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리츠마오] STARDUST 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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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해석 노력중인 알못 주의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이 글은 김메이의 부탁 겸 선물로 작성중입니다
혹시나 책이 나와도 올린 분량 자체를 지우진 않습니다.
write. 환월
그렇게 학교에 가곤 했다.
그냥 놔두라니까. 이 말은 더는 먹히지 않았다. 부득불 친구를 끌고 옮기는 녀석을 바라보다 결국 포기했다. 아무리 뭐라 해도 마오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녀석이었다.
“그래. 내가 졌어.”
“…그럼 이제 학교 갈 거지?”
“그건 생각 좀 해보고.”
“…….”
꼭 말을 해도 이렇게 한다. 마오는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이 정도라도 말해주는 게 어딘가. 여전히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침대에 누워버린다. 거기에 뭐 숨겨둔 것이라도 있냐고 물으면 그저 빙긋 웃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조용히 마오의 옷을 잡고 꾹 끌어당겼다. 알려주지도 않을 거면서. 마오는 그런 친구를 보며 괜히 심술을 부렸다.
“넌 저기에 누워있으면서 난 어디 가지도 못하게 하는 거야?”
“…그야 내가 옆에 있으면 하늘이 멀쩡하다니까.”
“제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줘.”
“나도 진짜 답답한 게, 이 하늘이 네게 보였으면 좋겠어.”
“…….”
“왜 안 보이는 걸까.”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알아.”
“그래서 하는 말이야. 왜 나한테만 보이는 걸까.”
글쎄다. 마오는 슬쩍 빨간 눈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꼭 용암이 흘러내릴 것처럼 일렁이는 붉은 색만 한껏 복고 말았다. 이렇게 보고 있다가 저쪽을 보면 뭔가 비슷하게 보일까. 그런 덧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리츠가 답답해하는 만큼 마오도 아주 답답했다. 저 녀석이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더 이상했다. 차라리 유령이 보인다고 하는 편이 더 믿기 쉬울 거 같아. 그런 말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역시 이건 아닌 것 같아 꾹 삼켰다.
“아니면 나한테 설명을 좀 해줘.”
“…응?”
“뭐가 보이는지.”
“…….”
또 그러긴 싫단다. 입을 꾹 다문 채 이불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아하니, 오늘 대답을 듣긴 틀린 것 같았다. 좀 이상한 소리를 하면 어떤가. 저 녀석은 어릴 때랑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리츠는 늘 그런 녀석이었고,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맘에 차지 않는 행동은 굉장히 가까워진 표현이었다. 늘 한걸음 물러서서 사람을 관찰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 말을 걸면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관심이 사라져도 좀처럼 다시 다가오지 않는다. 리츠는 그런 녀석이었다.
‘처음 말을 걸었을 때 어땠더라.’
옷을 잡고 늘어지는 무게를 느끼던 마오는 괜히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처음 그 거리를 좁혔을 때 굉장히 신났던 기억이 나긴 했다. 그래서 들뜬 마음에 리츠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흡혈귀. 그런 단어 정도로 뒤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말이야.”
“…….”
“…자?”
“…….”
“이거 혼자 신나버렸네.”
“…….”
“너무해.”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언제부터 잠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말이라도 해주지. 괜히 서운하다. 말도 없이 잠이 드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좀 달라 보였다.
굉장히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마오는 조심스럽게 돌아앉았다. 옷자락을 꼭 잡고 있던 손이 풀어지면서 침대에 툭 떨어졌다. 이만큼 움직였는데, 깨지 않는 걸 보면 어지간히 깊게 잠이 든 것이 틀림없었다. 이러면 오히려 걱정했다.
“리츠.”
“…….”
“…괜찮아?”
“…….”
“아픈 거면 나에게라도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 텐데.”
정말 걱정하고 있었다. 난 원래 잠이 많다거나, 흡혈귀라서 그렇다거나. 차라리 이런 실없는 소리라도 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어디가 아픈지도 말하지도 않은 채 이렇게 끙끙 앓는 걸 속이는 건 싫었다. 왜 그런 건지. 흡혈귀가 아닌 자신은 알 수 없었다.
“난 정말 널 걱정하고 있어.”
“…….”
“…정말이야.”
마오가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리츠의 이마를 쓸었다. 식은땀과 함께 말라붙은 검은 머리카락이 손끝에 슬슬 쓸려나갔다. 어쩐지 숨소리가 점점 편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닌가. 내 착각인가.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 미묘한 차이를 왜 알 것 같은진 알 수 없었다.
“…숨소리가.”
