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다문 연인의 입술을 한참동안 응시하던 콘이 조용히 과거를 회상했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만은 확실했다. 살짝 감은 눈은 좀처럼 떠질 줄 몰랐고 그렇게 계속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저스티스 로드에서 배트맨이 쫓겨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복종을 하지 않았다. 모두를 배신하고 저스티스 리그와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며 로드에게 반하는 행동을 했다. 자신도 어차피 저스티스 로드에 속한 인간 주제에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계략을 꾸몄다. 배트맨은 저항하지 않았다. 순순히 모든 것을 인정했다. 어차피 계획이 들통 난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다만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서 서로 연결된 배트 케이브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보내야했다. 바이러스를 세팅해 두었으니 아마 맡은 임무를 끝내면 곧 모든 정보를 깨끗하게 없애줄 것이다. 그정도의 시간만 벌면 충분했다. 나머지는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사람들이 알아서 해주리라. 제 품안의 사람들만 거두던 로드가 처음으로 그 중 하나를 버렸다. 당장이라도 배트맨의 목을 비틀 것 같던 로드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대와 아들들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하지. 배트맨은 자신을 쫓아낸 자의 커다란 그림자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헛소리.” “물론 공짜로 해주겠다는 것은 아닐세. 오고 가는 것이 있어야지. 그리고 그대가 또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
배트맨은 침묵을 지켰다. 여기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로드는 배트맨에게 인질을 요구했다. 배트맨의 활동을 막고 여차하면 방패 막으로 내세울 수 있는 최선책이었을 것이다. 배트맨은 순순히 그 계략을 인정했다. 하지만 인질로 보낼 사람의 이름을 듣는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팀 드레이크. 일방적인 통보였다. 배트맨과 팀의 의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고, 로드가 들어줄만한 가치도 지니지 않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안을 빙자한 명령이었다. 아마 거부하면 이 자리에서 죽겠지. 한걸음 떨어져서 흰 망토를 만지작거리던 팀이 피식 웃었다.
“아,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어쩐지 놀랍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거 올 것이 왔구나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언제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될 일을 대비해서 몇 번이나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세부 루트를 구축해 두었다. 팀의 예상은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콘이 몇 번이나 배트맨에게 자신을 달라고 요구한 것도 물론 알고 있었다. 사랑도 증오도 아닌 애매한 감정이 뒤섞인 요구는 번번하게 거절당했다. 그럴 때마다 푸르고 깊은 바다를 연상케 하는 눈동자가 날카롭게 휘어지는 눈매에 감춰져 사라지곤 했다. 순순히 물러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마주할 줄이야. 콘은 결국 그날 자신이 그렇게 원하던 대로 팀 드레이크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
안내에 따라 콘의 방에 들어간 팀이 한숨을 쉬면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반쯤은 자의로 온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자신이 콘의 곁에 있으면 적어도 가족들의 안위는 보장받을 수 있었다. 물론 감시는 심해지겠지만 그것이 어딘가. 그리고 박쥐는 고개를 숙였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었다. 조심스럽게 품속에 숨기고 들어온 통신장치를 꺼냈다. 아주 작은 마이크로 장치를 침대 밑에 붙였다. 언제 들킬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얌전히 굴면 콘은 모른 척 눈감아 줄 것 같기도 했다. 로드와 콘은 인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 콘은 그 혐오 현상이 더 심했는데, 그것은 아마 그의 반쪽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인간의 유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에게 쓸모없는 유전자가 담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의 몸으로 로드까지 올라온 배트맨을 싫어했고 결국 꼬투리를 잡고, 함정을 파서 밀어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숨이 컥 막혀왔다. 무엇인가 목에 꽉 걸린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 간신히 밭은 숨을 내뱉었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에 걱정이 잔뜩 내려앉았다.
