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히삼/제갈유비] 창공의 전기(蒼空之傳記) 004
+) NOTICE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 2차 연성입니다.
유비와 제갈량 / 조조와 사마의 / 손책과 주유가 각각 궁의 주인과 신선으로 나옵니다.
제갈유비 연성으로 시작했지만, 둘이 만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
동양 AU 및 설정 날조가 항상 함께합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신선이라면 이번 일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건 주유도 마찬가지였다.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온 하늘을 밝게 물들이는 빛에 놀라 들고 있던 찻잔을 그대로 떨어뜨렸다. 옆에 앉아있던 손상향은 생전 처음 보는 일에 그대로 굳고 말았다. 차라리 번개가 쳤다면, 이렇게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진 찻잔 파편이 나무 바닥에 뒹굴었다. 아. 향긋한 차가 치맛자락을 적고 나서야 주유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리할 수 있었다.
“이게…무슨.”
“영랑.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습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그건 저도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주유가 모르면 그 누가 안단 말인가요.”
“…….”
당연한 말이었다. 아무리 백호궁의 사람이라고 해도 신선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 순 없는 노릇이었다. 신선의 일은 어디까지나 불문율. 신선이 아무리 궁에 속해있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터놓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주유조차 모르는 일이 생겼다.
게다가 지금은 손책마저 궁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건사고 하나하나에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물론 손상향과 손권이 궁을 능히 지키지 못한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궁의 주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꽤 차이가 있었다. 주유는 가만히 일어나서 창밖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환한 빛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선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래도.”
“…….”
“선계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라버니도 궁을 비우셨는데, 주유까지 어딜 간다는 말입니까.”
“…선계에 가보면 저 빛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고, 아마 저희 쪽에서도 알아야 하는 정보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영랑과 현랑께선 충분히 궁을 보위하실 수 있습니다.”
“…….”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두려워하시는 것만큼 그리 큰일은 아닐 테니 너무 심려치 마세요.”
“이럴 때 오라버니가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주유도 역시 둘보단 셋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손책님은 바람과 같은 분이니 곧 돌아오시겠지요. 이번에도 인간세계를 정찰하러 나가신 듯하니…아마 그쪽에서도 이 빛을 보셨을 겁니다. 그러면 백호궁 생각이 나시겠지요.”
“어디로 가겠다며 이르지도 않고 훌쩍 사라지니. 나는 그저 궁의 안위와 오라버니의 건강이 걱정입니다. 무엇을 하는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와요.”
“예.”
그리 짧지 않은 대화를 마칠 때까지 빛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꼭 무엇인가 알리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유도 이런 일을 처음 겪은 것이라 한 번에 그 의도를 짚어내지 못한다. 아마 봉황 궁에서도 선계로 갔을 것이다. 더는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하게 정보를 선점하려는 사마의의 뜻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이라도 위에 있는 신선이라 예의를 지킨 것뿐이었다. 엄연히 사마휘가 대리를 맡긴 신선이었으니, 그것에 불복하는 것은 백호 궁에도 좋지 않았다.
“주유.”
“네, 영랑.”
“정말 큰일은 아니겠지요?”
“저희 쪽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 안 좋은 일이었다면 밝은 빛 대신 온통 먹구름이 끼고, 어둠이 사방에서 몰려올 것입니다. 이렇게 무사히 있지도 못할 테니까요.”
“…….”
“제가 돌아올 때까지 저 빛에 대한 억측은 삼가시고, 부디 마음 편하게 계시면 됩니다.”
“하지만…….”
“강동 관에 세금 관련 문서가 많습니다.”
“…….”
“부디 부탁드립니다.”
“알겠어. 다녀오도록 해.”
손상향은 주유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혹여 자신이 불안해 할까 봐. 굳이 마음을 써준다. 원래 손상향이 맡아서 하던 일이니 어려울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었다. 한쪽에 신경을 쓴다면 다른 일엔 조금 무디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주유는 가볍게 인사를 올린 후 밖으로 걸어 나간다. 점점 급해지는 발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손책이 돌아오면 한마디 할 명분이 생긴 것 같았다.
