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100분/손책조조] 새해, 바닷가
+) NOTICE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 2차 연성입니다.
책으로 나온 손책조조 분량과 연관이 있을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 하시는 대로 편하게 읽어주세요!
50화 이후에 다시 만난 둘에 대한 망상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적당한 망상과 설정 붕괴가 언제나 함께 합니다 ㅇㅅㅇ)9
write. 환월
“…뭐?”
“딱히 할 일 없는 거 아니었어?”
“…….”
“맞으면 같이 바라라도 보러 가지 않겠나 싶어서 물어봤지.”
“…….”
이럴 때마다 띵할 정도로 머리가 울린다. 이 정도 손책이랑 어울렸으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도대체 매일매일 놀랄 일만 가득하였다. 게다가 팔자 좋게 놀러 가자니. 정말 이 녀석은 세상살이가 너무 편해도 정도를 지나칠 정도로 편한 것 같았다.
“왜?”
“아니다. 내가 익숙해지는 것이 빠르겠네.”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고맙고.”
“그런데 말이야. 내가…직업이 경찰이란 건 인지하고 물어보는 건가?”
“어…그러니까.”
“…….”
조조는 그냥 말을 말기로 했다. 입을 다문 채 가만히 노려보고 있으니 손책은 아차 싶은 모양인지 눈을 깜박인다. 하긴 뭐 이쯤 되면 하고 싶은 거 많은 사이긴 했다. 조조도 그렇고 손책도 그렇고. 그렇게 하나하나 행사를 챙기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어영부영 지나가기 바빴고, 정신을 차리면 달력 한 장이 넘어가는 일이 예사로 있었다.
남들 다 챙긴다는 빼빼로데이는 조조가 그 주 내내 잠복근무가 있어서 얼굴도 보지 못했다. 다음 주에 간신히 얼굴을 봤을 땐 이미 흥이 식을 대로 식어서 그냥 커피나 한잔 마시고 말았다. 그리고 또 달력이 한 장 넘어간다. 크리스마스는 좋을 뻔하다 갑자기 들어온 지원 요청에 애매하게 끝나버렸다. 손책이야 나서서 먼저 가라고 했지만, 조조도 은근 미안한 눈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둘 다 그리 예민하지 않아서 다음에 만나면 그것대로 좋아하는 편이었다. 서로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둘이 섞이기 시작하자 제법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핸드폰이 제 역할을 한다는 것에 있었다. 손책은 귀찮다는 이유로 버리고 다니기 바빴고. 조조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찾곤 한다. 그런 둘이 이렇게 꾸준히 만나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됐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잘못 생각했군.”
“먼저 쫓아온 쪽이니 너무 상심하진 말고.”
“그럴 리가. 호랑이는 생각보다 원하는 것에 집착이 강하거든.”
“…….”
“왜. 왜 또.”
“네 녀석이 그렇게 말하면 농담이 아닌 것 같아서 그런다.”
“농담 아니다.”
“…….”
둘 다 사람 웃기는 덴 재능이 없다. 하지만 둘 사이엔 저런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손책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며칠 전부터 조조에게 바닷가에 가자며 조르곤 했다. 물론 조조는 둘만 가는 여행보다 자신의 경찰 스케줄을 더 중요시했지만, 손책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시간이 되면 가자는 거다.”
“그렇게 물러서면 절대 그 이상 못할걸.”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욕심만 채울 수도 없으니까.”
“…….”
“조조. 너도 지금 노력하고 있는데, 내가 계속 그럴 순 없지.”
“정말…….”
“왜? 또.”
“정말 바보 같아서.”
“…….”
“보통…이런 사이가 되면 그…….”
사실 둘 다 연애라는 과목에선 그리 신통하지 않은 학생이었다. 간신히 낙제는 하지 않을 정도랄까. 아니면 그것도 모자라서 매일 둘이 남아서 보충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할까. 세상 똑똑할 것 같은 조조조차 연애 사업 쪽으론 눈치가 밝지 않다. 옆에서 보면 답답할 정도로 이리 돌고 저리 돌면서도 둘은 꾸준히 서로 다가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나온 소리가 바보 같단 정도였다.
조조는 어느 정도 자신이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생활과 사람과의 관계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런 식으로 깊게 사귄 사람이 거의 없었을뿐더러, 지금까지 신경을 쓴 사람은 초선이가 유일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관계에서 서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이면 뭐?”
“…….”
“부끄러워하긴.”
“그런 게 아니고! 됐다. 그만두자.”