단단히 잠겨있던 문이 열렸다. 흰 망토의 끝이 보였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발걸음을 안으로 들어온 콘이 시리도록 푸른 눈으로 팀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올라앉았다고 생각했다. 침대위에 걸터 앉아있던 팀의 몸의 기울기 시작하다 이내 털썩 소리를 내며 이불 위로 쓰러졌다. 하늘하게 기른 검은 머리카락이 흰 이불 위에 어지럽게 흐트러졌다. 불빛을 막아선 커다란 몸 그림자가 팀의 온몸을 천천히 먹어 들어갔다. 천천히 조용히 빠져드는 늪처럼 팀을 먹어치웠다. 팀의 눈 안에 가득 들어온 콘은 훨씬 더 커보였다. 커다란 손으로 팀의 손목을 내리 눌렀다. 허리를 굽히자 매트리스가 두 사람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푹 꺼졌다. 푹신한 감각에 허리가 붕 뜨는 느낌이었다. 작은 흔들림이었지만 팀은 어쩐지 현기증을 느꼈다. 콘의 어깨에서 흘러내린 하얀 망토가 길게 얽혀들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온 콘이 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잘근잘근 목덜미를 깨물자 마지 사냥하는 맹수를 배 위에 올린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급소를 물어뜯길 것 같은 긴장감에 팀이 몸을 살짝 움츠렸다. 귓바퀴를 혀로 쓸어 올렸을 때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나랑 있으면 불행해 질 텐데…….” “알아.”
무섭도록 싸늘하고 감정 없는 대답이었다. 마치 이렇게 말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콘의 입술이 팀의 콧날에 머물렀다 눈꺼풀에 가만 닿았다. 파르르 떨리는 얇은 피부 밑에서 움직이는 안구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입술위에 따끈하게 퍼지는 체온은 팀이 살아있음을 알려주었다. 가만히 입술을 떼자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가 나타났다. 푸른 하늘을 담은 눈동자엔 안타깝게도 해가 들진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사랑스러워서 손목을 잡았던 손을 옮겨서 깍지를 꼈다. 지긋하게 힘을 주면서 꾹 잡았다.
“이 상황도 너도 좀 이상해.” “그래.”
딱히 부정은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제정신이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없겠지. 너도 나도. 자신 아래 깔린 채 누워있는 저 작은 울새도 마찬가지 였다. 친절함을 가장하고, 반항하지 않고 얌전히 누워있었지만 그것은 굳이 콘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제 아비와 형제들을 위한 것이었다. 팔려온 새는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영악하게도 자신이 얌전히 있으면 굳이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것조차 본능적으로 알아차려 버렸다. 눈웃음을 치거나 교태를 부리지 않는다. 어차피 반한 것은 상대방이었으니까.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리고 할 말을 고르는 것이 제법 유능하고 귀여웠다. 새 주제에. 좀 더 손에 힘이 들어가자 희미한 신음소리가 울음소리마냥 흘러나왔다.
“나 같은 거랑 해봤자…….”
띄엄 띄엄. 한마디가 끝나고 꼭 한 번씩 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말하는 팀의 목소리가 조각조각 쪼개져 콘의 심장에 푹푹 박혔다. 콘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곤 키스라도 할 듯 입술 가까이 다가갔다. 닿을 듯 말듯 한 거리에서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보았다
“너나 나나 어차피 행복해 질 수 없는 운명이었어.” “…….” “같이 불행해지자.”
팀 드레이크가 하얀 방에서 짧은 생애를 사는 동안 유일하게 들은 청혼의 말이었다.
