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AU] Noir : Justics Lords
01
데미안이 이 저택에 오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갑자기 굴러들어오는 것처럼 저택에 들어온 아이는 느릿하게 그들의 생활방식에 적응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적응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서로 부딪히지 않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 저택의 남자들이란 언제나 자기주장이 강해서, 다른 사람이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많이 하지 않았다. 데미안은 넓고 조용한 거실을 바라보면서 짜증스럽게 미간을 구겼다.
이곳에 오기 전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그 파편의 끝은 언제나 비슷했다. 잡힐 듯 말 듯하나 이내 사라지곤 했대. 어느 누구에게 물어도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알아볼 방도도 없었고, 그런 것이 허락되지도 않았다. 어느 여름날 스쳐 지나간 소나기마냥 좀처럼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붙잡고 또 잡았다. 그러던 중 문득 해답을 알 수 있었다. 희미하게 머릿속에 각인된 채 호기심을 유발하건 것은 자신의 아버지였다. 어째서 이때까지 이걸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 해답을 마저 알고 싶어 하던 작은 아이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것처럼 익숙한 모습으로 침입한 사람은 곧장 데미안을 찾았다. 태양을 가릴 것처럼 커다란 몸이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아이는 그 그림자를 피해 옆으로 몸을 틀면서 파란 눈을 날카롭게 치켜떴다. 하얀 망토를 두른 채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낯선 사람을 조용히 쳐다보기만 했다. 처음 보는 모습이지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곧바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잔뜩 털을 세운 고양이 같이 경계하는 작은 아이를 바라보던 사람이 가늘게 한 숨을 쉬었다.
"얘가 내 동생인가요?"
물론 그 아슬아슬한 긴장은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와장창 깨져버렸다. 긴 망토를 펄럭거리며 뒤따라 들어온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와 데미안의 두 팔을 와락 잡았다. 깜짝 돌라서 빠져나오려는 모습을 보던 청년은 웃으면서 품 안 가득 데미안을 안았다. 그리고 번쩍 들어 올렸다.
“뭐야. 이거 놔!”
“안녕?”
“안녕이고 뭐고 이거 놔!”
“…….”
이런 어린애 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어른스럽게 행동하라고 배우곤 했었다. 당황함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손에 들고 있던 칼자루를 다부지게 고쳐 잡았다. 하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손목을 콱 잡아 비틀어서 기어이 칼자루를 놓치게 했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뻔뻔할 정도로 전혀 바뀌지 않은 채 손목을 틀어쥐던 놈이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돌아보았다.
“브루스.”
“…….”
“이 아이가 내 동생인가요?”
“그래.”
“…생각보다 많이 어리네요. 브루스 말만 들어선 조금 더 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뭐? 넌 뭔데!”
“난 나이트 윙이라고 해. 딕 그레이슨. 편한 대로 불러. 오늘부터 너와 함께 살 네 형이야.”
“누가 형이야! 넌 누군데!”
“가족이라니까.”
“그러니까…….
데미안의 말이 뚝 멎었다. 갑자기 콱 틀어 막혀있던 기억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한여름 스쳐 지나간 소나기가 문득 생각나는 것처럼 뿌옇던 머릿속이 쨍하게 개었다. 항상 자신을 괴롭히던 호기심의 끝이 여기 있었다. 아버지? 데미안의 입에서 익숙하지만 낯선 단어가 흘러나오는 것을 가만히 듣던 나이트 윙이 좀 더 강하게 작은 몸을 껴안았다. 브루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나갔고, 나이트 윙이 그 뒤를 따라갔다.
데미안은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당황해 있었다. 두 눈을 새파랗게 뜨고 납치를 당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너무나 익숙하게 자신에게 아는 척을 하는 사람도 웃기긴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좀 내려주면 안 돼? 나도 발이 있어. 혼자서 충분히 걸어갈 수 있다고.”
“…….”
“야!”
“…….”
데미안은 더 말을 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무리 봐도 머리가 단단히 돌아버린 녀석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잔뜩 짜증 난 표정으로 안겨있는 녀석의 뒤통수를 가만 바라보던 나이트 윙은 소리 없이 웃으면서 바삐 발을 옮겼다.
***
둘이 나갔던 무리가 셋이 되어 돌아온 곳은 하얗게 빛나는 커다란 저택이었다. 데미안은 이 저택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아니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곳이었다. 저스티스 로드의 핵심멤버인 배트맨과 그 아들이 모여 있는 곳은 둥지라고 불리기도 했고, 박쥐 저택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메타 휴먼들 사이에 유일하게 속해있는 인간이었고, 로드의 절친한 친구였다. 그의 권력은 로드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밝은 햇살 아래 웅장하게 솟아있는 저택을 바라보던 데미안은 여전히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물론 배트맨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긴 했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히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뭔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해관계라도 생긴 것은 확실했다. 저택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데미안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길고 넓은 정원을 지나야 간신히 저택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겉에서 보는 것보다 족히 두 배는 넓어 보이는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저 멀리서 삐딱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을 반쯤 내려오다 멈춰선 사람은 호리호리한 몸을 난간에 비스듬하게 기댄 채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덜미에 닿은 절도로 기른 머리카락이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가늘게 흔들렸다. 멀리 있어도 파랗게 타오르는 눈은 이 상황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이 확실했다. 뚜벅. 뚜벅. 계단을 느릿하게 밟으면서 내려온 사람이 흰 망토를 한 손으로 정리했다. 그리곤 나이트 윙의 어깨를 스칠 듯 지나갔다. 그리곤 고개만 살짝 돌려서 물었다.
