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토니피터] Tagtraum
+) NOTICE
해당 글은 아니지만 전체 회지에 <인피니티 워>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올라와있는 샘플은 홈커밍와 인피니티 워 사이 시간을 축으로 움직입니다.
회지는 5월 쩜오온에 트윈지로 발간됩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꿈을 꿨어요.”
피터는 종종 한밤중에 눈을 떠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직 어려서 그래.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새벽잠을 깨우는 녀석의 등을 두드려 준다. 게다가 스파이더 센서 탓인지 예민하기까지 했다. 피터는 종종 자신의 등을 두들겨주는 손마저 낯설어할 때가 있었다.
“…….”
“언제까지 잠투정하려 그래.”
“그…그야.”
“…….”
“몰라요. 스타크 씨.”
“…….”
피터는 늘 다 컸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토니 스타크 앞에선 단 한 번도 제대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 그런 것이 늘 불만이라고 하면서도 말끝에 한마디 더 붙이지 못하는 것은 비단 나이 차이가 크게 나서만은 아니었다. 키가 크려나. 이런 말 한마디만 들어도 금방 풀이 죽는다.
물론 풀이 죽는 것과 사고를 치는 것은 다르지만 말이다. 토니는 자신의 눈 밖에서 피터가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다. 하지만 어느 정도 묵과하는 일도 분명 있었다. 아마 어벤저스 그 누가 보더라도 토니가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을 본다면 분명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일이었다. 그 토니 스타크가 누구를 저런 식으로 대하는 것을 본 적 없었다. 그만큼 토니가 어느 정도 물렁물렁하게 대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 거미는 늘 자신을 아이 취급한다면서 툴툴거리곤 했다.
“밤에 잠 안 자면 키가 안 큰다던데. 그럼 영원히 자라지 않는 스파이더 보이가 되겠군.”
“…….”
“애들은 밤잠을 설친다는 소리가 맞았어.”
“그런 소리는 또 어디서 들었어요. 스타크 씨.”
“토니 스타크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어울리지 않긴 하지.”
“맞아요. 하나도 안 어울리죠.”
“…….”
“그래서 누구한테 ”
“프라이데이?”
“…너무 한다.”
“어린애는 밤에 잠을 자야지.”
“…….”
잠에 취해 웅얼거리는 목소리는 금방 사라진다. 생각해보면 나이가 나이인데. 이 시간이면 한참 꿈나라에서 헤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러면. 음. 토니는 가만히 눈만 깜박인다. 이렇게 정신을 빼놓고 사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사람이 물렁물렁해지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 누구도 함부로 이곳에 들이지 않았다. 누굴 어떻게 믿어서. 그런 와중에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내가 정말 미쳤어.”
“…….”
“정말.”
혼잣말도 한계가 있다. 언제부터 저 작은 거미 한 마리가 침대 한쪽을 차지하게 되었을까.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 봐도 딱히 짚어낼 수 없었다. 토니라면 그런 사소한 일정 하나하나도 모두 프라이데이에게 입력해뒀을 것이다. 안 할 리 없었다. 프라이데이. 이렇게 한마디만 하면 알아서 자기 생각을 읽는 것처럼 움직인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지금 이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불안하다. 기승전결이 완벽하지 않은 것은 정보로서 가치가 없었다. 토니의 머릿속은 비상하다. 그걸 스스로 잘 알아서 더 못 미더워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따지면 피터와의 관계에서 쓸만한 정보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업가로. 히어로로. 그 어떤 쪽을 살펴봐도 같은 대답만 돌아온다. 하지만 놓지 못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가끔 머리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토니에게 바로 지금과 같은 일이었다.
“내가 정말 미쳤군.”
처음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다 클 때까진 제발 큰일을 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덜 자란 히어로는 그저 친절한 이웃으로 남아있으면 충분했다. 물론 전쟁터에 피터를 데려온 사람이 토니 스타크였으니, 저렇게 말해도 다들 한 귀로 흘려버린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시작된 관계를 천천히 움직인다. 애초에 평범한 인간이 시간을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다만 토니 스타크가 그런 것에서 조금 무뎌진 이유는. 옆에 시간을 초월한 자가 많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큰 자극을 받다 보면 스며드는 감정에 무뎌진다. 지금이 딱 그 꼴이었다.
아이는 어른을 좋아한다. 정에 고파하고, 눈을 반짝인다. 토니 스타크가 처음 퀸즈에 나타났을 때. 숙모와 함께 앉아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제대로 된 설명도 해주지 않고 공항으로 데려갔을 때. 수트 누나가 달린 수트를 선물해 줬을 때.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쉴 새 없이 떠들곤 한다.
“…….”