***
죽은 듯 누워있던 팀이 천천히 눈을 떴다. 하얀 천장이 핑글 돌더니 이내 또렷하게 초점이 잡혔다. 욱신거리는 허리 통증과 물먹은 듯 무거운 팔까지 어디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오른쪽 팔을 들어보려고 하다 신음을 쿨럭 내뱉었다. 잘 드는 칼로 살과 뼈를 발라내는 것처럼 날카로운 통증이 온몸에 짜릿하게 퍼져나갔다. 팀은 왜 온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까 끊임없이 생각을 했다. 머리마저 굳어버렸는지 기억은 조각조각 부서져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 간신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자신의 오른 팔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는 시커멓게 피가 차서 퉁퉁 부어있었다. 이내 움직이는 것을 이내 포기하고 힘을 쭉 뺀 채 눈을 감았다. 사실 몸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푹신한 침대에 늘어진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까닥거리면서 팀이 깨어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려주었다. 콘의 방엔 흔한 시계하나도 없었다. 죽음과도 같은 정적은 조금씩 팀을 갉아먹고 있었다. 눈을 감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하얀 방에 누워있으면 온몸을 짓누르는 공기가 숨을 쉬지 못하게 했다. 그리곤 목을 조르며 천천히 팀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럴 때 마다 심장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것 같아 팀은 숨을 쉴 수 없었다. 간신히 숨을 쉬기라도 하면 물속에 있는 것처럼 왈칵 공기가 입안에 가득 차곤 했다. 이대로 공기에 질식해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편할 텐데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면 콘이 돌아왔다. 콘이 돌아오는 시간은 보통 일정했지만 가끔 오늘처럼 늦어질 때가 있었다. 아마 로드 쪽에 일이 쉬이 끝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팀은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가슴께로 흘러내린 이불을 다시 당겨 덮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죽은 듯 누워있었다. 아니 이불을 잡을 수도 없었다. 온몸에 퍼진 불긋한 자국은 불에 덴 것처럼 아려왔다. 지나치게 푹신한 침대는 허리의 통증을 완화시켜주다 못해 힘조차 줄 수 없게 쿨렁댔다. 희미한 신음소리가 입가에 머물렀다. 끈 떨어진 인형 꼴로 전락해버린 자신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견딜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스티스 로드에 속했던 그는 이젠 모든 지위를 박탈당하고 이 방에서 맘대로 나갈 수조차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팀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봤자 이 방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콘뿐이었으니까. 보고 싶지 않았다. 눈조차 돌리지 않고 그저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았다. 빛을 잃어버린 푸른 눈이 천천히 감겼다 다시 나타났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자신의 미래처럼 그저 하얗게 들떠 보이는 천장을 바라보던 팀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홱 돌아갔다. 커다란 손에 잡힌 머리카락이 뚝뚝 소리는 내면서 끊어졌다. 약하게 표정을 찡그렸다.
“아직 살만 한가보지?” “…….”
“네가 지금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지위가 아닐 텐데.” “죽이지 그랬어.” “뭐?” “그냥 죽이지 왜 살렸어.” “그야.”
콘의 손이 머리카락을 놔주었다. 침대에 누운 팀이 길게 신음을 했다. 제대로 움직이지 조차 못하는 몸뚱이는 숨만 붙어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침대 위로 올라온 콘이 팀의 위로 올라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푸른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 “넌 마음대로 죽을 권리가 없어. 팀 드레이크.”
콘의 다리 사이에서 늘어진 몸은 성한 곳이 단 한군데도 없었다. 울긋불긋한 멍이 꽃처럼 피어난 것도 모자라 피딱지가 올라앉았다. 그나마 성한 곳은 얼굴뿐이었다. 붉게 부어오른 한쪽 뺨을 보던 콘이 무릎에 좀 더 힘을 주면서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거부하는 턱을 단단하게 틀어쥐고 입을 맞추었다. 질척거리는 물소리가 방안에 퍼졌다.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페이스에 팀의 가슴이 연신 급하게 부풀어 올랐다. 팔을 움직일 수 없으니 밀어낼 수도 없었다. 제대로 삼키지 못한 타입이 입가에 흐르고 호흡이 불안정해 눈꼬리에 눈물이 맺힐 때가 되어서야 콘이 물러났다. 붉게 부어오른 입술은 허옇게 떠버린 얼굴에 이질감을 선사했다. 눈꼬리에 맺혀 있던 눈물은 좁은 물줄기를 만들며 시트로 떨어졌다. 팀은 눈을 감은 채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쉽게 진정되지 않는 호흡에 팀이 쿨럭 거리며 입을 열었다. 여전히 감정이 모두 빠져버린 딱딱한 회색빛 톤의 목소리엔 잔뜩 갈라진 쇳소리가 섞여 들어갔다.