“누구야?”
“내 동생. 그리고 이제 우리 가족이 될 거야.”
“난 동생 필요 없어.”
“팀!”
“정말이야. 왜 굳이?”
“난 뭐 너 같은 놈 필요한 줄 알아!”
“데미안!”
둘 사이에 튀는 불꽃을 감지한 나이트 윙이 둘 사이를 막아섰다. 팀은 최대한 짜증스럽게 데미안을 한 번 더 쏘아봐 주곤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쾅! 문이 부서지라 닫았다. 집안에 웅웅 울리는 문 닫는 소리에 딕이 한 손으로 미간을 짚으면서 끙끙거렸다. 뭔가 제대로 어린애 취급받은 것 같아서 씩씩거리는 데미안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무례한 태도는 듣도 보도 못했다. 데미안도 터지기 전에 냉큼 방에다 집어넣었다. 마치 새로 데려온 애완동물 적응기를 주는 것 같은 태도에 가만 지켜보던 늙은 집사는 조용히 부엌으로 사라졌다.
방문 앞에서 한참 서 있던 딕이 거실로 내려오자 다 식어가는 커피 잔을 앞에 둔 채 앉아있는 브루스가 있었다. 이쪽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보니 오늘은 하루 넘기기가 굉장히 시끄러울 것 같았다. 냉큼 소파 옆자리를 자치한 딕이 익숙하게 찻잔을 받아들었다. 한 모금 차를 입안에서 머금고 있다 꿀꺽 넘겼다.
“브루스?”
“…….”
“왜 그러죠?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건 분명한데, 팀이랑 데미안이 사이가 안 좋을 건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
“곧 친해질 거예요.”
“…….”
“제이슨도 그렇고, 이 저택에서 큰소리가 나게 하진 않을 거니까.”
“…딕.”
“그러니까 얼굴 좀 펴라니까요. 기껏 막내가 들어왔는데 인상이 험악하면 기분 좋으려 했다가도 난리 날 거 같아요.”
단단한 카울 아래에 잡힌 굵은 주름이 보이기라도 하는 양 딕이 자신의 미간을 꾹꾹 눌렀다. 물론 둘 사이가 좋을 수 없었다. 그 정도쯤은 브루스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첫 만남부터 날카롭게 반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진 않았다. 물론 팀의 고집도 대단했고, 데미안도 만만치 않았다. 집 안이 한층 복작복작해진 것은 좋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정리를 해야 할 지 깊은 고민이 들었다.
“주인님.”
“왜 그러지?”
“로드께서 주인님을 부르십니다.”
“벌써 연락이 갔나 보군.”
“데미안을 데려온 일이 벌써 거기까지 소문이 퍼졌나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네.”
빙글빙글 웃으면서 허리를 쭉 펴던 딕이 한숨을 푹 쉬면서 소파에 몸을 묻었다. 메타 휴먼들 사이에 딱 하나 끼어있는 인간의 가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이 많았다. 의심은 더 많았다. 이제 데미안까지 집에 들어왔으니 한동안 귀찮은 일이 계속 되리라 생각하니 머리가 절로 아파져 왔다. 하지만 이번 일을 후회하진 않았다. 언젠가는 찾아와야 할 동생이었고, 가족이었다. 기묘하게 뒤틀린 저택에선 가족, 핏줄 이런 단어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우아하게 일어선 몸을 따라 긴 망토가 흘러내렸다. 안과 밖의 색깔이 다른 망토를 슥슥 정리하던 딕이 자기 방으로 올라가 버리자, 거실은 순식간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브루스는 아무도 없는 거실에 조금 더 앉아있었다. 그리고 조금 늦게 로드의 성으로 갔다.
브루스의 귀가 늦어져서 따로 저녁을 먹어야 했다. 가족들이 같이 먹는 것을 선호하는 딕이었지만, 로드의 명을 어길 순 없었다. 개인적인 취향보다 높은 곳에 있는 로드는 싫다고 거역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알프레드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딕은 동생을 데리러 갔지만, 데미안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문을 잠근 채 틀어 박혀있는 동생을 바라보던 딕은 팔짱을 낀 채 눈썹을 찌푸렸다. 밖으로 나간 팀도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혼자서 다시 계단을 내려온 딕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있는 제이슨을 바라보면서 식사를 마쳤다.
02
팀과 데미안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렸다. 물론 집에만 있는 데미안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팀이 얼굴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바깥으로 나돌아서 이 정도였다. 딕은 딕대로 머리가 아팠다. 사람이 하나 늘어났을 뿐인데 해야 할 일은 두 배가 넘었다. 안 그래도 배트맨을 좋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던 무리까지 합세하자 딕까지 로드에 출석해야 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데미안 하나 집안에 들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만, 후에 따라붙는 것이 너무 많았다.