“그럼…나도 내 할 일을 해볼까.”
주유의 기척이 사라졌다. 아마 급하게 선계로 이동한 것이 틀림없었다. 손상향은 아직도 빛이 잦아들지 않은 하늘을 한번 바라보았다. 쾌청한 하늘에 걸려있던 구름마저 모이지 않을 정도로 밝고 강한 빛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주유가 몇 번이나 간청을 올린 덕에 막연한 두려움은 가셨으나 호기심은 차마 집어넣지 못했다.
“응룡 궁이 무너져 내렸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일이 많이 생길 줄이야.”
손책이 자꾸 인간 세계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 또한 응룡궁 일 때문이었다. 이번에 나타난 마수야 봉황 궁에서 처리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인간계에 조용히 숨어 들어가 인간을 홀리는 녀석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 놈들을 잡아내려고 백호 궁의 주인은 꽤나 오랫동안 궁을 비우곤 했다. 신선과 함께 다니면 눈에 띈다는 이유만으로 주유를 궁에 두었다. 그 결정에 모두 반발했지만, 아무도 손책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런 것이 벌써 몇 달이나 흘렀다
“오라버니도 걱정이네.”
조만간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이젠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할 일을 해야 했다. 손상향은 부러 씩씩하게 문을 연다. 소리 없이 열린 문을 지나 긴 복도를 걷는다. 언제나 눈이 쌓여있는 백호 궁의 영지는 늘 해가 짧았다. 어느새 복도엔 촛불과 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
“이게 무슨 일입니까.”
“왔는가.”
“예. 당연한 일이죠. 사마휘 님께선 뭐라고 하시던가요.”
“아직 들어가기 전이네.”
“…….”
“일단 사마휘님을 뵙고 이야기를 마저 하기로 하지.”
“네.”
급하게 움직인 것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임을 알았다. 백호 궁으로선 다행인 일이었다. 아직 사마의조차 사마휘를 만나지 못했다. 물론 선계의 지배자가 다른 신선이 도착하기 전에 함부로 특정 이야기를 흘릴만한 그릇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분의 문제였다. 이번엔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주유만큼 사마의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들어가지.”
“알겠습니다.”
“이게 도대체…….”
“…….”
곧장 접견실로 향한다. 최근까지 전혀 없었던 일이기에 사마휘도 꽤나 놀란 기색이었다. 선계 모든 정보를 관장하는 사마휘가 모르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사마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다. 하지만 묘한 기분을 좀처럼 누를 수 없었다.
“급한 일이 있어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
“선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확실합니다.”
“사마의. 주유. 잘 왔다. 곧 오리라 생각했지.”
“예.”
“안녕하십니까. 사마휘님.”
사마의는 일부러 인사를 생략한다. 굳이 주유가 있는 앞에서 자신이 사마휘를 따로 만났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었다.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정보를 약간 숨겼을 뿐이다. 사마의는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낯선 빛무리를 보고 따라왔습니다.”
“알고 있다.”
“무슨 일인지 아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
의외로 쉽게 대답이 흘러나온다. 사마의와 주유는 모두 할 말을 잃은 채 눈만 깜박였다. 그런 신선을 보는 사마휘는 묘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사마휘의 손끝이 저 멀리 산봉우리를 가리킨다. 그러더니 천천히 아래로 내려온다. 저 손끝이 알려주는 방향은 어디일까.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더 답답했다.
“직접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그게…무슨.”
“가끔은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것이 더 확실할 때도 있지.”
“…….”
“큰 봉우리 아래 연못쯤까지 가면 그 빛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허면 이것은 옥새의 인도인가요.”
“그게 무슨 뜻이지?”
사마의의 질문은 당돌했다. 사마휘는 그저 눈을 천천히 깜박일 뿐이었다. 주유도 궁금했던 것을 털어놓는다. 사실 아무리 오래 산 신선이라고 하지만 이런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옥새가 생각이 있어서 만들어낸 현상이 아닐까 추론한다.
“옥새가 원한 일이라면 기쁘게 받겠습니다.”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예?”
“나조차도 이런 일은 처음이니라.”
“…….”