“이것도 꿈인가?” “그래.”
콘이 그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피식 웃었다. 천하의 팀 드레이크가 꿈 운운을 하면서 말을 하다니. 제 아비와 형제들이 보았으면 놀라서 뒤로 넘어갔으리라. 재미있었다. 좀 더 해보라는 듯 콘이 불긋한 상처가 잔뜩 들어앉은 목덜미에 이를 세웠다. 파르르 떨리는 피부 밑에서 심장 고동이 들렸다. 조금만 힘을 주면 그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급소였다. 천천히 먹이를 맛보는 맹수처럼 급소를 잘근거렸다. 잔뜩 괴롭힘을 당해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는 한층 더 심해로 가라앉아있었지만 콘의 귀에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섹시했다.
“내가 왜…이 꿈을 꾸는지 잘 모르겠어.” “…….”
정말 정신이 돌아버린 건가 했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희미한 미소가 걸렸던 입 꼬리는 이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콘은 이런 일이 처음이었고, 좀 호기심이 생겼다. 인간이라는 종족은 나약하고 쓸모가 없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은 콘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 했었다. 태어날 때부터 지배자의 자리에 앉아 감정의 교류 따윈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남자에게 팀 드레이크란 존재는 자극 그 자체였다. 슬슬 정신을 쓸어주면 제법 원하는 대로 반응을 해주곤 했다. 인간이란 참 신기한 존재야.
감은 눈에서 눈물이 배어나왔다. 감정을 숨기려고 억지로 꽉 깨문 입술을 핏기가 하나도 없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콘이 혀로 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따뜻하고 물컹한 것이 천천히 눈가를 쓸고 지나갔다. 팀의 눈꺼풀은 좀처럼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콘이 주문을 외우듯 팀의 귀에 입술을 바짝 대고 밀어를 속삭였다. 밀어라고 하기엔 달콤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말이었지만, 귀에 한마디씩 박히는 콘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낮으면서도 온몸을 꽉 누르는 중압감이 팀의 머리를 잡아 눌렀다.
“어디서 내숭이야.” “…….” “모르는 척 하지 마. 다 알고 있잖아.” “…미안해요.” “…….”
콘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느새 가늘게 뜬 팀의 눈은 콘을 넘어서 저 멀리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다. 커졌다 다시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한 점 바람 없는 푸른 호수에 돌을 던진 것 마냥 파르르 파장이 이는 눈은 한층 깊어져 있었다.
“…미안해요.”
연신 사과하는 팀의 말은 콘을 스쳐 지나갔다. 허망하게 공기 중에 훅 풀어져버린 말은 희미한 울음소리를 남겼다. 들어줄 사람이 없는 말은 그렇게 오래오래 방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콘도 팀의 정신이 망가져 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고쳐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고쳐줘 봤자 로드에 반하는 행동밖에 할 줄 모르는 안타까운 인간이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시커멓게 피가 찬 팔을 잡고 들어 올리자 예상하지 못한 고통에 팀이 비명을 질렀다. 콘은 팀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만족하는 듯 잔뜩 상처가 올라앉은 가슴에 입술을 묻었다.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저스티스 로드에 속해 생활하는 것에 단 한 번의 의심도 품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가끔 볼 수 있는 로드의 옆엔 항상 콘이 있었다. 지긋지긋한 악연은 이쯤부터 시작이 되었던 것 같았다. 사실 평생 말을 섞지 않고 살았더라면 이렇게 까지 굴러떨어지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콘은 자라온 환경이 팀과 달랐다. 자신을 신처럼 받들고 추앙하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모두들 로드와 콘을 신처럼 보았다. 그랬기에 감정을 내비칠 일이 없었다. 마음대로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고, 사귈 생각도 없었다. 감정 같은 쓸모없는 것을 배우기 전에 먼저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주위에 적이 많았다. 공적인 사람을 대하는 처세술은 날로 늘어갔지만 그 이외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감정 같은 것은 차라리 배우지 않는 편이 나았다. 제 때 습득하지 못한 감정은 씨조차 틔워보지 못하고 그대로 가슴 깊은 곳에 가라앉았다. 감정이나 표정을 표현해야할만한 사건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콘은 겉만 큰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사랑도 증오도 슬픔도 모른 채 살던 콘에게 이상한 기분이 들게 한 것은 팀이었다. 팀도 그렇게 감정 표현이 탁월한 편은 아니었다. 날카롭게 뻗은 눈은 차갑게 타인을 내려다보았고 얇고 매끈하게 그려진 입술은 항상 무표정 했다. 아주 가끔 팀이 웃을 때가 있었다. 입 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는 정도였고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그 날 콘은 그것을 똑똑하게 보았다. 전혀 알지 못했던 정보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잠깐.” “…….”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팀을 불러 세웠다.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순순히 발걸음을 멈춰선 팀이 무표정한 얼굴로 빙글 돌아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아까 보았던 미소는 벌써 사라졌지만, 자신을 보면서 깜박거리는 눈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무슨 일이지?” “…….” “장난 이라면 그만 돌아가겠어.” “아까…….”