아이가 옆에서 잔다. 제발 이렇게 다짜고짜 쳐들어오지 말라고 말한 것이 벌써 스무 번을 넘었을 것이다. 물론 토니가 마음먹고 침입을 막는다면 피터가 이곳에 두 발로 멀쩡하게 걸어 들어올 일이 없을 거다. 그러니 분명 이번 일은 토니가 여지를 준 것이 맞다. 하지만 아무리. 여지를 줬다고 해도. 어른이라면 적당히 거리를 둘 줄 안다. 그런 사람 간의 거리를 모르는 것은 어린애다. 그리고 그 어린애는 오늘도 제 방보다 족히 열 배는 넓은 침실에서 푹신한 이불을 덮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정말 모를 일이야.”
*
처음 만남은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하긴 사람 인생에서 놀랄만한 첫 만남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리 특별하진 않지만, 다시 말하면 나쁜 기억도 아니었다. 작은 사건은 언제나 뉴욕에서 시작된다. 모든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하지만 토니 스타크는 여전히 바빴다. 뉴욕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원래 그런 도시였다. 그곳에 사는 토니 스타크의 하루도 그랬다.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얌전히 숨을 쉬는 것이 차라리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말을 누가 믿을까. 하지만 토니 스타크에겐 일상적인 일이었다.
“스타크씨?”
“뭐야. 네가 여기 왜 있어.”
“견학?”
“…….”
“정말이에요. 맨날 그런 눈으로 보네.”
“한두 번 거짓말했었어야지.”
“언제요?”
“저번 주. 저번 달. 그리고…….”
“아, 아아. 몰라요. 전 안 그랬어요!”
“…….”
조그만 거미가 쉴 새 없이 떠든다. 그나마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런 영화 같은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으면서도 가끔 주변에 일어나곤 한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럴 때마다 피터 파커가 곁에 있었다.
“내가 한 번만 더 수트 입고 장난치면 뺏어버리겠다고 했을 텐데.”
“수트 안 입었어요!”
“…….”
“저 지금 멀쩡하게 옷 입고 있고요. 대중교통 타고 뉴욕에 왔거든요!”
“…….”
“그리고 저라고 여기서 스타크 씨를 만날 줄 알았나요.”
“…….”
부루퉁하게 부어오른 볼이 하고 싶은 말은 죄다 먹어버린다. 웅얼. 웅얼. 아기가 옹알이하는 것도 아니고, 빙빙 돌려서 말하는 영양가 없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길게 늘어진다. 피터는 말이 많다. 거미인지 병아리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병아리 소년이라고 이름을 지어줄 걸 그랬다.
“스타크 씨!”
“어, 그래. 우리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지?”
“저 여기 사고 치러 온 것 아니라는 데 까지요.”
“아, 맞다. 그랬었지.”
“…….”
“하지만 제발 멀리 나다니지 좀 말아라.”
“왜요!”
“그러면 네 숙모가 걱정하고. 그 걱정이 전화기를 타고 해피한테 전달될 것이고.”
“…….”
“해피는 나한테 연락을 하겠지. 그러면 난 바쁘게 이리저리 다니면서 널 찾아야 할 테고 말이야.”
“…….”
“누누하게 말하지만 내 시간은 곧 돈이야. 꼬맹아.”
“…….”
“아니 돈보다 귀할 수도 있지.”
“…….”
“하지만.”
“…….”
“가끔은 돈을 함부로 쓰고 싶을 때도 있는 거니까. 그 날을 오늘로 정해보자고.”
“그러면 전 그만 갈래요.”
“왜?”
“…….”
아이가 금방 토라진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토니는 사업가가 아닌 사람을 다루는 것을 힘들어한다. 사실 그런 종류의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는다. 만날 이유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뚝 떨어진 병아리 같은 히어로는 여전히 볼을 부루퉁하게 내민 채 툴툴거렸다.
“왜 가려고 하지?”
“귀찮다면서요.”
“귀찮은 게 아니고…그러니까.”
“오늘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돌아가겠다고 숙모한테 말하고 왔어요.”
“오,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그럼요. 아직 외박 허락 못 받았으니까요.”
“그래. 그러면.”
“…….”
토니 스타크를 말려야 했다. 하지만 아직 어리숙한 히어로는 말랑말랑한 머리가 가끔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적이 있었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사업가로 이리저리 거래를 주무르던 입은 이럴 땐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도대체. 왜. 답답한 마음을 토니도 알 길이 없는데, 피터가 이해해주는 것은 더더욱 무리일 듯싶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녀석의 손을 언제 잡아야 할까. 이 생각에 가득 찼다.