“난 미리 말했어. 그래도 새해 첫날인데 같이 보내고 싶단 말이지.”
“…….”
“시간이 되면 가는 거고 아니면, 별수 없는 거 아닌가.”
“그렇게 욕심이 없으면 이도 저도 안 된다.”
“그렇다고 당장 여기서 널 끌어안고 사라질 수도 없지.”
“…….”
“난 나대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니까.”
손책은 늘 당당하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어느 정도 물러설 줄을 알았다. 물론 가끔 잘못 짚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속으로 쌓아놓고 사는 조조보단 솔직했다. 지금도 비슷한 경우였다. 손책은 나름대로 자신의 욕심을 표하면서도 조조를 배려한다. 본능적으로 저 사람이 얼마나 예민한지 알 수 있었다. 잡아먹으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가까이 있기 위해선 저 예민함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었다. 손책은 나름대로 충분히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 손책을 보고 조조는 가끔 바보 같다고 웃곤 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별 상관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곧고 단단할 것 같은 녀석을 조금만 벗겨보면 속마음은 온통 상처로 얼룩져있었다. 그런 녀석을 보는 손책은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웃곤 한다.
“정말 알 수 없는 놈이야.”
“아마 날 처음부터 다 알았으면 우리가 이렇게 마주 앉아 있지도 않았겠지.”
“…….”
“나름 만나면서 좋은 일도 있지 않았나.”
“…….”
“예를 들어 악몽을 더는 꾸지 않는다던가.”
“…….”
“생각이 날 듯 말 듯 괴롭히던 것이 사라졌다던가. 뭐 그런 것?”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난 그 기억이 날 살린 부분이라 잊을 수 없지.”
“…….”
“그래도 이젠 깊게 잠들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
“…….”
조조는 늘 선잠을 자면서 앓았다. 손책이 조조의 집에 드나든 지 꽤 오래되었지만, 편하게 자는 모습을 본 것이 최근일 이라면 그 고통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찾아와 말을 건다는데, 제대로 설명조차 할 수 없는 꿈이라 늘 혼자 앓았다. 손책이 처음 조조와 한 침대에 누웠을 때도 그랬다. 금방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이던 녀석을 품에 안아 재우면서 묘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럼 약속한 거다?”
“…….”
“시간 되면 같이 가는 거로?”
“그…래. 그러지 뭐.”
다시 말하지만 둘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었다. 저 한마디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는 둘만 알았다. 그러니 아직까지 헤어지지 않은 것이겠지만 말이다.
“좋다. 그럼 다시 연락하지.”
“이렇게 가려고?”
“들어가 봐야 하지 않나. 시간.”
“…….”
“아무리 내 감정이 중요하다 해도 이곳의 안전을 담보로 그럴 수야 없지.”
“아…….”
조조는 급하게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한다. 이. 이런. 이 녀석이랑 같이 있으면 시간이 지나는 것도 모르게 된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늘 그랬다. 몇 번 그러다 보니 손책이 먼저 넌지시 시간을 알려준다. 3분 정도 남았나. 가만히 시계를 바라보던 조조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랑 있으면 늘 늦게 가는 것 같아서 이제 신경을 좀 쓰려고.”
“…….”
“어서 들어가 봐. 나중에 연락하지.”
“…그. 그래.”
“왜 그렇게 얼굴이 죽어가.”
“무술 바보 기운이 옮아서 그럴지도 모르지.”
“어허. 무슨 소리야.”
“누가 그러더군. 손책이란 녀석이 무술 바보라고.”
“…….”
“그런 간다?”
“야, 조조. 잠깐만!”
“…….”
손책이 급하게 불렀지만,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른 입맛을 다시며 손을 거둔 채 한참 동안 동그란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자기가 보냈는데도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같이 있고 싶은데, 경찰이란 직업이 좀처럼 조조를 놔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떼를 쓸 수도 없었다. 괜히 주먹을 쥐었다가 다시 편다. 저만큼 멀어진 녀석은 이제 흐릿하게 보이기만 한다. 한번 돌아오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런 것은 조조한테 어울리지 않으니 그러려니 했다. 이러나저러나 둘은 떨어지기 힘든 관계였다.
*
“…어떻게 된 거야.”
“바닷가 가자며. 그래서 왔다.”
“…….”
“왜. 싫은가?”
“아니…그게 아니라. 여긴 어떻게 알고.”
“물어봤다.”
“뭐? 누구한테.”
“…….”