답지 않게 무엇인가 설명하는 콘은 바라보던 팀이 방금 전과 똑같이 웃었다. 사실 비웃는 것에 가까웠지만. 입 꼬리가 쭉 울러갔다 다시 내려왔다.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내 꼿꼿하게 세웠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듯한데…….” “…….” “내가 왜 너한테 감정을 낭비해야 하지?” “…….” “그럼 이만.”
휙 돌아서서 걸어가는 팀의 하얀 망토가 콘의 눈에 오래오래 박혔다. 그리고 자꾸 그 웃음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이것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분명 콘이 아는 지식 내에선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팀을 다시 만나면 해결이 될 거라 믿었다.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무엇인가를 원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팀 정도라면 지위도 있었고 능력도 있었다. 게다가 로드의 친우인 배트맨의 아들이 아닌가. 이정도면 자신의 곁에 둬도 괜찮을 거란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제대로 피지 못한 감정은 지배욕과 소유욕으로 발현되었다. 몇 번이나 배트맨에게 팀을 요구했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거절당한다는 것도 콘에겐 매우 생소한 일이었다. 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그 날 이후 콘의 이해 범주를 벗어난 일이 계속 생기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
결국 콘이 처음으로 가지고 싶었던 것은 팀이었다. 게다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계속해서 생각이 나는 것은 속된 말로 한눈에 반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런 개념이 콘에겐 아직 없었다. 그러던 중 결국 기회가 왔다. 배트맨이 저스티스 리그와 연락을 하던 것이 발각되었다. 곧장 스파이 혐의가 씌워진 배트맨은 저스티스 로드의 모든 지위를 박탈당하고 출입 금지를 당했다. 그의 아들들도 마찬가지였다. 로드는 분노했고, 배트맨을 직접 끌고 와서 꿇어앉혔다. 그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배트맨이 자신의 집에 구금당하는 동안 콘은 로드를 설득했다. 그리고 어차피 곧 죽을 울새 따위 뭐 쓸모가 있겠냐는 로드의 말에 콘은 결국 팀을 얻어냈다.
***
팀을 침대에 눕히고 옷을 벗겼다. 엄청난 악력에 상반신을 감싸고 있던 붉은 천이 조각조각 찢겨서 피처럼 이불위에 뿌려졌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는 팀은 눈을 꿈 감은 채 저항하지 않았다. 콘의 기분이 틀어진다면 당장이라도 배트맨과 형제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 분명했다. 귓가에 들리는 천이 찢어지는 소리에 팀이 미간을 찌푸렸다. 꼭꼭 싸고 있던 천이 모두 찢겨져 나가고 하얀 피부가 나타나자 콘이 손으로 슬슬 쓸어올렸다. 자잘한 상처가 손끝에 걸렸다. 가슴을 주무르다 천천히 손을 미끄러뜨렸다. 예쁜 근육이 잡혀 날씬하게 들어간 허리에 손바닥을 대고 꾹 누르자 바르르 떨리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침대 위에서 이뤄지는 행위에 그리 많은 대화는 필요 없었다. 둘이서 죽을 만큼 좋아서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배자가 피 지배자에게 자신의 것이라고 온몸에 천천히 낙인을 새기는 과정 이었다.