“일단 가보도록 하라. 그러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네, 사마휘님.”
두 신선은 더는 말을 보탤 수 없었다. 사마휘가 가리킨 방향으로 곧장 걸어가니 거짓말처럼 연못이 나타난다. 늘 수면에 그림자가 지지 않는 곳이라 무영지(無影池)라 부르는 곳. 녹음이 우거져도 거울 같은 연못은 아무것도 반사하지 않는다. 물 위를 촘촘하게 메우고 있는 연꽃과 연잎의 그림자조차 닿지 않는다. 찰랑거리는 수면은 그저 깨끗할 뿐이라 주변과 이질감이 드는 장소였다. 그곳에 다다른 신선은 그제야 이곳이 어딘지 알게 되었다. 모를 수 없는 곳이었다.
“여긴…….”
“저희가 태어난 곳이군요.”
“그래. 그런 것 같은데…사마휘님은 왜 여기로 우리를…….”
“…….”
“어째서.”
“사마의님. 저기…….”
“응?”
주유가 급하게 손가락질을 한다. 무영지(無影池) 근처에서 볼 수 없던 현상이었다. 뿌연 안개 같은 것이 뭉글뭉글 뭉쳐있는 곳에 낯선 인영이 보인다. 선계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게다가 신선의 수도 어느 정도 일정한 편이었다. 한 신선이 소멸한다는 것은 신선이 모시던 주군의 안위에 큰일이 생겼다고 해석할 수도 있었다. 한 명이 스러지면 다시 한 명이 태어난다. 꼭 수를 맞추려는 것처럼 옥새는 신선을 배출한다.
그런 곳에 알 수 없는 인영이 나타났다. 옥새를 공격하기 위한 사술일 수도 있다. 신선은 언제나 주군을 위해 산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주 가끔 옥새의 명령을 거부하는 신선이 생기기도 한다. 사마휘는 그것을 타락선이라 불렀고, 선계와 격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닌지라 대다수 신선은 타락선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한 생애를 살 곤 했다.
“누구냐.”
“…….”
“어서 소속과 이름을 밝혀라.”
“…….”
“어찌하여 이곳에 들어왔는가. 이곳은 신선의 삶을 부여받는 곳. 정체 모를 범인이 함부로 들어올 곳이 아니다.”
“…….”
“백호 궁과 봉황 궁의 신선이 명한다.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
“안녕하세요.”
낯선 목소리였다. 앳된 소녀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부드럽게 공기 중으로 퍼져나간다. 아무리 들어도 모르는 목소리기에 사마의는 그저 눈을 찌푸린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저 목소리의 얼굴을 봐야만 했다.
사마의가 먼저 성큼 다가선다. 주유도 지지 않았다. 안개가 끈적하게 온몸에 달라붙었다. 얼마 안 되는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발걸음을 옮겨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저 낯선 자가 술법을 쓰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 사그라졌던 햇살이 살아 오른다. 따뜻한 빛이 천천히 무영지(無影池)를 감싸 안는다. 그러자 꼭 눈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
“…….”
봉황 궁의 신선과 백호 궁의 신선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혹시나 연못이 더럽혀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최악의 경우 이곳에서 큰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선계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궁에 피해가 가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져 온다. 사마의는 날카롭게 주변을 살피면서도 물러설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마의님.”
“…….”
“잠시만…저쪽은 공격할 의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계략 일 수 있다.”
“위험한 존재라고 치부하기엔…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
“정말입니다. 뭐랄까.”
“…….”
주유는 이런 쪽으로 영민하다. 사마의는 그런 주유의 능력을 잘 알고 있기에 약간은 귀를 기울인다. 주유는 점차 안개가 걷히는 쪽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제대로 된 모습조차 구별되지 않던 인영이 점차 또렷해진다. 주유는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사마의는 그런 주유를 굳이 말리지 않았다. 신선으로 태어났으니 자기 몸 정도는 충분히 지킬 수 있다. 물론 그런 생각에 어떤 수가 섞여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소속을 밝히세요.”
“전…….”
“…….”
“응룡의 신선 서서라고 합니다.”
“예?”
