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운동화를 신은 아이가 신발코를 몇 번 툭툭 차보더니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나갔다. 뒤에서 뭐라 뭐라 소리치는 소리가 시끄러웠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들만 넷인 집안에선 언제나 일어나는 흔한 일이었다. 가장 바쁠 것 같은 고3인 딕은 뻔뻔하게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퍼먹던 시리얼을 내려놓은 딕이 알프레드를 바라보았다.
“팀은 오늘도 아침을 거를 모양이죠?”
“항상 그러시죠.”
“뭐 굶고 다닐 것 같진 않지만요.”
뭐가 그렇게 느긋한지 종알종알 떠들며 시리얼 그릇을 정리하던 딕의 뒤통수를 퍽 때리는 목소리가 집 안에 울렸다. 나 먼저 간다. 일방적인 통보였다. 뜨악한 얼굴로 급하게 설거지 거리를 던지듯 가져다 둔 딕이 소파에 올려둔 자신의 가방을 들었다. 어깨에 둘러매면서 알프레드에게 인사를 했다. 알피! 다녀올게요. 딕이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시동이 걸린 오토바이 소리가 시끄러웠다. 막 빨간 헬멧을 쓰던 제이슨이 출발하려는 찰나, 가방을 턱 잡혔다. 아 또 시끄러운 저놈의 주둥이가 열리겠구나 싶어 한숨을 푹 쉬었다.
“제이, 등교할 때 바이크 타고 다니지 말라고 했지. 저번에 한번만 더 걸리면 그거 부숴버린다고 했어 안했어?”
“아 좀 내버려 둬! 학교 까지 안타고 가고 가다가 대놓고 걸어서 들어간다고!! 그렇게 무서우면 너 혼자 버스나 타고 다녀!”
“너도 버스 같이 타고 다니면 되겠네.”
“난 사람 많은 거 질색이거든.”
가방을 움켜잡은 손을 탁 쳐낸 제이슨이 시동을 마저 걸었다. 다시 한 번 잡히기 전에 재빨리 엑설레이터를 밟았다. 쌩하니 큰 길로 돌아나가는 빨간 바이크를 바라보던 딕이 한숨을 푹 쉬었다.
“저러다 끌려가서 맞지.”
“제 생각엔 말입니다.”
“응 알피?”
“도련님께서도 학교에 지각을 하실 것 같은데요.”
“어? 뭐? 아…제이!!! 말해주고 가야지!!!”
핸드폰을 급하게 켜보니 이미 버스 한 대는 족히 시나갔을 시간이 지나있었다. 급하게 뛰기 시작하는 딕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알프레드가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 형제로 말할 것 같으면, 이 거리에서 굉장히 유명한 자제분들이었다. 첫째가 고3 둘째가 고2 셋째가 이제 막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그 밑에 나이 터울이 많이 나는 막내가 하나 있다지. 막내는 이제 초등학생이던가? 첫째는 고3이긴 한데 이래저래 일이 있어서 일 년 유급을 했다. 나이로 치면 둘째와 두 살 터울인데 딱히 신경을 안 쓰려한다. 물론 학교에 가면 다들 형이라고 부른다지만 말이다. 자기 동생한테도 못 듣는 형 소리를 신나게 듣는다고 당황하고 있지만 말이다.
둘째는 보시다시피 고담에서 손꼽히는 일진이었다. 완전 막나가고 어긋난 학생은 아닌데, 좀 끓는점이 낮다고 해야 할까. 어울리는 친구들끼린 사이가 좋은 모양이지만 영 다른 형제들한텐 서먹하게 대하는 모양이었다. 학교에 바이크 몰고 오지 말라고 학생부에 끌려가기도 하고 혼나기도 하면서 그나마 학교를 다니는 것이 용하다라는 말을 듣곤 했다.
셋째는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이였다. 차분하고 머리 좋고 얌전하긴 한데, 유난히 막내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큰 형을 워낙 따르고 좋아해서, 다른 고등학교로 갈 수도 있는 것을 부득불 시험을 보고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 보통은 제이슨이 바이크를 타고 나가면 딕과 함께 학교로 향하곤 했지만, 오늘은 주번이라나 뭐라나 하는 소리를 내뱉으며 먼저 일어섰다.
막내는 이제 초등학생인데 형들이 다니는 학교와 같은 재단인 초등학교에 다닌다. 어차피 가는 방향은 같지만 스쿨버스가 오기도 하고, 초등학생은 등교시간이 한참 늦었다. 본인은 자기만 어린 것이 영 맘에 안 드는지 맨날 짜증을 냈다. 드레이크자식! 또 먼저 학교가고! 어쩌겠는가. 그게 현실인데. 형들이 우르르 학교를 가고 느지막하게 일어난 데미안은 교복을 챙겨 입고 식탁에 앉았다. 우물우물 빵을 씹는 볼이 한껏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꿀꺽. 빵을 삼키고 우유를 마시자 입술 근처에 하얗게 우유가 묻었다. 흥. 나도 일찍 일어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