그건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늘 입던 가죽 재킷이 아닌 평범한 니트에 코트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낯설어서 견딜 수 없었다. 원래 목이 길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은 더 길어 보인다. 하얗게 뜬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그런 조조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손책은 귀 끝부터 활활 타는 것이 느껴져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그런 손책을 보면서 또 한 번 눈을 살짝 구기던 조조는 자신의 모습이 이상한가 싶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왜. 이상한가?”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손님을 이렇게밖에 서 있게 하는 이유는 뭐지?”
“아…아냐. 들어와.”
“네 녀석을 부를까 하다가 그냥 이쪽이 빠를 것 같아서 온 거니 오해하진 말고.”
“…….”
“그럼. 실례.”
조조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활짝 열린 문 앞엔 정신없는 집주인만 남았다. 원래 본가에 들어가 살다가 급한 일이 있어 이곳에 잠시 머물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누가 알려줬는지는 뻔했다. 그렇지만 이 상황이 더 놀라운 것은 조조가 찾아왔다는 사실이었다.
“여기…올 줄 몰랐지.”
“넌 항상 우리 집을 네 집처럼 드나드는데, 이게 뭐가 어떤가.”
“바쁠 거로 생각했으니까.”
“글쎄…바쁠 수도 있고.”
“…….”
“아닐 수도 있고.”
“그래. 잘 왔다.”
“차는 안 타고 다는 꼴이기에 내 걸 가져왔는데, 괜찮은가?”
“…어? 어. 그래.”
“어떻게 가려고 그렇게 떼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내 마음을 흔들어놓은 것은 확실하니…….”
“…….”
“비긴 거로 하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호한 말에 손책은 그냥 웃었다. 갑자기 어떻게 시간을 냈는지 궁금했지만, 조조가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차에서 바로 올라왔을 텐데, 조조의 몸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이렇게 몸에 열이 없어서 겨울에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커피 마실래?”
“그런 것도 집에 있나?”
“아무리 그래도 네 집보단 이쪽이 살림살이가 많을걸.”
“…….”
“몸 좀 녹이고 출발하지.”
“새해를 무술 바보와 보내게 된다니. 작년의 내게 말해줬으면 절대 안 믿었을 거다.”
“그렇다면 그다음 해에 말해주면 당연하다고 말하겠군.”
“…….”
“맞지?”
“…….”
훅 들어온 말 한마디에 조조는 말문이 막힌다. 그러더니 소파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인다. 저 녀석이 저렇게 행동하면 꼭 무슨 일이 생기던데. 손책은 부지런히 커피를 내리면서도 조조의 행동을 놓치지 않았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을 채 소파에 앉아있던 녀석은 손책이 내민 머그잔을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두 손으로 잔을 받아드니 따뜻한 기온이 한 번에 손바닥에 스며들었다.
“언제부터 여기 살았지?”
“응?”
“저번엔 본가라고 들은 거 같은데…….”
“아, 좀 됐어. 오래는 아니고.”
“…….”
“일부러 숨긴 거 아니다. 네가 물어보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넘어갔을 뿐이지.”
“…….”
“정말이라니까.”
“무술 바보가 혼자 나와 산다고 하니 좀 걱정이 될 뿐이지.”
“…….”
“우리 집보단 따뜻하네.”
“네 집보다 추운 곳도 몇 없을걸.”
“…….”
“그래도 그곳은 점차 따뜻해지고 있으니 괜찮은 편 아닌가.”
“그래.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지.”
“바닷가 가면 무슨 생각 할 거야?”
“글쎄. 이런저런 생각.”
“…….”
“내 속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하나로 정의할 수가 없다.”
“그건 당연한 말이지만…….”
“그중 하난 네 녀석에 대한 것이고.”
“…….”
“다른 것도 많고…….”
가늘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 저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을 품고 어떻게 살아가나 싶었다. 조조는 조심스럽게 머그잔에 입술을 댄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다. 따뜻한 것이 들어가니 얼굴 혈색이 조금 나아진다. 손책은 얼어 죽는가 싶었는데 다행이라며 조조를 끌어당겼고, 커피 쏟아진다는 타박을 덤으로 들었다.
*
“무슨 생각해?”
“이런저런 생각.”
“그래도 바다에 오니까. 좋지 않은가.”
“…좋네. 탁 트이고. 아무 걱정 없어 보이고.”
“조조.”
“…왜?”