반쯤 기절한 팀의 위에 대충 이불을 덮어둔 콘이 욕실로 들어갔다. 다시 나와서 침대 위에 앉았을 때 팀은 완전히 잠이 든 상태였다. 콘의 손이 닿은 곳마다 벌겋게 달아오른 자국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좀 더 자신의 것이란 것을 저 몸에 새기고 싶었다. 누가 와도 뺏을 수 없을 만큼 확실하게 해야 했다. 침대에 누운 콘이 팀을 뒤에서 끌어서 당겨 안았다. 품안에 쏙 들어오는 새가 통증이 오는지 가늘게 신음소리를 냈다. 한 손으로 허리를 끌어안은 채 반대 쪽 손으로 배를 더듬었다. 보통 사람의 체온보다 살짝 낮은 팀의 몸은 맨살에 닿으면 기분이 딱 좋을 정도였다. 강제로 했던 일이지만 자신의 씨를 품은 새가 사랑스러워보였다. 과거에도 미래도 자신의 앞에 펼쳐진 길로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콘에게 팀은 새로운 자극이었다.
이 비틀어진 관계에서 더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팀은 여전히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팀에게 정신이 팔린 콘에게 아직 통신장치를 들키지 않았다. 몸을 내줘가면서 모든 것을 기록한 음성파일이 조용히 나이트 윙의 손에 쥐어졌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그 파일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벌벌 떨 리는 손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이후로 나이트 윙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책상에 머리를 박으며 가늘게 흐느꼈다. 너무 괴로워서 그만 듣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제 동생의 몸을 팔아가며 얻는 정보는 한없이 적기만 했다. 낮게 흐느끼는 목소리와 온갖 담지 못할 말이 그대로 들려왔다. 가끔 들리는 콘의 말에서 추리고 또 추려 모은 정보는 조심스럽게 저스티스 리그로 옮겨졌다. 이미 모든 것을 들켜 부숴버린 메인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었다. 메인 컴퓨터와 대지도 못할 만큼 열악한 간이 통신 시설을 구축해 정보를 보냈다. 저스티스 로드의 눈을 피하기 위해 여러 번 우회 하다 보니 그만큼 시간이 더 걸렸다. 팀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들은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모든 것이 끝나기 전에 해결을 봤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데미가 독희라는 설정으로 데미 둥기둥기 해주고 싶은 썰 <:3c 팀이 별로 안나오네여... 정리도중 정신줄을 풀어줬기때문에 구멍숭숭 오타짱 캐붕탁!
브루스는 앙자가 셋 있었고, 어느날 자신의 집에 친자라는 작은 아이가 들어옴. 일단 자기 자식이라니 맞아주려는데 데미안 태도가 쌩함. 손을 잡으려하는데 탁 쳐내고 자기 방을 묻더니
올라가서 문을 잠가버림. 철컥. 첫만남부터 단단히 틀어져버린 웨인가의 일상은 조금씩 비틀려갔음. 어...뭐 중세쯤? 이때 au라고 해둘게여 완전 무책임..그러다 한번 큰일이 나는데 팀이 겉도는 데미안이랑 대판 싸우가 휙 넘어감
뭔가에 중독 된것처럼 그대로 뒤로 넘어가 쿵 쓰러진 팀을 빤히 바라보던 데미안은 손조차 내밀지 않고 그대로 서있기만 함. 곧이어 딕과 슨이가 달려오고 의사를 부르겠다고 달려나감. 슨이가 혀를 차면서 팀을 안아올리는데 입술이 퍼렇게 변해서 벌벌떨고있음.