딕도 팀도 집에 없으면, 데미안은 조용히 자기 방 밖으로 나왔다. 새로 받은 옷은 조금이라도 스치면 금방 먼지가 한 움큼 묻을 것같이 하얀색이었다. 뒤로 길게 공작처럼 갈래갈래 늘어지는 상의는 걸음을 걸을 때마다 부드럽게 흔들리곤 했다. 계단을 터벅터벅 걸어 내려오면 아무도 앉아있지 않는 커다란 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응?”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니었다. 미처 눈이 인식하지 못했지만, 분명 사람이 앉아있었다. 데미안은 작은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계단을 마저 내려왔다. 탁자 앞에 서서 빤히 쳐다보았지만,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뭐지?”
“…….”
“넌 누구냐.”
“…….”
“뭐지?”
“…….”
물론 대답도 없었다. 한쪽에 따로 마련된 푹신한 의자에 걸터앉아서 멍하니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데미안보다 조금 더 짙은 푸른색이 도는 시선은 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넓은 어깨를 완전히 덮고도 모자라서 길게 내려앉은 짙은 회색 로브는 끝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닳아있었다. 잔뜩 구겨진 채 발에 휘감겨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답답해 보였다. 의자 팔걸이에 올려둔 두 팔은 단단한 근육이 올라앉은 것과는 별개로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채 늘어져 있었다. 짧고 검은 머리는 누군가 움직이거나 바람이 불 때만 가끔 휘날리곤 했다. 숨을 쉬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에 데미안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한참 동안 그 모습을 관찰했다. 가늘게 숨을 쉬면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한마디 말도 없고, 작은 움직임조차 없는 사람을 오랫동안 관찰하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긴 소파에 앉자 늙은 집사가 차를 권했다.
“알프레드.”
“예. 도련님.”
“저 녀석은 뭐지? 왜 움직이지 않아?”
“…….”
“왜 대답을 하지 않지?”
“주인님께 직접 여쭤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들 이렇게 답을 피하기만 하고.”
“제가 함부로 말씀드릴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차는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
“도련님.”
“적당히. 어제 마셨던 걸로.”
“곧 준비하겠습니다.”
언제나 친절하게 대답해주던 집사가 대답을 피했다. 데미안이 조용히 집 안에 스며들어있던 누군가를 인식하자마자 급격하게 변하는 집안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위태위태했다. 딱히 할 일이 없었으므로 멋대로 서재에 들어가서 책을 꺼냈다. 열 살이 읽기엔 한없이 어려워 보이는 책을 들고 와 소파에 앉았다. 편하게 다리를 올리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얇은 종기 넘어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딱 좋을 만큼 조용하게 들렸다. 집중해서 책을 읽던 데미안이 잠시 책장을 넘기는 것을 멈추자 그나마 들리던 소리가 뚝 끊겼다.
“…….”
뭔가 뒤통수를 쏘아보는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봤을 때, 정면으로 푸른 시선과 맞닿았다. 저 멀리 저택의 끝을 보고 있던 시선이 어느 순간 데미안을 향해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은 누구 하나 잡아 죽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고, 여전히 움직임은 없었다. 한참 눈싸움 아닌 눈싸움을 했다.
데미안이 반쯤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고 책을 덮었다. 탁. 무거운 양장본이 짧은소리를 내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완전히 몸을 돌려 그 녀석을 바라봤다. 시선만 살짝 엇나간 모습은 묘하기 짝이 없었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움직임은 그 것뿐이었다.
“이름이 뭐지?”
“…….”
“쳐다봤으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아냐. 이름이 뭐냐고.”
“…….”
“넌…….”
“제이슨 토드.”
“응?”
“그 녀석 이름은 제이슨 토드야. 내 동생이자 네 형이지.”
어느새 돌아온 나이트 윙이 제 뒤에 서 있었다. 데미안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녀석이 뒤에서 불쑥 나오자 눈에 띄게 당황했다. 저택 생활이 아무리 편하다 해도 이 정도로 감이 무뎌졌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실상은 나이트 윙의 몸놀림이 가볍고 조심스러웠기 때문이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빙글빙글 웃으며 둘 사이에 선 딕이 정식으로 제이슨을 소개했다.
“내 동생이야. 팀과 네 형이지.”
“내가 이 집에서 형제라고 인정한 사람이 없는 걸로 아는데?”
“형이야.”
“…흥.”
“지금은 어색할지 몰라도…….”
“평생 인정하기 싫은 것도 있는 법이지. 안 그래? 그레이슨.”
“…….”
데미안이 코웃음을 쳤다. 따박 따박 나이트 윙을 그레이슨이라고 부르는 맹랑한 녀석은 브루스를 닮아서 고집이 셌다. 물론 딕은 뭐라고 불리던 가족이 불러주는 것이니 별 상관이 없었지만, 팀이나 제이슨을 마구 부른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선, 데미안도 짜증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딕도 인정하지 힘든 와중에 형이란 작자가 둘이나 더 있다고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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