또 하얗게 뜬 얼굴로 돌아본다. 금방이라도 파도처럼 부서질 것 같은 모습에 손책은 급히 손을 뻗었다. 손목을 잡고 끌어당기자 별다른 저항 없이 끌려온다. 금방 식은 몸을 품에 안고나서야 약간 안심한다. 조조는 자신의 손목 위에 있는 손책의 손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리곤 또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 있지?”
“내가 뭘.”
“얼굴부터 걱정 있다고 쓰여 있는데.”
“…….”
“새해를 복잡한 기분으로 맞이할 거 아니면 털어놓는 것이 어때?”
“내가…….”
“응?”
“왜?”
냉정한 대답이었지만, 손책은 그 말의 숨은 뜻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늘 자신을 누르는데 익숙한 남자는 누군가 그걸 두드려 주길 원했다. 밀고 당겨서 어떻게든 입을 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었다. 대다수 사람은 그런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더 꼭꼭 숨기고 살곤 했는데, 손책은 이런 쪽에선 눈치가 예민했다.
“그러려고 바닷가에 오자고 한 것 아닌가.”
“…….”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찾아올 리도 없고. 꼭 물어봐달라고 하는 느낌이었는데.”
“…….”
“맞지?”
“…….”
말이 없어진다. 그러다 순간 힘이 풀린다. 아차 하는 순간 둘은 모래사장에 그대로 넘어졌다. 조조가 앞으로 넘어졌으니 손책은 등부터 넘어갔다. 끙. 아픈 소리가 짧게 울린다. 손책은 아파서 끙끙거리는 와중에 조조를 놓지 않았다. 꼴사납게, 그것도 손책 위로 넘어진 채라는 사실을 알자 조조는 눈에 띄게 허둥거린다. 하지만 뭐가 좋은지 깔린 녀석은 더 꽉 안고 놔주지 않았다. 버둥거리던 몸이 점차 얌전해진다. 조조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만 버둥거리고 말해보라니까.”
“…….”
“새해 얼마 안 남았어. 한 시간 정도?”
“…….”
“아니면 계속 이 상태로 있을 거다.”
“그…….”
“응?”
“…….”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그늘이 져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끙끙거리는 소리가 나고, 모래 걷어차는 소리가 들린다. 결국, 작은 실랑이가 생기더니 둘은 얌전히 모래사장에 앉아있었다. 모래를 뒤집어쓰고 침착한 척하는 것이 좀 우스웠지만, 어차피 새해를 맞이하는 바다는 남을 신경 쓸 만한 곳이 아니었다.
“넌…내가 갑자기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면 어찌할 거지?”
“…무슨 소리야.”
“그냥 물어보는 거다.”
“사귀는 사이라서 물어보는 거야. 아니면 그저 누군가의 확신이 필요할 뿐이야.”
“…….”
“확실하게 해야 나도 대답을 할 것 아닌가.”
“둘 다.”
“그럼 당연히 네 생각대로 해야지.”
“…….”
손책의 대답은 시원했다. 그 한마디에 당당함마저 깃들어 조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책의 눈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시선을 깜박이기만 했다.
“생각대로 하고, 난 그 옆에서 널 도우마.”
“도울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그럴 수 없다면 응원이라도 해야지. 언제나 변하지 않는 네 편 하나쯤은 있는 것이 좋지 않은가.”
“…….”
“그래서 무슨 일인데.”
“집안에서…….”
“…….”
“다시 부르더군.”
“아.”
손책은 짧게 감탄사를 뱉는다. 조조의 집안 이야기는 지나가는 소리로 한번 들은 적이 있다. 게다가 어머니도 조조를 알아본다. 그걸 보면 복잡한 곳이라 생각은 했지만, 새해 아침을 맞이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다.
“바보 같은 일이야. 언제는 필요 없다고 하더니만…….”
“갈 거야?”
“어쩔까…마음은 동하지 않지만. 가지 않아서 귀찮은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
“마음이 가는 대로 해.”
“…….”
“그게 조조다운 행동 아닌가.”
“정말.”
“…….”
“세상을 편하게 보는 그 눈이 부럽군.”
“그럴 리가. 오히려 네가 너무 복잡한 거지.”
그래. 그 말이 맞는다. 조조는 허허 웃는다. 그렇게 크게 웃는 걸 처음 봐서 놀랐다. 새해를 채 삼십 분도 남겨 놓지 않고, 조조는 마음이 편해졌다는 소리를 했다. 손책은 조용히 조조의 어깨를 감싸 안아서 끌어당겼다. 아무도 둘을 신경 쓰지 않는 밤바다는 조금 춥지만,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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