아무리 어리다고 하지만 수트가 없는 토니가 잡아채기엔 벅찬 힘을 가졌다. 훌쩍 뛰어 가버리면 금방 잡을 수도 없다. 놀리는 것은 늘 재미있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늘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토니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피터의 볼을 보면서 가만히 눈을 찌푸렸다.
“내가 허락받아 주지. 뭐.”
“예? 싫어요! 스타크 씨!”
“왜? 내가 싫다고?”
“아뇨. 그게 아니라. 숙모가!”
“…….”
“숙모가 자꾸 이렇게 늦게 들어오면 걱정…….”
“프라이데이. 피터네 집에 전화 연결해.”
네. 보스. 피터의 손짓이 허우적거린다. 토니는 익숙하게 한 발 뒤로 물러선다. 피터는 자신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기 때문에 수트를 입지 않고. 적이 없는 한 멋대로 힘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토니한테 말려드는 것도 맞았다. 하지만.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꼬맹이 거미 한 마리를 다루지 못할 토니 스타크도 아니었다. 익숙하게 움직일수록 저쪽은 당황한다. 나이 차이를 생각하면 더 그랬다.
“파커 숙모님 되시죠?”
“스타크 씨!”
“예. 파커 군이…….”
“…….”
더는 토니를 막을 수 없었다. 공중에 붕 뜬 손이 굳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토니는 꼭 사업가처럼 웃으면서 대화를 한다. 아니. 사업가가 맞지 참. 피터가 아닌 파커의 작은 머리통 속엔 온갖 생각이 가득 차서 바글바글 끓어 올렸다. 그럼 다시 연락드리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잘 먹이고 잘 견학시킨 후 스타크 사에서 안전히 데려다줄 테니까요. 뚝. 통화가 끝났다. 이제야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피터의 눈엔 억울함이 가득 맺혀있었다. 뭐가 그렇게 억울할 일인진 모른다. 아이의 마음속은 여전히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됐다. 내일까지 시간 있어.”
“…….”
“너도 궁금한 거 많을 거 아냐.”
“그래도 이건 너무 해요.”
“아무 말 없이 뉴욕에 온 네가 더 너무 하지.”
“…….”
“그래서 안 갈 거야?”
“…….”
“안 갈 거면 말고. 자유를 얻었네. 알아서 해.”
“…스타크 씨.”
늘 이렇다. 고집을 둘 다 만만치 않지만, 토니가 한번 휘두르기 시작하면 항상 비슷한 일이 생긴다. 피터는 매력적인 제안을 뿌리치지 못한다. 하긴 처음 만남도 그랬다. 오늘은 큰일이 없어야 할 텐데. 토니는 앞서 걷는다. 그리고 뒤에서 달려오는 어린 녀석의 발소리를 들었다.
“스타크 씨. 진짜 회사 구경시켜주실 건가요?”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지?”
“방금 숙모랑 통화하면서요.”
“아…그랬었나.”
“사실 진짜 궁금한 거 많은데. 거기 가면 없는 기계 빼고 다 있다면서요!”
“없는 기계도 있지.”
“…….”
“스타크 사에 없는 기계는 아마 이 세상에 없는 것뿐 일 거다.”
“그러니까. 빨리 보여주세요.”
“너 저번엔 내가 준 수트는 안 입겠다며.”
“그건 그거죠.”
“…….”
“정말이에요.”]
“웃음으로 무마하려 하지 마. 난 그런 거 안 속는다.”
“에이. 스타크 씨!”
“…….”
저런 말을 해도 피터가 웃는다. 저런 얼굴로 어지간히 사고를 치고 돌아다니니 할 말이 있어도 할 수 없었다. 물론 토니도 소싯적 방황할 만큼 했다. 하지만 그런 스케일이 큰 사고보다 소소한 동네 소식이 더 크게 들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 주변 사람이 다 알아도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대표 토니 스타크는 영원히 모를 것 같았다.
“스타크 씨는 정말 시간이 돈보다 귀한가요?”
“뭘 또 그런 걸 물어.”
“아까 그랬잖아요.”
“…….”
“흠.”
“어린애는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더하겠냐.”
“어린애 아니라니까요!”
“…….”
아. 아. 안 들린다. 안 들려. 하지만 그런 말을 피터도 듣지 않는다. 어린 것이 고집이 세다고. 그런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서로 만나면 투닥거리면서도 이것저것 해주고 싶어 한다. 토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다들 궁금해하곤 했다.
스타크 인더스트리로 가는 건가 싶더니. 웬걸. 다른 쪽으로 차가 움직인다. 물론 아까 내린 차와 다른 것이 도착하는 것부터 놀라긴 했다. 하긴 스타크 씨가 대중교통을 타고 다닐 리가 없구나. 피터는 몇 번 타본 좋은 차 안에서 눈만 깜박였다. 아무리 부자라는 소리를 들어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체감을 하기 어렵다. 피터는 손가락을 꼼질거린다.