데미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음. 일단 가해자라고 추정되는 녀석은 입을 꾹다물고 칩거생활을 하고, 팀은 며칠을 앓다가 독이 빠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림. 그리고 무슨 일인지 기억을 못함. 다투다가 데미안이 손을 잡았는데...기억이 없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니까 더이상 캐묻지 않고 이날 사건을 묻어버림. 그리고 며칠 뒤 데미안이 잠깐 어머니를 만나고 오겠다면서 집을 비우지. 캐묻고 싶은 걸 꾹꾹 참음
데미는 외곽 지역에서 은밀하게 탈리아를 만났음. 데미를 보자마자 싸늘하게 노려보던 탈리아가 뺨을 후려치지.
- 왜 아직도 브루스 웨인이 살아있는거냐. 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그리고 다시 손이 올라가자 천천히 입을 염. - 한두번이 아닌가보죠. - 뭐? -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나보죠 다들 지긋지긋하게 저택으로 들여보냈을테니까. 아버지는 나랑 얼굴도 본적 없어요 그때 보고 한번도 마주친 적조차 없어요!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쥐고 그대로 돌아서서 걸어갔음. 뒤에서 탈리아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듣지 않았음.
얼굴이 터져서 들어온 데미를 보자 딕이 달려가서 왜그려냐며 볼에 손을 대려했음. 물론 날카롭게 꺼지라고 손을 쳐내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림. 하여튼 브루스나 저새끼 어미나 애새끼 교육을 어떻게 시킨거냐고 슨이가 비아냥 거림. 팀은 그 이후로 데미랑 거리를 두게 시켰음. 딕이 푹 한숨을 쉬고 일단 둘다 뭐라고 하지말고 지내라고 다독이면서 집안을 정리함
데미는 침대도 아니고 방구석에 가서 무릎에 얼굴을 푹 묻고 숨듯 웅크리고 있었음. 부어오른 뺨이 화끈거리며 팔에 달라붙음. 침대에서 자고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음. 침대 시트는 시녀들이 빨래하려고 가져갈 테니까. 그렇게 자다 깨다 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던 데미가 까무룩 잠이 들었을때 딕은 그 방문 앞에 있었음. 방문은 역시나 잠겨있었고, 데미를 불러봐도 대답이 없는걸 보아 자는 듯 했음. 기묘하게 우그러진 생활에 딕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음.
언제까지 저렇게 날을 세우고 있는 데미를 그냥 나둘 수 없었음. 어디 다녀왔냐고 해도 조개마냥 입을 딱 다물어버리니 캐물을 수도 없었음. 그러다 오랜만에 아침식사 시간에 데미가 문을 열고 나옴. 커다랗고 긴 식탁에서 가장 먼 곳에 앉아서 스프를 퍼넣음. 말도 안하고 접근도 안한 채 자기 먹을 몫만 먹은 데미안이 일어서자 딕이 급하게 손목을 틀어잡음.
- 놔!!
손을 뿌리치려는 데미의 팔을 꽉 잡아 누름.
- 이야기 좀 하자.놓으라고!!!죽고싶지 않으면 당장 놔!
놓아줄 기미가 안보이자 손목을 쳐서 힘을 빠지게 하고 쑥빠져나감. 딕이 손목을 만지면서 작은 뒤통수를 한참이나 바라봄.
- 그냥 신경끄지 저런 애새끼. - 제이 너라면 그냥 둘거같아? - 오지랖 너무 넓은 것도 병이다. - 동생이잖아
말은 그렇게 해도 슨이는 자신에게 해가되지 않는 거리를 본능적으로 계산해 내서 이것저것 도와주려고 했다. 물론 대다수는 데미가 거절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데미를 방 밖으로 꺼내려 했다.하지만 절대 자신의 방에 사람을 들이지 않았음. 그러다 또 문을 잠그고 틀어박힘.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음.
- 꺼져! - 데미, 나야. - 꺼지라고!
분명 단단히 잠가둔 문이 벌컥 열림. 데미 얼굴이 사색이 됨.
- 꺼져!! 들어오지 말라고!!