“옥새의 부름을 받고 응룡의 주인을 모시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 냉철하다는 사마의조차 이게 무슨 일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응룡의 신선이라니. 애초에 멸문 직전까지 간 궁에 무엇하러 또 신선이 생겼단 말인가. 물론 저 말이 거짓일 가능성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신선뿐이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단단하게 얽히고 꼬인 실을 어디부터 풀어내야 할지 간도 잡히지 않았다.
“사마의 님?”
“…….”
“이…이 일을 어떻게 해야.”
“…….”
“전 응룡궁으로 가야 합니다.”
“아니…그러니까. 잠시만.”
“…….”
복숭아꽃처럼 피어오르던 어린 신선은 금방 수그러든다. 그러더니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괜한 딴청을 하곤 했다. 자신의 처지를 대충 눈치챈 모양이었다. 어차피 이 중에서 가장 어린 녀석이니 도망쳐도 멀리 가지 못한다. 아무리 신선이 도술을 쓸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만들어져 태어난다고 하지만 처음 눈을 떴을 땐 그저 병아리에 불과했다.
“…돌아가자.”
“이…신선은 어떻게.”
“놓고 갈 수야 없지.”
“…….”
“사마휘님께 데려간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다.”
“괜찮을까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하니, 어쩔 수 없지.”
“하오나…….”
“그렇게 응룡 궁으로 가고 싶다면, 사마휘님을 뵙고 가도록 해라.”
“…….”
“방금 태어나서 천지 분간을 못 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 이상 시간을 뺏는 투정을 부리는 것을 받아줄 생각은 없다.”
“…….”
“따라나서던지. 아니면 여기 있던지.”
“…….”
“네가 선택하거라.”
“…….”
“난 두 번은 말하지 않는다.”
“…….”
유난히 서슬 퍼런 말이었다. 사마의는 곱게 나오지 않는 한마디 한마디를 숨길 생각조차 없었다. 잔뜩 시무룩해진 신선을 다독이는 쪽은 주유였다. 이러나저러나. 옥새의 인도 아래 태어나는 신선은 모두 형제자매와 같았다. 갑자기 나타난 이 어린 신선이 같은 대인지, 아니면 2세대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마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기 시작했다.
잔뜩 주눅 든 신선을 데리고 조금 떨어져서 걷던 주유는 그 묘한 분위기에 질식할 것 같았다. 늘 냉철하게 신선의 걷던 사마의는 유난히 응룡 궁에 대해서만 박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가지만 확실하진 않았다. 사마의는 이렇게 예민하게 움직이면서도 절대 자기 생각을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정보가 통제된 상황에서는 어떤 말도 쉽게 할 수 없었다. 그저 사마휘 앞에 가야 모든 것이 확실해질 것 같았다.
“서서라고 했나요?”
“…네.”
“사마휘님을 만나고 나면 응룡 궁으로 갈 수 있을 겁니다.”
“정말요? 전 어서 가고 싶은걸요.”
“그렇게 되길 빌겠습니다.”
“예. 전 정말 모든 게 신기해요.”
“…….”
물론 응룡 궁에 갈 수 있다고 했지, 그곳이 멀쩡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서는 아주 작게 비튼 대화도 곧이곧대로 믿어버린다. 주유는 남몰래 한숨을 쉬며 바삐 걸음을 옮겼다. 요새 왜 이렇게 큰 사건사고가 일어나는지. 정말 너무 많은 정보를 얻어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다음 대가 태어나는 것은 신선의 생사를 관장하는 옥새의 권한이었다. 그렇기에 옥새의 관리자만이 신선의 탄생을 지켜보곤 했다. 한 대의 신선은 비슷하게 태어난다. 그렇기에 굳이 출생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신선이 태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도대체 응룡 궁에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아야 했다.
‘응룡 궁이 뭐라고.’
애써 얼굴을 보이지 않으며 걷는 사마의는 점차 빨라지는 발걸음을 억지로 누르고 있었다. 저번에 제갈량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도 모자라 또 신선이 태어난다니. 주인도 없이 무너져 내릴 날만 기다리는 응룡 궁에 퍽이나 반가운 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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