….”
“난 아주 바쁜 사람이야. 너랑 이렇게 놀아줄 시간이 없어.”
“…토마스.”
“토마스?”
“…응.”
“그래. 토마스. 넌 이곳에서 뭘 하고 싶으냐?”
잰슨은 딱히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툭 내던졌다. 어차피 애들이 하는 생각은 거기서 거기였고, 적당히 똑똑한 녀석이라면 알아서 갈 길이 정해지는 것이 이치였다.
“…몰라요.”
“그렇겠지.”
“하지만…….”
“하지만?”
“엄마가…엄마를 잊지 말라고 했어요.”
“…….”
“아빠도.”
“…….”
아이는 뜻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어른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애써 어른인 척하는 건지. 잰슨은 이곳에 들어온 사람 중에 정상인이 없다고 생각하는 축이었지만, 저렇게 작은 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아주 조금 연민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 토마스.”
“…….”
“우리 잘 지내보도록 하자.”
항상 업무에 시달리는 중년 남자의 입에서 나온 소리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한 말이었다. 여전히 비죽비죽 입술을 내밀고 있던 녀석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잰슨을 바라보았다.
“잘…지내요?”
“그래. 우린 이제 팀이잖아.”
“…….”
“그리고 팀끼린 서로 믿어야 하고, 말이야.”
“그렇…구나.”
떨떠름한 대답이 따라오는 건 아마도 이곳이 아직 낯설어서라 생각했다. 잰슨은 곧 바깥으로 호출했다. 토마스에게 잘 곳을 마련해 주라는 말을 남긴 채 가볍게 아이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여기까지만 정말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아이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이곳이 너무 낯설었고, 그 위키드에 속해있는 어른들은 어린애를 다루는 방법이 익숙지 못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그렇게 막연히 생각했다. 작은 동물처럼 이불로 온몸을 감싸고 웅크려 있는 아이는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았다. 잠깐 저렇게 놔두도록 해요. 그저 빨리 적응하길 빌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이곳을 떠나면 정말 갈 곳이 없었다.
***
“토마스는?”
“막 잠이 들었어요.”
“못 살겠군. 상전도 아니고 이렇게 손이 많이 가서야.”
“그건…어린 아이잖아요. 잰슨.”
“하이고. 알아서 모셔야지.”
“잰슨!”
뒤에서 쿡 박히는 메리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그리곤 대충 걸터앉아서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시늉을 했다. 메리는 그런 잰슨을 보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행동하는 것과 달리 잰슨은 날이 갈수록 한숨이 늘어갔다. 그러니까 첫날은 오히려 얌전한 축이었다. 낯선 곳이라 그런지 이불을 돌돌 감은 채 얌전히 침대에 처박혀 있던 녀석은 간 곳이 없었다. 슬슬 정신이 들고, 자기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는 며칠째 밥도 안 먹고 밥에 엄마를 찾으며 울기 시작했다.
외톨이로 떨어진 아이는 아무도 믿지 못하고 한껏 예민해졌다. 잠을 자야 할 시간에는 잠을 자야 하는데. 자꾸 무서운 꿈을 꿨다며, 울어 재끼는 아이를 달래느라 위키드 내부가 발칵 뒤집혔었다. 엄마를 찾으면서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기절이라도 할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알 수 없었다.
“…….”
여성 연구원들이 앞다투어 아이를 안아 올려서 달래봤지만,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예민한 데다 고집이 얼마나 센지. 어지간한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간신히 메리의 품에서 조금 울음이 잦아들자 다들 잔뜩 피곤한 표정으로 하나둘 주저앉았다.
“토마스? 괜찮니?”
“…….”
“토마스.”
“…….”
메리는 조심스럽게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퉁퉁 부은 눈으로 메리를 쳐다보던 토마스는 또 코를 훌쩍이며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울듯 말 듯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녀석이 간신히 잠을 청했다. 완전히 잠든 것을 확인한 메리가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 따뜻한 품이 떨어져 나가야 약하게 칭얼거리던 아이는 옆에 있는 조잡하고 덩치 큰 인형을 안겨주자 곧 잠잠해졌다. 하루에 꼭 한 번씩 이렇게 잠투정을 해대니 안 그래도 바쁜 연구실이 더 바빠지곤 했다.
“아주 그냥 상전이라니까.”
“잰슨.”
“아니면 뭐 친구라도 만들어 주던가.”
“친구라.”
“…응?”
잰슨은 어쩐지 말을 잘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메리가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에 별생각 없이 넘겨버렸다. 토마스는 내내 연구소에 적응을 하지 못해 바짝바짝 말라갔다. 그러던 중 누군가 친구를 시켜주자며 다른 쪽 연구실에 있던 여자아이를 데리고 왔다. 또랑또랑해 보이는 눈을 한 여자아이를 한참 보던 잰슨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데리고 온 연구원에게 질문을 툭 던졌다
“…뭐야?”
“저번에 잰슨이 건의한 아이들 친구 만들어주기에 대해 총장님이 깊은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모르고 계셨나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예? 미스터 잰슨이 직접 건의했다고 하시면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습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아. 잰슨은 그날 메리에게 했던 말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언젠간 그 여자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잰슨은 이를 벅벅 갈았다. 못 들은 척 하면서 뒤로는 자기를 엿 먹이려 했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 총장의 승인이 난 일인데, 잰슨이 거부할 순 없었다.
“너 이름이 뭐냐?”
“트리사.”
“트리사? 그래 좋아. 여긴 일 하느라 바쁘니까, 저기 널 데려온 놈 따라서 친구 해줄 애를 찾아보아라.”
“…….”
“어서.”
정말 시간이 없는 것이 맞긴 했다. 잰슨은 급하게 밀린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트리사는 새침한 얼굴로 서 있더니 어느 순간 사라졌다. 곧 옆방이 시끌시끌한 것을 보아 둘이 만난 것 같았다. 어쩐지 뒷목이 뻣뻣하게 당기는 것 같았다. 이러다 제 명에 못 살지. 애써 무시하려고 했던 소리가 점점 커지자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남자는 방문을 부서지라 열었다. 그리곤 복도를 척척 걸어가 옆방으로 들어갔다.
도롱이 벌레처럼 꼭꼭 숨어있던 녀석은 그래도 나이가 비슷한 또래를 보더니 조금 경계를 풀었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채 트리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성장이 더 빠르다. 토마스의 시선보다 불쑥 올라온 파란 눈은 느리게 깜박거리며 점이 콕콕 박힌 얼굴을 관찰하고 있었다.
“토마스?”
“…응.”
“난 트리사야.”
“응.”
여전히 뭘 그렇게 서먹해 하는지. 잰슨은 두 녀석의 소꿉놀음을 한참 바라보다 다시 돌아섰다. 며칠만 저렇게 놔두면 알아서 좋게 해결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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