아주 죽고싶어서 돌았어? 꺼지라고!! 그래 죽어주면 나야 고맙지!!! 하면서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는데 딕이 방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고 걸쇠를 검. 데미는 입으론 말을 막 하면서도 사색이 되어서 점점 구석으로 기어들어감.
딕이 두 손목을 잡았을 때 사시나무 떨떠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음. 소리지르던 목소리는 조금씩 줄어들다가 제발 놓고 나가라고하는 부탁조로 바뀌었음. 그런 동생을 한참 쳐다보던 딕이 부드럽게 말을 함.
- 답지않게 왜이렇게 기가죽어있어
손목을 잡고있던 손을 놓았음. 그리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데미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고 들어올림.
- 난 괜찮아. 날 봐 데미안. 난 괜찮아. - 뭐가 괜찮은.... - 네가 지금 걱정하고 그거 말이야. 적어도 이 집안에서 난 괜찮아. - 그러니까 왜 괜찮은... - 팀이 쓰러졌던거 너때문이지? 나도 똑같은 일을 당해봤어. 좀더 독하게. 그래고 몸에 내성이 생겼지.
데미안은 말을 하지 않았음. 난 네가 집에 올때부터 알고 있었어.다른사람은 몰라도 난 알았어. 네가 독희인건 알고 있었어 하면서 머리를 쓰담쓰담하면서 푹 안아줌.예민하게 군것도 우리를 도우려고 했던거지. 역시 착한 내동생...하면서 좀더 힘을 줘서 안아줌. 사실 데미는 사람이 안아주던 기억이 거의 없었음
태어나자마자 탈리아 품에서 떨어져서 독희로 키워졌고, 슬슬 마무리가 될때쯤엔 사람들이 가까이 올 수도 없었음. 독이 풀풀 날리는 공간에 들어오고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 그래서 언제나 혼자가 익숙했음. 게다가 목표에 정을 줘봤다 다시 혼자가 된다는 사실을 이미 학습했으므로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냥 딕 품이 너무 따뜻한거. 안울려고 입술 잔뜩 깨물면서 버티던 데미 눈에서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림. 펑펑 둑이 터진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내림
- 멍청이 딕 그레이슨. 죽고싶어서 안달나서...윽...흐윽..너 죽어도 나 눈하나 깜짝 안할거야....너 스스로 들어온거야 알겠어?
하다가 등을 꽉 쥐고 그대로 펑펑 울어버림. 한참 다독다독 등을 두드려 주던 딕이 다시 입을 염.
- 데미 있잖아.나때문에 연구하던 해독제가 아직 남아있어.그러니까 너무 피하지만 말고 천천히 풀어가보자.응?
데미가 품 안으로 안겨듬. 어느새 잠들어버린 막내를 안아다 사용한 흔적이 없는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줌.
- 잘자 데미안
딕이 방에서 나와서 손을 주무르면서 벽에 기댐. - 아, 역시 그때보다 훨씬 상급의 독희가 맞나봐. 어지간히 내성이 있는데도 손이 찌릿찌릿하네.
물론 평범한 사람이면 이미 넘어갔겠지만..약간 질린 딕을 보는 시선이 복도 끝에서 나타남.
- 한번 뒈질뻔 했다더니 이젠 별로 이승에 미련이 없나보다? - 형한테 그게 무슨말이야. - 형은 무슨 멍청이겠지. - 데미에 대해 알고 있었어? - 밖에서 이래저래 들은 말이 많지. - 그래. -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 퍼렇게 질려서 보기 힘들다
그래서 데미를 슬슬 구슬려서 해독제도 먹이고 하는데 워낙 완벽하게 완성된 녀석이라 차도가 없음. 그래서 그냥 서로 조심하면서 살기로 암묵적으로 약속을 함. 팀은 모름. 근데 딕이 그러라니 따름.나중에 팀도 알겠지. 그냥 데미 부둥부둥 해주는 썰이 보고싶었다 합니다. 그리고 데미는 그날 이후 침대에서 자게 되었음. 끗!