손끝을 코밑에 살짝 가져갔다. 이렇게 걱정을 시키니 정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래 봤자 또래일 뿐인데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는 건지. 물론 그걸 받아주는 쪽도 잘못이라 말하면 할 말이 없긴 했다. 하지만. 적어도 친구가 이렇게 있어서 편하다면 그걸로 만족했다.
오래 알고 지내다 보니 너무 편해서 어리광을 부리는 걸까. 아니면 그저 늘 그렇듯 단순한 변덕일까. 마오는 확실하게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리츠가 어딘가 불편한 것은 맞았다. 그게 몸이던, 아니면 마음이던. 그것도 아니라면 둘 다일 수도 있겠지. 어디가 아프다 말하지 않고 오히려 혼자 틀어 박하는 녀석이니 아마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고 볼 수 없었다.
‘…가끔 이렇게 어리광부리면 당황스러운 건 맞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온몸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녀석을 못 본 척할 만 한 성격도 아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믿긴 어려웠다. 하지만 리츠가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생각해주면 그만이었다. 괜찮겠지. 나아지겠지. 애써 그렇게 위로했다.
“걱정은 빨리 옮는다고 하더니.”
“…….”
“내일이면 좀 나아졌으면 좋겠어.”
“…….”
그런 마오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 지, 숨소리가 규칙적이고 조용히 내려앉을 뿐이었다. 밤이 깊을 무렵이 되어서야 마오는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어차피 내일 아침에 또 오겠지.
그땐 좀 괜찮아질 거라 믿기로 했다.
며칠 괜찮다 싶었던 몸이 또 말썽이었다.
저번에 천천히 가라앉았던 걸 비웃기라도 하듯 더 심하게 요동쳤다. 이젠 눈을 감아도 하늘이 일렁거렸다. 눈을 뜨면 세상에 없는 계절이 보였다. 눈이 흩날리면서 동시에 해가 쏟아졌다. 그러더니 금방 소나기가 치고 바람이 불었다. 꽃잎이 회오리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기도 했다. 물론 무시하고 잘 수만 있으면 상관없을 테지만, 그것도 무리가 있었다. 눈을 감으면 귓가에 누군가 소곤거렸다.
“…….”
깜짝 놀라 일어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해졌다. 귓가에 소곤대고, 피부 위를 타고 흐르는 공기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잠시도 정신을 가만두지 않으니 꼭 미칠 것 같았다. 짜증을 내면서 베개를 집어 던졌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며 귀를 막았다. 분명 마오랑 같이 있으면 이러지 않았다. 오히려 늘 봄이 계속되는 것처럼 잔잔했다.
“…죽을 거 같다.”
정말 진심이었다. 눈을 감으면 다른 감각을 괴롭히는 이름 모를 것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집요하게 괴롭혀왔다. 이러니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남는 건 짜증뿐이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짜증을 부리고 싶지 않았다. 특히 마오에게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가져다 댈 수 없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괴로워하다 지쳐 쓰러지면 희미하게 열이 올랐다. 온몸이 따끈따끈해지면, 정신이 몽롱해졌다. 꼭 뇌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마치 감각을 너무 많이 써서 다 타버린 것처럼 말이다. 마른 숨을 몇 번이나 내뱉었다. 물이라도 마시고 싶었지만,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결국, 마른 입술만 몇 번 쓸어 넘겼다.
“…….”
자신이 아픈 건 마오 때문이 아니다. 그건 확실했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자꾸 그 애 얼굴이 생각나는지 알 수 없었다. 걱정스러운 얼굴이, 시선이. 그리고 살살 쓰다듬어주던 손끝까지. 하나하나 기억이 났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아주 잠시 몸이 편해졌다. 물론 금방 다시 열이 끓어오르긴 했지만, 버틸 수 있었다.
“정말 내가 이상한 건 가봐.”
너무 아프면 앞뒤 구분을 할 수 없었다. 잠깐이라도 아프지 않은 상태를 알고 나니 고통은 한층 더 참기 어려웠다. 자기도 모르게 마오를 찾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애가 옆에 있으면 적어도 숨을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열에 들떠서 이것저것 생각하던 몸이 축 늘어졌다. 굳이 찾지 않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학교에 가자며 방에 들어올 것이 분명했다.
‘그때까지만…….’
이렇게 아파서 살 수가 없다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누워있는 것으로도 체력을 쭉쭉 빨아 먹히고 있었다. 마치 다른 차원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긁어가는 것 같았다. 아, 또 세상이 돈다. 빙글빙글. 손끝만 빙글빙글 돌리다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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