“뭐가 또 그렇게 불만이니.”
“제가요? 뭘?”
“표정이 그런데.”
“아뇨. 제가 무슨 불만이 있겠어요.”
“흠.”
“진짠데.”
스타크 씨가 안 믿으시는 거죠. 맹랑한 한마디가 툭 흘러나온다. 좋은 차. 푹신한 시트. 토니 스타크라면 절대 차에 두고 다닐 것 같지 않은 작은 간식까지. 피터가 원하는 것은 모두 차 안에 있었다. 하지만 시트가 푹신할수록 낯선 곳으로 끌려간다. 피터는 내심 이 상황이 긴장된 모양이었다.
“집으로 가는 거야.”
“아…집.”
“그래.”
“…….”
“집. 좀 오래 걸리긴 하지만.”
“집이요???”
“귀 떨어지겠다. 조그만 게 목소리는 이렇게 커서.”
“아뇨. 죄송해요. 그게 아니라. 왜 집이요?”
“그럼 아무 일 없이 거기에 가서 뭐해.”
“…….”
또 속았다. 하긴 거기 쉽게 들어갈 리 없다고 생각했었다. 어벤저스 본부에 들어간 것이 어쩌면 피터 생애 마지막 행운은 아니었을까. 피터의 머릿속은 또 보글보글 생각이 끓기 시작했다. 머리가 좋다. 하지만 어리다. 경험이 적어서 이럴 때마다 대처하기 힘들다. 그에 반해 토니 스타크는 사회에서 구를 만큼 구른 어른이었다. 히어로 서도 말이다.
“네 녀석 수트 좀 손봐야겠다.”
“안 가져 왔는데요.”
“가방 안에 접혀서 들어가 있는 거 다 알아.”
“…….”
“자꾸 이것저것 만져보면서 탐험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건…….”
“왜 숨기지도 못할 일을 계속하냐.”
“…….”
꼭 거짓말을 들킨 아이 같았다. 아니 그게 맞긴 하지. 토니 스타크는 피터가 하는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그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대표인데. 토니 스타크인데. 조그만 아이가 이리저리 쿡쿡 찌르면서 움직이는 것 하나 포착 못 할 리 없었다.
그중 하나는 수트다. 수트를 선물로 준 것까진 좋은데, 이 녀석을 그걸 가만히 입고 다니지 않았다. 붙여둔 위치 추적기가 사라지는 것은 예사였다. 다음엔 수트를 해킹하는 것처럼 거꾸로 밀고 들어와 이것저것 만져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캐런…아니 수트 누나가 깨어났던가.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해둔 것을 하나하나 알아채기도 전에 일단 손에 넣어버렸다. 물론 대범하게 행동해놓고 그 이후는 무서워하는지 제대로 다루질 못한다. 그런 녀석의 수트를 수습하는 것은 물론 토니의 몫이었다.
“너 자꾸 그러면 수트 뺏어버릴 거다.”
“아니…왜요. 스타크 씨.”
“자꾸 이것저것 만져서 개조하려고 하지 마.”
“그거야…….”
“그러다 수트에 문제라도 생기면 그건 다 내 책임이니까.”
“왜 그게 스타크씨 책임이에요.”
“내가 준 수트 아니냐.”
“하지만…….”
“어린애들은 다 그래. 어른이 책임져야 하는 거야.”
“그래도.”
“하여튼 말이 많다.”
“…….”
그러자 피터가 입을 꾹 다문다. 귀엽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영악하다고 해야 할까. 두 단어의 차이를 잘 모르겠지만, 그중 어딘가엔 닿아있겠지. 하고 생각해버린다. 이미 토니는 피터한테 충분히 휘둘리고 있는데, 정작 두 사람은 그걸 모른다.
“제발 얌전히 있어라.”
“얌전히 있으면요?”
“그렇게 어른이 되겠지.”
대화가 뚝뚝 끊긴다. 하지만 착한 아이는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지 않은 것이다. 조금 불만이 있어도 얌전히 뒷좌석에 실린 채 토니의 저택에 도착할 것이다. 마음대로 사고를 치긴 하지만. 이곳에서 도망칠 정도로 영악하진 않다.
“좋아. 그대로 있어.”
“…….”
“곧 도착하니까.”
큰 선물이 아마 이거였던 듯싶었다. 피터는 괜히 긴장해서 숨을 죽였다. 아예 와보지 않은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드나 들만한 곳도 아니었다. 숙모한테 전화할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머리가 아직 말랑말랑한 어린애는 휙휙 바뀌는 창문 밖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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